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中스파이 유럽의회 문건 500건 빼내...유럽과 해빙하려던 中 큰 타격 - “중국 스파이, 유럽의회 문건 500건 빼내” - 중국-유럽 외교 관계에 찬물 끼얹은 스파이 사건 - 한국도 중국 스파이 천국, 그럼에도 간첩죄 처벌 못한다!
  • 기사등록 2025-05-02 11:47:55
기사수정



[“중국 스파이, 유럽의회 문건 500건 빼내”]


중국 스파이가 유럽 의회에 침투해 500여건의 기밀문서를 빼돌린 것이 독일 수사당국에 의해 밝혀져 파문이 커지고 있다. 물론 중국 스파이의 국제적 활동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그 규모도 큰데다 중국이 유럽과 힘을 합쳐 미국의 관세전쟁에 대응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스파이 사건이 터졌다는 점은 중국이 외교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자 지면을 통해 “중국의 스파이가 유럽의회의 우익성향 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베이징을 위해 500여개의 문서를 수집한 정황이 드러났다”면서 “이번 독일에서의 중국 스파이 기소는 중국이 유럽과 해빙을 시도하려는 와중에 벌어진 일이라 중국에게는 엄청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특히 보수 성향의 프리드리히 메르츠가 독일의 새 총리로 선출되어 독일의 외교정책을 재편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터져나온 일이라는 점에서 독일의 대 중국 정책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독일 연방검찰은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유럽의회 의원 보좌관 지위를 이용해 각종 문건을 빼돌린 혐의로 독일 국적자인 지안 궈(44)를 지난 9일 구속 기소했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그는 이 기간 독일대안당(AfD) 소속 막시밀리안 크라 유럽의회 의원의 보좌관으로 근무하며 유럽의회가 '민감한 서류'로 분류한 문건 500여건을 입수하고 협상·결정 관련 정보를 중국 정보기관에 넘긴 혐의(형법상 타국 정보기관을 위한 간첩 등)를 받고 있다.


독일 검찰은 “그가 2002년부터 독일에서 중국 정보기관 요원으로 근무하며 AfD 정치인, 독일 내 중국 반체제 인사와 관련한 첩보를 수집하는 등 광범위한 정보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중국 출신인 지안 궈는 독일 드레스덴공대에서 독문학과 역사학을 공부하고 중국 태양광업체에서 일하다가 크라 의원의 보좌관으로 합류했다. 검찰은 독일 라이프치히 공항에서 물류업체 직원으로 일하며 지안 궈에게 군수업체 무기수송과 화물·승객 정보를 넘긴 혐의로 중국 국적자 야치 X를 함께 기소했다.


독일 검찰은 유럽의회 선거를 한 달여 앞둔 지난해 4월 지안 궈를 체포하고 수사했다. 또 크라 의원이 중국 또는 러시아 측에서 뇌물을 받았는지 내사에 들어갔다.


크라 의원은 작년 6월 유럽의회 선거에 AfD 1순위 후보로 출마했으나 스파이 의혹에 대해 언론 인터뷰에서 나치 준군사조직인 친위대(SS)를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럼에도 크라 의원은 지난 2월 독일 총선에서 당선돼 연방의회 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중국-유럽 외교 관계에 찬물 끼얹은 스파이 사건]


눈여겨볼 것은 이번 중국 스파이 사건이 외교 관계에 끼칠 파장이다. 당장 중국과 유럽연합(EU)는 오는 7월 정상회담을 가지기로 했고, 또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압적 외교에 맞서 연대를 결성하기로 구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 타져나온 중국 스파이 사건은 이러한 중국의 구상을 완전히 무너뜨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렇지 않아도 독일의 총리로 새로 취임하는 보수 성향의 프리드리히 메르츠가 반중(反中)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에 중국 스파이 사건까지 불거지면서 독일의 친 중국 정책은 이미 물건너 갔으며, 오히려 유럽 전체에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새롭게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니나 다를까 메르츠 대표는 “양국의 이익이 겹치는 지점에서는 협력을 모색하겠지만, 이전 정부보다 중국에 비판적인 정책을 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U 역시 비슷한 딜레마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대서양 동맹의 오랜 역사에 아랑곳하지 않고 방위비 인상과 고율 관세를 밀어붙이는 트럼프 행정부를 맞아 EU도 중국과의 협력 범위를 늘리는 전략으로 기울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과 중국은 상호 제재로 걸었던 빗장을 빼며 화해를 도모하고 있다. 유럽의회는 지난 24일 유럽의회와 중국이 2021년 상호 부과했던 제재를 해제하는 논의가 최종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당시 EU가 중국 신장 지역의 소수민족 인권침해를 문제 삼아 중국 당국자들을 제재하자 중국이 맞불 제재로 응수했다.


