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진핑, 머지않은 미래에 미국 방문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향해 “정상회담을 원한다면 미국으로 오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동안 미중간 기싸움에서 중국이 완전히 밀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트럼프-시진핑 간의 정상회담 진행은 앞으로 상당한 파고를 넘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미국 워싱턴DC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를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그 아래 최고위급 인사들이 너무 머지않은 미래에 (in the not too distant future)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미국과 중국 두 초강대국이 무역전쟁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잠재적으로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를 발신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후 펜타닐 원료 유입을 문제삼아 중국에 2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에 최대 15% 관세를 매기는 등 미중 간 무역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FT는 이어 “백악관은 워싱턴과 베이징이 정상회담에 대한 회담을 시작했는지에 대한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으며, 워싱턴의 중국 대사관은 논평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정상회담 원했던 시진핑, 트럼프에 밀렸나?]
지금 이 상황에서 최대 관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대로 미중정상회담의 개최지를 미국으로 정한 것에 대해 시진핑 주석도 과연 동의를 했는가의 여부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0일, “오는 6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간 회담을 위한 양국 논의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미국과 중국의 양국 관리들이 미중정상회담을 미국이 아닌 중국에서 여는 방안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빠르면 4월중에 중국에서 열 수도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고 복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런 가운데 자유아시아방송(RFA) 중국어판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전화회담도 미루고 대면회담도 망설이는 시진핑, 과연 무엇 때문일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중간 관세전쟁으로 최근 중국산 제품에 대해 20%의 특별관세를 부과했음에도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이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과의 무역협상도 제대로 시도하지도 않고 있다”면서 “트럼프와 시진핑 두 사람 모두 생일이 6월이고 날짜도 하루밖에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그 날을 전후로 소위 ‘생일회담’을 여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RFA는 이어 “현재 중국이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을 감안할 때, 일반적으로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더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렇게 미중 양국간 정상회담 진행 여부가 조율중에 있었지만 중국측은 계속해서 중국에서 열기를 원하고 있었고, 미국측은 그러한 중국측 뜻에 전혀 동의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미중간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중국 입장에서는 양국간 무역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상회담 진행 필요성을 강력히 느끼면서도 그 회담이 미국에서 열리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한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동안 아시아 태평양 담당 국무부 차관보로 일했던 데이비드 스틸웰은 RFA에 “중국 입장에서 시진핑이 미국을 방문한다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있는데, 사실 미국에 고개를 숙이고 들어간다는 이미지를 풍길 수 있다”면서 “바로 이 점 떄문에 양국 관리들이 정상회담 장소를 놓고 협상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워싱턴 DC에 있는 미국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의 연구원 마이클 커닝햄은 RFA와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에 소극적인 이유는 시진핑 주석이 회담을 원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회담을 추진함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여전히 그러한 회담의 위험이 이득보다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양측이 어느 정도 합의에 도달하고 공식적으로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시진핑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꺼릴 수 있다”면서 “비록 합의가 상징적인 수준에 그칠지라도, 중국이 이를 승리로 홍보할 수 있다면, 대화가 이어질 수도 있지만, 그러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시진핑은 중국 내 정치적 위험을 피하기 위해 만남을 가질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FA는 이에 대해 “중국 관리들은 트럼프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는 것 외에도 시진핑 주석이 백악관을 방문하면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백악관에서 공개적으로 비난을 받은 것과 유사한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렇게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가운데 돌연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정상회담의 미국 개최를 일방적으로 선언해 버린 꼴이 된 것이다.
이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미중정상회담의 개최 장소에 대해 미중간 협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FT는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는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이 조만간 개최하는 것에 대한 깊은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베이징에서 이 문제에 대해 잘 아는 이는 미중정상회담과 관련된 고위급 회담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시진핑이 미중정상회담의 의제와 구체적인 결론까지 아직 정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를 만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FT의 진단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시진핑의 미국 방문 역시 중국 내에서는 전혀 결정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정상회담을 미국에서 열리게 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은 순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의사 표시이자, “나를 만나려면 미국으로 직접 오라”는 외교적 통보에 다름없다 할 것이다.
[‘시진핑 다루기’에 들어간 트럼프, 일방적 회담 될 수도]
트럼프는 이미 1기때 대 중국 강경 정책을 편 바 있으며, 2기 취임 직후 중국으로부터의 수입품에 20%의 관세를 부과했다. 그리고 앞으로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이에 베이징은 약 220억 달러 규모의 미국의 농업 분야를 겨냥해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애가 타는 쪽은 중국이다. 트럼프의 미국이 대 중국 정책을 어느 정도 강경하게 끌고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다고 해서 어느 정도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완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의 외교 방식에서 가장 기피하는 것은 정상회담에서 상대방과 어떤 대화를 나눌지, 또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될지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경우다. 사실 시진핑 주석은 성격도 상당히 내성적인데다 어찌보면 성향 자체가 트럼프 대통령과는 완전 판이하다. 그렇기 떄문에 아무런 각본이 없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일대일로 회담을 진행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끔찍한 상황이라 할 수도 있다.
더더욱 시진핑 주석이 두려워하는 것은 실무진간의 미팅에서 정상회담의 가이드라인이 완전히 잡혀 있다 할지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돌발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만약 그 경우 시진핑 주석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는 완전 미지수다.
문제는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린스키 대통령의 백악관 방문에서 사단이 났던 것처럼 트럼프-시진핑간 정상회담에서 어떠한 돌발 행동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일이 중국에서 일어난다면 얼마든지 은폐할 수 있지만 미국의 백악관이나 마러라고 리조트 등지에서 일어난다면 중국이 그것을 통제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바로 이 점을 중국, 그리고 시진핑 주석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죽했으면 트럼프-시진핑간 전화통화까지도 시진핑 주석이 꺼려하겠는가? 그만큼 시진핑은 트럼프의 예상치 못하는 돌발 행동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미국으로 건너가 정상회담을 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미국에서 정상회담을 열 것이라 발표해 버렸다. 이렇게 되면 시진핑 주석은 더욱 코너에 몰리는 셈이 됐다.
이와 관련해 FT는 CIA의 중국 전문가였던 크리스토퍼 존슨의 견해를 빌어 “시진핑은 지난 트럼프 1기 때 마러라고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연 바 있는데, 바로 그 회담 자체가 큰 실수였다고 믿고 있다”면서 “미중간 실무자그룹에서 완전한 정상회담 가이드라인이 합의되지 않는다면 시진핑이 미국으로 건너가 회담을 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리스토퍼 존슨은 이어 “트럼프가 오는 4월 1일까지 대 중국 무역정책 보고서를 만들 것을 실무진에게 지시를 했는데,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회담 성사 여부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중국은 대통령의 특사가 중국을 방문해 회담 관련 논의를 하기 원하지만 트럼프는 그럴 생각이 없는 듯 보인다”고 짚었다.
이렇게 미중정상회담의 개최 여부는 시진핑 주석에게 그 선택권이 넘어갔다. 그러나 시진핑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결정한 미국에서 회담을 할지 말지, 그리고 의제 또한 미국이 결정한대로 따라가야 할지 말지, 그리고 하나 더,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응변식의 불확실한 적극 공세가 있을 것임을 알고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담을 성사시켜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 처했다. 이미 ‘갑(甲)’과 ‘을(乙)’이 정해진 미중정상회담이 과연 제대로 개최될 수 있을까? 바야흐로 시진핑의 선택이 주목된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