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년만에 ‘대만포위’ 훈련…“中=적대세력” 총통 겨냥한 듯]
중국인민해방군이 1일 육·해·공군과 로켓군을 총동원해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의 합동 훈련을 시작했다. 사실 뜬금없는 짓이기도 하지만 명분은 대만의 라이 총통이 중국을 겨냥해 ‘외국의 적대세력’이라고 부른 것을 응징하기 위해 이같은 대만 포위훈련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인민해방군의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내부의 혼란을 외부로 돌리려는 의도도 있고, 동시에 미국의 경제적 압박은 물론 남중국해 주변국들과의 합동훈련 등 군사적 압박에 대해 저항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할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1일(현지시간) “중국인민해방군이 1일부터 대만 주변 해역에서 합동군사훈련을 시작했으며, 이는 대만의 독립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자 강력한 억제력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대만의 라이칭더 총통을 ‘기생충’이라고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스이 중국인민해방군 동부전구 대변인은 이날 소셜미디어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해 “1일부터 동부전구는 육군·해군·공군·로켓군 등 병력을 동원하고, 대만 섬 주변에서 함선·군용기가 여러 방면에서 대만 섬에 접근할 것”이라면서 “해군·공군의 전투준비·경계순찰 연습과 종합적 통제권 탈취, 해상·육상 타격, 요충지·도로 봉쇄 등 과목을 중점 연습해 전구 부대의 합동 작전 및 실전 능력을 검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스이 대변인은 이어 “이는 '대만 독립' 분열 세력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자 강력한 억제로, 국가 주권과 국가 통일을 수호하는 정당하고 필요한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동부전구는 또한 이날 별도 게시물에서 '접근'(進逼)이라는 제목을 붙인 군사행동 포스터를 공개했다. 타이베이·타이중·타이난·가오슝 등 대만 주요 도시가 모두 표시된 대만 지도를 중국군 전투기와 군함이 둘러싸는 형태가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포스터에는 “'대만 독립'이라는 사악한 행동, 스스로 지른 불에 타 죽을 것”이라는 문구가 달렸다.
이와 함께 동부전구가 따로 제작한 1분 52초 분량의 훈련 소개 영상도 웨이보를 통해 공개되었는데, 여기에는 지난해 흥행한 중국 게임 '검은 신화: 오공'의 그래픽과 중국군의 스텔스·탐지 장비 및 포격 장비 등을 교차 편집한 장면도 담겼다.
한편, 관영 중국중앙TV(CCTV)는 동부전구의 훈련 발표 직후 소셜미디어에 남동부 푸젠성 샤먼(廈門)과 중국 본토에서 가까운 대만 관할 진먼다오(金門島) 해역의 훈련 실황 생중계 창을 개설했다.
CCTV는 이어 푸른색 위장을 한 군함 사진 아래 “동부전구 모 해역에서 여러 척의 미사일 고속정이 편대 공격 그룹을 구성해 주·야간, 여러 과목의 고강도 실탄 사격 훈련을 시작했다”는 설명을 붙인 게시물을 올렸다 삭제하기도 했다.
중국이 '대만 포위' 훈련을 벌인 것은 작년 10월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건국기념일(쌍십절) 연설을 문제 삼아 수행한 '연합훈련 리젠(利劍·날카로운 칼)-2024B' 이후 6개월 만이다.
중국인민해방군은 또한 작년 12월, 라이 총통이 미국령 하와이·괌을 경유해 남태평양 도서국 순방에 나서자 수십척의 군함·경비선을 동원해 압박하기는 했지만 이를 공식적으로 '훈련'이라고 발표하지는 않았다.
일단 반년 만에 다시 이뤄진 이번 대만 포위 훈련은 중국을 '적대 세력'으로 규정하고 대만군 내 간첩 색출과 양안(중국과 대만) 교류 제한 등 조치를 발표한 라이 총통과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라이 총통은 지난달 13일 '대만이 당면한 5대 국가안보·통일전선 위협 및 17개항 대응 전략'을 내놓고, “중국이 대만군 내부 침투와 '양안 교류'를 명목으로 한 대만 내 영향력 확대, 인재·기술 탈취로 대만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적행위' 처벌을 강화하고 중국 여행과 교류를 조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은 이를 '녹색(민진당의 상징색) 테러 17조'로 부르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주펑롄 대변인은 이날 입장문에서 “라이칭더는 완고하게 '대만 독립' 분열 입장을 고수하면서 제멋대로 대륙(중국)을 '해외 적대 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른바 '17항 전략'을 내놨다”며 “미친듯이 대륙을 도발하면서 '반중·항중'(중국에 반대·중국에 대항)을 선동하고 양안 교류·협력을 저해했다” 비난했다.
