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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미-러 관계의 해빙이 중-러 동맹을 흔들 수 있을까? - 中 고립시키려 푸틴과 연대? '트럼프 안보 쇼크' 성공할까? - 루비오 국무, “러시아가 중국과 손잡지 못하도록 할 것” - 미러간 관계회복이 중러관계 흔들 수 없다는 견해도 많아
  • 기사등록 2025-03-10 11:4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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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고립시키려 푸틴과 연대? '트럼프 안보 쇼크' 성공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러시아와 관계를 급속히 밀착하는 것에 대해 과연 그러한 미국의 구상이 성공할 것인지, 특히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해빙함으로써 중국과 러시아간의 동맹급 관계를 흔들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소리(VOA)는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가능한 한 빨리 끝내고 싶어 하며, 전쟁이 시작된 이후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교착 상태를 완화하기 위해 러시아와 직접 접촉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트럼프의 접근 방식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역 닉슨(Reverse Nixon)’ 정책으로 불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VOA는 이어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아무리 설득한다해도 러시아가 중국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미러관계가 해빙된다면, 중국이 미국에 굴복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중관계도 우호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VOA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 2월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으며, 18일에는 미국과 러시아의 대표들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회담을 가졌다. 이러한 만남은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러한 미국의 접근 방식을 외교전문가들은 ‘역 닉슨(Reverse Nixon)’이라 해석했는데, 이는 미국이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모스크바와의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중국-러시아 동맹을 약화시키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냉전 당시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와 정반대이다. 닉슨은 중국을 이용하여 소련을 견제함으로써 소련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되도록 유도했고, 결국 미국을 미-소-중 삼각관계에서 사실상 지배적 위치에 앉을 수 있게 했으며, 동시에 소련의 세계적 영향력을 약화시켰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역 닉슨 전략은 과연 설공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월 6일, 중국 고위 관리들과 친분이 있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최고 지도부가 트럼프의 미국과 러시아의 푸틴과의 적극적인 관계 개선이 부분적으로 모스크바와 베이징 간의 균열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면서 “그 결과로 중국은 수출이 억제되고 핵심 기술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는 등 냉전 당시 소련과 유사한 고립을 겪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VOA는 “그러나 트럼프의 러시아에 대한 태도는 아직도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푸틴에 대해 우호적 태도를 보이던 트럼프가 지난 7일에는 돌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지나치게 공격적 행동을 보인다면서 러시아가 협상테이블에 앉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더 많은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짚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소셜미디어 글에서 “러시아가 지금 전장에서 우크라이나를 강타(pounding)하고 있는 사실에 기초해 나는 휴전 및 평화에 대한 최종적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러시아에 대한 대규모 은행 제재와 (다른) 제재, 관세를 강력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말한다. 너무 늦기 전에 (협상) 테이블로 나오라”고 촉구했다.


[루비오 국무, “러시아가 중국과 손잡지 못하도록 할 것”]


이런 가운데 눈여겨볼 것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지난 2월 25일 ‘역 닉슨 전략’과 관련해 중요한 발언을 했는데, 이를 보면 지금 미국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하게 만든다.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노력이 닉슨 전 대통령이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베이징에 간 것과 유사하냐는 질문을 받고 “미국은 러시아가 중국과 무제한의 파트너가 되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단절하고 러시아가 중국과 동맹급의 파트너가 된다면 러시아는 사실상 미국과의 관계 회복은 영원히 불가능할 수 있다”고 짚었다.


루비오는 그 이유로 “만약 중러관계가 동맹급 수준으로 진전한다면 러시아는 완전히 중국에 사실상 예속된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라면서 “이렇게 중국과 러시아가 완전히 말착된 관계가 된다면 이러한 상태는 유럽 국가들은 물론이고 아시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 설명했다.


루비오는 이어 “미국에게 가장 좋은 관계는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면서 “러시아와는 의견 대립적 요소가 분명히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양국간의 관계를 파국으로 끌고 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군사적 강국이니 당연히 적대적 관계로 몰고 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생기는 것은 미국과 러시아와의 관계가 개선된다면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흔들릴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다.


VOA는 이와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는 ‘한계가 없는 파트너’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사실 제재로 인해 유럽에서 차단된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를 중국에 싼 가격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중국은 러시아에 군사장비와 기술을 수출하면서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짚었다.


