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크라에 대한 정보공유 차단 거의 해제”]
악화일로를 걷던 미국과 우크라이나간 분위기가 다시 완전 해빙무드로 되돌아갔다. 미국은 그동안 전면 차단했던 정보 공유를 재개했으며, 우크라이나측과 종전 관련 회담을 갖기로 했다. 또한 전쟁 재발 방지를 위한 전후대책이 담긴 전문가 보고서도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보 공유 중단 조치와 관련해 ‘이를 해제했다’고 밝혔다”면서 “이러한 조치는 지난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파행되고,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5일 ‘정보 공유를 중단했다’고 밝힌 지 나흘 만”이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보 공유 중단은 러시아의 공세 속 무기 등 군사 원조 제공 중단에 이은 두 번째 조치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방어 능력을 약화하고 인명 피해를 초래하며, 우크라이나군의 손발을 묶었다는 비판이 많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뭔가를 진지하게 해낼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싶다”면서 “러시아에 대한 관세 부과와 관련해 많은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그동안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제대로 응하지 않을 경우 관세와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는 “관세는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일 중 가장 위대한 일이 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우리나라가 다시 부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는 이어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10~12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終戰)과 광물 협정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면서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진전이 있을 것이며,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그들(우크라이나)이 광물 협정에 서명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나는 그들이 평화를 바라기를 원한다. 그들은 그들이 보여줘야 하는 만큼 보여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우크라 전후 대책, “1100㎞ 전선에 9㎞ 폭 완충지대”]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만 3년만에 종전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전쟁 재발 방지를 위한 전후대책이 담긴 전문가 보고서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스위스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싱크탱크 '제네바안보정책센터'(GCSP)가 지난주 우크라이나에서 평화유지 활동을 진행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담긴 보고서를 발간했다”면서 “31페이지 분량의 이 보고서는 약 1천100㎞의 전선을 따라 최소 너비가 6마일(약 9.65㎞)인 완충지대를 구축, 양측의 충돌을 억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이어 “휴전 감시를 위해 5000명의 민간인과 경찰들이 휴전선을 따라 순찰을 진행하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3국에서 파병한 1만명의 외국군 배치가 필요하다”면서 “이러한 활동은 유엔이나 여타 국제기구의 위임을 받아 진행돼야 하며, 전쟁 억지력 확보를 위한 '인계철선'(trip wire) 역할을 할 다른 부대들과는 별개의 성격을 지녀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또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군당국자로 합동위원회를 구성, 국제감시단이 적발한 휴전 위반 사례 등과 관련해 서로 책임을 묻고 포로 교환, 지뢰제거, 민간인 왕래를 위한 통로 확보 등을 협상하도록 하자”는 방안도 내놓았다.
이 조직과 관련해 토마스 그레밍거 GCSP 소장은 “'제네바안보정책센터'(GCSP)는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휴전 전문가 그룹을 소집해 전후 대책 마련을 논의했고, 이 그룹에는 국제기구 당국자들과 평화유지 경험이 있는 전직 군 지휘관들이 포함되어 있다”면서 “특히 우크라이나, 러시아, 미국, 유럽의 외교 정책 전문가들도 개인 자격으로 논의에 참석했으며, 이들은 논의 전후 자국 정부와 관련 내용을 공유했을 것으로 여겨진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NYT는 “실제 이 보고서는 정식 발간되기 전인 지난달 기밀채널을 통해 관련국들에 사전 공유됐으며, 해당 채널은 제네바에서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외교정책 전문가들이 정례적으로 진행하는 회의였다”고 전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구상대로 신속한 휴전이 타결된다고 해도 한국과 북한을 가르는 비무장지대(DMZ) 길이의 5배에 해당하는 700마일(약 1천100㎞)의 전선에서 평화유지 활동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며, 양측이 보유한 정교한 무기 체계도 주요 난관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보고서 초안을 작성한 유럽안보 전문가 월터 켐프는 “사상 최대의 휴전 감시 작전 중 하나가 매우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 싱크탱크 랜드 연구소의 러시아 전문가 새뮤얼 채럽도 “전례없고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름반도 강제병합 직후인 2015년 휴전 협정을 체결했으나 위반 행위를 처벌할 수단이 부재했던 까닭에 유명무실해진 경험이 있다.