미국과의 관세전쟁 격화 속에 중국 역시 유럽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1일 방중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를 만나 “중국과 EU가 미국의 괴롭힘에 함께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러한 흐름은 미국의 대중 견제에 대한 유럽의 지원도 약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WSJ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향후 중국을 약화시키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에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때만큼 부응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과 유럽간의 데탕트 분위기가 이번 사건으로 일순간에 차갑게 식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곳곳서 끊이질 않는 中 스파이 논란, 이유는?]


중요한 것은 중국 스파이 논란이 일어나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어느 특정 지역에서만 벌어지는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의 경우에도 벨기에, 네덜란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위스, 호주, 필리핀 등 다양한 나라에서 중국의 스파이 관련 논란이 일었었다.


필리핀에서는 중국 견제를 위한 군사적 교두보 지역에 중국 유학생 수천 명이 몰려들어 주목을 끌었다. 눈여겨 볼 점은 해당 지역이 대만에서 400km 떨어진 필리핀 최북단의 카가얀주로 이곳에는 미군 기지 2곳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중국과 필리핀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시점에 돌연 중국인 유학생이 늘어나자 필리핀 당국도 이에 대한 긴급 수사에 들어갔다.


이렇게 미군 기지 등의 군사시설 인근에 중국 유학생들이 출몰하는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프랑스와 스위스에서도 있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 해군의 핵잠수함 기지가 있는 브레스트 지역에 중국 스파이의 ‘허니팟’(미인계) 공작이 의심된다”고 지난해 4월 29일 보도한 바 있다.


WSJ도 지난 해 4월, 미국 최첨단 5세대 전투기 F-35를 도입하기로 한 스위스에서 벌어진 ‘스파이 소동’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스위스 공군 비행장 근처에서 중국인 가족이 운영하던 ‘호텔 뢰슬리’가 중국 정보기관의 감시 초소로 의심된다며 스위스 연방 경찰이 조사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서방 각국이 이렇게 중국 유학생들을 비롯한 중국인들에 대해 경계를 하는 것은 2017년 개정된 중국 ‘국가정보법’ 7조에 따르면 모든 중국인은 국가의 첩보 활동과 기밀 유지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호주의 ABC방송은 지난해 5월 13일, 탐사보도 프로그램 ‘포코너스’를 통해 호주로 망명한 중국 공작원 출신 에릭(가명)은 자신이 2008년부터 2023년까지 해외에서 해온 비밀경찰 활동과 해외 체류 반체제 인사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사냥’ 방식을 상세히 폭로했다.


이렇게 중국 스파이 사건은 하나 하나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나다. 이렇게 중국 스파이 사건이 지나치게 늘어나자, 지난 2023년 10월 미국 주도의 정보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수장들이 첫 공개회의를 갖고 중국의 위협에 대해 직접 경고하고 나설 정도가 됐다.


[한국도 중국 스파이 천국, 그럼에도 간첩죄 처벌 못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할까? 국가정보원은 지난 4월 30일, 국회 정보위에 보고한 자료에서 “중국인들의 촬영 대상은 군 기지, 공항·항만, 국정원 등 핵심 군사시설 및 국가 중요 시설에 집중됐다”면서 “촬영자는 관광객 등 일시 방한객과 유학생이 대부분이고, 그중 일부 고등학생 등 미성년자도 포함됐으며 촬영 목적은 여행 기록용이라고 주장하지만, 군사기지법 적용 경계선 밖에서 고성능 카메라나 무전기 등을 사용해 활동하는 등 국내법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분석된다”고 밝혔다.


중국인들은 지난해 6월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 정박한 미 항공모함을 드론으로 촬영했고, 지난달에는 아버지가 중국 공안으로 알려진 중국인 10대 등 2명이 경기 수원 공군 기지와 오산 미 공군 기지 전투기 이착륙 장면을 몰래 촬영하다 경찰에 입건됐다.


문제는 이처럼 우리 군과 주한 미군 정보를 빼가려는 명백한 간첩 혐의가 있어도 법령상 이들을 ‘간첩죄’로 처벌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행 간첩죄가 ‘적국’(북한)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간첩법의 허점으로 인해 북한이 아닌 중국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해도 법적으로 처벌할 근거가 없다. 이는 남북이 대치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안보를 지극히 위협하는 행위이지만 법의 미비로 이를 처벌할 수 없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중국인들은 아무런 부담도 없이 스파이 행위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난해 형법 98조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적국’(敵國)에서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형법 개정안은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전체회의 상정을 앞두고 민주당이 돌연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법의 상정을 보고받은 지도부에서 반대 의사를 표명해 그렇게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간첩법 개정을 통해 북한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이 우리나라 산업 경제 혹은 군사 안보와 관련된 국가 기밀을 누출하거나 탐지·획득하는 부분에 대해 간첩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일본·중국 등에선 적국뿐 아니라 외국을 위한 간첩 행위도 처벌하는 법을 두고 있다. 우리도 반드시 그렇게 되야 하지 않겠는가? 하루빨리 간첩법이 수정되어 통과될 수 있기를 바란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2236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