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지진에 中국영기업 계열사 시공 33층 건물만 붕괴]
미얀마를 강타한 지진의 여파로 1천㎞ 이상 떨어진 방콕에서 중국의 국영기업의 계열사가 시공중인 33층 건물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개망신을 당했고, 태국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게 됐다. 다른 기존 건물이나 공사 현장은 인명피해가 없었는데 유독 이 건물만 와르르 붕괴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30일, “중국의 국영기업의 계열사가 태국 방콕 명소 짜뚜짝 시장 인근에 건설 중이던 33층 높이의 태국 감사원 청사 건물이 미얀마의 지진 여파로 붕괴된 사건과 관련해 태국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면서 “미얀마 중부에서 진도 7.7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중국 기업이 시공중인 미완성 건물의 외벽 유리가 무너져 내렸고, 곧이어 건물 자체가 붕괴되면서 30일 현재까지 8명이 사망했고 약 50여명이 잔해에 갇혔다”고 보도했다.
태국 현지매체인 방콕포스트(Bangkok Post)도 이날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는 방콕 시내 수많은 건물과 공사 현장 중 무너진 곳은 이 건물뿐이며 대다수 건물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면서 “내무부 산하 공공사업·도시농촌계획국에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사고를 철저히 조사, 1주일 안에 건물 설계, 설계 승인 기관, 승인 방법 등을 조사하고 붕괴 요인을 밝혀낼 것을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정계 입문 전까지 친나왓 일가의 부동산 사업을 관리한 패통탄 총리는 “건물 붕괴를 여러 각도에서 담은 많은 영상을 봤다”면서 “내 건설업계 경험상 이런 문제는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설) 예산의 상당 부분이 배정됐고 완공 기한이 연장되었기 때문에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건물은 지난 3년간 20억 밧(약 867억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공사를 진행해 왔다. 공사를 맡은 곳은 중국 거대 국영기업인 중국철로총공사(CREC) 계열 건설회사인 '중철10국'의 태국 현지 합작법인과 '이탈리안·태국 개발'이다.
[중국 건설회사의 부실 시공이 붕괴의 원인]
그렇다면 1000km나 떨어진 미얀마에서 발생한 지진의 강도가 상당히 높았다해도 방콕에서 시공중이던 다른 건물들은 전혀 이상이 없었는데 하필 중국의 국영회사가 짓고 있는 건물만 이렇게 쉽게 무너졌을까?
이에 대해 태국의 토목 기술자이자 정치인인 수차차비 수완사와스 교수는 텔레그래프에 “다른 모든 건물, 심지어 건설 중인 고층 빌딩도 안전하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분명히 뭔가 잘못됐다”면서 “설계가 잘못되었거나 건설이 잘못되었을 수 있지만 결론을 내리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지적했다.
또 텔레그래프는 “일부 전문가들은 빌딩이 대들보 등 보가 없이 수직 기둥에 바닥 슬래브가 곧바로 연결된 무량판 구조인 점과 방콕의 부드러운 토양을 문제로 지적했다”면서 “이로 인해 지진 발생 시 땅의 진동이 증폭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텔레그래프는 “특히 이미 지난해 3월 말 건물의 구조물 뼈대 공사가 끝났는데도 이곳만 붕괴했다는 것은 설계 또는 시공상 결함일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태국 이어 에콰도르, 볼리비아까지…中업체 '부실 건설' 논란]
사실 중국의 부실공사 역사는 그야말로 화려하다. 일대일로 명목으로 남미 국가 내 각종 인프라 사업에 의욕적으로 진출한 중국 업체가 곳곳에서 부실 공사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 2023년 12월 중남미 매체 인포바에와 볼리비아 일간 엘데베르는 “중부 코차밤바∼산타크루스 고속도로 일부 복선 구간이 지난 11월 23일 임시 개통했는데, 산악 지대에 건설된 이 도로는 터널 4개와 교량 9개 등을 포함한 29.14㎞ 거리 규모로, 29억2천300만 볼리비아노(5천500억원 상당)이 투입됐다”면서 “임시 개통 3주 만에 일부 지점 도로 경사면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데 이어 도로 표면이 심하게 갈라져, 차량 통행이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엘데베르는 “이 사업은 중국 국영 수력발전회사인 중국수전(中國水電, Sinohydro)에서 맡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루이사 나야르 하원 의원은 “계약 문서 검토 결과 각종 비위 의혹이 발견됐다”면서 “공식 환율보다 높은 환율로 공사비가 과다 책정돼, 최소 850만 볼리비아노(16억원 상당)가 업체 측에 더 지급됐으며 배수구 부족, 도랑 확보 미비, 자재 과적 등 작업이 끔찍한 상태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나야르 의원은 그러면서 “에드가르 몬타뇨 공공사업부 장관을 비롯한 현 정부 관계자와 중국수전 측 공사 책임자 등을 배임과 수뢰, 뇌물공여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중국수전은 앞서 다른 남미 국가인 에콰도르의 최대 수력발전소 건설 사업과 관련해서도 부실 공사와 뇌물 스캔들 중심에 선 바 있다.
