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가자지구 해법 시각차…트럼프·네타냐후 관계 '이상기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관계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 일정에 유독 맹방인 이스라엘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확대하려는 네타냐후에 대해 사실상 경고를 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의회 전문지인 더힐(The Hill)은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방문 일정에서 이스라엘을 제외하기로 한 것은 가자 지구 전쟁과 관련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의견 차이가 있다는 것에 대해 엄청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면서 “이스라엘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더힐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략에 대해 불만을 보이는 것은 이스라엘군이 서안지구의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계속 공습을 하고, 또한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 지구에 인도적 지원이 들어오는 것을 차단한 것에 대한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관계자들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휴전에 동의하도록 독려했지만 미국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NBC뉴스도 지난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 핵 협상과 가자전쟁 문제로 인해 삐걱대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한 주간 네타냐후 총리를 자극하는 공개 발언을 두 차례나 했다”고 보도했다.
NBC는 이어 “네타냐후 총리를 가장 분노하게 만든 것은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라면서 “한 미국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을 이어가고 이란에 대한 공습을 꺼리는 것과 관련해 이스라엘이 ‘어떤 협상에도 우려를 품고 있다’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이란과의 핵 협상에서 평화적 목적의 우라늄 농축 허용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는 분노했고, 그의 보좌관인 론 데머가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 특사에게 이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다.
사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백악관을 두 번째로 방문했는데, 이때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 시 공군 지원을 약속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이란과의 직접 협상을 발표했고 이로인해 네타냐후 총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네타냐후 총리는 사석에서 이란과의 협상이 시간 낭비라고 주장해 왔다. 또 이란이 경제 제재와 후티 반군, 하마스 등 연계 세력의 약화로 허약해진 점, 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 이란을 공격하면서 이란의 전략적 방공 체계가 마비된 점을 고려해 핵시설을 공습할 적절한 시기라고 보고 있다. 이 상황에서 협상이 진행되면서 이란의 핵 시설을 제거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그의 우려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에서 새로운 군사 행동을 시작한 것에 불만을 품고 있다. 트럼프는 새로운 이스라엘의 공격이 재건을 더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무의미한 행동이라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 순방 제외는 온전히 트럼프의 뜻]
이러한 트럼프의 불만은 트럼프 2기 들어 첫 해외순방인 중동지역 방문 일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부터 중동 순방에 나섰으며, 첫 방문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를 차례로 방문한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순방 일정에서 제외됐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인터넷 매체인 악시오스는 “네타냐후 총리의 최측근인 론 더머 전략문제 담당 장관이 앞서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에 이스라엘 방문을 추가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예히엘 라이터 주미 이스라엘 대사도 백악관에 같은 제안을 했다”면서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이스라엘 방문을 제외하기로 하면서,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이번 '패싱'을 예상치 못한 외교적 모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인 인질 석방 관련, 이스라엘 배제하고 협상한 미국]
미국과 이스라엘간에 파열음이 있다는 것은 하마스에 인질로 잡힌 미국인 인질을 석방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과 협의도 없이 이달 초부터 하마스와 직접 인질 석방 문제를 논의했고, 결국 합의를 하면서 인질은 풀려났다. 이 과정에 이스라엘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서야 이를 인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친이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날 자신들이 억류 중인 마지막 미국인 인질을 풀어주기로 했다”면서 “미국 이중국적자인 이스라엘 군인 에단 알렉산더가 풀려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미국인 인질 석방이 다른 인질들의 석방협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이스라엘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스라엘은 여전히 하마스와 전쟁을 이어나갈 태세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인질 석방) 협상은 전시 상황에서도 진행될 것”이라면서도 “전쟁 목표 달성에 대한 의지는 유지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휴전협상이 결렬될 직후 밝혔던 ‘하마스 궤멸’ 목표를 관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시리아 제재 해제도 이스라엘과 이견, 美 일방적 발표에 당혹]
트럼프 행정부는 또한 최근 예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예고 없이 휴전 협상에 나서 이스라엘을 당혹케 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공습을 주고받고 있는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전면 해제한다고 발표하기도 해 이스라엘은 충격에 빠졌다.
