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美증시 충격의 블랙먼데이, 시총 4조달러 증발 - 트럼프발 'R 공포'에 미국 증시 비명…시총 4조달러 증발 - 트럼프가 의도적으로 시장을 흔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와 - 월가 대형은행, 美 경기침체 확률 높이고 성장률은 하향 조정
  • 기사등록 2025-03-12 04:30:44
기사수정



[트럼프발 'R 공포'에 미국 증시 비명…시총 4조달러 증발]


미국 주식 시장 시가총액이 지난달 고점에서 4조달러(약 5천832조원) 증발하는 대사건이 벌어졌다. 그동안 나홀로 탄탄한 성장을 유지해 오던 미국 경제가 이렇게 경기 침체 우려까지 불거지면서 주식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미국이 받는 충격은 더욱 컸다.



로이터통신은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따라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극대화됐고,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다보니 주식 시장 매도가 이어지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2.70% 급락했다”면서 “이는 뉴욕 증시에서 올해 들어 최대 낙폭”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어 “S&P 500 지수는 지난달 19일 사상 최고치 대비 8.6% 후퇴한 수준으로 주저앉았는데, 이는 지수 종목 편출입까지 반영하면 10% 가까이 빠진 셈”이라면서 “이 기간 지수 편입 종목들의 시가총액은 4조달러 증발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도 4.00% 폭락했는데,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1만8천선이 무너진 것”이라면서 “이날 낙폭은 2022년 9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대로, 나스닥 지수는 작년 12월 사상 최고치 대비 10% 넘게 하락하며 기술적 조정 영역에 들어섰다”고 짚었다.


이날 뉴욕증시 급락장을 초래한 직접적인 방아쇠는 전날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의 폭스뉴스 인터뷰 발언이었다. 월가에서는 그동안 관세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의 단순한 협상 전략에 불과하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이는 관세 정책 추진 과정에 시장 충격이나 경기 악영향이 가시화될 경우 관세 위협을 물릴 것이란 기대로 이어져 왔다.


그러나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폭스뉴스에서의 발언은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침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침체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부인하지 않은 채 “과도기(transition)가 있다”며 “우리가 하는 일이 매우 큰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침체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과도기’라고 응답함으로써 트럼프 행정부가 '대의' 실현을 위해서라면 단기적인 경기침체나 주가 급락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기자회견에서 '주식 시장의 반응 때문에 관세를 유예했느냐'는 물음에는 “난 시장을 보지도 않는다. 장기적으로 보면, 지금 벌어지는 일들 덕분에 미국은 매우 강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베어드 프라이빗웰스매니지먼트의 로스 메이필드 투자전략 분석가는 “트럼프 행정부는 주가가 하락하는 것에 좀 더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더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경기침체도 감수할 용의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의도적으로 시장을 흔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와]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과 관련해 월가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정권 초반 의도적으로 증시를 흔든 뒤 책임을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탓으로 전가할 유인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마디로 일반 기업에서도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면 단기 실적 악화를 감수하고 '빅배스'(부실을 한 번에 반영해 털고 가는 것)를 하듯 '이참에 한 번 털고 가자'는 전략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투자은행 스티펄의 브라이언 가드너 수석 정책 담당 전략가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침체가 늦게 발생할수록 현행 정부가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며 “반면 침체가 일찍 발생할수록 유권자들은 전임 행정부를 비난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월가 대형은행, 美 경기침체 확률 높이고 성장률은 하향 조정]


미국 경제의 흐름이 이렇게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미 대형은행들도 속속 경제전망을 점점 비관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WSJ은 11일(현지시간) “JP모건체이스는 올해 미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을 종전 30%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면서 “JP모건의 브루스 카스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극단적인 미 행정부 정책으로 인해 미국이 올해 경기 침체에 빠질 중요한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골드만삭스도 2025년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이날 종전 2.4%에서 1.7%로 대폭 하향 조정했으며, 아울러 12개월 내 경기침체 확률을 종전 15%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면서 “이에 대해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훨씬 더 나쁜 지표에 직면하더라도 기존 정책에 계속 집착할 경우 침체 확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진화나선 백악관, 관세의 장기 효과 강조]


