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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유럽 코앞에 군 기지·병력 늘리는 푸틴, 나토와 전쟁 대비하나? - 나토회원국 핀란드 국경 인근에 군 기지 확장…병력도 3배로 - 전쟁 빌드업에 총력 기울이는 러시아, 전쟁 경제로 살길 찾아 - 우크라전의 빠른 종전과 이득이 푸틴의 추가 도발 의지 키워
  • 기사등록 2025-04-29 04:3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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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회원국 핀란드 국경 인근에 군 기지 확장…병력도 3배로]


우크라이나와 3년 넘게 전쟁을 하면서 이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 아래 종전을 논의하고 있는 러시아가 최근에는 핀란드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 동유럽 국가 국경 지역에 군사력을 대폭 강화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전쟁에도 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은 핀란드 국경에서 동쪽으로 약 160㎞ 떨어진 러시아 북서부 도시 페트로자보츠크에 군 기지 확장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 “러시아는 이곳에 병력 수만명을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군 본부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WSJ은 서방의 군 및 정보당국의 자료를 인용해 “현재 우크라이나 최전선에서 복무 중인 이들 병사들은 NATO와의 전쟁을 준비하는 러시아군의 중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실제로 1940년 소련에 영토를 넘겨야 했던 핀란드는 수십 년간 모스크바와의 충돌을 피하려고 애써 왔다. 그러다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NATO에 가입한 핀란드는 전자 방어 시설과 철조망 울타리로 국경을 강화하고 있다.


크렘린궁과의 관계 회복을 시도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에 휴전 협정을 받아들이도록 압력을 가해 온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다른 나라에 대한 야망을 품고 있다는 우려는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러시아에 대한 온화한 태도가 오히려 푸틴의 도발을 지속하도록 만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이 NATO에 대한 지지를 줄일 경우, 러시아가 NATO와 전쟁을 벌일 수 있다고 경고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 말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WSJ은 “러시아 내부의 군사 전문가들은 핀란드 국경에서 벌어지는 활동을 NATO와의 잠재적 갈등에 대비한 크렘린의 준비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모스크바에 위치한 국방 싱크탱크인 전략기술분석센터(Center for the Analysis of Strategies and Technologies)의 루슬란 푸코프 소장은 “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돌아오면 국경 너머로 자신들이 적대시하는 국가를 바라보게 될 것”이라면서 “지난 10년간의 논리를 보면 NATO와의 갈등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러시아 관리들은 다양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작년 말 국방부 회의에서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러시아군이 NATO와의 충돌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고, 같은 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러시아가 공격 준비가 되어 있다고 암시함으로써 자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으며, 현재의 긴장은 NATO의 소행”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러시아가 NATO 동부 측면에서 군사력을 증강할 준비를 하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 약 100만 명이었던 병력을 최대 150만 명까지 확대하라고 명령했다.


러시아는 올해 군사비를 GDP의 6% 이상으로 늘렸는데, 이는 전쟁 전 3.6%에서 증가한 수치이다. 이에 비해 미국은 작년 GDP의 3.4%를 군사비로 지출했고, EU 국가들은 평균 2.1%를 군사비로 지출했다.


[전쟁 빌드업에 총력 기울이는 러시아, 전쟁 경제로 살길 찾아]


사실 우크라이나와 3년 넘게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의 경제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WSJ도 이에 대해 “러시아의 지출 증가로 무기 공장의 생산 능력이 한계에 도달하게 되면서, 군수 산업 회사들이 생산 라인을 확장하고 새로운 시설을 열게 되었다”고 짚었다.


WSJ은 이어 “러시아는 2021년 침공 전 주력 전차인 T-90M을 약 40대 생산했는데, 현재는 연간 약 300대를 생산하고 있다”면서 “이들 신제품들을 우크라이나 전선에는 거의 투입되지 않고, 향후 사용을 위해 러시아 영토에 남아 있는데, 올해 포병포와 탄약의 생산량은 약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드론 품질과 생산량도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럽주둔 미군 사령관 크리스토퍼 카볼리 장군은 이달 상원 위원회에서 “러시아군은 대부분의 분석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재편되고 성장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전투의 대부분을 감당해 온 러시아군은 전쟁 초기보다 현재 규모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덴마크 정보기관은 지난 2월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NATO의 약화를 인지할 경우 5년 안에 유럽에서 대규모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서방 군 관계자들은 “우크라이나에서의 휴전으로 말미암아 러시아군이 준비 태세를 더욱 신속하게 강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일부 NATO 회원국들은 탱크의 공격을 막기 위해 국경을 강화하고, 참호를 파고, '용의 이빨'로 알려진 피라미드형 장애물을 설치하고 있다. 폴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는 대인지뢰 사용을 금지하는 국제 조약에서 탈퇴했다.


