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러시아인들]
중국과 러시아는 “고난을 겪으며 단련된 진정한 친구”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러시아 네티즌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은 믿을 수 없는 나라이며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중국이 러시아인들에게서조차 천대받고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중국인들은 왜 이렇게 러시아인들에게서조차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일까?
미국의소리(VOA) 중국어판은 4일(현지시간) “지난 2월 28일 오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연방 안보회의 서기장을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과 러시아는 강철로 단련된 진정한 친구’라고 말했다”면서 “그러나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회의감도 컸다”고 보도했다.
VOA는 이어 “러시아 네티즌들은 러시아의 군사 협력에 대한 중국의 충성도와 경제 투자 수준에 의문을 가지고 있으며, 러시아 시장을 점령한 중국 제품의 품질에 불만을 품고 있다”면서 “러시아와 중국 간의 역사적 영토 분쟁은 오랫동안 양국 국민 사이에 좁힐 수 없는 간극을 남겼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국에 본사를 둔 정치 연구 및 분석 회사인 필터 랩(Filter Labs)은 최신 보고서에서 “중국 기업들이 미국이 주도하는 대러시아 제재를 준수하기로 결정한 2024년 7월 이후 러시아 국민들의 중국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러시아 국영 미디어는 러시아와 중국 간의 '불화'를 야기하는 목소리를 은폐하는 경향이 있지만, 수백만 건의 온라인 포럼, 소셜 미디어 및 공개 성명을 대상으로 한 필터 랩의 연구에 따르면 러시아인들은 중국 제품의 품질, 중국의 대러시아 군사력, 중국의 대러시아 경제 투자 규모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중국에 대해 점점 더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짚었다.
VOA는 이에 대해 “미국이 러시아의 군사 산업 기반을 지원하는 제3국 기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이외의 금융 기관에 대한 러시아 관련 제재가 미국의 주요 관심사였다”면서 “중국 기관, 특히 은행 부문이 이번 2차 제재에 협조하면서 러시아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고 밝혔다.
필터 랩의 설립자 조나단 튜브너는 VOA에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가 중국에 대한 이미지를 악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면서 “이는 양국 관계의 마찰이 미국의 요구에 따라 중국도 제재에 참여하면서 확대되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중국 제품의 품질이 좋지 않다”는 러시아인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러시아인들조차 중국산 제품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VOA는 이에 대해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 부과한 포괄적인 제재로 인해 수많은 서방 제품이 러시아 시장에 접근할 수 없었는데, 그 틈을 중국산 제품들이 러시아 시장을 채웠다”고 설명했다.
필터 랩의 보고서도 “중국 제품은 경제성, 지정학적 변화, 전략적 브랜딩 노력에 힘입어 시장 점유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중국 제품은 많은 러시아인들에게 실망감과 불신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러시아에서 중국산 자동차의 인지도와 판매량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심지어 러시아의 국민브랜드인 ‘라다’에 이어 시장의 주요한 브랜드들도 자리잡고 있는데, 설문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네티즌들은 중국 자동차의 품질에 대해 많은 불만을 표명하는 동시에 서방 브랜드를 살 수 없다는 것에 대해 실망감을 표시하고 있다.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우선적으로 러시아의 혹독한 추위를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중국산 자동차들이 날이 갈수록 점유율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많은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택의 폭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산 자동차들의 지원 서비스가 형편없다는 것도 커다란 불만 요소다. 서비스센터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주요 도시에만 자리잡고 있어서 지방 도시들의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불만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러시아간 군사협력 지속성에도 의문]
VOA는 “중러 군사 협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맥락에서 양국 간의 소위 ‘무제한’ 협력 관계의 핵심”이라면서 “중국과 러시아는 합동 군사 훈련의 횟수와 규모를 늘렸지만, 많은 러시아 군사 관측통들은 중국이 장기적으로 러시아를 지원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한 러시아 군사 블로거는 “중국은 러시아 시장과 값싼 러시아 에너지 등 이번 분쟁으로 가능한 모든 이득을 얻었다”면서 “(중국의) 주요 과제, 즉 중국 제조업체의 유럽 시장 접근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더욱이 (유럽에서) 그들의 입지는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군사 블로거는 “(중국이) 새 드론이라는 이름으로 예측할 수 없는 특성과 품질을 가진 리퍼브 드론을 생산하기 시작했다”면서 “문제는 그 드론의 성능을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군사블로거는 “중국 다우인의 해외 버전인 틱톡에서 미국의 제재를 우려해 러시아 공식 미디어 계정인 RT(러시아 투데이)와 스푸트니크 계정을 즉시 삭제했다”면서 “중국은 결코 러시아의 동맹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말해 준다”고 짚었다.
