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04% 관세 폭탄, 시진핑 "끝까지 싸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중국에 대한 상호 관세를 지난 2일의 34%에서 84%로 50%포인트 상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관세폭탄을 던졌다. 이유는 중국이 상응하는 보복 관세로 맞대응했기 때문인데, 문제는 중국에 대한 관세폭탄이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소위 ‘디커플링’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은 “끝까지 싸우겠다”면서 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과연 미국의 관세폭탄에 끝까지 버틸 수 있을까?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8일(현지시간) '중국은 왜 트럼프와의 관세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사실상 104%의 관세 부과를 명령했는데, 중국은 다른 나라들이 협상하겠다고 나서는 것과는 달리 정면 대응을 다짐하고 나섰다”면서 “사실 미국도 중국과의 협상을 별로 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 듯 보인다”고 보도했다. 상호 관세는 9일 오전 0시1분(한국 시간 오전 11시1분)부터 발효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중국이 미국과의 협상을 통한 타결보다 정면 대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3가지 이유를 분석했다.
(이유 1) 미국이 관세로 초래되는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경제적 불만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폭탄에도 불구하고 협상 대신 버티겠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전 세계를 상대로 시행하는 관세폭탄으로 말미암아 미국 경제도 인플레이션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한 미국민들의 불만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시행하는 관세폭탄이 결국 빠른 시일내에 취소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특히 현재 미국이 중국에서 들여오는 수입품 중에는 원자재, 중간재뿐 아니라 의류·가정용품·장난감 등 일상생활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소비재가 다수 포진돼 있다. 이러한 저가의 중국산 제품들이 관세로 인해 가격이 오르게 되면 소비자들은 당연히 민감하게 반응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고위 고문이나 정부 연구원, 경제학자들은 소비자 물가가 상승하거나 고용이 감소하기 시작할 때가 트럼프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 가장 쉬운 시기라고 지적한다. 그 순간까지 일단 때를 기다리며 트럼프 대통령이 궁지에 몰리는 시기를 지켜보자는 전략인 셈이다.
(이유 2) 트럼프가 좋아하는 틱톡을 미국에 넘겨주는 대가로 협상을 시도할 수 있다.
중국이 강경 대응을 하기로 한 두 번째 배경에는 틱톡이 있다. 앞서 지난해 4월 미국 의회는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가 미국인 개인정보를 대규모로 수집하는 등 국가안보를 위협할 우려가 있다며 이른바 '틱톡 금지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을 기한 안에 미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사업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당초 지난 1월 19일 시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법 시행을 연기하고 틱톡의 미국 사업을 미국 법인이 확보하도록 하는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대선 때 청년층 공략에 '틱톡 효과'를 크게 본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틱톡이 미국 내에서 금지되는 상황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상호관세 조치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안을 거부하며 이 문제를 협상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틱톡의 소유주인 바이트댄스 측은 백악관에 중국 정부가 미국과 무역 및 관세에 대해 협상할 수 있을 때까지 틱톡에 대한 거래를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빍혔다.
(이유3) 중국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일론머스크를 볼모로 삼으려 하고 있다.
중국이 관세폭탄에 정면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세 번째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일론 머스크가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실 머스크가 이끄는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의 중국 사업 규모가 회사 전체의 5분의 1에 달하기 때문에 그가 중국에 대한 관세 완화를 설득하려고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전망 그대로 실제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책사'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을 공개 비난하며 이번 관세 조치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다만 머스크가 직접 나서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 정책을 만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후문도 미국 언론을 통해 전해진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머스크 카드를 사용해 트럼프를 압박할 수도 있다는 구상은 이미 사멸된 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의 관세폭탄, 동맹 등 우방국과는 빠른 시일내 타결]
그런데 중국이 착각하고 있는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미국이 전 세계를 향한 관세폭탄을 던지기는 했지만, 한국과 일본 등을 비롯한 동맹국들이나 우방국과는 협상을 통해 빠른 시일내에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8일(현지시간) “트럼프가 국가별로 맞춤형 협상을 할 것을 지시했다”며 “트럼프는 전화를 받고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나서서 한국·일본을 콕 집어 언급하며 “우리는 전 세계 파트너와 동맹을 우선시할 것”이라고 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이미 70국 이상이 협상을 위해 미국에 접촉을 했다”면서 “이들 국가는 미국산 제품에 상당한 관세를 부과하고 터무니없는 비관세 장벽으로 미국 산업을 차단함으로써 부당하게 부유해졌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했다.
