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군용기 영공 20㎞까지 접근, 닷새만 여러 대 동시 진입]
러시아 군용기가 우리 대한민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을 수시로 유린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주권을 완전 무시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20일 오전 7시께 러시아 군용기 여러 대가 동해 KADIZ에 순차적으로 진입했다가 이탈했으며 이 과정에서 영공 침범은 없었다”면서 “러시아 군용기가 KADIZ에 진입하기 전부터 이를 식별했고, 공군 전투기를 투입해 우발 상황에 대비한 전술조치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5일에도 러시아 군용기 여러 대가 동해 KADIZ에 진입했다가 이탈한 바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 군용기의 KADIZ 침범을 예사롭게 여기는 러시아 당국의 저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우리 국방부는 주한러시아 국방무관인 니콜라이 마르첸코 공군 대령을 초치해 항의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15일 당시에는 러시아 측이 우리 측과의 교신에서 훈련 목적이며 영공 침범 의사가 없다고 확인해 유선으로 항의하는데 그쳤지만, 이날은 우리의 교신에 응하지 않은데다 최근 KADIZ 진입도 빈번해 국방무관을 초치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어 “특히, 러시아 군용기들은 이날 울릉도 북방 대한민국 영공 외곽 약 20km까지 근접 비행했다”면서 “이 정도로 영공에 근접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눈여겨볼 것은 러시아 군용기가 지난 11일부터 이날까지 최근 열흘간 8차례나 KADIZ를 무단 진입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합참 관계자는 “러시아 군용기는 3월 들어 이례적인 빈도로 KADIZ에 진입하고 있다”며 “한 대가 잠시 KADIZ에 진입하는 경우 언론에 알리지 않지만, 지난 15일과 오늘처럼 여러 대가 동시에 진입하는 경우 언론에 공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승범 국방부 국제정책관은 “러시아 군용기의 잦은 KADIZ 무단 진입과 영공 근접 비행 상황을 고려해 용산 국방부 청사로 초치된 마르첸코 러시아 국방무관에게 엄중히 항의하고 재발방지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방공식별구역은 자국 영공으로 접근하는 군용 항공기를 조기에 식별해 대응하기 위해 설정하는 임의의 선으로, 개별 국가의 주권 사항인 영공과는 다른 개념이다.
다른 나라 방공식별구역 안에 진입하는 군용 항공기는 해당 국가에 미리 비행계획을 제출하고 진입 시 위치 등을 통보하는 것이 국제적 관행이나, 러시아는 한국이 설정한 카디즈가 국제법적 근거가 없다며 이에 대한 한국의 통제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중국 공군과 수시로 KADIZ 침범하는 러시아 군용기]
그런데 우리의 눈을 거슬리게 하는 것은 러시아 공군이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과 함께 수시로 우리의 KADIZ를 침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1월 29일에도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 11대가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에 진입해 군이 대응에 나선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9시 35분께부터 오후 1시 53분께까지 중국 군용기 5대와 러시아 군용기 6대가 동해 및 남해 KADIZ에 순차적으로 진입 후 이탈했다”면서 “영공 침범은 없었으며, 양국 폭격기와 전투기 등이 진입했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이어 “중국 군용기들은 이어도 쪽에서 한국과 일본 사이를 거쳐 독도 쪽으로 향했고, 러시아 군용기들은 북동쪽에서 독도를 향해 남하했다”면서 “이들은 독도 남방 해상에서 일정 시간 같이 비행하다가 이후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합참은 이어 “우리 군은 중국 및 러시아 군용기가 KADIZ에 진입하기 이전부터 식별했고, 공군 전투기를 투입해 우발상황을 대비한 전술 조치를 실시했다”면서 “양국이 연합 공중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국방부는 이날 소셜미디어 공식 계정을 통해 “중국군과 러시아군이 동해 공역에서 제9차 연합 전략순찰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2019년부터 중국과 러시아는 연합훈련 등의 명목으로 연간 1∼2차례 정도 군용기를 KADIZ에 진입시키고 있지만, 사전 통보는 하지 않고 있다. 이같은 조치는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주권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카디즈 진입한 러시아 “중국과 합동훈련, 지역안보 위한 것”]
그런데 우리의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러시아의 태도다. 러시아는 그동안 외교라인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 공군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 진입과 관련해 “지역 안보 강화를 위한 양국 간 협력 차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지난 2022년 5월 26일, RT아라빅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중국 공군의 합동훈련은 지역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는 정규 군사 활동의 보완과 지역 안보 강화를 위한 양국 간 협력의 일환”이라고 밝힌 바 있다.
