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 여파, 중국 자체 개발 여객기 조립도 올스톱 가능성]
중국이 미국 보잉에 발주한 3대의 여객기를 미국에 반환한데 이어 올해 인수하기로 한 29대를 모두 반납하기로 하면서 마치 미국의 관세전쟁에 대해 엄청난 보복을 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중국의 그러한 조치로 인해 장기적인 여객기 수급 계획이 완전히 무너짐은 물론이고, 심지어 중국이 자체 개발한 여객기의 생산마저 올스톱될 위기에 처하면서 완전한 혼란에 직면해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시간) “중국이 관세전쟁을 벌이면서 보잉 여객기를 돌려 보낸 이후, 중국이 자체 개발했다는 C919 제트여객기의 생산마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COMAC의 C919 생산에 있어 미국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에서 중국산 여객기 생산을 대폭 늘려 보잉 수입에 대체하려던 중국의 꿈이 완전히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FT는 이어 “수년간 베이징은 중국 최초의 국산 여객기인 C919가 보잉과 에어버스의 항공기 시장 지배력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왔으며, 이는 중국의 기술 자립과 국영 항공기 제조사인 COMAC의 기술적 진보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여겨졌다”면서 “그러나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되면서 분석가들은 C919가 핵심 부품이 미국 공급업체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생산 확대 계획에 위협이 될 수 있으며, 이미 운항 중인 여객기의 유지보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짚었다.
FT는 또한 “중국 국영 3대 항공사가 이미 17대의 C919를 운항 중이며, COMAC은 올해 단일 통로 항공기인 C919를 최소 30대 더 생산할 계획인 가운데, 워싱턴과 베이징 간의 긴장은 중국 기업들이 공급망에서 미국 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BoA(Bank of America)의 분석가 론 엡스타인(Ron Epstein)은 “2023년 중국에서 첫 상업 비행에 성공한 C919는 미국 48개, 유럽 26개, 중국 14개 기업을 주요 공급업체로 두고 있다”면서 “제트기용 서구 항공기 부품의 대부분에 대해 중국내 대체품을 현재는 거의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리처드 아부라피아(Richard Aboulafia) 에어로다이나믹 대표는 “미국은 언제든지 COMAC의 생산을 중단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중국이 이러한 현실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덜컥 보잉사 여객기의 수입을 거부하는 우를 범했다고 꼬집은 것이다.
[美 항공기 부품 통제시 COMAC 생산/유지보수 전면 중단]
실제로 C919의 가장 중요한 부품 중 하나인 LEAP-1C 엔진은 미국 GE 항공우주와 프랑스 제조사 사프란(Safran)의 합작사인 CFM 인터내셔널이 제작한다.
이에 대해 항공 컨설팅 업체 IBA의 컨설팅 담당자 댄 테일러는 “중국은 국내 대체품인 CJ-1000A를 개발 중이지만, 여전히 테스트 중이며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서 “CFM International은 프랑스에서도 엔진을 생산 중이지만, 핵심 모듈은 모두 미국 오하이오에서 생산된다”고 말했다.
댄 테일러는 이어 “결국 LEAP-1C 엔진에 대해 미국 당국이 중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실시한다면 중국은 당장 여객기 조립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중국의 지도부가 이러한 현실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덜컥 보잉사 수입 중단을 결정했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간다는 것이다.
FT는 “C919의 다른 미국 공급업체로는 허니웰, 콜린스 항공우주, 크레인 항공우주 & 전자, 파커 항공우주 등이 있으며, 이들은 다양한 핵심 부품과 항공 시스템을 공급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BoA의 론 엡스타인은 “다른 산업과 달리 상업용 항공우주 산업은 중국 저비용 시스템으로는 결코 해결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면서 “C919에 공급되는 중국 업체 대부분은 엔진, 제어 시스템, 항공 전자 장비, 구동 시스템 등 고부가가치 부품은 결코 중국에서 생산해 내지 못한다”고 짚었다.
