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간 관세타결 이후, 보잉 납품금지 은밀하게 해제한 중국]
미국과 중국이 상호관세폭탄을 합의하에 제거하기로 하면서 당장 중국은 자국 항공사에 대해 미국 보잉사의 여객기 인수를 은밀하게 다시 허가했다. 미중 양국의 관세협상이 1차적으로 마무리되면서 최우선적으로 보잉의 여객기 인수를 포함해 부품 수입 등과 관련한 해제 조치를 취했다는 것은 중국 당국이 보잉 여객기 문제에 대해 얼마나 민감하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3일(현지시간) “미중 양국의 관세협상 1차 타결 이후 중국 당국은 이번 주부터 국내 항공사들과 관계 기관에 미국산 항공기 인도를 재개할 수 있다는 방침을 전달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러한 중국 당국의 조치는 공개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기밀 사항으로 취급되었으며, 항공사들이 자체적인 시간과 조건에 따라 인도를 진행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부여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중국으로의 납품 재개는 보잉사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지만 3개월간의 관세 유예 조치 이후의 파장까지 고려할 때 중국으로의 제트기 납품 재개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특히 “중국 당국이 보잉과 관련해 배송 금지 조치를 철회하기는 했지만, 중국 항공사들이 필요한 항공기를 얼마나 빨리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면서 “이에 대해 보잉사는 논평을 거부하고 있다”고 짚었다.
문제는 이미 완성 제작되어 도색까지 마친 여객기를 중국 항공사로의 인수 직전에 중국 당국이 무리하게 개압해 인수를 거부하도록 했고, 이에 따라 3대의 여객기가 미국으로 되돌아갔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을 만나자 보잉사는 즉각 아직 인도되지 않은 중국행 항공기에 대해 대체 구매자를 찾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실제로 새롭게 도입될 737 맥스 항공기에 대한 기대감은 인도에서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에 이르기까지 여러 항공사들이 이 상황을 활용할 방법을 모색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해 “더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올해 중국에 약 50대의 보잉 제트기가 인도될 예정이었는데, 중국 당국의 인수거부로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은 새로운 구매자를 찾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항공기가 항공사 고객의 손에 들어가면 상당한 금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굳이 중국으로 인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은 향후 20년 동안 전 세계 항공기 수요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2018년 보잉사 생산량의 거의 4분의 1이 중국에 집중되었다”면서 “그러나 미국의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은 무역 갈등으로 중국이 자초한 문제로 인해 중국에 대한 대규모 주문 내역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언제든지 중국으로의 여객기 수출을 대폭 조정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사실 중국과 보잉간에는 악연이 있다”면서 “2019년 중국은 두 건의 치명적인 추락 사고 이후 737 맥스 기종을 운항 중단한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고 짚었다. 이로인해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초기와의 무역 분쟁 또한 중국의 주문이 유럽의 에어버스 SE로 옮겨가는 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그러면서 “미국 무역에서의 보잉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면서 “보잉 여객기 수입은 이미 정치적 이슈가 되었는데, 실제로 백악관은 지난주 영국과의 무역 협정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보잉이 영국항공에 787-10 드림라이너 32대를 판매하는 100억 달러 규모의 항공기 계약이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미국의 무역정책에서 보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중국이 보잉 여객기의 인수 거부는 사실상 엄청난 실책이고 만회하기 어려운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관세 희생양이 된 中 자체개발 여객기, 후유증 오래갈 듯]
눈여겨볼 점은 우리 신문이 몇 차례 정세분석을 통해 설명한 바 있지만 중국이 보잉 여객기의 인수를 거부한 사건이 단지 보잉 여객기에만 그치지 않고 중국이 자체 개발했다는 C919의 양산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점이다.
