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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文정부 초기 中일대일로에 산업은행 1900억원 묻지마 투자, “완전히 사기당했다!” - 산은, 투자위험 검토도 없이 中 일대일로에 1900억원 투자 - 기이한 투자과정 거친 산은, 의도적 은폐 목적 있었나? - 일대일로 적극 참여 의사 밝혔던 장하성 주중대사
  • 기사등록 2025-03-08 04: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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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투자위험 검토도 없이 中 일대일로에 1900억원 투자]


문재인 정부 초기, 한국산업은행이 투자 위험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중국 일대일로의 일환으로 시행되었던 공항 사업에 1억 3천만 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1,888억 원)를 투자했지만, 공항 대주주인 하이난(HNA)그룹이 부도나면서 전액 손실 처리됐다는 것이 확인됐다. 문제는 이렇게 엄청난 손실을 내놓고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그대로 묻혀 있다가 감사원의 조사로 이번에 밝혀졌다는 점이다.



감사원은 6일, “정책자금 운영실태(산업은행의 부실여신 중심) 주요 감사결과” 보도자료와 이날 공개된 ‘감사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투자 결정 2달 전인 2017년 5월 하이난그룹이 과도한 부채로 중국 금융당국 조사를 받았고 이같은 사실이 국내 언론에도 보도되는 등 부실 위험이 있었지만, 산업은행은 현지 실사나 전문가 검토를 하지 않았다”면서 “해당 투자금은 하이난 그룹이 부도날 때까지 공항 사업을 담당하는 업체에 송금되지 않았고, 현재까지도 산업은행은 자신들이 보낸 투자금의 사용처를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 투자전문가들이 모여있는 곳인데 이렇게 국제적 투자를 하면서 국내 언론에까지 보도된 내용들도 무시하고 졸속으로 거금을 투자했느냐에 대한 것이다. 특히 이 때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외부의 압박이 있지는 않았는지도 조사를 해 봐야 하지만, 시간이 너무 흐른데다 담당자들도 모두 퇴직 상태에서 더 구체적인 조사를 감사원도 하지 못했다.


이러한 감사원 보고서를 KBS와 조선일보 등도 보도를 했지만 문재인 정부 초기와 맞물린 시점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아마도 증거나 근거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게 보도를 했겠지만 이 문제는 두고두고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하이난항공 등이 소속된 하이난그룹(HNA)이 중국 시진핑 주석의 역점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신실크로드) 사업에 투자하겠다며 19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사실상 묻지마 투자를 한 셈인데, 더더욱 말이 안되는 것은 투자금 전액을 한 번에 전액 송금했는데, 송금 직후부터 아예 그 자금의 행방을 추적하지도 못했고, 아직까지도 그 투자금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갔는지 파악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산은은 2016년 7월 HNA그룹과 특수관계라고 주장하는 IAP라는 회사로부터 HNA그룹이 추진하는 하이난성 하이커우시 메이란 국제공항 확장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자는 제안을 받았는데, 그해 10월 법률 자문사, 회계법인과 함께 현장 실사를 하고, 프로젝트 참여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당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론이 한참일 때였고, 사실상 민주당으로 정권이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던 시기였다


감사원은 이어 “산은 관계자들과 함께 실사를 다녀온 회계법인은 이듬해 1월 메이란 국제공항을 운영하는 메이란국제공항공사가 HNA그룹에 빌려준 돈만 12억8000만 위안(약 2600억원)에 달하는 등 메이란국제공항공사의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67억9000만 위안(약 1조3600억원)이라는 내용의 재무 실사 보고서를 산은에 제출했다”면서 “그럼에도 산은은 IAP와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한 준비를 했으며, 이후 산업은행은 ‘KDB-IAP 일대일로 사모투자합작회사’라는 이름으로 8900만 달러(약 13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이 ‘일대일로 사모펀드’는 투자금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하는 특수목적법인(SPC)에 출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어 “산업은행은 출자와 별도로 SPC에 4450만 달러(약 600억원)도 대출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기이한 투자과정 거친 산은, 의도적 은폐 목적 있었나?]


감사원 보고서는 “이렇게 SPC는 일대일로 사모펀드 돈과 산은 대출금을 합한 1억3350만 달러(약 1900억원)를 다시 ‘HNA 파이낸스 II’라는 펀드에 출자하고, HNA그룹의 중간 지주회사도 같은 펀드에 1억3350만 달러를 출자하면, 펀드가 이를 메이란국제공항공사에 대출해주는 방식으로 프로젝트 투자가 이뤄지는 단계를 거쳐 프로젝트에 들어가도록 했다”고 짚었다.


다시말해 산은과 국내 투자자의 자금이 ‘일대일로 사모펀드’와 버진아일랜드 SPC, ‘HNA 파이낸스 II 펀드’라는 복잡한 세 단계를 일부로 거쳤다는 것이다. 여기에도 상당한 의혹이 있다.


특히 이 지점에서 감사원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투자금이 프로젝트에 들어가기 직전 단계인 HNA 파이낸스 II 펀드에서 의결권 전부가 HNA그룹의 중간 지주회사에 주어지기로 돼 있었다는 점이다. 조선일보도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국내 투자자들은 이 펀드에 대해 아무 권한이 없었다는 점이다. 펀드 운용사도 HNA그룹이 만든 ‘HNA 일대일로 에쿼티 투자 펀드’라는 회사로 지정돼 있었다.


더더욱 애초에 산은과 IAP가 함께 조성한 ‘일대일로 사모펀드’에 IAP가 댄 돈도 50만 달러(약 7억원)에 불과했는데, 이를 보면 한국 측 투자금이 중국 측으로 한번 넘어가면 한국 측이 아무 통제를 할 수 없는 구조였음에도 투자의 귀재들이 모여있는 산업은행이 왜 이를 캐치하지 못했을까 하는 짙은 의문이 남는다.


