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번주 3대째 보잉 여객기 반환...“향후 중국행 생산 중단”]
중국이 지난 주에만 미국 보잉에 발주한 3대의 여객기를 미국에 반환한데 이어 올해 인수하기로 한 29대를 모두 반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모습만 보면 중국이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에 보복을 한 듯 싶지만, 정작 보잉 입장에서는 이미 주문된 여객기들의 판로가 다른 국가로 열려 있어 매출에 지장도 없는데다 앞으로 중국행 여객기 제작도 거부할 것이고, 심지어 보잉 항공기의 부품마저도 구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중국으로선 그 후유증이 대단할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중국 입장에선 미국에 대해 보복의 칼날을 휘두른 듯 보였지만 속내로는 피박을 쓴 듯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지난 7년 동안 상하이 인근 저장(浙江)성 저우산(舟山) 공항은 중국에서 신형 보잉 제트기의 인도 및 완성 센터 역할을 해왔다”면서 “그러나 지난 21일, 무역 전쟁으로 어두워지는 하늘 아래, 737 항공기 한 대가 원래 출발지였던 미국으로 되돌아갔다”고 보도했다. 3대 중 2대는 샤먼(廈門)항공에, 1대는 지샹(吉祥)항공에 인도될 예정이었다.
FT는 이어 “관세 전쟁이 격화된 이후 중국은 보잉사의 신규 제트기 주문을 중단했다”면서 “보잉 최고 경영자인 켈리 오트버그는 중국에 인도 예정이었던 두 대를 회수했으며, 세 번째 항공기도 회수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보잉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약 50대의 항공기를 중국에 인도할 예정이었으며, 이 중 41대는 이미 제작되었거나 제작 중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한 항공기 리스회사는 “보잉 항공기를 리스하는 임대료에도 상응하는 관세가 부과된다”며 “중국 내 항공사들은 보잉사의 항공기를 리스하는 대신에 다른 항공기를 도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인수 거부한 보잉 항공기, 인도 항공사가 구매 '눈독']
일단 중국이 구매하려던 보잉항공기가 미국으로 반납됐지만, 이로 인해 보잉이 매출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다시말해 중국이 반납한 보잉 항공기를 인도 등 다른 나라들이 곧바로 구매 의사를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보잉의 올해 매출에도 전혀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25일,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 항공사들이 인수를 거부한 보잉 항공기들에 인도 항공사가 관심을 보인다”면서 “에어 인디아의 저비용항공사(LCC) 자회사인 에어 인디아 익스프레스가 10대의 보잉 협동체(狹胴體·기내 통로가 1열인 기종) 여객기를 원하고 있으며 보잉과 초기 협상 단계”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어 “협상이 성사될 경우 해당 항공기들은 연말까지 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계약이 성사되면 에어 인디아 그룹의 확장 계획에도 상당한 탄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인도의 항공 여행 시장은 세계 3위이며 매년 7% 이상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이에 에어 인디아 그룹은 2023년에만 470대의 항공기를 대량 주문했고 지난해에도 100대의 항공기를 추가로 주문했지만, 여전히 신규 항공기가 부족해 성장에 제약을 받고 있다.
로이터는 그러면서 “인도 외에도 말레이시아항공의 모회사인 말레이시아항공그룹(MAG)이 보잉과 신규 항공기 구매를 협상 중”이라면서 “MAG 최고경영자(CEO) 이잠 이스마일은 미·중 관세 전쟁으로 보잉의 여객기 인도에 여유가 생기면 항공기를 조기에 인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보잉은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이후 신규 여객기 수요가 늘었지만, 공급망 병목 현상과 노동자 파업, 당국의 규제와 조사 등으로 인도 일정을 늦추고 있다. 보잉은 2045년까지 인도에 최소 2천835대의 신규 항공기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와 관련해 FT는 24일, “보잉 주가는 뉴욕 증시에서 거의 9% 급등했으며, 6.1% 상승으로 거래를 마감했다”고 밝혔다.
[보잉, “더이상 중국행 여객기 제작 안할 것, 부품 공급도 중단”]
눈여겨볼 점은 이번 관세파동으로 인해 중국이 보잉사에 보복을 한 듯 보이지만 뒤따라오는 후유증이 중국에게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WSJ은 “보잉은 중국을 위해 더 이상 항공기 제작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보잉은 중국 외에도 여객기를 팔 곳이 많다”고 밝혔다.
