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이르면 내년부터 美판매 아이폰 전량 인도에서 생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으로 미중갈등이 확대되면서 그동안 중국을 아이폰 생산기지로 삼아왔던 애플이 아예 인도로 본거지를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폰 공장의 일부 이전 보도가 나왔을 때도 중국은 이를 결사 저지한 바 있지만, 이젠 핵심 생산기지 자체가 아예 탈중국을 한다는 점에서 중국이 받는 충격은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시간) “애플이 이르면 내년부터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아이폰의 조립 라인을 인도로 이전할 계획”이라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애플의 공급망 다각화 전략을 기반으로 하지만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나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내년 말까지 미국에서 매년 판매되는 약 6000만 대 이상의 아이폰 전량을 인도에서 조달한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FT는 이어 “애플은 거의 20년 동안 중국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3조 달러 규모의 기술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관세 전쟁’의 여파로 갑자기 탈중국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면서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부과한 145%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애플의 자구책으로 관측된다”고 밝혔다.
사실 애플은 최근 몇 년간 인도에서의 생산 역량을 꾸준히 확대해왔지만, 여전히 아이폰 대부분을 중국에서 조립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조치는 인도에서의 생산량을 지금의 두 배 이상으로 늘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애플의 생산 기지를 인도로 확장하게 된 것은 미중 갈등의 측면도 있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중국의 지나친 봉쇄가 결정적이었다. 그로 인해 생산의 어려움을 겪게 되자 애플은 어쩔 수 없이 아이폰 등의 탈중국화에 속도를 내 왔던 것이다. 그 대표적인 곳이 인도로 그동안 인도에서 구형 아이폰만 생산하 왔지만, 2022년 9월 새 모델 아이폰14를 출시하면서 중국과 함께 인도에서도 생산이 본격화됐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2022년 1년간 인도에서 약 650만대의 아이폰을 출하했다. 이는 중국의 5천만 대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인도에서 생산을 늘리면서 중국과의 격차를 줄여가고 있다.
FT는 이와 관련해 “이번 결정은 그간 추진해온 공급망 다변화 전략에 따른 것이지만 투자자들의 예상보다 더 과감하고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애플의 탈중국, 어쩔 수 없는 선택]
애플이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 중국 제재 때문이다. 폭스콘 등 제3자를 통해 대부분의 아이폰을 생산하는 애플은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중국이 가장 공격적인 세금 부과 대상이 되면서 어쩔 수 없이 탈중국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실제로 트럼프의 관세 발표로 인해 애플의 시장 가치가 7000억 달러나 사라지자, 중국에 부과된 높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인도에서 제조한 아이폰을 미국으로 들여오기 시작했다. 애플은 최근 몇 년 동안 인도에서 타타 일렉트로닉스와 폭스콘과 협력해 생산 능력을 꾸준히 늘려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스마트폰을 중국에서 조립해 왔다. 생산 본거지가 중국이었기 떄문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애플은 그동안 ‘디자인은 캘리포니아의 애플에서, 생산은 전 세계 사람들의 손으로’라는 대전제를 기본으로 세계 각지에서 생산되는 부품들이 중국을 중심으로 인도, 베트남 등의 제조 공장으로 모여 완제품을 생산하는 애플 특유의 공급망 생태계를 만들어 왔었다.
특히 애플에 있어서 중국 공장인 정저우의 폭스콘 공장은 중국의 IT산업을 이끌어 온 상징적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아이폰의 도시’라고 불리는 정저우 폭스콘 공장은 노동자만 수십만명에 달하고 아예 공장 내에 학교와 병원, 기숙사까지 있을 정도다.
한때 이 구조는 애플의 강점이었다. 20년 넘게 다져진 중국 생산 생태계는 초정밀 조립, 빠른 대량 생산, 낮은 인건비를 모두 충족하며 비용 절감과 납기 단축에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미중갈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애플의 이러한 생산시스템은 오히려 족쇄가 되었다. 한마디로 애플의 중국 중심 생산체제가 오히려 애플의 기업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당혹감에 빠진 중국, 장비 수출 지연·차단하며 방해]
이렇게 애플이 결국 사실상의 탈중국을 선언하자 중국은 당혹감이 역력하다. 물론 정저우의 폭스콘 공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수출 물량 전부를 인도에서 생산하게 된다면 당연히 정저우의 폭스콘 공장의 일감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결국은 중국의 내수시장용으로만 가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애플에 있어서 중국 시장은 전체 매출의 20%정도 차지한다.
