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부른 트럼프 관세폭탄, 상상 초월할 정도로 후유증 심각]
지난 4일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추가 관세를 확정하면서 트럼프발(發) 글로벌 관세 전쟁이 현실화되면서 그 후폭풍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세게 불고 있다. 당장 그 여파로 미국 증시가 휘청거렸고, 앞으로 수입 농산물에까지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미국 가정의 식탁 물가도 급속히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급기야 월가의 주요 금융사들도 미국 경제에 경기침체가 일어날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고, 심지어 트럼프 1기의 관료들마저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비판적인 견해를 밝히기에 이르렀다.
세계적인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5일(현지시간) “트럼프의 관세 폭풍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다”면서 “심지어 실제 발표부터 막연한 위협에 이르기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언을 따라잡는 것조차 혼란스럽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데이터 분석회사인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트럼프의 무역정책을 분석하면서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상품에 보편적인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면, 미국의 GDP를 경기 침체를 의미하는 3%수준까지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며, 특히 중국과 멕시코와 같은 대규모 수출국들에 대한 타격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예측했다”면서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분석이 과장된 것이라 일축하면서 트럼프의 발언 자체가 과장된 것이라 생각했지만 트럼프 취임 후 6주가 지난 지금 그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지금 미국에서 트럼프의 관세부과로 인한 대부분의 우려는 우선적으로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적으로 일부 소비자들의 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당장 미국이 멕시코산 농산물에 의존하고 있기 떄문에 앞으로 며칠 안에 과일과 채소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이 경고는 현실화되고 있다.
[트럼프 관세 폭탄, 美 증시가 가장 세게 맞았다]
트럼프의 관세폭탄은 미국 3대 주가지수가 일제히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현지시간) 다우평균은 1.6%, S&P500은 1.2%, 나스닥은 0.4% 하락 마감했다. 특히, S&P500과 나스닥은 작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이후 친기업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올랐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이와는 반대로 트럼프 관세의 직격탄을 맞은 중국과 또 다른 타깃이 된 유럽은 올 들어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선전지수는 1~2%대, 홍콩 항셍지수는 10% 넘는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유럽 50개 우량 기업으로 구성된 유로스톡스50는 0.75%, 독일 DAX도 1.94% 올랐다. 반면 트럼프 관세의 초기 타깃인 캐나다, 멕시코 주가는 각각 3.8%, 0.6% 떨어져 4~7%대 떨어진 미국보다 하락세가 덜하다.
그렇다면 중국과 유럽 주식시장이 트럼프발(發) 관세 폭격에도 선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트럼프 관세가 어느 정도 예상한 범위여서 이미 ‘내성’이 생겼고, 관세 정책 발표로 오히려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트럼프의 관세 위협이 협상용 카드 성격이 강하고, 실제 경제에 타격을 주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심지어 중국에서는 트럼프가 전 세계와 관세 전쟁을 하느라 정신없는 것이 중국 경제에 숨 쉴 공간을 제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싱가포르 CNA방송은 “트럼프는 미국의 최대 경쟁자인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며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휴전을 준비하고, 연방 인력을 줄이고, 불법 이민을 중단하고, 미국 인플레이션을 낮추느라 고민하는 동안 중국의 인공지능, 반도체, 신(新)에너지 발전은 앞서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새겨들을만한 경고를 한 것이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물론 프럼프 관세의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으로 경제 회복, 유럽 국방비 증가로 인한 방산 기업의 호황 등 긍정적 효과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분위기와 동떨어진 미국시장의 분위기다. 오히려 큰 폭으로 주가가 추락하고 있어서다. 이유는 트럼프 관세 전쟁이 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 등 부메랑으로 돌아와 미국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과 공공 부문 개혁의 결과로 인해 경기 침체 가능성이 올해 초 10%에서 현재 25~30%까지 증가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는 인플레이션이 아직 완전히 통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가장 큰 무역 상대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많은 경제학자는 이런 결정이 미국 가계의 비용을 더 높이고 경제 성장을 방해할 것이라고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러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성장률을 실시간 추정하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Now)는 최근 1분기(1~3월) 미국 성장률 전망을 -1.5%에서 -2.8%로 대폭 낮췄다.