WSJ은 이어 “보잉이 중국으로의 항공기 수출을 중단한다면, 상업용 항공기를 거의 보잉과 유럽의 에어버스에 의존하는 중국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면서 “중국에 위치해 있는 보잉의 협력업체들의 부품 공급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국영 상용 항공기 기업(COMAC)은 제너럴 일렉트릭이나 프랫 앤 휘트니가 만든 엔진 등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수입하는 부품에 대한 관세를 납부해야만 할 것”이라며 “코맥은 주로 중국 국내에서 운항되는 지역용 C909 및 협동체 C919 항공기를 생산한다”고 전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연구 회사인 아시아태평양경제연구소(Asia-Pacific Economics)의 CEO인 라지브 비스와스는 “중국은 보잉 여객기뿐만 아니라 상업용 항공 산업을 위한 미국산 항공기 부품의 주요 수입국”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지금까지 중국 수입품에 총 145%의 관세를 부과했고, 이로 인해 실질적인 관세율은 약 156%에 달했다. 백악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최대 245%의 관세에 직면해 있는데, 이 수치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이전부터 부과된 관세가 포함된다. 한편, 중국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새로운 관세는 기존 관세에 더해 125%로 인상되었다.
이에 대해 비스와스는 “중국 정부가 미국 상용 항공기 및 부품 수입에 대해 미국 수입품에 대한 125% 관세 면제를 제공하지 않는 한, 중국의 상용 항공 산업은 엄청난 혼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보잉사의 항공기를 중국이 구매 거부했을 때 앞으로 중국은 어떻게 신규 항공기를 대체해 나갈 수 있을까하는 점도 관심거리다. 일단 취소되는 물량은 유럽의 에어버스로 대체해 나갈 수 있지만 발주에서부터 인도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중국내 항공산업 발전에도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에어버스는 올해 중국에 136대, 내년에는 148대의 항공기를 인도할 예정이다.
또한 중국산 항공기로의 대체도 일부 있을 수 있지만, 일단 생산 물량이 한계가 있음과 동시에 국제선을 비행할 수 있는 허가가 아직 나지 않은 상태여서 중국산 여객기로의 대체 또한 그리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자체 개발한 중형 여객기인 C919는 올해 75대, 내년 100대, 2027년 150대 생산될 것으로 예정돼 있다.
[분노한 트럼프, 中의 보잉 항공기 인수 거부 비판]
한편,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 최근 유화적 메시지를 잇달아 보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보잉기 반납과 관련해 다시 중국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중국이 구매하기로 약속해 놓고, 아름답게 완성된 (보잉사의) 항공기들을 인수하지 않았다”며 “이것은 중국이 미국에 다년간 해 온 일의 작은 예”라고 비판했다.
중국 당국은 미국과의 관세 전쟁 관련 보복 조처의 하나로 자국 항공사들에 보잉 항공기를 신규 주문하지 말 것을 지시했고, 이미 주문한 항공기를 인도받기 전 승인을 받도록 했는데,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삼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펜타닐(합성마약의 일종)은 계속 중국에서 멕시코와 캐나다를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와 우리 국민 수십만명을 죽인다”며 “지금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중국의 이러한 도발적 행동이 중국과의 관세 협상을 하는데 더욱 불리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으로부터의 무역 흑자를 줄이기 위해 항공기 등의 수입을 더욱 늘려야 하는 상황에 오히려 보잉 여객기의 구매를 취소함으로써 중국이 얻는 무역 흑자폭이 더욱 커지는 악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이 트럼프의 분노를 자아냄으로써 앞으로의 협상을 오히려 불리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미국과 중국이 영원히 무역을 하지 않는다면 몰라도 어차피 관세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중국은 또다시 보잉에 손을 벌려야만 한다. 이 경우 보잉이 순순하게 중국에 여객기를 수출하기로 손을 맞잡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만약 보잉이 중국에 여객기 판매를 재개하기로 결정한다 하더라도 이번 문제로 인해 구매 조건이 더욱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