이뿐 아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핵 협상을 두고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폴리티코 유럽판은 “트럼프의 걸프 3개국 순방은 미국과 이스라엘 간 분열을 더욱 선명히 드러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뜻과는 완전히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것은 이번 중동 순방에서 분명한 성과를 내기 원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전쟁으로 인해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번 중동 순방에서 대규모의 석유•무역•투자 계약을 원하고 있고,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국가들이 지역 안정을 원한다는 이유로 이란 핵합의 복원과 가지지구의 조속한 안정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스티븐 쿡 미 외교협회(CFR) 중동 담당 선임연구원은 “트럼프의 외교는 철저히 경제 중심의 국력외교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걸프의 부유한 국가들과 국부펀드를 미국 투자원으로 간주하는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7년 트럼프 1기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순방에서 이란 핵합의는 걸프 국가들의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타격을 입고,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이 약화된 지금 이들은 전반적 지역 안정을 추구하기에 가장 적합한 때라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 핵 합의와 팔레스타인 문제의 진전 없이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상황이 이렇기 떄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복귀'라고 치켜세웠던 네타냐후 총리의 외교 셈법도 복잡하게 엉키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폴리티코는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가 결과를 부정하던 시점에 네타냐후 총리가 조 바이든 당시 당선인에게 먼저 축하 메시지를 보낸 일 또한 양측 불신의 씨앗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진영 내부에 중동 개입에 회의적인 인사들도 있다는 점이 문제다. 특히 JD 밴스 부통령은 대선기간 “미국의 이익은 이스라엘과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고 경고하면서 “우리는 이란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이 곧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힌 것과 맥을 같이 한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폴리티코는 “결국 네타냐후도 젤렌스키처럼 깨닫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에게 가자지구나 우크라이나는 본질이 아닌 방해 요소다. 그의 진짜 목표는 외교 재편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상업적 거래에 있다”고 분석했다.
[네타냐후 “우리는 우리가 지킨다” 자력방어 천명]
이렇게 미국과 이스라엘의 맹방 관계가 최근 연일 삐걱대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스라엘은 자력방위를 강조하고 나섰다. CNN은 지난 8일(현지 시간)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은 자신을 스스로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해당 성명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예멘 후티 반군이 오만의 중재로 홍해에서 상호 공격을 중단하기로 합의한 뒤 나왔다”고 짚었다.
CNN은 이어 “후티 반군과의 공격 중단 합의 발표가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놀라운 일이었다”며 “사전에 알려주지도 않았다”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후티반군은 미국과는 상호 공격을 중단하기로 합의했지만, 이스라엘을 상대로는 공격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이에 이스라엘도 자력방위를 천명한 것이다.
[결국 두 손 든 이스라엘, 가자 휴전협상 재개]
이러한 미국의 입박에 이스라엘도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우선적으로 이스라엘은 가지지구 휴전 협상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13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이 가자 휴전 협상을 위해 도하에 대표단을 파견했다”면서 “대표단에는 네타냐후 총리의 외교 고문인 오피르 팔크와 갈 히르시 인질 조정관, 전 신베트 부국장 등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스라엘이 1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인 무함마드 신와르를 제거하기 위한 공습을 단행했는데, 강경파인 무함마드가 이번 공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이를 휴전의 명분으로 삼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함마드 신와르는 18개월간 이어지고 있는 가자 전쟁에서 드물게 살아남은 하마스의 최고 지휘부 중 한 명으로, 가자지구 하마스의 사실상 수장이다. 하마스 군사조직을 이끌던 무함마드는 형이 작년 10월 이스라엘군에 살해되자 가자지구 지도자 자리를 넘겨받았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이 이번에 무함마드 제거에 성공한다면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압박받는 상황에서 중요한 군사적 승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