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반도체 핵심기술 5개 모두 中에 따라잡혔다” 사실일까?]
반도체 분야 핵심 기술 역량에서 한국이 2년 만에 중국에 추월당했다는 평가가 나와 반도체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를 기화로 일부 언론들에서는 “정부 리더십 공백과 트럼프발(發) 통상 위협 등 내우외환 속에서 한국 반도체의 기술 동력마저 꺼져가고 있다는 위기 신호”라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데 반도체 핵심 기술 역량에서 중국이 한국을 추월한 것일까?
과학기술정책의 수립·조정 및 국가연구개발사업의 평가 등을 지원하는 기관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지난 19일, 국내 반도체 전문가 3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지난해 기준 한국은 반도체 핵심 기술 5개 분야 중 △고집적 메모리 △고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 △전력반도체 △차세대 고성능 센싱 등 4개 분야에서 중국에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첨단 패키징 기술 분야에서는 중국과 같은 수준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이 기관은 앞서 2022년 조사에선 메모리와 센싱, 패키징 분야가 중국에 앞선 것으로 평가됐지만 2년 만에 모두 추월당하거나 따라잡혔다고 보고했다.
이 내용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회자되다가 지난 주 한국경제인협회장 연임이 결정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취임사에서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이 위기를 맞은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며 이런 내용을 언급하면서 대거 확산됐다.
류진 회장은 이어 “한국의 AI 투자규모는 중국의 5분의 1에 불과하고 반도체 생산라인의 증설 허가를 받는 데만 2∼3년 걸린다”면서 “한국경제는 성장과 정체의 갈림길 수준을 넘어 벼랑 끝에 놓여있는 상황이며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을 되살릴 골든타임이 얼마남지 않았다”고도 했다.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아직 멀었다!]
우리나라의 언론이나 연구기관들에서 흔히 실수하거나 착각하는 것 중의 하나는 중국 당국이 발표하는 통계자료나 관련 홍보자료들을 100% 신뢰해 버린다는 점이다. 그 통계 속에 얼마나 엄청난 허상이 가려져 있는지는 별로 분석하지 않는다. 실제로 경제성장률 통계만 하더라도 국내의 대부분 언론들은 중국 당국의 발표 내용을 전혀 의심도 없이 그대로 인용한다. 그러면서 그 수치에 대한 의문점도 전혀 제기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러한 경향은 과학기술 등의 전문 분야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러다보니 중국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대대적 오류를 범한다. 그렇다면 첨단 반도체 기술에서 중국이 진짜로 한국을 추월했을까? 중국의 반도체 기술 수준이 정말로 그 격차를 줄이는 것을 넘어 오히려 앞질렀을까?
이를 단적으로 이해하려면 시진핑 주석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적극 추진했던 ‘중국 제조 2025’의 결과를 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시진핑은 지난 2015년, 질적인 면에서 제조 강대국이 되고자 하는 산업고도화 전략의 일환으로 30년간 3단계에 걸쳐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와 9대 과제를 설정했다.
시진핑은 바로 ‘중국제조 2025’를 통해 IT기술을 전체 산업의 기반 삼아 제조업의 스마트화를 꾀하고, 기술 및 부품의 대외의존도를 줄이면서, 친환경 제조업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 했다. 그 핵심에 반도체 산업이 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국 제조 2025’ 계획에서 설정했던 260여개의 목표 중에서 완전한 목표 달성은 아니지만 그나마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인 분야로 로봇 기술, 농업 장비, 바이오 제약 및 해양 공학 등이 적시됐다. 그러나 관련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신소재,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중국은 여전히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이렇게 시진핑의 명운이 달렸다고 해도 좋을 ‘중국제조 2025’ 계획이 왜 이렇게 계획대로, 다시말해 시진핑의 야망대로 진전되지 않은 것일까? 그 중 첫 번쨰 요인은 코로나 팬데믹이다. 이로인해 중국의 전 산업이 일시 정체되었고, 이는 곧바로 중국 경제의 침체를 불러왔다. 당연히 관련 연구비 지출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진핑의 ‘중국 제조 2025’ 계획의 현재 달성 수준은 50%는 커녕 35% 정도 달성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하기도 한다.
특히 반도체의 기술 수준을 확인하려면 현재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이 얼마나 되는지 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테크인사이트 등의 전문기관 자료에 따르면 ‘중국 제조 2025’를 처음 내놓았을 때 중국 반도체의 자급률은 10%에 불과했다. 그것도 중국에 공장을 둔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량까지 포함해서다.
중국 당국은 원래 이러한 자급률을 2021년에는 40%, 2023년에는 50%, 그리고 2025년에는 70% 정도 달성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그런데 결과는 어떠했을까? 2021년에는 16.7%, 2023년에는 23%에 불과했다. 그리고 2025년 올해도 겨우 25~30% 정도에 이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역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까지 포함한 수치다. 이것도 아주 후하게 평가를 한 테크 인사이트의 결과다.
