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싱크탱크 “트럼프 관세는 엄청난 오류에 기인”]
미국 공화당을 지지하는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이고 있는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책정하는데 사용된 계산 공식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이 싱크탱크가 지적한 계산식의 오류를 수정한다면 한국에 적용되는 관세율이 25%가 아닌 10%라는 주장이 나와 과연 앞으로 수정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인 악시오스(AXIOS)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일 발표한 국가별 상호관세율 책정에 쓰인 미 무역대표부(USTR)의 계산 공식에 심각한 오류가 있으며, 그 영향이 무려 4배나 과장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AEI는 이 오류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한 관세율이 지나치게 높게 나오는 문제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이 관세율 공식을 경제자문위원회와 함께 개발했다고 밝히면서 복잡해 보이는 공식을 공개했는데, 이 공식이 세율을 결정하는데 사용된다고 주장했다”면서 “상호관세 발표 당시 USTR가 공개한 공식은 사실상 상대국의 대미 무역수지(분자)를 대미 수입액(분모)으로 나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AEI의 케빈 코린스와 스탠 뷰거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공식에서 두 변수가 사용됐는데, 그 중 하나의 매개변수가 잘못된 수치를 적용한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보고서를 4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악시오스는 “USTR이 상호관세 계산에 사용한 매개 변수중 하나는 ‘관세에 대한 수입 가격의 탄력성’과 관련이 있는데, 이는 관세가 적용됨에 따라 수입가격이 얼마나 변동되는지를 의미한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USTR이 사용한 관세에 대한 수입 가격 탄력성은 0.25였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AEI는 “수입 가격 탄력성이 USTR이 설정한 0.25가 아니라 0.945로 1에 가깝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사용한 관세 계산 공식은 외국에서 부과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관세를 4배로 부풀리는 오류를 범한다”고 지적했다.
USTR이 공식 도출에 참고한 탄력성 관련 연구를 한 알베르토 카바요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 교수도 상호관세 발표 뒤 X(옛 트위터)에 “USTR이 내 연구 결과를 적절하게 사용했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카바요 교수는 “관세에 대한 수입 가격 탄력성은 1에 가깝다”면서 “0.25 대신 그 숫자(0.945)를 사용했다면 상호 관세는 약 4배 적게 나왔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AEI의 주장과 같다.
[AEI의 수정치 적용시 한국은 25%가 아니라 10%]
AEI가 주장한대로 가중치를 부여한다면 국가별 상호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수치보다 훨씬 낮아진다. 당장 올바른 탄력성 수치를 적용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재계산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25%가 아닌 10%로 나타났다.
악시오스는 “46%의 관세율이 책정된 베트남의 경우, 다시 계산하면 12.2%가 되는게 맞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으로부터 가장 높은 상호관세율(50%)을 적용받은 남아프리카의 소국 레소토의 관세는 다시 계산하면 13.2%로 줄어든다.
이와 관련해 AEI 측은 “트럼프의 오류를 바로잡으면 어느 국가도 관세율은 14%를 넘지 않는다”면서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 모든 국가에 대한 관세율은 트럼프 행정부가 하한선으로 제시한 10%가 된다”고 지적했다.
AEI는 또한 “이 문제와 관련해 백악관에 논평을 요청했지만, 답변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AEI 측은 더불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공식은 경제 이론이나 무역법에 근거를 두지 않고 있다”면서 “그것(공식)이 미국 무역 정책의 건전한 기초가 되려면 관료들이 신중하게 계산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특정 국가와의 무역 적자는 관세·비관세 무역 장벽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제 자본 흐름·공급망·비교 우위 등에 의해서도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상호관세 연구 경제학자 “트럼프, 내 논문 완전히 잘못 해석”]
AEI만 USTR의 관세공식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율 산정의 근거로 제시한 논문의 저자마저도 “자신의 연구가 잘못 해석됐다”면서 정면으로 반박했다.
관련 논문의 저자인 브렌트 니먼 시카고대 경영대학원(MBA) 교수는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잘못된 목표와 방식에 근거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폐기돼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기고했다.
니먼 교수는 알베르토 카바요 하버드대 교수 등과 함께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부터 2019년 사이 중국에 부과된 관세의 영향을 공동 연구했다.
['빌어먹을 관세 계산법" 트럼프 억만장자 친구들도 맹비난]
흥미로운 것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억만장자들까지도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주가가 급락하는 등 혼란이 일자 관세 정책을 맹비난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간) “공화당 후원자인 억만장자 켄 랭곤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너무 높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주변에서) 잘못된 조언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인테리어 업체인 홈디포의 공동 창립자인 그는 시장 상황과 관련해 “베트남 상호관세 46%는 헛소리이며,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 34%도 너무 공격적이고 성급했다”며 “그 빌어먹을 관세 계산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켄 랭곤은 그러면서 “모든 수입품에 10% 일괄 관세를 먼저 매긴 뒤에 개별 국가와 양자 협상을 진행하는 게 관리하기 쉽고 건설적이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던 억만장자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도 “(트럼프의 관세 조치는) 심각한 정책적 실수”라며 “스스로 유발한 경제적 '핵겨울(nuclear winter)'”이라고 비판했다. 관세전쟁의 후폭풍을 핵전쟁이 발생하면 닥칠 수 있는 일시적 빙하기에 빗댄 것이다.
애크먼 회장은 또 “이대로 가면 기업 투자는 멈추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다른 국가들과의 신뢰는 심각하게 훼손된다”며 “이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수 년, 어쩌면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고 짚었다.
이뿐 아니다. 억만장자 투자자이자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의 멘토인 스탠리 드러켄밀러 역시 지난 6일 X(옛 트위터)에 “10%를 넘는 관세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렇게 트럼프 동맹들마저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 시장은 혼란에 빠졌고, 뉴욕증시에서 S&P 500 지수는 최근 3거래일간 10% 넘게 하락했다. 심지어 이로인한 정치적 후폭풍도 우려된다.
평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도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대해 “이는 미국 경제에 엄청난 위험을 초래하고 내년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이 ‘피바다’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루즈는 “장기 무역 관세는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고 시장에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우리가 모든 곳에 관세를 부과한다면 국내 일자리가 파괴되고 미국 경제에 실질적인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계에서도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7일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이번 관세 조치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촉진하고 경기침체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이먼 CEO는 이어 “이 문제는 가능한 한 빨리 해결되어야 한다”며 “부정적인 여파가 누적될수록 되돌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월가 황제'로 불리는 다이먼이 연례 서한에서 미 행정부의 단일 경제 정책에 대해 직접 비판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데다 세인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자로 불리는 짐 로저스도 FT에 “관세는 가끔 단기적으로 도움이 된 적은 있지만, 대체로 누구에게도 좋은 정책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후원자요 동지라고 할 수 있는 일론 머스크도 트럼프의 무역철학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머스크는 7일(현지시간)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자유무역 관련 영상을 소개하면서 트럼프의 무역 고문인 피터 나바로를 공격한데 이어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일론 머스크의 동생인 킴벌 머스크도 트럼프 관세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테슬라 이사회 멤버이기도 한 킴벌은 7일 X에 ”(트럼프의 관세는) 미국 소비자에게 구조적이고 영구적인 세금“이라며 ”트럼프는 수십년 만에 가장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대통령처럼 보인다“고 직격했다.
그는 ”관세로 일자리를 미국 내로 되돌리는 데 성공한다 해도 가격은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소비에 대한 세금은 결국 더 높은 가격이라는 형태로 남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한국 정부도 미국 정부와 관세와 관련한 협상을 할 때, 이러한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 차분하게 관세율을 수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