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웨이 칩 쓰면 제재”…핵심 전략산업 디커플링 전략]
미국이 중국 화웨이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전 세계 어디서든 화웨이의 AI칩인 어센드를 사용하면 미국의 수출 통제를 위반하는 게 되기 때문에 이를 강력하게 제재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트럼프 1기 때도 화웨이에 대해 치를 떨면서 전쟁을 벌인 바 있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이번에도 드러낸 것이 아닌가 보여지는데, 이로 인해 관세전쟁은 접더라도 반도체 부문만큼은 확실한 디커플링 전략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블룸버그는 14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전 세계 어디에서든 화웨이의 AI칩인 어센드를 사용하면 미국의 수출 통제를 위반하는 게 된다는 지침을 발표했는데, 이는 중국의 기술발전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이날 성명을 내고 “바이든 정부 때의 국가별 등급에 따른 AI 수출통제 정책을 공식적으로 폐기한다”면서 중국을 겨냥해 “미국의 AI 칩이 중국의 AI 모델의 훈련이나 추론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는 산업안보국(BIS)이 미국 AI 칩을 활용해 중국의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사용될 때 발생할 결과를 기업과 소비자에게 경고하기로 한 것으로, 중국이 제3국을 통해 미국의 첨단 AI 칩을 확보하는 우회 전략도 차단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어센드 칩을 포함한 중국산 고성능 반도체가 미국산 소프트웨어, 설계 도구(EDA), 미국산 반도체 장비 등을 사용해 설계·생산됐다면 이는 미국 수출 통제법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미국의 수출 규제 대상이라는 논리를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중국산 인공지능(AI) 칩이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이러한 미국의 강경조치는 미국이 중국과 90일간 관세 전쟁 휴전에는 합의했지만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화웨이 칩 사용 제한 등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써, 바이든 정부 때의 국가별 등급에 따른 AI 수출통제 정책을 공식 폐기했다. 이 정책은 1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앞서 바이든 정부는 임기 말인 올 1월 15일 전 세계 국가를 동맹, 일반 국가, 적국 등 3등급으로 나누고 그에 맞춰 AI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는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트럼프 정부의 상무부는 “바이든 정부의 규정은 수십개국을 2등급 무역보장국으로 격하시켜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 규정의 전면 수정을 예고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중국이 제3국을 통해 우회적으로 미국의 첨단 AI칩을 확보하는 우회 전략에 대응해 미국 기업이 공급망을 보호하는 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면서 “상무부의 이번 조치는 화웨이가 AI와 스마트폰을 위한 강력한 반도체를 만드는 것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지난 11월, “화웨이가 차세대 어센드 프로세서 두 개를 설계하고 있다”면서 “어센드는 엔비디아의 주요 가속기에 대한 중국의 대응으로, 수년간 주류를 이루었던 7나노미터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다”고 전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이어 “미국 주도의 규제로 인해 화웨이의 칩 제조 파트너사들은 이미 최첨단 시스템을 조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강력한 장풍 맞은 중국 반도체 업계, 자립 가능할까?]