론 엡스타인은 이어 “미국이 어느 시점에 중국에 대한 핵심 부품 수출을 제한하게 된다면 당장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항공기 부품 구매가 중단되면서 C919 조립 프로그램 역시 중단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국 기반 항공우주 및 방산 분석가 사시 투사도 “미국이 ‘현재까지 C919 부품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미국은 언제든지 그러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다수의 항공 분석가들은 “현재 중국이 운영중인 C919 항공기의 사후 서비스, 특히 수리 및 유지보수 지원도 미국 공급업체에 의존해야만 한다”면서 “물론 현재 COMAC이 단기적으로 유지 보수할 부품 재고를 충분히 가지고 있겠지만,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앞으로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차원에서 미국이 중국과 관세전쟁을 벌이면서 미국은 아직 중국에 대해 아무런 완화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 중국은 이미 항공 관련 제품을 포함해 일부 품목에 대해 관세부과 조치를 전격 철회했다. 이들 제품에 대한 중국의 관세 부과 조치 자체가 중국에게 오히려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COMAC 생산 중단시 中국영 항공사 엄청난 타격 불가피]
그런데 미국이 항공기 부품에 대한 중국 수출을 통제하게 된다면 당장 COMAC은 여객기 조립 자체를 할 수 없게 되고, 이렇게 되면 중국의 국영 항공사들이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OAG Aviation의 아시아 담당 책임자 메이유르 파텔은 “2031년까지 에어차이나, 중국동방항공, 중국남방항공은 각각 최소 100대의 C919 항공기를 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COMAC은 지난해 중국 항공사에 13대의 C919를 인도했으며, 올해 첫 3개월 동안 단 1대의 C919만 인도되었는데, 이렇게 COMAC의 생산 속도가 워낙 느리다보니 중국이 자체 조립하는 여객기로 중국 항공사들의 수요를 결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에어버스는 물론이고 보잉사로의 수주 또한 대폭 늘려야만 하는 상황인데, 미국에 보복을 한답시고 덜컥 보잉사 여객기의 인도를 거부하면서 돌려보내기까지 했으니, 앞으로 이 일을 어떻게 감당해 나갈지 오히려 궁금해진다.
이렇게 중국 당국이 사실상 대형사고를 쳤다고 생각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중국 상무부는 지난 주 “중국이 미국 기업과의 정상적인 협력을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잉사의 항공기 인수 거부는 이미 벌어진 일이고, 심지어 올해 도입키로한 50여대 이상의 여객기 또한 도입이 사실상 무산되었으니 이 엄청난 문제를 도대체 어떻게 수습해 나갈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COMAC의 인증에도 엄청난 장애물, 국제인증 받기 어렵다]
중국의 참으로 어리석은 결정에 의한 보잉의 인수 거부는 단지 여객기 수입 불가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고, 중국이 자체 조립 개발하는 여객기의 생산에도 당연히 문제가 될 뿐 아니라 C919의 국제인증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FT는 이에 대해 “관세와 서방 국가의 핵심 부품 공급 불확실성은 COMAC의 C919가 중국 외 지역 공급 및 운항 계획을 재검토하도록 촉발할 수 있다”면서 “C919는 당장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유럽 항공 규제 기관의 국제 인증을 아직 획득하지 못해 중국 외 지역 운항과 글로벌 판매 확대에 제한을 받고 있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COMAC의 마케팅 및 영업 부문 부사장인 양양은 지난 1월, FT와의 인터뷰에서 “2026년까지 동남아시아에서 단일 통로 항공기를 운항하고, 올해 초에는 유럽 인증을 받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유럽 항공 안전청(EASA)은 최근 “C919가 승인을 받기까지 3~6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FT는 “미 연방 항공청(FAA)의 인증은 미중 갈등으로 인해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결국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중국이 자체 개발했다는 C919의 인증을 해 주지 않는다면 C919는 결국 중국내에서만 비행할 수밖에 없게 된다.
물론 C919가 국내 비행용으로만 제작해도 그 수요는 충분하겠지만, 국제선을 뛰어야 할 여객기 중에 보잉에서의 수입 중단으로 말미암아 앞으로 중국 항공사들의 여객기 수급이 불투명해지면서 사실상 항공 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여객기의 신규 수급이 중단되면서 일어나는 혼란을 중국의 능력으로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 당국이 미국에 대해 보복한답시고 욱하는 마음에서 보잉사 여객기의 인수를 거부한 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대형사고를 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이 문제는 설사 미중간 무역관세 분쟁이 해결된다고 해서 없었던 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중국이 인수 거부한 항공기들이 이미 다른 주인들을 찾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국내 국영 항공사들의 기체 수급 대란은 불보듯 뻔하다. 중국 내에서 누가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모르지만 그런 작자는 당장 퇴출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일은 중국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이 뻔해 보인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