[강경선회 트럼프, “우크라, 원래 영토 수복+α 가능”]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향한 의지를 적극 칭찬하면서 잃어버린 영토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그러한 발언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국제사회의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면담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적극 개입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아예 손을 떼기 위한 전초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대통령 임기 중 가장 중요한 외교 정책 문제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와 평화 협정을 맺기 위해 영토를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철회하고, 대신 유럽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당당하게 싸워서 우크라이나 전체를 원래의 모습으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뉴욕에서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동한 직후 소셜 미디어에서 그가 보인 태도 변화는 매우 충격적이었다”면서 “5주 전 알래스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3시간 동안 회동한 후,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현실을 직시하고 협상을 통해 더 크고 강력한 이웃 국가에 영토를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짚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 “위대한 정신을 갖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며 “그들은 국가를 원래 형태 그대로 되찾을 수 있으며 어쩌면 그 이상을 이룰 수도 있다”고 했다. 사실 취임 직후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終戰) 외교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트럼프는 젤렌스키가 요구한 영토 수복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는데, 자신의 종전 구상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응하지 않자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트럼프는 또한 이날 젤렌스키에게 호의적인 태도로 일관했는데, “젤렌스키는 용감한 남자”라면서 “우크라이나가 벌이고 있는 싸움에 대해 큰 존경을 표시한다.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또 “가장 큰 진전은 현재 러시아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솔직히 우크라이나는 이 큰 군대를 막는 일을 매우 잘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올해 초 젤렌스키에게 휴전을 압박하고 전쟁의 원인을 일부 돌린 것과는 태도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가 모든 땅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것이 자신의 신념임을 확인했다.
트럼프는 이와 함께 유엔총회 연설에서 “만약 러시아가 전쟁 종식을 위해 합의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미국은 매우 강력한 관세 조치를 단행할 준비가 완전히 돼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인도와 중국, 일부 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산 에너지를 수입해 사실상의 전쟁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러시아 비행기 가까이 접근하면 격추하라!”]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최근 유럽에서 러시아 드론·항공기가 나토 회원국 영공을 침범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것과 관련해 “러시아 항공기가 NATO 영공을 침범하면 격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미국의 동참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며 말을 아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를 수복할 수 있다고 한 것이나 러시아의 전투기가 나토 영공을 침범하면 적극 격추시키라고 말한 대목은 러시아에게는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시간과 인내, 재정 지원이 충분하다면 전쟁이 시작됐을 때의 원래 국경을 회복하는 것은 매우 가능한 선택지”라며 “러시아는 진정한 군사 강국이었다면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을 전쟁을 무의미하게 3년 반 동안 계속해왔다. 이는 러시아를 빛내지 못하고, 오히려 그들을 ‘종이 호랑이(paper tiger)’처럼 보이게 할 뿐”이라고 했다.
이어 “푸틴과 러시아는 심각한 경제 위기에 처해 있고, 지금은 우크라이나가 행동할 때”라며 “우리는 나토가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무기를 공급할 것”이라고 했다.
[젤렌스키 “러, 中에 완전히 의존…美 더 압박해야”]
한편,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조금 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고, 어떻게 평화를 가져올지 얘기를 나눴다”며 “우리는 몇 가지 좋은 아이디어를 논의했고, 그것들이 작동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젤렌스키는 이어 “모스크바는 미국을 두려워하고 항상 주목한다”며 “평화를 이루기 위해 미국의 행동이 러시아를 압박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는 중국을 향해서도 “러시아가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정말로 이 전쟁을 멈추기를 원한다면 모스크바에 침략을 중단하도록 강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젤렌스키는 또 “중국이 없다면 푸틴의 러시아는 아무것도 아니다”며 “그럼에도 중국은 평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침묵하고 거리를 두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우크라ㆍ러 두 나라에 행운 빈다”는 트럼프의 진심은 과연?]
이 시점에서 정말 중요한 포인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반전이 어떻게 현실로 실현되느냐에 대한 것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중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우크라이나는 원래 모습대로 국가를 되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보다 더 나아갈 수도 있다”고 발언한 대목이다.