반면 IC Insights는 2021년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이 16.7%였으며, 2026년 들어서도 불과 21.2% 정도밖에 이르지 못할 것으로 평가했다. 이러한 반도체 자급률 수치를 보면 지금 중국의 반도체 기술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한마디로 말해준다.
중국내 자급률 뿐만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에서도 중국은 아직 글로벌 선두 국가들과 심각한 격차를 보인다. 2022년 기준 중국의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약 3.4%로, 한국(17.7%), 일본(8.6%), 미국(52%) 등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중국의 반도체가 비록 첨단이 아닌 레거시 제품들로 세계로 진출하려 하지만 그럼에도 대대적인 시장 장악을 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때문이다. 여기에다 미국은 2022년부터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포함한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고, 중국은 여전히 심자외선(DUV) 공정 기반의 반도체 생산에 머물러 있다.
그렇다고 중국이 반도체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중국은 원래 반도체를 시작할 때부터 글로벌 협력을 기반으로 추진됐다. 미국이나 일본, 한국 등 국가들로부터 기술 이전과 제품 수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꼼짝도 못하는 시스템이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런 중국이 한국의 첨단 기술을 추월했다고? 턱도 없는 소리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중국은 한국의 반도체 기술을 뛰어 넘는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금 수준만 해도 최소 10년 이상은 뒤처져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말은 앞으로 10년 이상이 걸려야 지금의 한국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때쯤이면 한국은 더욱 비상하고 있을 것이다. 결국 중국에 대한 기술 제재 등이 가동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의 첨단 반도체산업을 추월한다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AI굴기’, 단어에 현혹될 필요는 없다]
중국의 첨단기술의 미래를 말할 때 항상 조심해야 하는 것은 중국이 지나치게 과대 선전하는 소위 ‘뻥튀기’ 전술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다. 지난 2019년 36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면서 미국의 반도체 견제에 대항해 반도체 굴기에 나섰던 중국이 지난해 당시의 두 배 규모인 65조원의 펀드를 투입하면서 또다시 사활을 건 반도체 전쟁을 선포했다. 그렇다면 중국의 연이은 반도체 굴기는 그동안의 참혹한 실패를 딛고 과연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있을까?
중국이 이렇게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면서 반도체 굴기에 나서는 것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재편을 둘러싼 미국의 각종 제재 때문이다. 사실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순풍에 돛을 달고 있었고 그 성장 속도는 놀라웠다.
반도체 산업은 크게 설계-제조-패키징이라는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중국 반도체 산업은 초기의 패키징 분야 진입에서 더 나아가 설계 단계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이러한 괄목할만한 성장에 시진핑 주석은 과신을 했고, 앞으로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오판했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은 반도체 산업이라는 것 자체가 기본적으로 서방이 갖고 있는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예를 들면, 중국 설계업체들은 미국의 설계자동화 소프트웨어인 EDA에 의존해야만 하며, 하이실리콘이 디자인한 반도체는 TSMC에 의존해야 생산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굴기란 결국 그동안 서방진영에 의존해 왔던 반도체 생태계를 중국의 독자기술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자 빅테크들이 연대하여 만들어내는 종합 예술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애초부터 중국 독자적인 기술망을 구축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2019년 36조원 규모의 펀드 투자는 사실상 참혹하다할 정도의 성과만 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22년 1월 9일(현지시간), “기업 발표와 중국 관영매체 보도, 지방정부 문건 등을 분석한 결과 중국에서 지난 3년간 최소 6개의 새 대규모 반도체 제조 프로젝트가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들 프로젝트에 투입된 금액은 최소 23억 달러(약 2조7692억원)로, 대부분은 중국정부가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들은 단 한 개의 반도체조차 만들지 못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렇다면 지난해 투자하기로 결정한 65조원 규모의 2단계 펀드는 어떠할까? 우선 그 펀드들이 제대로 투입될지도 의문이다. 갑자기 시진핑 주석이 지난 딥시크 충격 이후 AI를 국가지정산업으로 육성한다고 했기 떄문이다. 한마디로 민간기업이 아닌 국가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고 이끌어가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시진핑의 생각이 수많은 부작용들을 불러일으키면서 반도체 펀드는 기괴한 결과들만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단적인 사례 하나만 들자. 중국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SMIC의 경우 7㎚ 공정 칩 생산에 성공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사실일까? 그렇다.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그 수율이 어느 정도인가에 달려 있다. EUV를 통해 만들어야 할 7nm 칩을 DUV를 통해 억지로 만들어내고 있으니 일단 성공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상업성은 완전히 떨어진다. 더구나 삼성전자는 지금 7nm를 넘어 2nm 공정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결론은 중국이 계속해서 한국의 첨단기술을 따라 올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추격자일 뿐이다.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기 떄문이다. AI로 세계를 장악한다고? 그것도 두고봐야 한다. 민간기업이 AI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지만 시진핑이 손을 대는 순간 이미 한계는 그어진다. 통제국가인 중국에서 AI가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다. 이것이 바로 중국의 한계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