이 블로거는 이어 “중국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드론 부품의 러시아 공급을 중단했다는 것만으로도 중국이 친구가 아닌 지정학적 ‘적’이나 다름없다”면서 “중국이 미국의 제재를 준수하는 것은 우리나라에 대한 진정한 태도를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VOA는 이와 관련해 “러시아 관리들마저 중국의 지원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특히 2024년 5월 중국과 브라질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위기에 대한 '정치적 해법'에 대한 '6개 항 합의'를 발표한 것은 러시아의 주권을 짓밟는 행위라고 비판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러시아 투자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그렇다면 중국의 대 러시아 투자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이에 대해 VOA는 “러시아와 중국 간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려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국민은 중국의 정확한 대러시아 투자 규모에 대해 회의적이며 중국이 러시아 천연 자원을 선점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필터 랩의 보고서는 “중국은 러시아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면서 “2022년 말까지 중국의 대러시아 누적 투자액은 총 99억 달러로 전체 외국인 투자의 0.3%에 불과할 정도”라고 짚었다. 보고서는 이어 “러시아는 첨단 기술 산업에 대한 투자를 원하고 있지만 중국은 광업, 부동산, 은행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플레하노프 경제대학의 한 경제 이론 교수도 “중국의 투자는 여전히 석유, 가스, 소매업에 주로 집중되어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원하는 첨단기술 등에는 중국이 별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VOA는 “그나마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의 대러시아 투자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러시아-중국간 더욱 커지는 불신]
눈여겨볼 점은 중국과 러시아간에는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엄청난 벽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필터랩의 튜브너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러시아간의 파트너십은 지극히 취약하다”면서 “말로는 한계가 없다고 말하지만 그 속내는 매우 복잡하다”고 짚었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간의 관계에 대해 중국 인민들의 불안감도 존재한다. 자칫 러시아를 지원했다가 중국이 서방의 제재를 받으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중국인도 러시아와의 한계없는 결속에는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의 전쟁에 대해서도 중국인들은 러시아의 군사력에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러시아와 인도가 깊이 협력하는 것에 대해서도 중국인들은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중국인들 가운데 일부는 “일본보다 러시아를 더 증오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할 정도로 러시아에 대한 감정이 썩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때는 앙숙이었던 중국과 러시아, 동맹관계 불가능]
분명한 것은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결코 동맹으로 갈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이다. 지난 2022년 9월 8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러시아와의 정당한 협력은 자제할 필요없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두 독립 강대국은 화이부동(和而不同)이고 동맹이 아닌 동반자”라고 지칭했다.
여기서 화이부동은 공자가 논어에서 “군자는 화이부동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하다”고 말한 데서 비롯한 성어로, “조화를 이루되 같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환구시보가 이러한 표현을 쓴 것은 한마디로 중국과 러시아가 한 편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피를 나눈 동맹은 결코 될 수 없는 관계라는 의미다. 왜 그럴까?
사실 중국에게 있어 러시아는 한때 주적(主敵)이었고 또 앙숙관계였다. 두 나라 사이에 국경 자체가 무려 4380km에 이르기 때문에 사실 바람 잘 날 없는 관계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니 중국이 결코 러시아가 제대로된 나라가 될 수 있도록 결코 돕지 않는 것이다. 당연히 겉으로만 돕는 척 하지 러시아와의 관계는 언제까지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보면 된다. 지금 중국과 러시아 간에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간에 ‘한계없는 결속’을 다짐한다고? 그것이 완전한 사기라는 것은 본인 자신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