물론 트럼프가 말하는 우크라이나의 ‘원래 영토’가 2022년 2월 24일 러시아 침공 이후 잃은 영토를 말하는지, 2014년 강제병합된 크름반도까지 뜻하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현실은 우크라이나는 지금까지 러시아에 전체 국토의 20%를 잃었고, 러시아는 지난 5월 이후에도 매월 440~647㎢ 야금야금 빼앗고 있다. 그런데 서울 면적이 약 605㎢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러시아가 상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해 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을 완전히 뒤집기 위한 트럼프의 방책은 과연 무엇일까? 여기에서 많은 의문점들이 돌출된다. 구체적인 행동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바이든 행정부 때처럼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제공하고 재정을 지원하겠다는 언질도 없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나토 국가들이 미국으로부터 구매한 무기를 공급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지 “우리는 계속해서 나토에 무기를 공급하고, 나토는 그것으로 원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시점에서 주목할 점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태도다. 루비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된 ‘트루스소셜’ 게재 후에 “우크라이나 전쟁은 군사적으로 끝날 수 없으며, 결국 협상 테이블에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새로운 입장이 아닌 기존 입장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루비오 장관마저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우크라이나관을 아직 듣지 못한 것일까?
심지어 젤렌스키 대통령도 유엔 총회 연설에서 트럼프의 발언을 환영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게임 체인저”라면서 “커다란 전환을 하고 있다”고 칭송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같은 날 유엔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가 단지 전쟁을 버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권리를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것을 듣고 기뻤다”고 말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와 관련해 NYT는 “몇몇 유럽의 외교 관리들은 실제로는 트럼프의 강경 발언을 러시아에 압박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이 분쟁에서 손을 떼려는 것으로 의심한다”면서 “트럼프는 이미 지난 임기 8개월 동안 우크라이나에 대한 입장을 수시로 번복해 왔다”고 꼬집었다.
프랑스의 르몽드도 “트럼프가 ‘어쨌든, 두 나라 모두에 행운을 빈다. 모두에게 굿 럭(Good luck to all!)’이라고 한 것은 전임자 바이든에게 그 책임을 돌리는 이 전쟁에서 손을 씻으려는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고 보도했다.
미국 월간지 애틀랜틱 먼슬리(Atlantic Monthly)도 “트럼프가 갈등에서 발을 빼겠다고 위협하는 ‘짜증내기’ 국면에 들어간 듯하다”며, “‘모두에게 행운을 빈다’는 트럼프 특유의 표현으로, 자신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다른 것에 우선 순위를 둔 러시아ㆍ우크라이나 두 나라에 지쳤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애틀랜틱 먼슬리는 이어 “트럼프는 종종 자신의 뜻에 반하는 나라들과 정상들에게 냉소적 뉘앙스의 ‘행운’을 빈다는 말을 해 왔다”면서 “실제로 지난 9월 5일 중국ㆍ인도ㆍ러시아 정상들이 ‘단합’을 과시하자, ‘아주 깊고 어두운 중국에 인도와 러시아를 잃은 것처럼 보인다. 함께 아주 오랫동안 번영한 미래를 맞기를!’이라고 썼고, 미국의 폭격을 받은 이란 최고지도자가 ‘결코 항복하지 않겠다’고 하자, ‘굿 럭이라고 말하겠다’고 응수했다”는 사실을 들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누구와 마지막으로 얘기했는지에 따라 종종 자신의 입장을 바꾸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트럼프의 이날 발언은 젤렌스키와 마크롱을 만난 직후 나왔다.
이에 대해 애틀랜틱 먼슬리는 “전세계가 트럼프의 강경 발언을 진심으로 믿는 유일한 방법은 그가 워싱턴으로 돌아가 나토와 우크라이나 편에 확실히 서서 재정과 군수물자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 전까지는 그저 말뿐(just talk)”이라고 했다.
그렇다. 트럼프의 그러한 결단이 지금 절실히 필요한 때다. 그것이 또한 푸틴의 망상을 깨는 유일한 방법이다. 항간에는 푸틴은 이미 앵커리지 회담에서, 트럼프가 이 전쟁을 직접 지원할 생각도, 미군을 앞으로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으로 파견할 뜻도 없다는 것을 파악한 상태로 분석하고 있다는 주장들이 있다. 그래서 아예 트럼프를 무시하고 강공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푸틴의 생각을 이번 기회에 트럼프가 완전히 무너뜨려야 할 것이다. 그것이 자유진영을 지키는 유일한 길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