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스크에서 800명 러 특수부대원, 15km 가스관 타고 이동]
러시아군을 위해 싸우던 중국인 2명이 생포되어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초 러시아의 쿠르스크주에서 우크라이나군이 퇴각을 하는 과정에 중요한 비밀들이 숨겨져 있음이 드러났다. 특히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 몰래 쿠르스크주로 잠입하는 과정에 매우 비인간적인 방법을 동원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8일(현지시간) “러시아 특수부대원 800여 명이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게 러시아군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 제공을 중단한 지난달 초 1주일 동안 쿠르스크 주에서 14.5㎞의 가스관을 통해 우크라이나군 진지 뒤로 기습 공격하는 작전을 전개했다”면서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침투하는 것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으며, 이로인해 러시아군은 적진 뒤로 숨어들어 기습공격을 감행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작년 8월 러시아 남서부, 우크라이나 북쪽에 위치한 러시아 쿠르스크 주로 기습 공격을 감행해 한때 서울 면적의 2배인 1300㎢의 영토를 장악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은 북한군까지 동원한 러시아군의 인해 전술로 인해 3월 초쯤에는 점령 지역의 64%를 잃게 된다. 당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보급 허브인 쿠르스크주 수드자에 대한 접근로를 끊는 공세를 펴고 있었다.
그런데 때마침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와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미국은 3월 5일부터 11일까지 러시아군의 동태에 대한 정보 공유를 중단하게 된다. 러시아는 이 ‘정보 암흑기’ 동안 우크라이나군에 최대 충격을 가하는 기회로 활용했다.
이에 대해 텔레그래프는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이 ‘정보 블랙아웃’ 덕분에, 수개월 간 지지부진했던 쿠르스크 회복 작전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면서 “러시아는 지난 1월부터 입안한 ‘포토크(Potokㆍ흐름, 流動을 뜻하는 러시아어) 작전’을 이 시기에 전개했는데, 이 작전에서 공격 루트로 사용한 지름 1.4m의 가스관은 두 달 전만해도 시베리아산(産) 가스를 유럽으로 공급하는 파이프라인의 일부였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러시아군은 바로 이 포토크 작전을 위해 3주 간 가스를 빼내고 산소를 주입하고 지상으로 통하는 추가 출구를 만들어, 탄약과 물, 병력을 이송할 준비를 했다”면서 “그러나 좁은 공간에 수백 명의 병사가 들어가 이동하다 보니, 많은 병사들이 극심한 추위와 산소 부족에 시달리며 메탄 가스 등 유독 가스를 들이켜 심각한 화학적 폐 손상을 입었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러시아 매체 프라우다는 러시아 특수부대 ‘아크마트’ 소속 한 군의관의 말을 인용해 “폐가 막히거나 심각하게 부풀고 증상이 눈덩이처럼 급격히 악화돼 폐렴과 호흡 부전을 일으킨 병사들도 많았다”고 말했고, 또 다른 러시아 군의관도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눈여겨볼 것은 이 ‘포토크 작전’의 성과에 대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측 평가가 판이하게 갈린다는 점이다. 러시아군의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지난 3월 8일, “가스관 안에서 600명 이상의 병사들이 쏟아져 나와 기습했고, 적의 방어선을 무너뜨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매체와 소셜미디어에 소개된 크렘린 버전에 따르면, “검고 더러운 악마와 같은 모습의 러시아군이 수드자 북부의 우크라이나 방어선 뒤로 쏟아져 나오며 기습공격을 했고, 총탄이 난무하는 격전 끝에 적[우크라이나군]을 궤멸시켰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러시아에선 이들을 ‘전쟁 영웅’으로 미화됐고, “너희 가스관을 두려움에 폭파하라…그래도 우리는 지하에서 너희에게 갈 것”이라는 노래도 나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같은 날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로부터 나온 평가는 완전히 상반됐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적절한 때에 공중 정찰을 통해서 가스관을 이동하는 적 병력이 감지됐다. 얼굴에 검댕이가 잔뜩 묻은 100명 가량의 러시아군은 나오자마자 80%는 우리의 포위 공격을 받아 곧 섬멸됐다”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군은 그러면서 “이 러시아군 작전은 이미 수백 명이 가스관 안에서 질식하고 매연에 중독돼 사망하는 ‘학살’이었다”고 평가절하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의 평가 그대로 실제로 우크라이나군 드론이 가스관에서 나오는 러시아군 병사들을 촬영한 영상이 공개되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우크라이나군이 어느 정도는 이 ‘가스관 기습’을 예상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텔레그래프는 “우크라이나 전황을 모니터하는 우크라이나콘트롤맵(UAControlMap)은 우크라이나군도 현장에 없어서, 드론과 포 공격에 의존했다고 밝히고 있다”면서 “한 우크라이나군 장교는 러시아군이 무선 교신에서 ‘죽으러 보내졌다’고 불평하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미국이 만약 정보를 차단하지 않았으면, 우크라이나가 더 철저히 대비할 수 있었을까? 이 기습 공격 다음날인 3월 9일 러시아군은 수드자 북쪽 3개 마을을 탈환했고, 4일 뒤인 13일에는 수드자를 완전히 탈환했다. 그 당시 우크라이나군은 국경에 가까운 쿠르스크 주의 고지대에서 러시아군과 전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러시아 매체 RT는 지난 3월 11일 “전선에서의 극적인 변화는 러시아의 극비(極秘) ‘포토크 작전’ 덕분”이라고 보도했지만, 서방 분석가들은 “수드자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이미 철수 중이었다”고 밝혔다.
