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 부패 단속 대상에 오른 류허 부총리의 아들]
중국 군부내의 시진핑 주석 최측근들마저 부패와 관련해 숙청되거나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이젠 권력 최고 핵심부의 시진핑 측근세력마저 부패 수사의 대상에 오르면서 중국내 권력 투쟁이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시간) “중국에서 금융산업 단속의 일환으로 소위 ‘황태자’까지 조사를 받고 있다”면서 “시진핑 주석의 핵심 측근이었던 류허 부총리의 아들이자 스카이쿠스 캐피털(중국어로 천이쯔텅 자산 관리) 설립자 류톈란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FT는 “중국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의 무역 협상을 주도한 바 있는 시진핑 정권의 전 부총리이자 최측근인 류허의 아들이 금융관련 부패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면서 “중국 최고 당 간부들의 아들들인 소위 ‘태자그룹’의 멤버이기도 한 류텐란은 지난 2016년에 스카이쿠스 캐피털이라는 투자 회사를 설립하고 초대 회장으로 재직했다”고 밝혔다.
FT는 이어 관계자들을 인용해 “류텐란은 이미 상당 기간동안, 길게 보면 6개월여 전부터 조사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미 구금중일 수도 있다”고 짚었다.
FT는 “류텐란은 중국 당국이 처음에 370억 달러 규모의 Ant Group의 기업공개(IPO)와 관련하여 조사 대상에 올랐다”면서 “이 기업공모는 중국정부가 중단시키기 전까지만 해도 세계 최대 규모였는데, 이 과정에서 류텐란이 상당한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시진핑 주석도 이 사건과 관련해 보고를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FT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시 주석이 은행원들의 급여 삭감과 많은 상위 펀드들의 자금 조달 및 거래에 대한 면밀한 조사 등 중국 금융 산업에 대한 단속을 단행하면서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 업계의 최고 투자자인 첸 다퉁(Chen Datong)을 포함한 일부 유명 중국 벤처 투자자들은 자금 조달에 대한 의문을 제기받고 구금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전 CIA 중국 분석가이자 현재 리스크 컨설팅 회사인 차이나 스트래티지스 그룹(China Strategies Group)의 대표인 크리스토퍼 존슨(Christopher Johnson)은 “류허 전 부총리의 아들에 대한 수사가 사실이라면 지금 중국 내에서 뭔가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말해준다”면서 “일반적으로 이렇게 최고위층의 황태자들은 불법적 이득과 관련해 문제가 생기더라도 부당 이득을 반환하게 되면 아예 조사대상에서 제외되는데, 그럼에도 류텐란이 체포까지 되었다는 것은 황태자그룹에 대한 통제선이 무너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CIA의 전 중국 분석 책임자 데니스 와일더도 FT에 “류텐란에 대한 문제는 지난 2023년 은퇴후 수시로 외국의 경제계 거물들을 만나왔고, 특히 지난해 4월에는 미국의 당시 재무부장관이던 재닛 앨런을 만날 정도로 큰 활약을 펼쳐왔던 류허 부총리의 신상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아들이 조사를 받는 상황이라면 아마도 류허 부총리 역시 행동에 제약을 받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눈여겨볼 점은 류허 전 부총리가 시진핑 주석과 아주 오랜 인연을 가지고 있으며 은퇴할 때까지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인물이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데니스 와일더는 “류허 전 부총리는 이미 자신의 아들을 보호해 줄만한 정치적 영향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FT가 입수한 기업 기록에 따르면 류텐란은 2017년 4월, 그의 아버지가 중국 공산당 25인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하기 6개월 전에 공식적으로 Skycus의 회장직을 사임했다. 류허는 나중에 부총리로 임명되어 금융 부문을 감독하는 책임을 맡게 되었다. 중국 정부의 규정에 따르면, 고위 간부의 자녀는 부모가 관할하는 부문의 기업을 경영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류텐란은 어쩔 수 없이 스카이쿠스의 회장직에서 물러났으며 자신의 지분을 법적으로 양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스카이쿠스를 위해 도움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보면 공식적으로는 스카이쿠스와 손을 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의 아버지가 경제를 총괄하는 부총리라는 점을 활용해 사업에 계속 관여해 왔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FT는 이와 관련해 “스카이쿠스는 중국 최대 정책 대출 기관인 중국개발은행, 통신 그룹 차이나 모바일, 산업은행 등 여러 국영 그룹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다”면서 “텐센트, 징둥닷컴과 같은 거대 기술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 외에도 스카이쿠스는 이들 기업의 분사 사업에도 투자했다”고 밝혔다.
