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개의 통계 발행 중단한 중국, 뭔가 숨기고 있다]
중국 경제가 날이 갈수록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현재 상황을 추정할 수 있는 통계들을 중국 정부가 아예 만들어내지 않거나 꼭꼭 숨기면서 은폐하려 하고 있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이러한 조치는 역으로 그만큼 지금 중국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말해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자(현지시간) 지면을 통해 “최근까지 중국 경제에 대한 광범위한 통계들을 찾아내 분석할 수 있었지만 최근들어 그러한 통계들이 전혀 공개되지 않거나 아예 생산조차 하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로인해 중국 경제의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게 됐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특히 토지 판매 지표, 외국 투자 데이터, 실업률 지표 등이 최근 몇 년간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화장 통계와 기업 신뢰도 지수도 중단되었다”면서 “심지어 공식 간장 생산 보고서까지 사라졌다”고 밝혔다.
WSJ은 또한 “중국 당국은 연구자와 투자자들이 사용하던 수백 개의 데이터 포인트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중국 당국은 데이터 공개 중단이나 보류에 대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면서 “사라진 숫자들은 세계 두 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가지고 있는 중국의 과도한 부채, 붕괴되는 부동산 시장 및 기타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에 시작되었으며, 이는 당국이 경제 현실을 은폐하기 위해 강경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실제로 중국 국가통계국은 최근 몇 년간 도시 지역 실업률과 관련된 일부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WSJ은 “이처럼 사라지는 데이터는 워싱턴과 베이징 간의 무역 전쟁이 중국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글로벌 성장 둔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요한 시점에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서 “미국과의 무역 급감은 이미 생산 중단과 일자리 감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경제성장률, 당국 발표보다 2~3% 낮을 가능성]
WSJ은 그러면서 “그동안 중국 성장률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항상 어려웠다”면서 “많은 경제학자들은 중국 공식 국내총생산(GDP) 데이터의 신뢰성을 오랫동안 의심해 왔으며, 최근 우려가 더욱 커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 당국이 발표하는 GDP 성장률 추계치는 2023년 5.2%, 2024년 5%였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베이징 당국이 성장률 수치를 2~3%포인트 과대계상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WSJ은 “경제학자들은 중국 성장률을 더 현실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영화 박스오피스 매출, 야간 조명 강도를 측정하는 위성 데이터, 시멘트 공장 가동률, 주요 전력회사의 전기 생산량 등 대체 자료를 활용하고 있다”면서 “일부는 중국 기술 대기업 Baidu가 운영하는 지도 서비스의 위치 데이터를 분석해 기업 활동을 측정하기도 한다”고 짚었다.
이렇게 중국 GDP 통계에 대한 의문은 수년간 이어져 왔다. 전 중국 총리 리커창은 2007년 미국 대사에게 “자신이 당시 관할하던 중국 한 성의 GDP 데이터가 ‘인위적으로 조작된 것’이며 따라서 신뢰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리커창은 “대신 전기 소비량, 철도 화물량, 신규 은행 대출을 추적해 정확한 수치를 추정했다”면서 “공식 GDP 수치는 참고용일 뿐”이라고 말했다. 리커창은 지난 2023년 10월에 돌연사했다.
현실이 이렇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의 공식적인 경제성장률 발표치를 믿지 않는다. 2024년에도 중국의 공식 GDP 성장률 5%는 정부가 전년도에 설정한 목표와 정확히 일치했다.
그러나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 수치를 무시했으며, 한 경제학자는 “당국이 더 낮은 수치를 발표했더라면 더 신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소매 판매, 건설 활동 및 기타 데이터 등이 하락했음에도 성장률이 그런 수치로 나왔다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영 SDIC 증권사의 유명 중국 경제학자 가오 산웬은 지난해 12월, 워싱턴에서 열린 회의에서 “중국 경제 성장률이 지난 몇 년간 약 2% 정도일 수 있다”고 밝히며, “중국 실제 성장률의 정확한 수치를 모른다”고 덧붙였다. 가오 산웬의 이러한 발표에 당황한 시진핑은 곧바로 그에게 무기한 발언을 금지시키는 징계를 내리도록 명령했다.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는 지난 2월, 수입 데이터 등 국내 소비의 대리 지표로 해석될 수 있는 수치를 분석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을 측정하는 대체 방법을 제시했다. 이 방법은 무역 데이터가 수시로 발표되는데다 중국의 무역 파트너들도 해당 수치를 보고하기 때문에 조작이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했다. 이 접근 방식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의 성장률은 평균 3.7%로 추산됐다.