소위 중국 자체 개발 여객기라고 말하는 C919는 말이 중국산 여객기지 비행기를 날게 하고 뜨게 하며 안전하게 운항을 하도록 하는 모든 핵심 부품들은 전부 수입하고 있다. 중국에서 만드는 것은 의자를 비롯해 여객기 인테리어 등을 포함해 껍데기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서방진영이 작정하고 부품 수출을 중단하면 중국산 여객기 C919는 당장 제작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
특히 미중간 갈등이 심화된다면 그 첫 번쨰 희생양이 바로 C919제작에 필수적인 제트엔진을 포함해 핵심 부품들이 그 대상에 들어갈 것이라는 말들이 파다하다. 실제로 트럼프 1기 때 미국과 프랑스가 합작 생산하는 C919용 제트 엔진 수출 중단을 검토한 적이 있었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 당국이 관세 보복 조치로 보잉 여객기의 인수를 거부하도록 했다는 것은 사실상 보복조치가 아니라 자해행위였다고 보는 것이 맞다. 당장 중국이 인수 거부한 여객기를 다른 항공사들이 눈독들이고 있는데다 C919 제작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들에 대해 미국이 역보복조치로 수출을 중단할 수도 있어서다. 이번에는 다행히 미중간 무역 갈등이 오래끌지 않고 해결되었기에 망정이지 길어졌더라면 중국의 항공사들은 호된 내홍을 겪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중국, 첨단기술 자랑하지만 여객기 만들 능력도 안된다]
분명한 것은 중국이 기술 혁신을 통해 세계를 제패한다고 떠들어되지만, 실상 전투기나 여객기 하나 제대로 만들 줄 아는 기술이 없는 나라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5월 6일 “보잉과 에어버스가 지배하는 세계 여객기 시장에 도전한 중국의 첫 국산 항공기 C919가 무역전쟁의 혼란에 직면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 국영 상용항공기공사(COMAC·코맥)가 개발한 C919는 지난 2023년 첫 상업 운항을 시작했지만, 이미 부품 수급에 문제가 있어서 원래 계획대로 제작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COMAC은 지금까지 총 17대를 중국내 항공사에 납품해 운항중이고, 올해도 30대를 제작해 하늘에 띄울 예정이지만 이 목표는 무역 분쟁 등의 영향으로 도저히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올 1분기에 완성한 여객기는 단 1대에 불과하다는 보고도 있다. 이유는 역시 부품 수급이 원활치 않아서다.
이와 관련해 FT는 “C919는 중국산 여객기라고는 하지만 미국과 유럽 업체가 주요 부품을 공급한다”면서 “여객기에 장착되는 LEAP-1C 엔진은 미국 GE와 프랑스 샤프란이 합작해 만든 CFM 인터내셔널이 제조한다”고 밝혔다. 중국 자체적으로 창장(CJ)-1000A라는 엔진을 개발 중이지만, 아직도 개발 단계이다 보니 언제 상용화될지는 알 수가 없다.
FT는 이어 “항공전자장비, 운항 시스템, 각종 제어 장치와 센서 등은 미국의 하니웰, 콜린스, 크레인, 파커 에어로스페이스 등이 공급하며, 알루미늄 동체는 미국 아르코닉, 출입문 신호 시스템은 크레인, 연료와 유압시스템은 파커, 보조전원장치는 하니웰 등이 납품한다”면서 “주요 부품 공급사 88곳 중 미국이 48곳, 유럽이 26곳, 중국이 14곳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다른 제조업 제품과 달리 여객기 분야는 중국 내에 핵심 부품 공급망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몇 년이 될지 모르지만 당분간 중국은 여객기 자체 개발이라는 말은 쓰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런데도 C-919를 중국 자체 개발 여객기라고 말한다는 것은 그만큼 허세를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관해 항공컨설팅업체 ‘에어로다이내믹 어드바이저리’의 분석가 리처드 아불라피아는 FT에 “미국이 원하는 시점에 언제든 공급을 중단할 수 있으며 중국 내에 대체재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허세를 부려도 되는 곳에서 허세부려야 한다. 잘못 허세부리다간 쪽박차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보잉사의 여객기를 다시 인수해도 좋다는 지시를 각 항공사에 내리면서도 이를 공개하지도 못하고 기밀문서라면서 은밀하게 처리했다는 것은 보잉 여객기 인수 거부로 인한 파문을 최소화하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정상화하려는 중국의 꼼수로 보인다.
앞으로 주목할 점은 과연 보잉사가 중국에 대해 올해 발주한 여객기의 수량만큼 인도를 해 줄것인가의 문제이고, 또 하나는 중국 자체 개발 여객기라고 말하는 C919를 과연 몇 대나 조립해 중국 국내 항공사에 납품하는지 체크하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으로 보면 C919 제작은 지난해 13대였지만, 올해는 그 절반에도 이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유는 역시 엔진 등의 부품 수급이 원활치 못하기 때문이다. 이 모두 중국이 자초한 일이라는 점에서 누구한테 할 말도 없게 됐다. 이것이 중국의 항공산업이 처해 있는 현실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