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핵합의 우려해 추진, 단행시 트럼프에 대놓고 반기]
이스라엘이 미국의 동의도 없이 독자적으로 이란 핵시설을 타격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만약 이스라엘이 지금 계획대로 이란 핵시설을 공격한다면 이는 트럼프 정부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드는 것이어서 미국의 대응도 관심을 모은다. 이와 함께 시리아의 과도정부가 몇주 내에 붕괴하고 내전이 발발할 수도 있다는 진단이 미국에서 나왔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면서 중동이 또다시 혼돈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CNN은 20일(현지시간) 오후 늦게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독자적으로 타격할 준비에 들어갔다는 정황이 포착됐다”면서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의 군 통신 감청 등 정보 활동을 통해 이란 핵시설 공격 준비 정보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이어 “이스라엘은 핵시설 타격에 필요한 무기를 이동하고, 작전 실행을 위한 공군 훈련도 완료한 상황”이라면서 “다만 이 같은 움직임은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이 임박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라기보다는 이란에 대한 심리적 압박일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CNN은 “이스라엘 정부가 현재 이란 핵시설 공습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렸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미국 정부 내에서도 이스라엘이 실제로 행동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고 밝혔다.
분명한 것은 일단 이스라엘 내부에선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 추이에 대한 불만이 뚜렷하게 감지된다는 점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과 직결되는 우라늄 농축 능력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타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이를 그대로 좌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의 한 소식통은 CNN에 “이스라엘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 '나쁜 합의'를 체결할 것으로 보이면 오히려 협상을 깨트리기 위해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할 계획을 세우고 이 시설들에 대한 폭격 훈련을 반복해 왔다. 특히 작년에 이스라엘과 직접 충돌에 따라 이란의 공습 방어력이 현저히 떨어지자 이스라엘의 핵시설 공격 계획은 더욱 구체화했고 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까지 한 바 있다.
또한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 공습으로 테헤란 외곽의 대규모 군사기지와 미사일 생산 시설, 러시아산 S-300 미사일 방공포대와 방공 본부, 레이더, 미사일 발사대 등을 파괴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더더욱 이스라엘은 지난해 12월 시리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한 이후 남아 있던 군사시설을 대대적으로 폭격해 방공시스템을 마비시켜 버렸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시리아 영공을 가로질러 이란의 핵시설을 폭격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고 또 미국에 그렇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레바논 무장정파 하마스를 비롯해 이란이 주도하는 중동 내 군사 네트워크인 '저항의 축' 또한 계속된 이스라엘의 공격에 의해 궤멸 상태에 있다는 점도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에 명분을 더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CNN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한 군사시설 파괴, 제재로 약해진 경제, 지역 내 주요 대리세력의 궤멸 등으로 이란은 수십년 사이에 군사력이 가장 약화됐다”며 “이스라엘은 이를 기회로 생각해 왔다”고 전했다.
CNN은 그러면서도 “핵시설 타격은 이란이 극도로 예민한 태도를 보이는 만큼 어느 행정부를 불문하고 미국의 '레드라인'으로 인식돼왔다”면서 “특히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습할 경우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고 주변 무장세력이나 국가들까지 가세할 경우 국제전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미국은 이를 꺼려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전임 조 바이든 정부는 물론이고, 트럼프 행정부 역시 지난달 초 중동 내 미군을 총괄 지휘하는 중부사령부의 마이클 에릭 쿠릴라 사령관을 이스라엘에 보내 핵시설 공습 계획을 보류하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CNN은 “미국 당국자들은 이런 맥락에서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놓고 반기를 드는 셈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CNN은 이어 “핵시설 공격이 현실화할 경우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는데, 실제 이날 CNN 보도 직후 한때 국제유가가 3% 넘게 급등했다.
물론 미국과 이란간의 핵 협상에서 레버리지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미국의 태도는 명확하지 않다. 이에 대해 CNN은 “미국 역시 이스라엘이 공습에 나서기로 할 경우 이를 지원하기 위해 정보 수집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한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반면 미 행정부의 의중에 정통한 다른 소식통은 “이란의 중대한 도발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의 공습을 도울 가능성은 낮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산악 지역에 지하 깊숙이 건설된 이란의 핵시설을 지상 작전 없이 파괴하려면 미국의 강력한 재래식 폭탄인 벙커버스터, 공중 급유 등 지원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전직 고위 정보요원 출신인 조너선 파니코프는 CNN에 “결국 이스라엘의 결정은 미국 정부가 어떤 결정과 행동을 하는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어떤 합의를 하는지에 달렸다”며 “네타냐후 총리가 최소한 미국의 암묵적 승인 없이 관계 파탄의 위험을 감수하고 공습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12일부터 한 달간 오만의 중재로 지금까지 4차례 협상했으나,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존폐를 두고 맞서고 있다.