[미중충돌 상황에서 중국에겐 절실히 필요한 류허]
그런데 눈여겨볼 점은 류허 전 부총리의 공백이 미중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류허 부총리가 전면에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시진핑 주석으로서는 심각한 손실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미국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부터 본격화된 미국의 중국 관세 부과 등 경제전쟁에서 중국 당국자들이 미국과 이 문제를 협의할 라인조차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데다 아예 미중간 협상조차 못하는 배경에는 소위 미국을 잘 아는 지미파(知美派)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들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미 하버드대 출신으로, 미국과의 1차 무역전쟁 때 교섭을 책임졌던 류허(劉鶴) 전 부총리가 2023년 3월 공식 은퇴했고, 또 다른 지미파 인사로 꼽히는 이강(易綱) 전 인민(人民)은행장도 물러나는 등 지미파가 줄줄이 사퇴한 점이 미국과 관세 문제를 풀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면서 “지미파가 사라진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조율을 하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도 시진핑 주석이 지미파이면서도 경제 협상의 달인인 류허 전 부총리를 전면에 내세우지 못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일까? 한마디로 류허가 이미 시진핑이 관리할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최악의 권력 투쟁 상황으로 몰리는 중국]
사실 중국 내에서 최고위급 자녀들인 태자당은 그동안 묵시적으로 어느 누구도 손을 대지 않았다. 태자당에 속한 이들 모두가 중국 공산당의 최고위층 자녀들인데다 어느 누가 피해를 보게 되면 반드시 이에 대한 보복이 있을 수 있기 떄문에 묵시적으로 그들의 권역을 인정하고 서로 손을 대지 않았었다. 그게 묵시적 관행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태자당들은 엄청난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 그들이 주로 재산을 묻어 놓은 곳이 바로 중국내 알리바바 같은 IT그룹이고 또 홍콩이었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은 서로 보호를 해 주는 것으로 양해가 되어 있던 태자당을 공중분해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장기 집권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봤기 떄문이다. 사실 알리바바를 비롯한 중국내 IT그룹에 대해 대대적으로 박해를 했던 것도 그들 IT기업에 투자되어 있는 태자당의 재산들을 축출하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분석들도 있다.
그런데 시진핑은 이 태자당을 필두로 상하이방(上海幇·상하이 출신 그룹)과 공청단파(공산주의청년단 출신 그룹) 등의 권력 파워 그룹들을 차례로 해체해 왔다.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던 권력들을 시자쥔(習家軍·시 주석 측근 그룹)이 장악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류허 부총리의 아들을 부패의 수사대상에 올렸다는 것은 사실상 류허 전 부총리를 흔들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주목할 점은 그렇다면 류허 부총리를 이렇게 사실상 숙청에 가까운 결과를 낳도록 만드는 주요 세력이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일단 부정부패 척결을 앞세운 시진핑 주석이 직접 주도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류허 전 부총리와 너무나도 가깝고 그동안 중국 경제를 주물러 왔던 류허를 시진핑 주석이 지금 시점에서 토사구팽할 리 없다. 특히 미중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추정해 볼 수 있는 것이 반시진핑파가 류허 부총리의 아들을 부패 척결 대상에 올리면서 시진핑 주석을 윽박지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미 시자쥔이 태자당을 사실상 도륙했던 것처럼 지금은 군부의 장유샤를 중심으로 한 소위 중국내 개혁세력이 시진핑 핵심 측근들까지 목을 조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류허 전 부총리까지 반 시진핑 세력이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젠 시진핑의 핵심 정치국 위원들까지도 사정대상에 오를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이젠 정면 승부다. 다시 말해 그 정도까지 상황이 전개된다면 이젠 최고의 권력을 두고 사실상 전쟁이나 다름없는 투쟁을 벌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중국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