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우크라에 '조건 없는 30일 휴전' 촉구]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를 향해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날렸다. 일단 조건없는 30일간의 휴전을 수용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트럼프 발언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 직후, 그리고 JD 밴스 부통령이 러시아에 대해 불만을 터뜨린데 이어 나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푸틴이 결코 전쟁 중단을 수용할 수가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지금 상황에서 전쟁을 끝내면 푸틴 정권이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러시아, 우크라이나와의 대화는 계속된다”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조건 없는 30일간의 휴전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수용할 수 있는 휴전이 이뤄지고 양국이 이런 직접적인 협상의 신성함에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휴전이 존중되지 않는다면 미국과 동맹국들은 더 많은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주 수천 명의 젊은 군인들이 죽어가고 있다"면서 “자신은 물론 미국도 전쟁이 멈추기를 원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으로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를 지키기 위해 유럽인들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휴전은 궁극적으로는 평화 협상으로 나아가야 하고 이는 모두 매우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면서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돕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문장은 매우 부드러웠지만 곳곳에 날선 경고가 들어 있음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휴전이 존중되지 않는다면 미국과 동맹들은 더 많은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한 대목이다. 실제로 유럽은 이미 러시아를 향한 강력한 제재를 준비중이다. 그런데 미국도 러시아를 향한 제재를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두 번째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를 지키기 위해 유럽인들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한 대목이다. 사실상 우크라이나의 안전과 평화를 미국이 지키도록 할 것이며, 여기에 유럽국가들과 힘을 합칠 것이라고 말했다는 점이다. 이는 그동안 유럽을 배제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방안을 밀어붙이던 미국의 태도와는 확연하게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JD밴스 부통령의 경고, “러시아의 요구가 지나치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이 JD 밴스 부통령의 러시아에 대한 강경 발언 이후에 나왔다는 점이다. 밴스 부통령은 워싱턴DC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 주최 대담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종식을 위해 너무 많은 것들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러시아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밴스 부통령은 8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우리가 만약 '러시아가 협상에 선의로 임하고 있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우리는 (중재외교에서)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어 “러시아가 종전의 조건으로 과도한 요구를 할 것으로 예상은 했었다”면서 “러시아가 첫 평화 협상안을 제시하면서 아직 점령하지 않은 우크라이나 일부 영토까지 자신들의 영토로 추가하는 방안을 포함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밴스 부통령은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붕괴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주권 국가로 남아 있는 것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밴스 부통령 입장에서 봤을 때, 러시아가 사실상 종전을 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고 판단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의 태도가 그렇다면 더 이상 종전을 위한 중재를 중단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트럼프-젤렌스키 통화, “광물협정, ‘새로운 기회’ 역사적 문서”]
이렇게 미국의 입장이 러시아에 대해 강경하게 돌아서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간의 전화정상회담도 미국의 태도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의회가 경제 협력 협정을 비준한 것을 환영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두 정상 간 통화 사실을 밝히며 “이는 협력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진정한 역사적 문서”라고 환영했다.
앞서 이날 낮 우크라이나 의회는 양국이 지난달 30일 서명한 '재건 투자 기금 설립에 관한 협정', 이른바 광물 협정을 비준했다. 이 협정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자국 광물 투자 우선권을 주는 대가로 양국 간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평화 달성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의 필요성과 구체적인 조치를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선 상황에 대해 문의하자 간략히 설명했으며 “또한 우크라이나가 당장 오늘부터라도 30일간의 휴전에 들어갈 준비가 돼 있음을 전달했다”고도 밝혔다.
이어 “우리는 러시아가 이 제안을 지지할 것을 기다리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어떤 형식의 대화에도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며 “그러나 이를 위해 러시아는 전쟁 종식을 위한 의지를 보여야 하며, 이는 완전하고 조건 없는 휴전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결국 휴전 또는 종전을 향한 최종 키는 러시아의 푸틴이 쥐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최종 시한은 10일(러시아 현지시간)이 될 것이다. 이미 전승절을 명분으로 8일부터 3일간의 휴전을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선언했는데, 만약 러시아가 진정으로 휴전 또는 종전을 원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대로 우선적으로 무조건적인 30일 휴전에 응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만약 푸틴이 트럼프의 30일 무조건적 휴전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때부터 미국과 유럽의 러시아 제재는 본격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푸틴 휴전 제안 거부 가능성, “전쟁 멈추면 푸틴 죽는다”]
그렇다면 푸틴은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요구에도 왜 불응할 것이라 판단하는가? 더타임스는 8일(현지시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고문인 미하일로 포돌야크와의 인터뷰를 통해 “푸틴이 합리적인 평화협상에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저 환상”이라면서 “푸틴과 합리적인 대화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도했다.
포돌야크는 이어 “러시아가 경제 제재와 군사 인프라에 대한 공격으로 강제로 우크라이나 내 전투를 중단하지 않는 한 푸틴이 스스로 절대 전쟁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에 대해 더타임스는 “포돌야크의 이러한 발언은 미국의 JD 밴스 부통령이 우크라이나 평화 정착을 위한 러시아와의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시사한 이후 나온 것”이라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수사적 변화를 보면 러시아를 더욱 현실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포돌야크는 “설사 푸틴이 종전을 원하더라도 러시아가 이미 체제 자체를 전쟁경제로 완전히 재편했기 때문에 만약 푸틴이 전쟁을 중단하려 하면 쿠데타 혹은 반란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가장 많은 돈을 벌고 있는 러시아의 군산복합체가 종전을 용인하지 않는 한 푸틴은 어쩔 수 없이 전쟁을 계속할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더타임스도 “러시아의 전시경제 체제는 군산복합체의 발호를 불러왔고, 이 때문에 러시아는 적어도 자발적으로는 지금 이 전쟁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타임스는 이어 “러시아의 남성들의 전쟁 참전을 장려하기 위해 최대 400만 루블(약 6800만원)의 지원금을 제공했으며, 이를 통해 많은 가정이 집을 마련하고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면서 “이러한 일회성 지원금은 약 20만 루블(약 340만원)의 월급에 추가로 지급되는데, 이는 대부분 지역 평균 임금보다 몇 배나 높은 수준”이라고 짚었다. 더타임스는 “이와 함께 공장들도 밤낮으로 무기를 생산하며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포돌야크는 “그렇다고 러시아가 전쟁을 끝없이 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러시아는 전쟁 비용, 특히 재정적 비용을 급격히 증가시킴으로써만 평화를 강요받을 수 있는데, 그렇게 하는 가장 빠른 방법 중의 하나가 인도와 중국처럼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를 수입하는 국가에 대한 2차 제재를 가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렇게 전쟁 수행에 투입될 수 있는 수입원을 잘라버리면 러시아도 어쩔 수 없이 전쟁을 중단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달 협상 진전 부족에 러시아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제재를 도입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포돌야크는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내 군사 시설에 대한 공습 증가와 드론 공격이 러시아인들에게 전쟁의 참상을 다시금 각인시키고 있다”면서 “이번 주 모스크바 공항의 대규모 폐쇄를 초래한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의 여파로 승객들이 최대 10시간 동안 활주로에 발이 묶였던 사건이 있었는데, 이러한 일들로 인해 러시아 국민 정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짚었다.
더타임스는 러시아의 전승절 관련, 일방적 휴전선언과 관련해서도 “러시아는 자신들이 휴전선언을 해놓고도 8일에만 734건의 휴전 위반과 63건의 공격 수행이 있었다”면서 “러시아의 휴전선언은 한마디로 희극적이다”고 비판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