이와 관련해 NYT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휴전에 합의할 의사가 있는지와 관련해서도 여전히 회의론이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의 야니스 클루게 연구원은 “(휴전이 임박했다는) 환상에 마음을 빼앗기면 위험하다”면서 “우크라이나가 독립과 주권을 유지하는데 러시아가 동의한다는 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시 러시아 공격하는 우크라, 동부전선에서 성과 올려]
미국과의 분위기가 다시 해빙 무드로 접어들면서 우크라이나군이 다시 러시아군을 향해 공격의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 NYT는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 동부지역에서 러시아의 공세를 저지하고 오히려 작은 규모의 땅을 회복하기 시작했다”면서 “지난 15개월여동안 러시아군이 총공세를 펼쳤으나 이젠 자원이 고갈되면서 우크라이나군에게 되려 반격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에 있는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수석 연구원인 마이클 코프만은 “최근 몇 달 동안 도네츠크에서의 러시아 공세는 악천후, 러시아군의 피로, 그리고 러시아군의 전투 방식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효과적인 적응으로 인해 중단되었다”면서 “도네츠크의 전선이 안정되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지만 우크라이나가 군대 부족을 보완할 혁신적인 방법을 찾으면서 상황이 많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NYT는 이어 “미국의 군사정보 제공 중단으로 말미암아 러시아의 쿠르스크 지역에서 러시아군과 북한군이 합동으로 공세를 펼치면서 빠르게 진군을 하기도 했지만, 현재 전쟁에서 가장 치열한 접전지는 오히려 도네츠크를 포함한 돈바스 지역의 260마일”이라고 지적했다.
*포크롭스크의 방어
지난해 12월 러시아군은 돈바스 지역의 많은 철도와 도로의 중심지인 포크롭스크를 러시아군이 총력전을 펼치면서 공세를 해 왔지만 우크라군은 잘 방어를 했으며, 오히려 반격작전까지 가하면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가방위군 제3작전여단 사령관 올렉시 킬첸코 대령은 “러시아군이 지난달에 막대한 손실을 입은 후 공격이 눈에 띄게 줄였다”면서 “어느 시점에서 러시아군이 총공세를 펼친 바 있었는데, 그때는 부상당한 병사들까지 목발을 짚고 공격에 가담시킬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군은 지금도 끊임없이 병력을 재편성하면서 공격해 오고 있다“면서 ”아마도 마지막 공세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고 설명했다.
*토레츠크 전투
전략적 도시인 토레츠크는 8개월 동안 격렬한 시가전의 현장이었다. 이에 대해 제12특전여단 아조프 소속 보흐단 라블리코브스키 대위는 ”지난해 8월에는 러시아군이 토레츠크에 입성하기까지 했었지만 우크라이나군은 잘 견뎌냈고, 지금도 러시아군이 치열하게 공격을 가해오고 있지만, 오히려 우크라이나군이 격렬한 충돌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진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것은 우크라이나군이 병력과 화력지원면에서 여전히 열세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에 비해 훨씬 더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
*파괴된 요새도시 차시브 야르
지난 2023년 5월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인 바흐무트가 함락 당한 이후 러시아군은 차시브 야르를 향해 무작정 진군을 해 왔고, 또한 엄청난 병력과 화력을 동원해 점령작전을 펼쳤지만 아직까지도 러시아군은 요충지인 차시브 야르를 완전 점령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NYT는 ”공격을 가하는 러시아군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지만 우크라이나군 역시 상당한 피해를 봤다“면서 ”이젠 러시아군의 병력과 무기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렇게 러시아-우크라이나간 전쟁은 아직도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군은 휴전을 앞두고 총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오히려 미국으로부터 그렇게 야만적 공격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경고만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의 끝은 다가오고 있다. 날이 갈수록 러시아에게도 결코 유리하지 않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러시아 친화적인 듯 보이다가도 호되게 러시아를 공격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나고 있어 종전회담이 과연 어떻게 마무리될지 주목된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