주펑롄 대변인은 이어 “'대만 독립'은 전쟁을 의미하고, '대만 독립'을 하려는 것은 대만 민중을 전쟁의 위험에 밀어넣는 것”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대한 대응, ‘대만전쟁’ 경고 담긴 듯]
사실 중국인민해방군이 지금 이 시점에서 대만 포위훈련을 하는 속뜻은 매우 복잡하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적으로 중국인민해방군내의 분열 및 갈등을 일단 덮으면서 숨고르기를 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외부의 적을 강력하게 내세움으로써 내부 갈등을 진화하자는 시진핑의 뜻이 담겨 있는 듯 보인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국력을 총동원해 중국을 압박해 오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대만을 포위하면서 언제든지 대만을 점령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 줌으로써 미국의 압박을 무디게 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들어 미국의 중국을 향한 군사적 압박은 매우 거세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지난 3월 28일 필리핀을 방문한 자리에서 필리핀의 영토방위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강력하게 부각하면서 필리핀에 첨단 군사장비를 배치할 것을 약속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억제력은 전 세계적으로 필요하지만, 특히 이 지역, 즉 필리핀은 공산주의 중국의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우방인 미국이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헤그세스 장관은 또한 “필리핀에 대함 미사일 시스템인 '해군·해병대 원정 선박 차단 체계'(NMESIS·네메시스)와 고성능 무인 수상함 등을 추가로 배치해 대 중국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방위력을 더욱 강화할 것”도 약속했다. 이러한 미국의 필리핀을 향한 무장력 강화는 4월에 필리핀에서 열리는 대규모 발리카탄(어깨맞대기) 훈련의 일환으로 필리핀에 공식 배치될 예정이다. 이는 중국 입장에서 볼 때 매우 거슬리는 장면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렇게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대립하는 필리핀은 현재 가장 강경한 반(反)중국 정책을 펼치는 국가로 가듭나고 있다. 아울러 필리핀은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일본·호주·필리핀 4개국의 비공식적 안보 협의체 '스쿼드'(Squad)에 한국과 인도를 가입시키는 방안을 추진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美, '中견제 포위망' 태평양동맹 구축, 한국도 참여 요구]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80년간 유지했던 유럽과의 대서양동맹은 조금 느슨하게 하면서 대신 중국 주변국과 미국 간 '태평양 동맹'을 공고화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태평양동맹의 중요한 축으로 일본, 필리핀, 호주, 대만 등이 강력하게 응집하고 있으며 미국은 한국에도 이러한 태평양동맹에의 참여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 3월 28일(현지시간) 필리핀 국방부 장관과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필리핀, 일본, 호주, 한국 등과 전쟁을 예방하는 데 필요한 억제력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일 동맹을 외교·안보 정책의 기축으로 삼는 일본은 중국의 대만 침공 등에 대비해 '법의 지배'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주변국과 안보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일본은 미국과 양자 관계뿐만 아니라 미국·일본·필리핀,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등 다자 협력 체계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 하고 있다.
일본은 또한 2022년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계기로 적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 보유 등을 위해 방위비(방위 예산)를 매년 큰 폭으로 증액하고 있다.
아울러 일본은 방위장비 이전 3원칙 개정을 통해 자위대가 보유한 지대공 미사일 패트리엇을 미국에 수출했고, 자위대와 미군 간 지휘통제 연계를 모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시바 총리는 오는 4월 하순 시작되는 연휴 기간에 필리핀을 방문해 방위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미·일·필리핀 연계 필요성을 재확인할 방침이다.
아울러 일본은 오커스가 지난해 10월 호주에서 실시한 해상 합동훈련에 참가하는 등 오커스에도 다가가고 있다. 또한 일본 자위대는 4월에 열리는 발리카탄 훈련에 공식 파견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남중국해에서 미국·필리핀 군함과 합동 순찰도 할 예정이다. 그간 발리카탄 훈련에 일본 자위대가 참관한 적은 있으나 정식으로 참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훈련에는 미국·필리핀과 일본·호주 병력 1만5천∼1만6천 명이 참가한다.
5개국 정보 동맹 '파이브 아이즈'와 오커스에 모두 속한 호주도 미국의 대중 포위 동맹 핵심국으로 태평양에서 중국 견제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 군함이 이례적으로 호주 주변 바다까지 진출해 '무력시위'를 벌이면서 중국 군사력의 압박이 거세지자 장거리 대함 미사일 등 이를 견제할 전력을 미국에서 조달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호주는 최근 미국산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첫 인도분 2대를 받았고, 여기에 탑재할 미국산 프리즘(PrSM·Precision Strike Missile) 미사일도 올해 받기로 했다.
[中 '2027년 침공' 대비하는 대만…미국과 안보 협력 추진]
대만도 미국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국방 예산을 GDP 대비 2.5% 수준에서 3%로 늘리기로 했다. '친미·반중' 성향의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특별예산을 편성해 국방예산을 3% 이상 목표에 이를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 ”미국 등 민주 국가와 협력도 강화해 지역 안정과 번영을 공동으로 수호해 나갈 예정“이라고 지난 3월 20일 밝혔다.
특히 대만은 올해 처음으로 2027년 중국의 대만 침공을 가정한 사상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 국방부는 올해 7월 진행하는 연례 군사훈련 '한광훈련'의 기간도 두 배로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중국을 둘러싼 남중국해 인근 국가들이 대 중국 압박 작전을 공동으로 펼치면서 군사력 강화를 추진해 나가자 이를 의식한 중국이 대만 포위훈련으로 무력 시위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그러한 대만 포위는 그동안에도 그랬지만 아무런 경각심도 일깨우지 못했고, 그렇고 그런 자신들만의 마스터베이션으로 끝나 왔었다는 점에서 이번 대만 포위훈련 또한 의미없는 훈련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중국의 불안한 내정과 군부내 갈등만 더욱 부각시키는 꼴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