그러나 뉴욕에 본사를 둔 연구 기관인 로디움 그룹은 다른 방법을 사용해 “2024년 성장률이 2.4%에 가깝다”“고 밝혔다.
[경제 성장률 5% 무너지면 공산당 존재 이유도 사라진다!]
이렇게 중국 공산당이 경제성장률 수치를 5%라고 우기면서 이를 고집하는 이유는 우선적으로 중국의 중산층 인민들에게 중국의 미래에 대해 불안하게 만들지 않으려는 것이며, 특히 미국과 미지의 영역에서 경쟁하는 상황에서 중국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결코 보여주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중국 당국이 숨기고 은폐하는 경제 데이터들은 베이징 당국에겐 민감하거나 골칫거리인 내용들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몇 년간 수십억 달러의 가계 자산을 증발시키고 실망한 주택 구매자들의 시위를 촉발한 부동산 시장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시장의 번성기에는 중국 개발업체들이 지방 정부로부터 천문학적인 가격에 토지를 매입했고, 이 거래들은 지방 정부 재정에 자금을 쏟아붓도록 만들었으며, 지방정부들은이 자금을 미래 개발 계획에 투자하면서 경제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했다.
이렇게 활황을 지속하던 부동산 경제는 지난 2021년 시진핑 주석이 해당 산업에 대한 신용을 강화하면서부터 급속하게 냉각되기 시작했다. 곧바로 주택 판매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파산하면서, 중국 싱크탱크인 베이커 연구소는 2022년 보고서에서 ”28개 중국 도시의 평균 주택 공실률이 미국의 다른 지역보다 높다“고 밝혔다.
이는 과잉 공급의 신호로 해석되었다. 이 보고서는 특히 중국이 공식 공실률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주목을 받았으며, 이에 따라 부동산 분석가들은 개발업체들이 얼마나 과도하게 건설했는지 파악하려 했다.
당시 실제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토지 판매 가치는 48% 급감했다. 이는 부채가 많은 지방 정부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겨주었는데, 이로인해 당장 급여 지급이나 인프라 프로젝트 지속에 필요한 자금이 갑자기 부족해졌다. 그러나 이 데이터는 2023년 초에 사라졌다. 중국 당국이 이 수치마저 은폐한 것이다.
[중국 경제 엔진을 식게 만드는 투자자 이탈 문제]
지난 2024년 4월, 경제 우려가 심화되면서 중국의 주식 시장은 위기에 처했다. 외국 투자자들은 2주 동안 중국 주식에서 20억 달러 이상을 매도하며 국내 개인 투자자들을 불안에 빠뜨렸다.
그런데 직후 상하이 및 선전 증시 두 주요 거래소는 외국 투자자의 자금 유입·유출 실시간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갑작스럽게 발표했다. 상하이 증시 측은 성명을 통해 “다른 국제 시장과 일치하도록 정책을 조정한다”며 “특정 투자자 그룹의 실시간 거래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 국제 관행을 따르겠다”고 설명했다.
당국이 지난해 5월 중순 실시간 데이터 공개를 중단한 후 CSI 300 지수는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으며, 당국은 9월에 약화된 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긴급 조치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중국 경제 데이터에 대한 은폐 행위는 더욱 강화됐다.
지난 2022년말 코로나 19 확산 시기에도 중국 당국은 화장 데이터를 은폐했다. 또한 출산율 자료 또한 돌연 비공개로 돌렸다. 낮은 출산이 주요 경제 지표에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경제학자 이푸시안(Yi Fuxian)은 중국의 인구 데이터 정확성을 의심하며 결핵 백신 접종이 인구 증가의 더 나은 지표라고 주장했다. 중국에서는 모든 신생아가 결핵 백신을 접종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0년, 민간 중국 싱크탱크인 포워드 비즈니스 앤드 인텔리전스(Forward Business and Intelligence)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해당 백신은 540만 회 접종되었다. 중국 당국은 그해 출생 인구를 1210만 명으로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1년 후, 국가 식품의약품 감독국은 결핵 백신 접종 주간 데이터 공개를 중단했으며, 다른 백신 데이터도 함께 중단되었다.
이렇게 중국은 경제 통계를 수시로 은폐하거나 아예 생산을 중단하는 등 국가의 실체를 정확하게 알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 당국은 왜 이렇게 통계 자료를 숨기는 것일까? 그것은 진실이 드러나면 중국 공산당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고, 이는 당장 시진핑의 무능으로 이어지면서 퇴진 운동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금 중국 당국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실이 두렵기 때문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