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 속 中서비스업 지수 7개월만에 최저치]
미국과의 관세전쟁 속에 중국의 체감경기를 반영하는 차이신(財新)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는 중국 경제의 어려움이 도를 넘어 서고 있다는 신호로 중국 당국도 결국 올 것이 왔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중국은 그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던 좀비마약, 곧 펜타닐 협상을 미국에 제안하기로 하고 치안 차르인 공안부장을 파견해 미중대화의 돌파구를 열어 보려 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통했을까? 미중 양국은 이번 주에 스위스에서 첫 공식대화를 갖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무역분쟁 속 중국의 서비스업 지수가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면서 “전날 발표된 4월 차이신 서비스업 PMI는 50.7을 기록해 전월보다 1.2포인트 하락했는데, 이는 지난달 서비스업 확장 속도가 둔화된 여파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PMI는 50을 넘으면 경기 확대, 50을 하회할 때는 경기 축소를 의미한다.
이에 대해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경제학자 황지춘은 “차이신 서비스업 PMI의 하락은 무역전쟁이 제조업 분야를 넘어 중국 경제 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앞서 발표된 4월 차이신 제조업 PMI의 경우 전월보다 0.8포인트 하락한 50.4를 기록해 지난 1월의 50.1 이래 최저 수준을 보였다. 결국 서비스업과 제조업 경기가 모두 하락하면서 같은 달 종합 PMI 지수는 전월보다 0.7포인트 하락한 51.1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차이신은 “관세 인상으로 인한 무역 차질로 4월 일부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타격을 입어 전체 신규 사업 증가율이 28개월 만에 가장 저조했다”면서 “국내 기업의 생산·경영 활동의 확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WSJ도 “무역 정책의 변화에 대한 우려가 감정에 부담을 주면서 서비스 제공업체의 기업 신뢰도가 2005년 11월 데이터 수집이 시작된 이래 두 번째로 낮은 수치로 떨어졌다”고 짚었다.
[4월 100대 도시 부동산 가격 여전히 하락세, 위기 더 깊어져]
이런 경기 악화는 중국내 부동산 위기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 신문이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것이지만 중국 경제가 살아나려면 부동산 경기의 회복이 최우선임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경기 자체가 회복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더욱더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3일, “지난 4월의 기존 주택 가격의 하락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분석가들은 이러한 주택 가격 하락은 거시경제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미중 관세 무역 전쟁이 중국 부동산 시장의 악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RFA는 이어 “중국지수연구원(CIA)이 1일 발표한 중국 100대 도시의 신축·중고주택 매매시장과 50대 도시의 임대시장 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4월 중국 100대 도시의 신축주택 평균가격은 전월 대비 0.14%, 전년 동기 대비 2.50%의 구조적 상승세를 보였지만, 그것도 1선, 2선 도시에서만 그랬고 3선, 4선 도시의 신규 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0.11% 하락했다”고 밝혔다.
RFA는 그러면서 “4월 100개 도시의 기존 중고주택 평균 가격은 전월 대비 0.69%, 전년 동기 대비 7.23% 하락했으며, 임대 수요도 둔화돼 50개 도시의 평균 임대료는 전월 대비 0.32%, 전년 대비 3.40% 하락했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국립정치대학 재무학과의 황지총 교수는 RF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부동산 시장은 아직 조정에 시간이 필요하며, 그렇게 빨리 안정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특히 빈 집과 미완성 건물이 많은데, 이를 정리하는 데는 중국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사평론가 천포콩도 RFA에 “부동산 위기는 중국의 경기 침체와 외국 무역 수출이 연관되어 있는 문제”라면서 “4월 초, 미중 관세 무역전쟁이 발발한 이후, 많은 중국 공장이 문을 닫고, 주문은 감소하고, 상품은 쌓이면서 중국 경제가 침체되고, 기업은 임금을 지불할 수 없게 되었으며,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었는데, 이러한 모든 요소가 합쳐져 부동산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포콩은 이어 “사실 신규 주택 구매 증가를 보여주는 중국 공식 자료를 신뢰할 수 없지만, 중고 주택 가격 하락은 실제 상황일 것”이라면서 “사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오랫동안 혹독한 겨울을 겪고 있는데, 관세 전쟁과 무역 전쟁의 그늘 아래 상황은 악화될 뿐, 결코 나아지지 않을 것이며 현재로서는 부동산 경기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이 전혀 없다고 봐야 옳을 것”이라고 짚었다.
천포콩은 “중국은 지난 40년 동안 내수 시장이 부족했으며 부동산에 의존해 경제를 이끌어왔다”고 지적하면서 “부동산은 중국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를 보존하는 수단 중 하나였는데, 이렇게 주택 시장은 침체되고 거래는 부진하며, 어떤 곳에서는 가격이 엄청나게 떨어졌는데, 이는 중산층에게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거시경제와 직결되어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무역전쟁과 관세전쟁은 중국 부동산 시장의 추가적인 붕괴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며, 회복의 조짐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천포콩은 내다봤다.