감사원 보고서는 이어 “2017년 6월에는 한국의 금융감독원 격인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가 HNA그룹의 부채 상황을 조사하고 결과를 보고하라고 중국 은행들에 지시했고, 이 사실이 외국과 한국 언론을 통해 보도됐으며, 심지어 HNA그룹의 부채가 과도해 신용 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면서 “HNA그룹은 해외 M&A(인수·합병) 및 부채 증가로 인한 재무적 리스크에 노출돼 있었고, 메이란 프로젝트의 차주사인 메이란국제공항공사는 HNA그룹과 지분 구조 및 채무 관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HNA그룹의 리스크로부터 독립된 회사로 보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신업은행은 이 프로젝트에 대해 아무런 내부 체크도 받지 않고 오히려 이 투자를 옹호하는 내부 문서를 만들었다. 감사원 보고서는 “산업은행은 프로젝트 상황에 대한 심층 조사 없이, ‘중국 금융 감독 당국의 조사는 HNA그룹 등의 해외 M&A를 견제하려는 것으로서 리스크에 대한 사전적 점검에 불과하고, HNA그룹의 신용 등급에는 문제가 없으며, 메이란국제공항 프로젝트는 HNA그룹의 리스크와 연결돼 있지 않다’는 내용의 내부 보고서를 만들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산업은행은 2017년 7월 3일 투자심의위원회에서 메이란 프로젝트에 계획대로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짚었다.


감사원 보고서는 이어 “산업은행은 결국 7월 13~14일 투자금 1억3350만 달러를 일대일로 사모펀드 계좌에 입금했다”면서 “이 돈은 SPC를 거쳐서 HNA 파이낸스 II 펀드로 가야 했지만, 중국 측은 돈을 곧바로 홍콩에 있는 HNA 파이낸스 II 펀드 계좌로 보낼 것을 요구했고, 7월 14일 해당 계좌로의 이체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중국 측 펀드로 들어간 돈은 그 뒤로 한 번도 메이란프로젝트에 투입되지 않았으며, 산은 측이 중국 측에 여러 차례 투자금 집행을 요구했지만 요구는 사실상 무시됐다”고 확인했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투자금을 송금한 직후인 2017년 7월 24일부터 미국 은행들이 HNA그룹의 높은 부채 수준과 불투명한 지배 구조를 이유로 HNA그룹과 거래를 중단했고, 중국 은행 3곳은 이보다 앞서 2017년 초부터 HNA그룹의 담보 능력을 우려해 HNA그룹에 대한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HNA그룹은 2021년 1월 파산했고, 중국 법원은 HNA그룹은 물론 메이란국제공항공사까지 병합해 회생하도록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 보고서는 “한국 측 투자금은 HNA그룹과 관계사 자산 매각으로 확보한 수익에서 0.3%를 배당받게 됐고, 산은은 2021년 3월 투자금을 전액 손상 처리했다”면서 “감사원은 산은이 현재 HNA 파이낸스 II 펀드 계좌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고, 투자금의 행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어 “산은 검사부가 2021년 7~9월 이 프로젝트 투자에 문제가 없었는지 감사했으나, 투자 의사 결정 과정과 약정 체결의 문제점은 점검조차 하지 않은 채 “코로나19에 따른 메이란국제공항의 영업 부진과 HNA그룹의 회생 절차가 부실 발생의 사유”라며 사안을 불문에 부쳤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이 문제에 대해 더 깊은 조사를 진행하지 못한 것은 당시 프로젝트 투자를 결정한 산은 임직원들은 감사원 감사 시점에는 모두 산은을 퇴직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감사원은 산업은행 임직원들이 이 프로젝트 투자를 강행한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인지, HNA그룹 측과 유착한 것은 아닌지 등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결론 부분에서 ”산업은행은 이 프로젝트 투자 경위와 사후 대응 실태 전반을 재조사해 해외 투자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앞으로 해외 투자 시 리스크 검토를 부실하게 해 대규모 손실이 재발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지적했다.


[일대일로 적극 참여 의사 밝혔던 장하성 주중대사]


이 시점에서 다시 불거지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친중정책이다. 물론 이번 산업은행 프로젝트와는 무관하다 할 수 있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완전히 중국에 기울어진 정책을 펼쳐왔다는 점이다. 따라서 산업은행의 HNA그룹 투자와 문재인 정부의 친중정책이 맞물려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9년 당시 주중대사였던 장하성은 5월 28일, 시진핑 주석에게 신임장을 제정하면서 “일대일로(一帶一路·인프라 투자 등을 통한 중국의 해외 경제영토 확장) 건설 적극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중국 관영 CCTV가 보도한 바 있다.


그해 3월 27일에도 이낙연 총리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회담 당시 중국정부는 “한국측이 일대일로 건설에 적극 참여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고 발표했지만 한국 정부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런데 산업은행의 HNA그룹 투자 문제가 불거질 당시 장하성은 청와대의 정책실장을 맡고 있었다. 물론 장하성 실장이 산업은행의 HNA그룹 투자 문제와 직접 연루된 것은 아니지만 당시 문재인 정부의 분위기가 사실상 그만큼 친중적 흐름이 이어지다보니 산업은행도 정권의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투자의 귀재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얼토당토않는 사기 투자를 한 것이 아닌가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이라도 감사원은 물론이고 검찰이 직접 이 문제에 대해 깊은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산업은행의 1900억원이 하늘로 날아간 사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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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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