엘우니베르소를 비롯한 현지 매체에서 '에콰도르 건국 이후 최대 건설 프로젝트'로 불렀던 코카코도 수력발전소 사업이 그것인데, 중국수전은 수백 명의 중국인 노동자를 현지로 불러들여 2010∼2016년 공사를 진행했다.
에콰도르는 27억 달러에 육박하는 건설비 중 85%가량을 중국개발은행에서 금리 6.9%에 빌렸으나 빚더미에 앉게 될 처지에 놓이자, 자국 석유를 중국 측에 싼값에 제공하는 조건으로 건설비 일부를 갚았다.
그런데 완공 후 발전기실 및 주변 설비에 크고 작은 하자 7천648건이 발견되면서 붕괴 위험까지 제기됐고, 레닌 모레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주요 각료와 공무원들이 중국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관련 재판은 외국 등에 있는 피고인 소환 문제 등으로 인해 제대로 진행되진 않고 있다.
[中건설회사 시공한 호주 아파트도 부실 시공]
중국 국영 부동산 개발사가 호주 시드니에 지은 아파트 4개 동도 붕괴 위험에 처해 문제가 됐다. 지난해 1월 17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건축위원회는 이날 호주 시드니 맥쿼리 파크 핼리팩스가 23번지에 있는 라클란 라인 아파트 4개 동에 긴급 시정명령을 내렸다”면서 “이 아파트는 중국 국영 녹지홀딩스그룹(綠地控股集團)의 호주 자회사 그린란드가 지은 것으로, 최고 17층에 총 900세대 규모인데, 현지 부동산 중개업체 사이트에 따르면 총면적 63㎡ 규모 방 1개 아파트 매매가는 83만 호주달러(약 7억 3천만원) 수준”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건축위원회는 “시공상 결함으로 지하실과 1층 접합부 슬래브에 갈라짐 현상과 같은 심각한 손상이 확인됐다”며 “슬래브 파손으로 건물 일부가 파괴되거나 장기적으로 붕괴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中고속도로도 10년도 안돼 붕괴, “중력식 옹벽·볼트 없어”]
지난해 5월에는 광둥성 고속도로 구간이 개통된 지 10년도 지나지 않았음에도 붕괴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중국 계면신문은 지난해 5월 2일, “메이다(梅大)고속도로 2기 구간과 둥옌선 총 33.6㎞가 2014년 12월 31일 개통돼 메이다고속도로 전 구간이 완성됐다”면서 “사고 지역인 다부현을 관통하는 첫 번째 고속도로이자 광둥과 푸젠성을 연결하는 세 번째 고속도로인데, 지질 구조와 빗물 침식, 시공 품질 등이 붕괴의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계면신문은 이어 한 전문가의 말을 빌어 “사고 구간은 산의 경사면에 있고 산사태 지역으로 추정된다”면서 “그러나 중력식 옹벽이나 록볼트(암반 보강용 볼트), 지지구조물 등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계면신문은 또한 “점점 더 많은 산악 고속도로가 고가도로 형태를 채택하고 있지만 해당 구간은 경사면 매립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초기 건설 비용 등 때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계면신문은 “붕괴한 노면 길이는 17.9m, 면적은 184.3㎡에 달했는데, 이 사고로 도로를 지나던 차들이 산비탈로 추락, 토사에 묻혔다”면서 “사망자는 48명, 부상자는 30명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보수 반년 만에 가드레일 붕괴…中 황허대교 부실공사 논란]
중국의 부실공사 하나 더. 300억원을 들여 보수한 중국의 한 대교 가드레일이 개통 6개월 만에 무너져 부실 공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중국의 신경보는 지난 2023년 8월, “황허를 가로질러 산시(陝西)성 우부현과 산시(山西)성 류린현을 잇는 황허대교에 석재(石材)로 세운 가드레일이 무너져 널브러져 있고, 일부는 두 동강 난 모습이 찍힌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확산되고 있다”면서 “가드레일이 무너진 구간은 200m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신경보는 이어 “1969년 건설된 2.7㎞ 길이의 이 다리는 2019년 11월, 1억7천700만위안(약 321억원)을 들여 가드레일을 새로 설치하는 등의 보수 공사에 착수, 2022년 8월 완공했으며 검수를 거쳐 2023년 1월 개통했는데, 재개통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가드레일이 맥 없이 쓰러진 것”이라고 밝혔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당국이 묵인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공무원들과 시공 업체의 유착 의혹 제기와 함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신경보는 이와 관련해 “가드레일로 사용한 석재의 품질이 의심스러워 보인다”며 “문제의 가드레일은 보행자뿐 아니라 운행 차량에도 중대한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속히 과학적이고 권위 있는 조사를 벌여 공공 안전의 마지노선을 지켜야 한다”며 “문제가 있다면 책임자들을 엄중하게 문책해야 한다”고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드러난 중국회사들의 부실공사만 해도 이 정도다. 사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삼고 있는 일대일로 사업 상당수에서 부실 논란이 불거졌다. 중국이란 나라가 원래 짝퉁이 판치고 부실 공사가 비일비재하지만, 이번 태국 방콕에서 일어난 부실공사 논란은 두고 두고 중국의 이미지를 먹칠하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