이렇게 미국 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고조 등으로 급락하자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장기적으로 경제에 도움된다고 강조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백악관은 이날 증시 급락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주식 시장의 동물적인 감각과 우리가 업계 및 업계 리더들로부터 실질적으로 파악하는 바 사이에는 강한 차이가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미칠 영향에 있어 후자가 확실히 전자에 비해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의 이러한 설명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등 경제 정책에 증시가 단기적으로 부정적으로 반응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경제에 더 큰 혜택을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경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돼 이를 통해 재계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재계 단체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찾아 월가 은행 등 각계 기업을 이끄는 CEO들을 만난다”면서 “이 협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은 미국 경제의 모든 부문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최고경영자 200명 이상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경제의 진전과 관련해 극도로 활황세를 보일 수 있는 많은 이유가 있다”면서도 “1분기(1∼3월)에 데이터(경제 관련 수치)에 일부 삐걱거림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분기에 일어날 일은 긍정적인 범주로 간신히 진입하는 것이고, 그런 뒤 2분기에는 모두가 감세의 현실을 목도하면서 (경기가) 이륙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경제참모 “美경제 불안정…관세정책은 잘못된 판단”]


백악관의 이러한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참모였던 스티븐 무어가 미국 경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스티븐 무어는 9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의 경제는 매우 불안정하다”면서 “지난 8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보고서를 보면 고용은 좋지 않았고, 소비자 신뢰지수도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티븐 무어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관세 문제를 부각한 것은 잘못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관세 정책이 캐나다와 멕시코를 비롯해 중국과의 무역 갈등을 심화시키면서 시장의 불안정성을 증폭했다는 것이다.


스티븐 무어는 “현재 미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경기부양책이기 떄문에 세금 감면이 필요하다”면서 “의회는 5월 말까지 세금 감면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의 경제고문으로 활동한 무어는 지난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 후보로 추천했지만, 성차별 발언 등 자질 논란이 불거지자 자진해서 사퇴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대선 때는 헤리티지 재단 주도로 작성된 정책제언집 '프로젝트 2025' 집필에 참여하기도 했다.


한편 보수성향의 WSJ도 “미국 경제 곳곳에 경기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마구잡이(willy-nilly) 행태의 관세정책을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WSJ은 10일(현지시간) '트럼프발 경기침체(Trump Recession)가 올까'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경기침체 우려로 뉴욕 주식시장이 다시 급락했다”면서 “주가가 한동안 상승세를 이어왔기 때문에 이번 급락을 단순한 조정으로 볼 수도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경계해야 할 지표들도 있다”고 짚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경기 침체와 관련해 애매한 답변을 내놓아 시장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쳤다”면서 “'약간의 혼란'은 괜찮을 수 있다는 모호한 태도로 인해 주가는 트럼프 당선 이후 상승분을 모두 지워버렸다”고 지적했다.


WSJ은 그러면서 “물론 대통령은 장기적 성장을 촉진할 경제 정책에 대해 투자자들이 단기적으로 반응하는 것에 집착해서는 안 되지만 미국 경제 둔화 신호는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WSJ은 “지난달 15만1천명이 새로 고용됐으나 작년 11월과 12월의 절반 수준이며, 지난 두 달간 레저 및 접객업 분야 일자리가 감소한 것은 재량적 지출이 줄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은 소비자의 불안감도 증폭시킨다”고 짚었다. .


WSJ은 “주식 시장의 약세는 소비자 지출을 줄여 미국 제조업 부문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로 인한 비용상승과 불확실성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를 잠재우고 싶다면 관세 계획을 보류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WSJ은 “본지는 얼마 전 멕시코와 캐나다 상대 관세를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이라고 불러 트럼프 대통령을 격노하게 했는데, 이는 오히려 약한 표현일 수 있다”며 “미국이 '관세맨'(Tariff Man) 트럼프 대통령이 초래할 경제적 위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21846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북한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