라브로프는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방어선이 다음 차례에는 남중국해로 옮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라브로프는 당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 등을 거론하면서 “최근 몇 달간 호전적인 정치인들은 나토가 태평양 지역의 안보를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이는 명백하게 나토의 방어선이 남중국해로 옮겨갈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라브로프의 이러한 발언은 5월 24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중국 공군과 함께 독도 인근 카디즈에 진입했다가 이탈한 후 나왔다.
이렇게 러시아는 수시로 중국과 공동으로 연합작전을 한다는 명분으로 대한민국의 카디즈를 아예 무시하는 외교적 무례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안중에도 없는 도발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지난해 현충일에도 카디즈 넘었던 중-러 군용기]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는 지난해 현충일에도 카디즈에 무단 진입한 바 있다. 당시 중·러 군용기 8대는 117분간 이어도, 제주도, 마라도 등 남·동해 상공 카디즈를 휘저었다. 그런데 그날이 하필 현충일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분노는 더욱 컸다. 스탈린의 남침 재가, 마오쩌둥의 군사 개입이라는 70여 년 전 국제전 성격의 6·25 상황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과 러시아의 항공기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통보도 없이 불쑥 침범했다. 눈여겨볼 점은 이렇게 중국과 러시아군 항공기가 우리의 카디즈를 침범해 연합훈련을 한다는 것 자체가 한반도 주변 유사시를 가정한 군사훈련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러시아 군 독자적으로 이번에 KADIZ를 무단 침범했다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이 병력을 파견한 것에 대한 보응으로 남북간 군사적 충돌시 러시아군이 대한민국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군사훈련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를 섬뜩하게 만든다.
더더욱 중국이나 러시아 군용기가 훈련을 한답시고 남·서해부터 동해까지 한반도를 빙 돌며 비행 작전을 편다는 것은 분명한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지금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결국 중국이나 러시아가 군사훈련이라는 명분으로 우리의 카디즈를 이렇게 수시로 유린하는 것은 카디즈 침범시 한·미·일 대응 패턴과 수준을 파악하는 정보 수집 목적뿐 아니라 미국 주도로 설정된 카디즈를 무력화하며 역내 중·러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 횟수도 문제다. 중국과 러시아는 해마다 약 70회 내외 카디즈를 침범하고 있다는 것은 중·러 조종사들이 카디즈를 안방처럼 드나들며 비행 기술을 몸에 익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공군은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차디즈)에 가본 적이 없다.
이러한 행태와 관련해 전 주한미군사령관이었던 에이브럼스 장군은 “한반도 유사시 중국 개입이 있을 텐데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보자’고 넘기기엔 너무 복잡하고 다면적이며, 대가가 너무 크고 위험이 너무 중대한 상황”이라고 충고했다. 그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넘기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거론하는 것은 비례성 원칙이다. 중국이 카디즈를 침범한다면 우리도 차디즈를 넘어서는 것이다. 러시아에게도 마찬가지다.
대신 그렇게 중국과 러시아의 아디즈를 넘어설 때 사전에 통보하면 된다. 그것이 국제법 관례이기 떄문이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과 중국 및 러시아와 차별성도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나라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
더불어 또다시 거론하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적국(敵國)으로서 분명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는 친중주의자들도 많지만 의외로 친러주의자들도 꽤 많이 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도 그저 우크라이나와 젤린스키 대통령을 비난하는 경우도 있다. 정신차려야 한다. 러시아는 6,25를 일으킨 당사국이기도 하다. 그 명확한 진실에 대해 우리가 눈 감아서는 안 될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