이와 관련해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The Infomation)이 24일(현지시간) “애플이 인도에서 아이폰 생산을 확대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이 이를 쉽게 허용하지 않고 있다”면서 “애플이 인도에서의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올해 초 오는 9월 출시할 새로운 아이폰17의 시험 생산에 필요한 장비를 인도로 보내려고 했지만, 중국 정부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디인포메이션은 이어 “애플이 인도로 보내려 했던 장비는 애플의 중국 협력업체가 보유하고 있어 이를 인도 공장에서 사용하기 위해 이전하려고 했지만, 중국 정부가 이를 막았다”면서 “아이폰 생산에 관여한 여러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별다른 설명 없이 아이폰 생산 장비의 인도 수출을 지연시키거나 차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디인포메이션은 “한 관계자의 경우 애플 최대 협력업체인 폭스콘이 중국 공장에서 인도 공장으로 아이폰 생산 장비를 수출하기 위해 필요한 중국 당국의 승인 기간이 기존에는 2주 정도였는데, 지금은 최대 4개월까지 길어졌다”면서 “또 일부의 경우 수출 신청을 해도 설명 없이 거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한 번은 동남아시아에 위장 회사를 설립해 그 회사가 장비를 구매한 뒤 그것을 인도로 보냈고, 인도 내 폭스콘 공장으로 다시 장비를 전달하는 수법을 동원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그동안 아이폰의 중국 생산은 큰 장점이었다. 값싼 비용으로 높은 수익률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애플은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큰 리스크로 간주하기 시작했으며, 특히, 미국과 중국 무역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큰 취약점이 되었고 결국은 탈중국의 길로 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애플의 탈중국, 결국 중국이 자초한 것]
사실 애플은 그동안 자신의 생산기지가 있는 중국을 향해 최선을 다해 왔다. 심지어 개인정보 관리에 철저한 애플은 중국 당국의 요구에 고개를 숙이면서 개인정보를 넘기기도 했고, 또 지난 2021년에는 중국과 2750억달러(약 395조원) 규모의 비밀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실제로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지난 2021년 12월 7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5년 전인 지난 2016년 중국을 방문해 규제 무마와 원활한 사업을 위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1250단어 분량의 5년짜리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해 충격을 던진 바 있다.
디인포메이션은 이어 “중국 관료들이 애플에게 중국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적다며 불만을 제기하자 애플은 결국 중국의 압박에 굴복해 중국이 요구하는 조건들을 수용하게 됐다”고 전했다.
애플이 중국과 맺은 비밀 계약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제품에 더 많은 중국산 부품 사용
-중국 소프트웨어 회사와 더 많은 계약 체결
-중국 대학과 기술 협력
-중국 기술 회사에 직접 투자 확대
-중국에 새로운 소매 판매점 설립
-연구개발 센터 건립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진행
-투자, 비즈니스 거래 및 근로자 교육을 통해 중국의 경제적, 기술적 강점을 개발하도록 지원
이 정도면 중국이 엄청난 갑질을 한 셈인데, 실제로 애플은 이 계약대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16년에는 중국 최대 풍력터빈 제조사인 신장 금풍과기와 계약을 체결했고, 2017년에는 아이클라우드 사업장을 중국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2018년에는 중국에 3억 달러 규모의 클린에너지 투자펀드를 론칭했다.
애플은 이러한 투자의 대가로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와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 앱 장터인 앱스토어에 대한 제재를 면제받았다.
이러한 대가로 애플은 중국에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중국은 글로벌 패권 장악 욕심에 눈이 멀면서 미중 갈등을 자초했고, 또 애플 입장에서도 중국내 반미감정 조장으로 인한 애국 소비 열풍이 불면서 애플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하락하기도 했다. 실제로 애플의 시장 점유율은 2년 연속 하강곡선을 그었고 올해도 계속 하강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중국의 지나친 욕심이 결국 화를 자초했다. 애플이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중국 스스로 쫓아낸 것이나 다름없다. 그 후유증이 얼마나 클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불과 6개월이 지나지 않아 그 실체를 중국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다. 이렇게 애플의 탈중국은 이제 완전히 현실이 되었다는 점에서 중국이 받는 충격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