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시아 본토 벨고로드 지역 점령 확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의 전쟁 종전을 두고 한때 큰 소리를 쳤던 러시아가 이젠 러시아 본토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점령이 확대되는데다 유가 급락으로 러시아 경제에 비상이 걸리면서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우크라이나 현지매체인 키이우포스트는 8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인 벨고로드에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면서 “오늘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사령관이 쿠르스크주와 함께 벨고로드 주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영토를 확보하고 있음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벨고로드는 남쪽으로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북쪽으로 러시아 쿠르스크와 맞닿아 있는 지역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적의 영토 내 국경 지역에서 활발한 작전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이는 절대적으로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한 “쿠르스크 작전 덕분에 전선의 다른 지역, 특히 도네츠크 지역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일 수 있었고, 벨고로드 지역도 마찬가지”라며 “벨고로드 전선에 투입된 225돌격연대가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면서 격려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인터넷매체인 폴리티코는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군 유럽사령부 사령관인 크리스토퍼 카볼리가 의회 청문회에서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벨고로드를 비롯한 러시아 영토를 장악하고 있으며, 최근들어 더욱 존재감을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 주 장악 영토는 최근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일부 영토를 점령중이고, 이젠 벨고로드 남쪽 지역에 튼튼한 방어지형을 점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폴리티코는 “카볼리 사령관과 우크라이나군은 쿠르스크에 대한 점령 지역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밝히지는 않았지만 군사작전을 감시하는 Deep State OSINT는 키이우군이 원래 지난 여름 국경을 넘나드는 기습 공세로 1,300㎢까지 점령했었으나 지금은 약 140㎢를 여전히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이어 “우크라이나는 작년 가을에 매우 심각했던 인력 문제 중 일부를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편, 러시아는 장갑차 부족과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미국의 전쟁연구소(ISW)도 러시아 군사 블로그 등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벨고로드를 공격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우크라이나가 이를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공격에 나선 것은 지난해 8월 쿠르스크 기습 이후 두번째다.
러시아 영토인 벨고로드를 향한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은 미국·러시아와의 휴전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쿠르스크 점령지를 상당 부분 러시아군에 빼앗기면서 영토 협상에서 크게 불리해진 우크라이나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벨고로드는 인접 전선에 투입되는 러시아군의 집결지 기능을 하기 때문에, 이곳을 공격해 쿠르스크와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의 러시아군 전력을 분산시키려는 목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러시아 영토에 대한 새로운 침공의 시작”이라며 “크렘린궁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저지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와는 달리 우크라이나군이 앞으로 나아가 꾸준히 점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군사 블로거 블라디미르 로마노프도 “러시아군이 그냥 포기하고 떠난 뒤 적군이 (일부 지역을) 점령했다”고 전했고, 또한 러시아 텔레그램 '투 메이저'는 “아직 미미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우위를 점하고 전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벨고로드 전선에 병력뿐 아니라 화력도 집중시키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군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륙 방향 교량을 폭격하면서 러시아군의 반격을 가로 막고 있다. 이러한 우크라이나군의 작전은 벨고로드를 고립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포브스는 “우크라이나 공군 Su-27(수호이) 전투기 편대는 벨고로드 그라포브카, 나데크호도브카 등 지역의 다리를 폭파했다”면서 “쿠르스크 작전은 러시아군이 세임 강을 건너는 것을 막지 못해 부분적으로 실패한 바 있지만, 키이우는 쿠르스크의 패배를 반복하지 않기로 결심했고, 이를 위해 이렇게 강을 장악하게 된 것인데, 이 작전이 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군 특수작전부대는 “벨고로드에 하이마스(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미사일 공격을 가해 Ka-52 공격기 2대와 Mi-8 수송기 2대를 파괴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인 수미 주의 일부 지역을 점령했다는 발표를 부인했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6일 “수미시 북동쪽 29㎞ 지점에 위치한 바시브카 마을을 점령했으며, 이로 인해 쿠르스크 우크라이나군 보급선이 끊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는 7일 “러시아군의 수미지역 점령 보도는 가짜뉴스”라며 “러시아가 소규모 부대를 계속 보내고 있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이들을 최대 한도로 파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유가 급락에 비상 걸린 러…“국제 경제 폭풍 대비 총력”]
이렇게 전장 상황이 러시아에 결코 유리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원유 수출로 전쟁 비용을 충당해온 러시아에 비상이 걸렸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7일(현지시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이날 브리핑에서 유가는 정부 예산 조달의 핵심이기 때문에 현재 상황을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고해 주목을 끌었다.
