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 대서양보다 태평양... “한국도 對中포위망 협력해야”]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80년간 유지했던 유럽과의 대서양동맹은 조금 느슨하게 하면서 대신 중국 주변국과 미국 간 '태평양 동맹'을 공고화하고, 대(對) 중국 압박을 강화하려 하고 있는 가운데, 주한미군을 비롯한 주일미군도 당연히 이러한 미국의 전략에 적극 협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아시아지역을 순방중이던 지난 3월 30일, 일본의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상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일본은 중국 억제의 필수 파트너”라고 강조했고, 앞서 필리핀 국방장관과의 회담 직후에도 “우리는 필리핀, 일본, 호주, 한국과 함께 전쟁을 예방하는 데 필요한 억지력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대 중국 압박을 위한 태평양동맹의 역할 강화를 적극 역설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번 아시아 지역을 순방하면서도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는데 이는 한국의 국내정세, 곧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한국 방문 자체가 여의치 않다고 판단해 방문을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말해 헤그세스 장관의 아시아 순방에서 한국을 제외한 것은 미국의 방위전략에서 한국 배제가 아닌 한국의 국내정세를 고려해 취한 조치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국면이 정리되면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필두로 다시 한국과의 관계 강화도 시도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대 중국 압박 전략이 지난 바이든 정부보다 훨씬 강화되면서 주한미군은 물론 한국 정부에 요구하는 사항들이 한층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헤그세스 장관이 최근 국방부에 배포한 ‘임시 국가 방어 전략 지침’에서 ‘중국은 국방부의 유일한 ‘추격하는 위협’이라며 ‘중국의 대만 점령 저지와 미 본토 방어가 핵심’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역할 강화 및 확대될 주한미군, “대만 유사시 지원 나서야”]
WP의 보도 그대로 앞으로 주한미군은 북한이라는 미국을 위협하는 적대국에 대한 대응뿐만 아니라 미국의 강력한 적대국인 중국을 대응하기 위한 역할도 수행하는 방향으로 역할의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미국과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공유 등의 과제도 또다시 요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와 관련된 내용, 곧 동아시아, 나아가 인도·태평양 지역 글로벌 안보를 위해 주한미군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미국 내에서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표현을 통해 2만8천500명 규모의 지상군 위주 전력인 주한미군을 다양한 전장에 투입하기를 희망해왔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6년 반기문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했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이 미국의 전략에 따라 한반도 외부 지역에 유연하게 배치된다면 1순위 지역은 대만이 손꼽힌다. 헤그세스 장관도 지침에서 이를 언급했는데, 이는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에 투입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美합참의장 후보, ”주한미군 역할 강화 필요“]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존 케인 미국 합동참모본부 의장 후보자의 주한미군 관련 발언이다. 존 케인은 1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은 미국에 즉각적인 안보 도전을 야기한다”며 “한미일 3국 안보 협력 프레임워크는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존 케인은 이날 상원 군사위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사이버 공격 능력이 전 세계적으로 미국과 동맹국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한미군 감축 논의는 불가하다고 본다”면서 “평양은 지금 오후 10시 48분이기 때문에 우리 국방은 긴급한 조치·개혁이 필요하고, 더 빨리 긴박함 속에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 케인이 말한 ‘오후 10시 48분’이란 북한과 함께 미국이 국가 안보에 위협으로 보는 중국·러시아·이란 수도의 현재 시각을 언급한 것인데 군이 항상 적을 염두에 두고 대비 태세를 갖추자는 뜻으로 해석됐다.
케인은 이어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밀착과 관련해 “북·러 전략적 파트너십은 북한의 군사 역량을 더욱 향상시켜 지역 안정, 미국의 이익에 대한 위협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국방장관, 북부사령부, 전략사령부, 인·태사령부, 한미연합사령부의 한국 측 사령관과 긴밀히 협의해 우리의 미사일 방어 능력 현황을 검토하고 강화하며, 트럼프의 미국을 위한 ‘골든 돔(golden dome·미 본토를 위한 방어체계)’에 부합하도록 제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합참의장 후보자의 이러한 개념은 주한미군의 역할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 우려하는 주한미군 축소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 대만 수호에 중요한 역할 할 수밖에 없다]
결국 주한미군의 역할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어쩔 수 없이 대만 수호에 한국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만 하고, 또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실제로 미국이 자국군을 원하는대로 운용하겠다고 하는 것을 우리가 막을 수는 없다. 이는 어떤 나라든 마찬가지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정책에서 최우선 목표가 대(對) 중국 압박이기 때문에 만약 대만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면 미국은 한국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체 전략적 필요에 따라 해외 주둔 미군을 활용하려 할 것이다.