미국 상무부의 이날 발표는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반도체 업계가 서방의 반도체 산업을 추월하기 위한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화웨이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반도체를 대체하기 위해 자체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으며, 또한 반도체 설계, 생산, 패키징 등 전 공정을 중국에서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테크업계의 분석을 종합해 본다면 화웨이 최신 반도체 ‘어센드 910C’의 성능은 엔비디아 대표 제품인 ‘H100’의 60~80%까지 올라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가격도 H100의 70~80%로 저렴한 편이다. 특히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AI 개발 과정에선 저사양 엔비디아 반도체를 썼지만, AI 서비스 과정에선 화웨이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화웨이가 지난 4월, 최신 AI 칩 ‘어센드 910D’ 개발 초기 단계에서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중국 기술 업체들과 접촉했다는 보도들이 나왔다. 지금 진행 속도로는 이르면 5월 내에 첫 샘플을 만나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물론 화웨이는 이 칩이 엔비디아 주력 제품인 H100보다 강력한 성능을 갖출 것으로 기대하지만, 어디까지나 중국식 정신승리일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 미국 상무부의 조치가 반도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대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조나 청 J&J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의 견해를 인용해 “어센드 칩은 화웨이 자체 수요도 충족하지 못할 만큼 공급이 부족해 해외 칩 공급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며 “오히려 중국을 공급망에서 제외하려는 미국의 수출 규제가 중국 반도체산업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중국으로 판매하던 엔비디아, 이젠 중동으로 돌린다]
눈여겨볼 점은 이번 미국 상무부의 발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과 맞물려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동행했는데, 엔비디아는 이날 사우디 국부펀드 소유 기업인 휴메인에 최신 AI 칩인 GB300 블랙웰 1만8000개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어 수년간 수십만 개의 첨단 칩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 칩은 사우디가 AI 육성을 위해 짓는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예정이다. 중국으로의 판로가 막힌 대신 중동으로 새로운 판로를 열어준 셈이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아랍에미리트(UAE)가 엔비디아의 첨단 반도체를 100만 개 이상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거래를 추진 중”이라면서 “이러한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AI 칩은 막으면서 미국산 AI 칩 수출은 늘리고 있는 것으로, 황 CEO 등 미국 빅테크 CEO들이 최근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이기려면 결국 미국이 세계 시장에서 더 많은 AI 칩을 공급해야 한다고 한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짚었다.
[결국 미국의 핵심전략산업, 디커플링으로 간다]
결국 미국 상무부의 이번 조치는 중국과의 90일간 관세 휴전을 선언한 직후 미 정부가 AI 칩셋 추가 규제를 선언하면서 중국 외 국가의 화웨이 AI 칩셋 구매를 사실상 막아서는 조치를 취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다시말해 반도체와 의약품·철강 등 전략 핵심 산업에서는 중국과의 디커플링이 불가피하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원칙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전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심각하게 자급자족하지 못하는 산업들을 미국으로 데려와야 한다”며 “거대한 경제 재조정(re-balancing)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어 “우리는 중국과의 ‘전반적인 디커플링’을 바라지 않는다”면서도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전략적 필수품들을 위한 디커플링”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미국 상무부의 이러한 조치가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AI 생태계 발전을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기는 하다. 아직도 중국의 반도체 업계가 미국산 반도체를 통해 AI산업 발전 등을 꾀하고 있기는 하지만 어차피 서방 제품 구매의 비중을 줄여나갈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그 시장을 화웨이 등 중국산 제품으로 대체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웨이 등의 중국 업체들의 매출에도 별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러한 강경 조치를 취하는 것은 중국 AI 생태계를 내수 중심의 ‘외딴섬’으로 고립시켜 중국 밖으로의 확장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미국 상무부의 발표 내용이 결국 ‘동맹국 AI 생태계의 미국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바이든 전 대통령 임기 말에 도입돼 15일 시행될 예정이던 ‘국가별 등급에 따른 AI 칩셋 수출통제 정책’도 폐기한 것이다. 특히 상무부의 발표 내용 중에 “수십 개 국가를 2등급 지위로 격하시키면서 이들 국가와의 외교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었다”고 지적한 대목을 유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이는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OSTP) 겸 과학기술보좌관이 최근 열린 밀컨 콘퍼런스에서 언급한 “전 세계의 미국 AI 계층화”와 맥을 같이한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트럼프 정권이 관련국들과 개별 협정을 진행하는 자체적인 접근 방식을 마련 중”이라고 보도했는데, 이는 트럼프 정권이 기존 등급과 별개로 각국에 대한 개별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미국과의 줄다리기는 어쩔 수 없는 과정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미국은 하이엔드 칩이 국가안보와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니 첨단기술의 디커플링은 어쩔 수 없는 단계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AFP는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이 중국에 대한 첨단 칩 수출에 대한 제한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면서 “이러한 칩이 중국의 군사 시스템을 강화하고 AI 분야에서 미국의 우위를 더욱 위협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짚었다.
결국 미국은 중국이 적대국으로서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는 철저한 디커플링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중국은 스스로 기술 진보를 이뤄가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기술을 뒤쫓아 오겠지만 열린 공간이 아닌 닫힌 산업체계에서 얼마나 빨리 뒤쫓아 올지는 미지수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