지난 1기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제재를 복원하자 이란은 핵원료인 우라늄 농축 수위를 올려왔다.
이란은 현재 우라늄 농축도를 핵폭탄 원료급(90% 정도)으로 단시간에 농축할 수 있는 수준인 60%까지 끌어올렸으나 핵무기 개발을 선언하지는 않았으나, 마음만 먹으면 빠른 시일내에 핵무기 제조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자지구 전쟁 확대로 이스라엘은 고립무원]
한편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군사작전을 확대하면서 인도적 위기가 고조되자 유럽 국가들이 이스라엘에 칼을 빼들고 있다. 우선적으로 영국과 프랑스, 캐나다 등 3개국 정상들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의 군사 작전을 중단하지 않으면 공동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이스라엘에 19일(현지시간) 엄포를 놨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공동 성명을 내고 ‘우리는 네타냐후(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정부가 끔찍한 행동을 계속하는 동안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면서 “이스라엘이 재개한 군사 공세를 중단하지 않고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제재도 해제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에 대응해 더 구체적인 조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영국의 데이비드 래미 외무장관은 이날 하원에서 “우리는 이와 같은 악화를 좌시할 수 없으며 이는 양국 관계를 유지하는 원칙들과 양립될 수 없다”면서 “이스라엘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이날 가자지구의 인권침해 상황 관련, “회원국들이 EU-이스라엘 협정 재검토를 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EU 회원국 27개국 중 17개국이 재검토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2000년 체결된 EU·이스라엘 협력 협정은 상호 지역을 자유무역 지대로 설정한다는 내용이 담겨 자유무역협정(FTA)과 유사한데, 만약 이 협정이 파기된다면 EU와의 교역 비중이 큰 이스라엘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렌 마르모르스테인 이스라엘 외무부 대변인은 “외부 압력 때문에 이스라엘이 적으로부터 안보를 지키기 위한 길에서 벗어나지는 않겠다”면서 이스라엘은 외부 압력이 자국 방침을 바꾸지 못한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美 “시리아 과도 정부, 몇 주내 붕괴하고 내전 발생할 수도”]
이런 가운데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20일(현지시간) 미 의회 상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시리아 문제와 관련, “몇 달이 아니라 몇주 내에 과도 정부가 잠재적으로 붕괴하고 대규모의 전면 내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 우리의 평가”라면서 “(이는) 본질적으로 그 나라가 쪼개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제재 해제 결정에 대해 “대담한 결정이었다”면서 “대통령이 신속하게 제제 관련 조치를 추진한 것은 우리가 계획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재 해제의 가장 즉각적인 영향은 인접 국가들이 과도 정부에 대한 지원을 시작하고 그들(과도정부)이 실제로 정부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배 메커니즘을 구축하며 무장 세력을 통합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시리아 상황은 레바논 상황에도 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가령 2년 뒤 시리아와 레바논이 안정되면 지역 전체에 평화와 안보 등을 위한 놀라운 기회가 열릴 것이다. 이는 큰 도전 과제지만 역사적인 기회”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이러한 결정에 따라 EU도 20일(현지시간) 시리아에 대한 모든 경제 제재를 해제했다. 시리아 과도 정부가 하루빨리 제대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함이다. 이에 대해 카자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부 고위대표는 소셜 미디어에 “우리는 시리아 국민들이 새롭고 포용적이며 평화로운 시리아를 재건하도록 돕고 싶다”면서 “EU는 지난 14년 동안 항상 시리아 국민들을 지지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적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제재 해제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한다고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나온 것으로, 전쟁으로 파괴된 시리아에 경제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많은 환호를 불러일으켰다”고 밝혔다.
이렇게 국제사회의 시리아 과도정부에 대한 지원은 이어지고 있지만, 지금의 시리아 정부가 과연 이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길 수 있을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렇게 중동지역은 지금 혼돈의 상태에 빠져 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