[무역이 무너지면 중국의 모든 것이 붕괴될 수 있다]
RFA는 “수출, 소비, 투자는 중국 경제를 움직이는 '세 마리의 말'”이라면서 “중국의 소비는 부진의 늪에서 벗어날 줄 모르고 있다”고 짚었다.
RFA는 이어 “중국 당국이 투자를 계속 진행시킬 수는 있지만 문제는 그 투자의 방향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다”면서 “현재 상황에서 그나마 중국 경제를 지탱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무역’밖에 없는데 미중간 관세전쟁이 지속된다면 중국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황지총 교수는 “관세전쟁이 시작될 당시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이 우호국들을 모으고 대미 수출 장애를 완화하기 위해 동남아시아를 방문했지만, 이 역시 어려움에 직면했다”면서 “미국처럼 중국 제품 수출을 흡수할 만큼 큰 시장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데다, 시진핑 주석이 방문한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국가들 역시 대미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지역이라는 점에서 시진핑의 의도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고 짚었다.
RFA는 “최근 중국인들 사이에 장쩌민과 후진타오도 베이징의 교통 체증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는데 시진핑이 드디어 그 문제를 해결해냈다는 말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면서 “이는 중국인들이 돈을 쓰지 않다보니 식당과 쇼핑몰들이 텅 비게 되었고, 거리에는 사람도 없다보니 베이징의 교통 체증도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고 자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것이 지금 중국의 현실이다.
[결국 ‘좀비마약’ 해결책 미국에 제시하면서 대화물꼬 튼 중국]
대외적으로는 중국이 미국의 관세전쟁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보이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미국과 대화의 길을 트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들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치안 차르'인 왕샤오훙(王小洪·68) 공안부장 겸 당 중앙서기처 서기가 트럼프 행정부가 펜타닐 원료와 관련해 중국이 무엇을 하기를 원하는지 문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마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강조했던 중국의 '좀비 마약', 곧 펜타닐 문제를 미국과 협상카드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이 펜타닐 문제에 대해 거짓 정보를 퍼뜨리고 중국을 비방하고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며 “미국이 펜타닐을 무역전쟁의 구실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펜타닐 문제는 중국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해 왔었는데, 그 문제를 중국이 미국과 협의하겠다면서 고개를 숙인 것이다. 미국에선 펜타닐 과다 복용으로 2022년에만 약 11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쑨윈(孫韵) 미 스팀슨센터 중국프로그램 디렉터는 “(펜타닐 협상은) 두 나라가 더 긍정적인 톤으로 (무역)협상을 시작할 수 있는 쇄빙선(icebreaker)이 될 수 있다”며 “양쪽 모두 협상이 시작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홍콩의 성도일보도 지난 4일, WSJ의 왕샤오훙 파견설을 1면 머리기사에 게재하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이 펜타닐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힌 첫 번째 사례”라며 “관세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협상의 대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자 미국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겨울 쇼핑 시즌에 앞서 무역 협정이 타결될 수 있다”고 말한 후 “지금 중국 공장들이 문을 닫고 있는데, 연말연시 시즌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만약 주문이 들어오지 않으면 중국에 치명적일 수 있다”면서 연내 협상 타결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러한 대화 타진 의사가 오고가더니 결국 이번 주에 미국과 중국이 스위스에서 만나 관세전쟁과 관련된 공식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미국 재무부는 6일(현지시간)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이 오는 8일 스위스를 방문할 계획이며, 스위스에 있는 동안 경제 현안을 담당하는 중국 측 수석대표를 만난다고 밝혔다.
여기서 언급된 '중국 측 수석대표'는 중국의 '경제 실세'로 불리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를 가리킨다. 중국은 허 부총리를 중미 경제 무역 선도인(牽頭人)으로 지칭한다. 미국도 그동안 중국의 관세전쟁 관련 대화를 할 수 있는 인물로 허리펑을 지목해 왔다.
한편, 중국이 협상대표로 나설 왕서우원(王受文·59) 상무부 부부장 겸 무역담판대표를 이례적으로 한직으로 좌천시켜 그 배경이 주목된다. 그리고 새로운 무역담판 대표로 리청강(李成鋼·58) 세계무역기구(WTO) 중국대표를 임명했다.
요직인 무역담판대표는 상무부장으로 영전할 수 있는 핵심 요직인데 왕서우원이 승진은커녕 사실상 좌천됐다는 것은 아마도 미중간 갈등을 불러오는데 그의 실수가 컸다고 본 것이 아닌가하는 추정도 나온다. 어찌되었던 중국은 미국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길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있고 본격적 대화를 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