패스코프 대변인은 이어 “현 상황은 극도로 불안정하고 긴장돼 있으며 감정적으로도 과열돼 있다”며 “우리는 국제 경제 폭풍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관세전쟁 여파에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벤치마크 브렌트유 선물은 1.61달러(2.5%) 하락한 배럴당 63.97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4거래일 동안 15% 급락했다.
로이터는 이와 관련해 “러시아산 우랄 원유 가격도 배럴당 약 53달러로 하락했다”면서 “러시아의 올해 예산 편성 기준 유가가 배럴당 평균 69.7달러여서 이러한 유가 하락은 재정건전성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이터는 “석유와 천연가스는 러시아 연방 예산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러시아 정부의 중요한 수입원”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러시아가 수출하는 원유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에너지 수익이 러시아의 핵심 자금줄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로이터는 “국제 유가 하락이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여전히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을 지지하지만, 러시아는 트럼프 행정부가 제안한 휴전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아직 답변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패스코프는 이어 “이 질문들은 여전히 공중에 떠 있고, 아무도 이에 대해 답을 주지 않았다”면서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주된 원인은 우크라이나 정권의 통제 불능 상태 탓”이라며 협상 지연의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렸다.
[트럼프, 러시아 태도에 분노 폭발 “우크라 향해 도발 계속”]
이러한 패스코프 대변인의 발표와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계속되는 미사일 도발 등에 대해 분노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키이우포스트는 8일(현지시간)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회동하는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미친 듯이 폭격을 계속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지난 6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를 향한 폭격은 문제가 있으며, 나는 결코 원하지 않는 일“이라고 발언한 지 하루만에 또다시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인식은 지난 4일, 러시아가 젤렌스키 대통령의 고향인 크리비 리흐에 대해 치명적인 미사일 공격을 행함으로써 9명의 어린이를 포함한 20명이 사망을 했고, 6일에는 키이우에 대한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공격으로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당한 일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3월 11일에 30일간의 전면 휴전에 합의했지만, 러시아는 외국의 군사 지원을 축소하고 우크라이나 군대에 제한을 가하지 않는 한 이 합의를 거부했다 .
이렇게 러시아의 푸틴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휴전을 향해 나아가기는커녕 오히려 미사일 공격을 강화하자 트럼프는 상당히 화가 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푸틴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미국은 어떠한 제재 조치나 군사적 행동을 가하지는 않았지만 백악관내에서도 푸틴의 행동에 대해 날이 갈수록 분노를 표시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고, 심지어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까지 ”미국은 협상을 질질 끌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푸틴에 대한 인내의 한계도 점점 바닥나고 있음을 내비쳤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푸틴과 전화협상을 또다시 할 수도 있다는 언론 보도들이 나왔지만 백악관 내에서 푸틴과 더 이상 통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들이 일면서 이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백악관 내부에서는 더 이상 푸틴에게 질질 끌려 다니지 않을 것이며, 푸틴이 이렇게 미사일 발사 등의 공격행위를 계속해 나갈 경우 수일내에 러시아를 응징하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렇게 트럼프를 적당히 구슬려서 뭔가 이득을 취해보려 했던 푸틴은 완전히 스텝이 꼬였다. 특히 유가까지 하락하자 푸틴은 적잖이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푸틴을 향해 트럼프는 어떤 결단을 내릴까? 푸틴은 지금 가슴 졸이면서 트럼프의 일거수일투족에 온통 신경을 쏟고 있을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