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보국, “시진핑 주석 위임 이후 수백만 달러 재산 은닉”]
중국에서 반부패 운동과 함께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와 숙청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시진핑 일가는 주석 취임 이후 수백만 달러의 사업 이익을 은닉하고 있으며, 중국정부의 핵심 관료들도 수입이 4~6배로 늘어났다는 보고서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일본의 닛케이아시아는 지난 22일, “미 정보기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2년 지도자가 된 이후 친척들이 일부 지분을 매각했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진핑의 가족이 여전히 수백만 달러의 사업 이익과 금융 투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해 충격을 던져줬다.
실제로 툴시 개바드가 이끄는 미국 국가정보국(Office of the 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 ODNI)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부와 부패한 활동”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지난 2012년 당시 총리였던 원자바오와 시진핑의 가족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후, 시진핑 집권 이후 가족들의 보유 자산을 처분하도록 촉구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했다.
닛케이는 이어 “업계 조사에 따르면 2024년 현재 시진핑의 가족은 수백만 달러 규모의 사업 지분과 금융 투자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현재 나타난 자료로 볼 때 이러한 자산들이 시진핑 소유라는 직접적 증거는 없지만 시진핑이 자신을 대신하여 익명의 관리인을 통해 은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시진핑은 2012년에 당의 총서기가 되었고, 2013년에 중국 국가주석이 되었다.
닛케이는 이어 “이번 미국 정보국(ODNI)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정부와 군부내에 부패가 만연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국이 중앙 집권적 시스템인데도 불구하고 견제장치도 전혀 없고, 동시에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이다 보니 공무원들이 마음만 먹으면 합법적으로 위장해 최소 4~6배 이상의 수입을 늘릴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닛케이는 또한 “현재의 중국 시스템은 서열이 높은 사람들의 경우 접근성과 권한 수준도 높은 만큼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면서 “이에 대해 미국정보국(ODNI)은 실제로 중국의 관료들이 어떻게 부패재산을 벌어들이고 은닉하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고 짚었다.
미 정보국(ODNI)는 실제로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회원 자격 취득과 관련된 예를 들었다. 사실 중국에서 전인대 멤버라는 것은 최고의 권위를 누릴 수 있는 직책으로 심지어 민감한 정부의 자료나 문서들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이에 대해 정보국 보고서는 “전인대 회원 자격의 잠재적 혜택은 개인들이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가입하도록 유도하며, 종종 뇌물을 통해 가입하고, 회원 자격이 있는 동안 또는 심지어 임기가 끝난 후에도 뇌물을 수수하여 사업 거래를 촉진하도록 할만큼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밝히고 있다.
미 정보국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중국 공무원의 65%가 뇌물이나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비공식적 수입을 얻고 있다”면서 “이는 중국 당국의 10년 넘은 부패 방지 운동에도 불구하고 최소 500만명이 넘는 공무원들이 부패에 연루되어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미 정보국 보고서는 이어 “시진핑이 13년 넘게 펼쳐온 부패 방지 운동은 사실상 실패했으며, 그동안 벌여온 부패방지 운동은 실제적으로 부패와 단절하기 위한 캠페인이었다기보다 당의 통제를 유지하면서 더 은밀하게 불법을 은닉하고 숨기기 위한 방책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패의 상징인 시진핑이 반부패 운동을 벌이는 아이러니]
사실 시진핑의 부패 관련 내용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시진핑 취임 직후인 지난 2014년에도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덩샤오핑 전 주석 일가, 그리고 원자바오 전 총리 등 전현직 최고 지도부 일가가 세계 각지의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천문학적 액수의 자금을 은닉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개망신을 당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6월에도 미국의 보수 성향 일간지 워싱턴타임스(WT)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일가의 은닉 재산이 7억 달러(약 1조 264억원) 이상에 이른다고 보도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특히 WT가 보도한 이 내용은 지난 2022년말 미 의회를 통과한 ‘2023년 국방수권법(NDAA)’에 “국방정보국(DNI)이 2023년말까지 국무부와 함께 중국 공산당 최고위층의 치부와 부패행위에 대한 공개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는데, DNI는 예정된 시한 안에 보고서를 완성하지 못한 대신 일단 확인된 내용만 정리한 것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신빙성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번에 미 정보국이 발표한 보고서는 국방수권법에 의해 이미 2023년말까지 발표되었어야 할 보고서를 아직도 마무리하지 못하다가 이번에서야 트럼프 정부 들어 공개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WT는 이와 관련해 “시 주석 일가 은닉 재산의 대부분은 시 주석의 누나인 치차오차오(齊橋橋·어머니 치신의 성을 따름)와 자형인 덩자구이(鄧家貴), 치차오차오의 전 남편 소생 딸 장옌난(張燕南) 등의 명의로 돼 있다”면서 “시 주석 부인 펑리위안, 딸 시밍저가 보유한 재산도 있다”고 밝혔다.