문제는 우리 내부의 상황이다. 만약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을 투입하는 방향으로 한국정부가 이해를 하게 된다면 당장 한국내의 친중론자들이나 종북좌파들은 중국을 의식해 결사반대하고 나설 것이다. 심지어 어떤 정치인은 중국과 대만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말하기도 했지만, 이는 사실 국제정세에 정말로 무지하거나 중국의 눈치를 보는 확실한 친중론자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선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물론 그럴 가능성은 아주 낮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그러한 일이 벌어져 대만을 점령하게 된다면 가장 피해를 보는 나라는 한국일 것이고, 그 다음이 일본이 될 것이다. 특히 대만에 대한 중국의 점령은 사실상 남중국해를 모두 중국에 넘겨주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 닥칠 피해는 어마어마하다.
지난해 1월 9일, 블룸버그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세계경제 국내총생산(GDP)의 10%에 해당하는 약 10조달러(약 1경4천조원)가 감소하는 경제적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미국 민간 연구기관의 추산이 나왔다”면서 “특히 중국-대만 전쟁 발발시 한국의 GDP가 23.3% 정도 감소하면서 전쟁 당사국인 대만에 이어 두 번째로 경제적 피해 규모가 클 것으로 전망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일본(-13.5%)은 물론 전쟁의 또다른 당사국인 중국(-16.7%)보다도 큰 피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렇다면 대만에서 전쟁이 일어났는데 유독 한국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측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이를 알려면 지난해 1월 9일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중국의 대만 침공을 상정해 24개의 시뮬레이션을 돌려 공개한 구체적인 보고서를 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다음 전쟁의 첫 전투'(The First Battle of the Next War)라는 제목이 붙은 158쪽 분량의 워게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과 중국, 대만, 한국, 일본 등 관련국 모두 물적·인적 손실을 떠안게 된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대만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한국과 관련된 부분이다. “대만 전쟁 발발시 주한미군의 4개 전투비행대대 중에 2개 대대가 차출돼 전투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측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주한미군이 대만전쟁에 참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이 대만 포위를 위해 대규모 해군을 동원할 경우, 미군이 중국 대륙·대만과 가까운 한국 오산공군기지와 군산공군기지, 나아가 제주해군기지를 활용할 가능성도 거론했다.
이렇게 주한미군이 대만전쟁에 차출될 경우, 당연히 중국도 한국의 주한미군기지를 향해 공격해 올 가능성도 있다. 아니 중국이 주한미군 기지 및 주일미군기지를 향해 선제 공격을 감행하면서 발목을 붙잡을 가능성이 더 크다. 이는 이미 중국의 군사전략에 들어가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실제로 중국이 만약 대만 점령 작전을 펼친다면, 최우선적 과제가 미군의 지원군이 오기 전에 전쟁을 끝내는 것이다. 그런데 그 지원군의 첫 번째 출발지가 바로 한국과 일본이고, 두 번째가 괌, 그리고 미 본토라고 중국은 판단하고 있다.
결국 대만에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한국은 어쩔 수 없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또 그렇게 개입해야만 한국도 살아날 수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중국에 의해 국치(國恥)를 당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엄연한 국제사회의 현실이다.
CSIS보고서도 이렇게 세계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게 된다면 당연히 한국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되고, 세계 경제 또한 심각한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와 별도로 중국이 대만을 압박하기 위해 전면 봉쇄를 하게 된다 해도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나라는 대만 외에 바로 한국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원유 등 일부 핵심 자원 수송로를 100% 미국이 보호하는 해상교통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우리나라 원유 수입량의 90%는 호르무즈-말라카-바시 해협을 잇는 남방 항로를 통해 수입된다. 사실 우리나라는 미 해군의 도움으로 자유로운 해상 무역을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상황이 이렇기 떄문에 중국이 만약 대만을 침공해 완전 흡수해 버리면서 남중국해, 특히 바시해협을 봉쇄해 버린다면 우리나라의 기반산업은 3개월 내에 고사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살기 위해 중국의 발 아래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중국의 속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존재한다. 대만은 한국이나 일본에게 있어서 방파제나 다름없다. 그래서 대만 수호는 곧 한국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만 전쟁에 왜 주한미군이 참전해야 하느냐 등의 어리석은 주장들을 해서는 안 된다. 한미일 3국이 공조하면서 대만해협의 평화를 강조하고 공동대응을 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니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에 대해 딴말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반대한다면 당연히 주한미군도 철수하는 방향으로 흐르게 될 것이다. 선택은 한국 국민들의 몫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