레빗 대변인은 이어 “트럼프의 메시지는 ‘최고의 제안을 갖고 오면 들을 것’이란 것”이라며 “미국 노동자에게 이익이 되고 미국의 심각한 무역 적자를 해결할 수 있을 때만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이날 상원 재무위원회에 출석해 “상호주의를 달성하고 무역적자 감축 목표를 진전시킬 수 있는 대안이 있다면 우린 거기에 열려 있다”고 했다.
이는 상호 관세 부과 초기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고문 같은 강경파들이 나서서 “협상은 없다” “우방이 적국(敵國)보다 우리를 더 부당하게 대우했다”고 못 박았던 것과는 확실하게 달라진 기류다.
실제로 케빈 해싯 백악관 국제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오전 폭스뉴스에 출연해 “우리의 가장 긴밀한 동맹이자 교역 파트너 중 일본과 한국 두 국가를 분명히 우선하고 있다”며 “이들은 미국 노동자, 농민을 위해 정말 긍정적이었다. 테이블에 정말 많은 양보가 있었다”고 했다. 일본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가 7일, 한국은 한덕수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이 8일 각각 트럼프와 통화를 가졌다.
백악관의 이러한 기류 변화는 이번 관세전쟁으로 인한 후유증이 미국내에서도 심각하다고 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분석가는 “25년 동안 기술주를 다루면서 닷컴 버블과 폭락, 금융위기, 유럽 부채 위기, 코로나19 팬데믹, 그리고 그사이의 모든 것을 경험했지만 트럼프의 관세는 그중에서도 가장 큰 참사”라며 “그것은 순전히 그가 자신에게 가한 것이고, '단기적 고통'에 대한 논리가 크게 잘못 계산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백악관내의 경제정책 책임자들을 다급하게 만들었으며, 결국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들부터 빠른 시일내에 관세 조정을 포함한 미국과의 경제교류 협상을 마무리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미국내 경제를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당연히 유럽도 포함된다. 그러나 이러한 협상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되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협상의 문 열고 싶지만... 속타는 중국]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국은 지금 속이 탄다. 처음에는 관세폭탄이 단지 중국 뿐 아니라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니 다른 국가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문제를 풀어가 보겠다는 요량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한국과 일본과 회동을 하면서 미국의 관세폭탄에 한중일이 함께 공동 대응하기를 원했다.
이뿐 아니다. 중국은 유럽연합(EU)과 오는 7월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8일(현지시간)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전화통화에서 “다가오는 7월 EU-중국 정상회담은 양측의 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적절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전방위 관세로 국제 무역질서가 흔들리는 상황에 예고된 것이어서 사실상 미국의 관세정책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중국대로 EU를 지렛대로 활용할 생각을 가지고 있고, EU 또한 미국이 유럽을 압박하면 중국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넌지시 던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관영 신화통신은 리창 총리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해 “전형적인 일방주의, 보호주의이자 경제적 강압 행위”라며 “중국과 유럽은 경제 세계화와 무역 자유화의 옹호자이며 세계무역기구의 확고한 보호자이자 지지자”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EU와 미국간의 관세 문제가 해결되어 버린다면 이젠 중국만 홀로 남게 된다. 중국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지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정말 필요한 것이 미국과의 협상인데, 중국은 지금 미국과 관세 폭탄과 관련해 미국과 협의를 할 수 있는 라인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중국에 대해 100%가 넘는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중국의 미국에 대한 수출은 전면 중단될 수밖에 없다.
수출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수출중단은 곧바로 중국내 공급망 가동이 전면 중단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코노미스트도 “무역 전쟁이 격화한다는 것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시 주석은 중국 경제를 미국과 경제적으로 완전한 결별(디커플링)을 단행할 의향이 있는지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니 중국은 속이 탈 수밖에 없다. 당장 한국과 일본 등의 관세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한다면 중국은 안달이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는 시진핑이 직접 트럼프를 만나 관세 폭탄을 제거해 달라고 사정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러한 수모를 시진핑은 결코 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국은 물론이고 시진핑도 완전한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