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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8-09 11: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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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계가 과당경쟁 상태에 놓인 것은 노동 공급이 노동 수요에 비해 과잉 상태이기 때문
-전체 취업자 중 대기업 비중은 한국 12.8%. 미국(58.7%), 일본(47.2%) 등에 크게 뒤져
-파업 시 대체인력 투입 금지나 사업장 점거 허용 등 노동관계조정법 조항부터 손봐야 한다


▲ 한국 치킨집 수가 전 세계 맥도날드 지점 수보다 많다고 한다. 사진은 맥도널드 매장 [Flicker]


1. 프랜차이즈 출점을 제한하자는 일부 좌익들의 주장이 종종 눈에 띤다. 인건비나 임차료, 카드 수수료 문제는 자영업 위기의 현상일 뿐, 본질은 자영업계의 과당경쟁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프랜차이즈 출점을 제한하면 과당경쟁이 줄어들 테니 문제가 해결될 것 아니냐는 게 그들의 논리다.


2. 자영업계가 과당경쟁 상태에 놓인 것은 분명하다. 인구 수 대비 도소매, 숙박, 음식업 종사자 수가 미국의 6배다. 한국 치킨집 수가 전 세계 맥도날드 지점 수보다 많다니 말 다했다. 그러나 문제는 왜 이런 과당경쟁이 발생했느냐는 것이다.


3. 바로 노동시장의 노동 공급이 노동 수요에 비해 과잉 상태이기 때문이다. 과잉 공급을 노동시장에서 흡수할 수 없기 때문에 퇴직자, 최근엔 청년층까지 자영업계로 몰려드는 것이다.

이른바 ‘생계형 창업’이다.

리스크를 지고 자신을 고용해 줄 기업가가 없으니, 적금 깨고 대출 받아 ‘울며 겨자먹기’로 창업한다. 별다른 기술도 없는데, 스스로 높은 리스크를 부담하고, 낮은 이익을 감수하며 생계를 이어간다. 이게 ‘600만 자영업자’ 의 현실이다.


4. 이 상황에서 프랜차이즈 출점마저 제한하면 자영업자들은 더 괴롭다. 그나마 기술 전수와 재료(또는 상품) 수급을 본사가 대행해주는 덕분에 리스크가 줄어드는 것인데, 그것도 직접 해야한다. ‘노동의 초과 공급’이라는 진짜 본질을 외면한 채 프랜차이즈 출점 제한을 들고 나오는 것은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사람들에게 굶어 죽으라는 말밖에 안 된다.


5. 결국 안정적으로 적정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노동 수요자가 많아져 노동의 초과 공급 상태가 해소돼야 한다. 그런 노동 수요자는 대체로 대기업과 중견기업이다.


우리나라의 전체 사업체 중 고용 250인 이상 대기업의 비중(0.08%)은 OECD 평균(0.23%)의 35% 수준이며, 고용 50인 이상 중견기업의 비중(0.92%)은 OECD 평균(1.53%)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독일, 미국, 일본 등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더욱 크다. 전체 취업자 중 대기업 종사자의 비중으로 따지면 한국은 12.8%로 미국(58.7%), 일본(47.2%) 등에 크게 뒤지며 OECD 조사대상 37개 중 그리스에 이어 36위다.


6.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는 자명하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제도가 서비스업 부문의 혁신 의지를 틀어막고 있다.


GDP 대비 OECD 3위에 달하는 중소기업 보증지원과 각종 정부 보조금은 좀비기업을 늘려, 우수 기업이 시장점유율을 키우는 데에 방해가 된다.


경직성에서 OECD 4위에 달하는 상품시장 규제도 혁신을 가로막는다.


세계 100대 스타트업 중 57개가 한국에선 사업을 시작하는 순간 범법자가 된다고 하지 않던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인 의료, 금융, 교육은 관치에 막혀있다.

‘대기업 집단 지정제도’라는 세계 유일의 규제를 만들어서 대기업의 혁신조차 틀어막는다.


상황이 이런데 무슨 대기업이 나오고 고용이 늘어날 수 있을까?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은 알감자의 줄기와 같다.

알감자 줄기 하나에 무수히 많은 알뿌리가 달려 있는 것처럼, 대기업 하나 있으면 후방 연계효과로 고용이 많아진다.

하다 못해 말단 하청업체에서 경리 직원이나 청소부 한 명이라도 더 채용할 것 아닌가.

그런 일자리도 ‘고위험-저수익’의 자영업 일자리보단 훨씬 좋은 일자리다.

똑같은 저수익이지만 저위험이니까.


7. 노동법도 손봐야 한다.

민주노총이 대기업과 중견기업 사업장에서 파업 시 대체인력 투입 금지나 사업장 점거 허용과 같은 노동관계조정법 조항으로 자기들 임금을 생산성 이상으로 올리는 것부터 손봐야 한다.

경쟁 원리에 의해 노조가 없는 대기업의 임금까지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이러면 가뜩이나 부족한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노동 수요가 더 줄어든다.


근로기준법 상 일반해고의 금지는 신규 채용을 어렵게 만들어 노동 수요를 더욱 경직시킨다.

임금피크제 없는 정년 연장은 희망퇴직을 가속화하고, 좌익들이 얘기하는 자영업계의 과당경쟁을 심화한다. 이런 노동 시장 규제는 최종적으로 국내에 생길 일자리를 밖으로 밀어내면서, 해외 기업의 국내 일자리 창출은 꺼리게 만든다.


노동관계조정법과 근로기준법 개정이 어렵다면, 당장 파견법이나 기간제법이라도 개정해야 한다. 파견 업종을 완전 자유화하고, 기간제 채용 기간 2년 제한을 폐지하라. 이러면 퇴직자나 정규직 진입이 어려운 청년들이 당장 돈벌이 할 일자리가 생기니 숨통이 트일 것이다. 진짜 다들 죽을 지경이다 지금.


8. 요컨대 자영업계의 과당경쟁은 한국 경제와 노동 시장에 작용하는 반시장 개입이 만들어 낸 구조적 문제다.

단순히 프랜차이즈 출점 규제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란 말이다. 절대 니들 맘대로 시장이 흘러가지 않는다. 하나 누르면 하나 터지니, 또 하나 누르는 게 니들식 해결 방식인데 그럼 풍선이 아예 터져버린다고… 다 죽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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