[우크라전의 빠른 종전과 이득이 푸틴의 추가 도발 의지 키워]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한 때 중단하기도 했고, 지금도 원활하게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황을 러시아가 악용하면서 러시아가 한숨 돌릴 여지를 갖게 됐고, 이젠 크름반도의 러시아 영토 인정과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대한 러시아 귀속 가능성까지 종전 조건으로 제시되면서 러시아는 이젠 유럽을 향한 도발 의지까지 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민간 경제의 어려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전쟁 물자 증산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전쟁경제로 러시아 경제를 이끌어 가려는 심산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전쟁 물자 증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유럽 각국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폴란드 국방장관 블라디슬라프 코시니악-카미시는 인터뷰에서 “시간이 많지 않다”면서 “우리는 강력한 동맹, 강력한 지휘 체계, 그리고 잘 갖춰진 군사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특히 최근들어 부쩍 늘어나고 있는 러시아의 그림자전쟁도 유럽사회는 주목하고 있다. WSJ은 “서방 관계자들은 러시아가 최근 몇 년간 유럽에서 수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밀 작전이 서방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보복 조치를 취하려는 모스크바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증거로 보고 있다”면서 “러시아 군 정보기관은 대형 운송업체 DHL이 운항하는 항공기에 소이탄을 설치하기도 하고, 독일 무기 제조업체 최고경영자를 암살하려는 음모의 배후에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한 유럽 정보 당국자는 “러시아가 에스토니아와 같이 러시아 인구가 많은 소규모 NATO 국가에 대한 침공을 통해 동맹의 응집력을 시험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WSJ은 “러시아가 NATO에 맞설 수 있는 능력은 부분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군대를 재건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에 있는 싱크탱크인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러시아 및 유라시아 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인 마이클 코프만은 “러시아군이 발트 3국을 상대로 제한적인 작전을 얼마나 빨리 수행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상당히 빠를 수 있다”면서 “발트 3국 관계자들은 우크라이나전 종전후 2~3년 정도를 예상하고 있으며, 만약 기준이 NATO와 같은 대규모 전쟁이라면, 시나리오에 따라 7~10년 정도가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군사력 강화를 통해 지배력 강화 시도하는 푸틴]


수 세기 동안 러시아의 군사력은 유럽의 강대국 중 하나로 군림했다. 또한 나폴레옹과 히틀러가 러시아 영토를 감히 침공할 때마다 러시아는 그들을 모두 격파했다. 특히 소련의 제2차 세계 대전 참전은 전쟁의 방향을 바꾸고 이후 냉전 시대의 토대를 마련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우크라이나 등 과거 동맹국들이 서방으로 넘어간 유럽에서 영향력을 되찾으려는 러시아의 노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러한 군사적 유산을 활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NATO 국경을 따라 군사력을 확장하면 서방이 더욱 강력해진 모스크바와 다시 관계를 맺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듯하다.


이러한 생각 때문에 푸틴은 언제든지 유럽을 침공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을 자신의 최대 임무로 여기고 있는 듯 보인다. WSJ은 이와 관련해 “크렘린은 지난해 국내 군대 조직 방식을 바꾸어, 가장 큰 도시인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방어에 연계된 새로운 구역을 만들었다”면서 “모스크바 군관구에서 러시아는 자국 군대가 사용하는 도로 및 철도 노선을 우크라이나에 대한 초기 침공의 전초기지였던 벨라루스의 도로 및 철도 노선과 통합했다”고 짚었다.


WSJ은 이어 “병력 증원은 대부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핀란드와 접한 레닌그라드 지구에서 이루어질 것”이라면서 “서방 군 및 정보 당국에 따르면, 소규모 여단은 규모가 거의 세 배로 확대되어 1만 명 규모의 사단으로 편성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핀란드 기반 군사연구단체 블랙버드그룹이 분석한 위성 이미지에 따르면 2022년 이후 최근까지 러시아의 핀란드, 노르웨이 국경 지역에는 군사 장비 저장 시설과 병사 숙소 등이 추가로 설치됐으며, 장비들을 나르기 위한 철로도 새로 깔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러시아군은 페트로자보츠크와 그 인근 지역에 추가로 배치될 군사 병력을 위한 새로운 막사와 훈련장을 건설하고 배치된 무기 및 철로 시설도 업그레이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서방 당국자들 역시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 전선에 배치되어 있는 러시아 군인들이 나중에 핀란드 국경 등에 배치된다면 이 병력은 러시아군이 나중에 나토와 전쟁을 준비하는 데에 있어 중추 부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은 특히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폭 늘어난 러시아의 국방비 지출과 무기 생산, 모병 규모 등도 러시아가 나토와의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면서 “러시아 국방부가 최근 군인들에게 지급하는 월급과 혜택도 크게 늘리면서 러시아군 신병 모집 규모 역시 매달 증가하는 추세”라고 짚었다.


이런 관점에서 우크라이나 종전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도 다시한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마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쟁에서 승리한 것처럼 마무리된다면, 푸틴은 이에 힘을 입어 유럽도 빠른 시일안에 재침공하려들 것이다. 특히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푸틴에 대해 우호적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푸틴의 행보는 더욱 거침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미국이 깨달아서 그랬을까?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추진되고 있는 과정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계속 공격하는 것에 대해 실망했다”면서 “미국의 뜻대로 종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미국이 손을 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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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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