치차오차오와 덩자구이 부부는 2015년 중국 부동산개발회사 완다그룹의 미상장 주식에 투자해 2억 달러 이상을 벌었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2009년 2890만 달러를 투자해 완다 주식을 사들였는데, 2015년 그 가치가 2억4000만 달러로 급등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2019년에는 시 주석의 외사촌 동생으로 호주 국적자인 치밍(齊明)이 돈세탁 등의 혐의로 호주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미 의회조사국(CRS)은 “중국 고위층이 뇌물, 급행료, 횡령 등으로 재산을 축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싱가포르 출신인 위엔위엔앙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중국 기업인에게 뇌물은 세금이라기보다는 투자”라고 했다. 공산당 실력자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하면서 저리의 융자, 토지 불하, 독점권 확보, 계약 수주, 세금 감면 등 다양한 특혜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 당시 이 의회조사국의 보고서에 대해 “시진핑의 숨겨진 재산이 겨우 7억 달러밖에 안되느냐”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일부로 축소한 것은 아니냐?” 등의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많았다.
이렇게 시진핑 스스로가 부패로 얼룩져 있음에도 시진핑은 지도자가 된 후 지속적인 부패 척결 운동을 해 왔다. 미 정보국(ODNI) 보고서는 이에 대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정부와 당 내의 약 5백만 명이 조사를 받았고, 470만 명의 공무원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면서 “시진핑의 부패 사정캠페인은 정치적 라이벌들을 숙청하는 용도로 쓰여져 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시진핑 정부 전반에 걸쳐 부패 사정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들어 눈여겨볼 것은 시진핑의 핵심 충성세력들과 군부에까지 부패 사정의 칼날이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시진핑의 측근 중 측근이었던 리상푸 국방부장과 먀오화 중앙군사위원회 정치부 부장까지 조사 대상에 오르면서 큰 충격을 주었다.
이러한 시진핑 측근 수사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다. 그 하나는 자신의 최측근까지 부패 수사를 강행함으로써 전 공무원들에게 일벌백계의 의지를 다지고자 한다는 시진핑의 뜻이 담겨 있다고 해석할 수 있고, 또다른 하나는 오히려 중국 공산당내에서 시진핑의 최측근들까지 부패혐의를 씌워 시진핑의 수족을 잘라내는 사실상의 ‘조용한 쿠데타’를 일으키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그만큼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 종신 집권을 향해 나아가는 시진핑을 향한 반감이 거세다는 것이고, 이러한 반발에 시진핑 주석도 꼼짝 못하고 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어찌되었던 중국에서의 부패 수사는 지금 시진핑 자신도 컨트롤 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고 있고 이로 인한 국력의 낭비, 특히 군부에 대한 부패 수사가 확대되면서 이런 상태로 과연 전쟁마저도 제대로 치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까지 나올 정도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부패 척결” 외친 시진핑, 도덕성 치명타]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미국이 의도적으로 시진핑의 부패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린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미 정보당국의 이 보고서는 진즉 의회에 제출되었어야 하나 지금까지 미뤄진 것은 미중관계를 고려한 바이든 정부의 선택적 결단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가 트럼프 정부들어 전격 공개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미 정보국의 이번 시진핑 은닉 재산 관련 자료 공개는 그리안해도 경제 문제로 흔들리는 시진핑 주석에 대한 중국 인민들의 허탈감과 함께 지도층에 대한 불신감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진핑 정권의 부패 척결운동이 자기 모순에 빠질 수도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누가 누구의 부패를 조사하고 또 심판대에 세우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중국은 이번 미 정보국의 자료가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도록 철저히 막고 있고, 당연히 중국내로 이 소식이 퍼져 나가지 못하도록 완전 봉쇄작전에 들어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에도 그랬듯이 중국내 많은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시진핑과 중국 고위층의 부패 소식은 일파만파 퍼져 나갈 것이고, 이는 지금의 중국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자들이 바로 중국 공산당 지도층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알려줌과 동시에 중산층과 빈곤층의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를 급증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