[“'트럼프 관세' 농산물 덮치면 美 식탁 물가에 직격탄될 것"]
그런데 트럼프 관세로 인해 가장 우려되는 것은 미국 식탁물가에 직격탄을 날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관세 정책이 과일과 채소, 설탕, 커피, 육류의 가격을 상승시킬 것“이라며 ”이미 하늘 높이 치솟은 미국의 식품 가격을 훨씬 더 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과일과 채소, 기타 원예 상품은 일반적으로 미국으로 수입되는 농산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이 가운데 대중적으로 소비량이 큰 설탕, 커피, 코코아, 기타 열대 농산물의 비중이 약 15%“라면서 ”멕시코는 특히 미국에 설탕을 가장 많이 공급하는 국가로, 통상 미국 설탕 수입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짚었다.
블룸버그는 ”내달부터 미국이 농산물에도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 설탕을 비롯한 이들 주요 농산물의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면서 ”근래 극심한 가뭄에 따른 목초지 감소로 농장에서 사육·공급되는 소가 5년 연속 감소, 1951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호주·캐나다·멕시코·브라질·뉴질랜드에서 소고기를 수입하는 양이 크게 늘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농산물 관세는 미국 가정에서 주로 소비하는 소고기 가격도 크게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블룸버그의 경고다.
NYT도 ”멕시코와 캐나다에 부과되는 관세가 과자나 주류, 레스토랑 메뉴 가격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유명 식품회사들이 공장을 멕시코에 두고 있다보니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또한 ”농산물 관세는 미국 농부들에게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미국 농가는 칼륨 비료 수요의 약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중 약 85%를 캐나다에서 수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보복관세 부과에 따라 미국의 주요 수출 농작물인 대두, 옥수수, 밀 등의 수요가 감소하고 가격이 하락하면서 미국 농가의 어려움을 가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JP모건도 골드만삭스도 경고…커지는 미국 'R의 공포']
이런 이유로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과 여러 경제지표 약화로 인해 미국 경제에 경기침체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경고들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5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의 경기분석 모델에서 4일 기준 경기침체 확률은 31%로 나타났다“면서 ”지난해 11월의 17%에 비해 거의 두배 가까이 높아진 것“이라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블룸버그는 이어 ”5년 만기 국채 가격이나 주요 금속 가격 지표, 소형주 주가 지표로만 볼 때는 경기침체 확률이 50% 정도까지 올라간다“면서 ”투자 등급, 즉 우량 채권 시장 지표로는 경기 위축 가능성이 8%로 아직 낮은 편이기는 하지만 작년 11월 말의 사실상 0%와 비교하면 많이 높아졌다“고 짚었다.
블룸버그는 ”미국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유사한 분석 모델에서도 경기침체 확률은 23%였다“면서 ”이는 지난 1월의 14%에 비해 많이 뛰었다“고 밝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퀸스 칼리지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총장도 ”경기침체 가능성을 25~30%로 보고 있다“면서 ”이는 연초의 10%에서 상승한 것“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1기 경제참모들도 '트럼프 관세' 비판]
그런데 눈여겨볼 점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두 경제 참모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5일(현지시간)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첫 재무부 장관을 지낸 스티븐 므누신이 이날 뉴욕에서 열린 블룸버그 인베스트 포럼에서 관세에 대해 ‘지금 문제는 확실성이 없다는 것’이라며 ‘그가 뭔가를 하고 싶다면 10%의 보편 관세가 좋다는 게 내 견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역임한 게리 콘 IBM 부회장도 전날 같은 포럼에서 ”우리가 파악해야 할 것은 관세의 목적이 무엇인가하는 점“이라며 ”관세를 부과해야 할 실질적이고 강력하며 선의의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우리가 무엇을 달성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접근 방식은 수익을 올리는 데 정말 퇴행적인 방법“이라면서 ”인플레이션에 미칠 영향과 상대국들의 보복 조치들을 고려하면 광범위한 관세 접근 방식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미국인 31%만 트럼프 물가정책 지지…“수입품 관세에 불안감”]
한편, 미국 성인 3명 중 1명만이 트럼프 대통령의 물가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로이터통신은 4일(현지시간)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에 의뢰해 이달 3∼4일 미국 성인 1천1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물가 정책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31%에 불과했으며, 반대 응답은 찬성의 두배에 가까운 54%였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에 대해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이 미국인에게 불안감을 안기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분석했다. 이번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44%였는데, 이는 지난 1월 20일 취임 직후에 기록한 47%보다는 약간 떨어진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