VOA는 “이런 측면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의 미국-중국-러시아 관계가 냉전 시대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면서 “트럼프의 미국-러시아 관계 개선은 닉슨의 중국과의 외교 관계 수립만큼 삼자 관계의 재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미국-러시아 관계의 해빙은 중국-러시아 동맹의 결속력에 확실히 도전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조지타운 대학의 미국-중국 글로벌 이슈 대화(US-China Dialogue on Global Issues)의 선임 연구원인 데니스 와일더(Dennis Wilder)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해제되면,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영향력 측면에서 더 이상 지배적인 위치에 있지 않을 것”이라면서 “결국 미국과 러시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일종의 합의에 도달하면 러시아의 중국 의존도가 필연적으로 완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제재가 해제된다면 러시아가 유럽과 다른 지역에 에너지를 판매할 수 있게 되면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고, 동시에 러시아는 미국-유럽들과 무역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니 “당연히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지배적 파워를 잃게 될 것”이라 본 것이다.


VOA는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중국에 대해 근본적인 불신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부분적으로 화해할 수도 있다”면서 “특히 중국과 러시아 간의 영토 분쟁 문제에서 그러하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뉴욕의 지정학적 리스크 분석 회사인 스트래티지 리스크(Strategy Risks)의 CEO인 아이작 스톤 피쉬(Isaac Stone Fish)는 뉴스위크(Newsweek)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모스크바를 베이징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모스크바와 워싱턴은 모두 베이징을 불신한다. 베이징은 러시아에 영토 야욕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의 군사 전략가 에드워드 루트왁도 “오늘날 푸틴의 가장 큰 관심사는 러시아 최동단 지역인 시베리아 연해주의 영토 보전”이라면서 “블라디보스토크(중국에서는 하이얼웨이라고 부름)의 지역 공무원과 학자들이 중국 침략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VOA는 이와 관련해 “중국 기업들은 블라디보스토크에 점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러시아 국민과 여론의 반감과 경계심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2023년에 발표된 중국의 공식적인 ‘공공 지도 콘텐츠에 대한 규범’은 블라디보스토크를 포함한 중국-러시아 국경의 많은 지역의 ‘현재 공식 명칭’에 옛 중국식 명칭을 추가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조치는 중국 정부가 역사적인 영토 분쟁에 대해 러시아에 불만을 표명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러간 관계회복이 중러관계 흔들 수 없다는 견해도 많아]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가 관계를 회복한다 하더라도 중-러관계를 근본적으로 흔들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견해도 많다. 호주 컨설팅 회사인 GRASP(Geopolitical Risk and Strategy Analytics)의 설립자이자 CEO이며 중국과 러시아 전문가인 필립 이바노프는 “중국과 러시아 경제의 상호보완적 성격 때문에 양국이 동맹을 깨기가 어렵다”면서 “양국은 전략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좋은 이웃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미국과의 장기적인 경쟁에 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중국 편에 서는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 “러시아에게 중국은 경제적 생명줄과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러시아 지도자들은 이러한 깊은 의존성을 싫어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중국과는 공동운명체로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개선되더라도 러시아의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 제재가 해제되더라도 EU 제재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짚었다.


프린스턴 대학의 은퇴한 교수이자 중국-러시아 학자인 길버트 로즈먼도 “러시아가 이러한 경제적 의존성을 강조함으로써 미국에 더 많은 혜택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러시아가 현재 중국에 극도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가 강해질수록 미국은 양국 사이에 균열을 만들려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틈을 만들려는 미국의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우리 신문도 러시아가 미국의 설득에 넘어가 중국과 거리두기를 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고 판단한다. 특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문제로 그 후과를 온 몸으로 겪고 있는 유럽에서 미국이 아무리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한다 해서 유럽도 미국따라 덩달아 마음 문을 열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특히 유럽연합이 러시아에 마음문을 열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와중에 획득한 모든 영토를 반환한다든지 등의 획기적인 조치가 없다면 결코 유럽연합이 러시아의 푸틴을 용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리 미러관계를 회복한다 해도 유럽연합의 협조가 없다면 중국 소외라는 그 목표는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미국은 지금 유럽연합과도 날을 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역닉슨전략’이 통할 수 있을까? 글쎄다.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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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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