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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8-31 11: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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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의 베네수엘라 기사, 그 나라 집권세력의 입장 그대로 대변. 미국 탓, 유가폭락 탓
-차베스 정부가 시장 통제하고 자원배분 왜곡. 생필품 생산하고 수입할 경제적 역량 고갈
-차베스가 막 등장하던 1998년에 1만4천개이던 사기업이 2011년에 9천개로 줄어들어


▲ 2017년의 베네수엘라/ 이 사진 하나가 베네수엘라의 현실을 말해준다. [Wikipedia]


한겨레에서 나온 <석유부국 베네수엘라 파탄이 ‘무상복지’ 탓이라고요?> 기사, 역시나 명불허전이다. 베네수엘라의 무능한 집권세력이 하는 말을 똑같이 대변해주고 있다.

미국탓, 유가 폭락 탓, 자원의존성 탓 등등.


[관련기사: 석유부국 베네수엘라 파탄이 ‘무상복지’ 탓이라고요?]


재밌는 건 물자 부족이 이미 만성화된 2014년에 여전히 베네수엘라 원유 가격은 상당히 높은 편(배럴 당 88달러)에 속했다는 것. 즉, 유가가 폭락하기 전에 이미 베네수엘라 경제는 엉망진창이 됐다는 것이다.


왜냐? 정부가 시장을 통제함으로써 자원 배분을 왜곡하고 생필품을 직접 생산하거나 또는 수입할 만한 경제적 여력을 전혀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차베스 정권부터 베네수엘라 정부는 주요 산업을 국유화하고 거기서 창출하는 이익을 자신의 정치 세력이 배분함으로써 정치 세력을 공고화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베네수엘라라는 국가 전체를 차베스의 사유 집단처럼 길들여버린 것이다. 그럼으로써 베네수엘라는 오늘날 비민주적 권위주의 국가로 전락해버렸다.


한겨레 기사의 다음 문장은 더 가관이다.


“부가 전략 산업에 투자를 강화하고 국유화를 시행하는 등 적극적 산업화 정책을 펼쳤음에도 절대 우위인 석유산업 때문에 다른 산업이 발전하기 힘든 ‘기형적 경제구조’가 고착화된 것입니다.”


그 기형적 경제구조를 정착시킨 게 차베스고, 그 차베스가 석유 팔아서 번 돈으로 몽땅 선심성 복지에 올인한 거, 그게 베네수엘라 오늘날 위기의 원인이다.


원래 베네수엘라가 석유 의존성이 높은 국가였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차베스는 그것을 더 심화, 확대시켜서 결국 석유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불능의 국가로 만들어버렸다.

차베스 집권 이후인 2011년 베네수엘라의 수출의 96%를 원유가 차지했던 것이 이 사실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차베스가 산업에 투자하고 적극적 산업화 정책을 폈다고? 차베스의 반기업 정책은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다. 차베스는 각종 산업 분야의 경쟁력 있던 기업들을 죄다 국유화시켰다.


기업의 숫자가 진실을 말해준다.

차베스가 막 등장할 시기던 1998년에 1만4천 개이던 사기업이 2011년에는 9천 개로 줄어든다.


무상복지와는 관련이 없다고?

이 역시 허황된 주장이다.

무분별한 복지 지출은 두 가지 차원에서 베네수엘라의 질병이 되어버렸다.


첫째, 이미 2010년 베네수엘라의 정부 지출은 석유 판매 수입을 능가했다.

석유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어떠한 제품도 생산해낼 능력이 없는 베네수엘라는 석유를 판 돈으로 주민들의 생필품을 보조해주는 식으로 복지 정책을 확대해나갔다.


그러다 석유 수출이 타격을 입자 과거와 같은 무상복지를 제공하지 못하게 되고, 그것이 오늘날 베네수엘라의 극심한 빈곤으로 이어진 것이다. 무상복지에 들어갈 돈으로 경제 개발을 하고 인프라를 확충하며 기업을 보조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둘째, 더 심각한 문제는 바로 이 같은 달콤한 복지 정책으로 절대 다수의 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것을 바탕으로 반대 정치세력과 비판적 언론까지 무력화시켰다는 점이다.


차베스의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완전한 파멸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개혁 진영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있다.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무상복지가 결국 견제와 균형을 생명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무기가 되어버렸다.


한때 베네수엘라를 롤 모델로 내세우던 좌파들에게 오늘날 베네수엘라의 절망적 현실이 뼈 아픈 장면으로 받아들여지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얼마나 부끄럽고 창피하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베네수엘라의 위기 원인을 왜곡하는 것은 더 부끄러운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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