텔레그래프는 이날 상황에 대해 군사 전문가로 우크라이나 보안국의 전(前)요원이었던 이반 스투파크를 인용해 “이미 우크라이나군 상황은 어려웠고 병력은 소진됐고, 수적으로도 압도당하고 있었다”면서 “미국의 정보 차단은 그런 원인 중 하나일뿐”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의 한 독립적인 언론인은 텔레그램에 “마치 성경 이야기처럼 병사들이 땅속에서 나와서 조국을 구했다는 줄거리이지만, 결국은 러시아군을 영웅으로 만들려는 신화일 뿐”이라고 썼다.
결국 우크라이나군은 쿠르스크를 수성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때마침 미국으로 인한 정보 블랙아웃 상태를 러시아군이 잘 활용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은 쿠르스크에서 죽음의 탈출을 하게 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젤렌스키 “러군에 참전한 중국인 2명 생포”... 中 답변하라!]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8일 X를 통해 “우리 군이 러시아군 일원으로 싸우던 중국 국적자 2명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에서 생포했다”며 “그들의 소지품에서는 신분증, 은행 카드, 개인 정보 등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에게 즉시 베이징(중국 정부)과 접촉해 중국 정부가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확인할 것을 지시했다”며 “이 2명 외에도 러시아 점령군 부대 내에 더 많은 중국인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토대로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개한 영상에는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케이블타이에 양손이 결박된 채 몸짓으로 전쟁터에서 경험한 일을 설명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 남성은 의성어로 드론이 날아다니고 폭탄이 터지는 등의 모습을 묘사하다, 답답한 듯 짧은 중국어와 영어 단어를 내뱉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 “생포된 중국인 2명은 현재 우크라이나 보안국에 구금된 상태”라면서 “관련 수사와 작전 활동이 진행 중이며 미국, 유럽, 그리고 평화를 원하는 전 세계 모든 나라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텔레그래프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중국을 향해 중국인 병사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면서 “수백명의 중국인들이 네팔과 중앙아시아의 다른 나라 사람들과 함께 러시아군에 용병으로 참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린젠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정부는 항상 국민들에게 (러시아-우크라이나) 무장 충돌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어떤 형태로든 무장 충돌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고, 특히 어느 한쪽의 군사 행동에도 참여하지 말라고 요구해왔다”면서 “우리는 일관되게 전쟁을 멈추고 휴전하며, 화해를 권하고 대화를 촉진하는 데 전념해왔다"며 "국제 사회도 이를 분명하게 알고 있다”고 말했다.
[美, “푸틴의 휴전에 대한 진정성, 행동으로 판단”]
이런 가운데 도로시 셰이 주유엔 미국 대사 대행은 8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 참석하여 굳은 얼굴로 “우리는 푸틴 대통령이 휴전에 대해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를 러시아의 행동으로 판단하겠다”면서 러시아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날 안보리는 지난 4일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크리비리흐 공습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열었다.
셰이 대행은 이어 “미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자 접촉에서 포괄적 휴전안을 제안했다”면서 “3월 우크라이나는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셰이 대행은 그러면서 “러시아는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과 흑해에서의 무력 사용 금지를 포함하는 보다 제한적인 합의를 주장했지만 우크라이나는 그 제안에도 동의했다”고 했다.
셰이 대행은 또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은 공격을 자제해야 하며 평화에 대한 의지가 진실하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면서 “특히 러시아의 크리비리흐 같은 공격이나 전쟁포로 처형 행위가 평화 노력과 관련 논의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날 미국 측 발언은 러시아의 주장을 일부 수용하고 휴전에 합의했으면서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또다시 새로운 공세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텔레그래프는 9일(현지시간) “키이우의 육군 사령관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주요 전선 도시를 향해 새로운 군사 공세를 시작했다고 주장했다”면서 “젤렌스키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정보부를 인용해 러시아가 수미, 하르키우, 자포리자 지역에서 북동쪽으로 다각적인 새로운 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새로운 공세는 모스크바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을 극대화하고 미국이 중재하는 잠재적인 휴전에서 크렘린의 입지를 강화하려 한다는 추가적인 증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회담을 질질 끌고 미국을 끝없이 의미 없는 가짜 '조건' 논의에 묶어두어 시간을 벌고 더 많은 땅을 차지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눈여겨볼 것은 러시아의 이러한 공세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떻게 비칠 것인가의 여부다. 그리안해도 러시아의 공세적 도발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바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러시아의 또다른 공세를 기화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포함해 전쟁을 끝내기 위한 본격 수순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