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향한 러 드론 최소 8대”, 나토 전투기 출격해 격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러시아 드론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영공을 침범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유럽이 발칵 뒤집혔다. 폴란드군은 이에 전투기를 출격시켜 격추하기는 했지만, 우크라이나를 넘어 나토 동맹국인 폴란드까지 침범하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의도적으로 공격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특히 최근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계선을 나토국가로까지 확대하려 한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유럽사회는 이를 심각하게 바라보면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11일(현지시간)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러시아는 나토와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영국과 유럽은 러시아의 나토 공격을 대비하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더타임스는 “슈미할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나토 동맹국인 폴란드 상공에 침투한 러시아 드론들을 나토 동맹국의 협조 아래 모두 격추시키기 몇 시간 전에 나왔다”면서 “슈미할 장관은 러시아는 현재 세력을 강화하고 있으므로, 우리 유럽 국가들은 모두 향후 러시아의 공격에 대비해야 하며, 잘 훈련된 인력과 안보 보장을 확보하고, 협력하며,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슈미할 장관의 발언이 나온 직후 폴란드가 자국 영토를 침범한 러시아의 드론들을 격추하면서 슈미할 장관의 발언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폴란드군은 10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드론으로 우크라이나 영토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자국 영공을 전례 없이 침범했다”며 “레이더가 10개 이상의 비행체를 포착해 이 중 위협이 될 수 있는 일부를 무력화(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X에 올린 글에서 “최소 8대의 이란제 샤헤드 공격용 드론이 폴란드로 향했다”면서 러시아 드론들이 우발적으로 폴란드 영공을 넘어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일으킨 도발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에 극도로 위험한 전례가 될 것”이라며 “러시아는 늘 가능한 범위까지 밀어붙인다. 강력 대응이 없으면 새로운 수준의 긴장 고조가 벌어진다. 추가적 (도발)조치가 있을지는 대응의 강도와 조율에 전적으로 달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는 대가를 느껴봐야 한다. 러시아는 전쟁이 확대될 수 없고 종식돼야 한다는 것을 느껴봐야 한다”면서 “제재의 중단이 러시아 공격의 잔혹성만 강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러 드론에 7번째로 발동된 나토 조약 4조…커지는 확전 우려]
눈여겨볼 점은 러시아 드론의 나토 동맹국 침범은 유럽사회를 다시 깨어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 드론이 나토 동맹국인 폴란드까지 침범한 사실에 대해 나토 전투기까지 긴급 출격해 격추 작전이 벌어졌다는 점은 유럽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나토 전투기가 회원국 영공에서 적의 목표물을 공격한 것은 1949년 나토 창립 이후 처음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해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래 러시아 드론이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폴란드 영공을 침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며, 지난주에도 두 차례나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처럼 많은 러시아 드론이 한꺼번에 폴란드 국경을 넘은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폴란드 정부는 즉각 나토에 조약 제4조 발동을 요청했다. 4조는 영토 보존, 정치적 독립 또는 안보를 위협받은 동맹국이 긴급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나토는 “폴란드의 4조 발동 요청에 따라 이날 북대서양이사회(NAC)에서 관련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1949년 나토 창립 후 조약 4조가 발동된 것은 7차례뿐이다. 가장 최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2022년 2월 24일이었다. 이번 사건이 '집단방위 의무'를 담은 나토 조약 제5조 발동까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지만, 일단 폴란드는 우선 4조를 발동해 동맹국들과 함께 이번 위협의 성격을 규명하고,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러시아의 우방국 벨라루스의 파벨 무라베이코 참모총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드론 공습을 주고받다가 전자전 장비 때문에 드론이 항로를 이탈해 발생한 우발적 사고”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이 단순한 국경 침범을 넘어 푸틴이 나토의 결의를 시험하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영국 BBC는 “의도적이든 아니든, 이번의 전례 없는 사건은 러시아에 나토 회원국을 공격하기로 결정할 경우, 서방으로부터 어떤 종류의 대응을 기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유라시아 전문가인 키어 자일스 선임 연구원도 “러시아의 의도와 관계없이 이는 유럽과 나토에 시험대”라며 “러시아는 유럽의 결의, 특히 폴란드가 이런 종류의 공격을 견뎌낼 수 있는 능력으로부터 배울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의 미사일·드론 전문가인 파비안 힌츠 연구원은 “나토의 전통적인 방공시스템은 미사일과 유인 전투기를 방어하도록 설계됐다”며 “이번 사건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규모 저가 드론 공격에 나토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폴란드 영공 침범' 푸틴, 美·나토 조롱한 것]
이런 가운데 러시아의 폴란드 영공 침범 사건에 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단호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와 주목을 끌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 시간) '푸틴은 트럼프와 나토를 조롱하고 있다' 제하 사설에서 “러시아는 미국의 제재에 대한 걱정 없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여긴다”라며 이같이 조언했다.
WSJ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친구인 푸틴과 우크라이나에서의 평화를 협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하지만 그(푸틴)는 폴란드에 드론을 날림으로써 트럼프와 나토를 조롱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WSJ은 “푸틴은 이번 도발의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트럼프의 행동을 돌아봤을 때 이는 합리적인 계산”이라고 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충분히 단호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우크라이나의 전반적인 상황에 불만을 표했지만, 반복된 경고와 데드라인을 (실제 행동으로) 뒷받침하지는 않았다”라며 “푸틴이 관성적인 기한 연장을 기대했을 수 있다”고 했다.
WSJ은 “이번 드론 사건은 푸틴에 대한 유화책이 미국의 당혹감을 넘어서는 리스크를 수반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라며 “푸틴은 자신의 제국주의 프로젝트가 우크라이나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러시아가 드론으로 폴란드 영공을 침범한 것은 무슨 일인가”라며 “이제 시작해 볼까”라고 썼다. 이에 대해 WSJ은 “방관하는 구경꾼 같은 대통령은 고무적이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WSJ은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에게 적용할 수 있는 압박이 무엇인지 안다”면서 “추가 제재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확대, 나토 군사력 강화 등의 방안이 있다”고 지적했다.
분명한 것은 푸틴이 미국이나 유럽, 특히 나토국을 향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푸틴은 어차피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생각이 없다. 러시아가 이미 전쟁 경제체제로 완전히 전환한 상태에서 전쟁을 중단할 수도 없고, 마치 비탈길에서 질주하는 자전거마냥 그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를 걸면 넘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 상황에서 전쟁을 중단하면 자신은 죽을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러시아는 지금 전쟁을 계속하지 않으면 체제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푸틴은 무조건 전쟁을 지속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것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넘어 폴란드 영공으로 드론을 날린 배경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의 대응방법도 명확해진다.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등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외부에서 전쟁을 끝낼 수밖에 없도록 이끌어가면 된다. 이것이 푸틴의 망상을 무너뜨리는 유일한 방법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