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트럼프·젤렌스키 파탄 쇼크, 중재나선 유럽 “우리는 트럼프를 믿는다” - 리얼리티TV로 변해버린 트럼프-젤렌스키 백악관 회담 - 젤렌스키에 작정하고 훈계…'노딜' 몰아간 미국 부통령 - 공개 면박당한 젤렌스키에 유럽정상들 “우크라, 혼자 아냐”
  • 기사등록 2025-03-03 03:27:30
기사수정



[리얼리티TV로 변해버린 트럼프-젤렌스키 백악관 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쟁 종전을 위한 협상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지난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이면서 충돌했는데, 이로인한 후폭풍이 거세다. 당장 유럽 각국들은 우크라이나를 변호하고 나섰고 계속 지지를 약속했다. 심지어 “미국은 더 이상 자유진영의 동맹국이 아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일(현지시간) “젤렌스키가 트럼프와 오랫동안 원했던 백악관 회동이 리얼리티 TV 생중계로 바뀌면서 목소리가 높아지고 격한 말다툼이 오가는 상황에서 유럽 관리들은 ‘재앙’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면서 “트럼프가 소셜 미디어 게시물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평화를 위해 준비되면 돌아오라’고 말하면서 충격은 더욱 깊어졌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나중에 트럼프의 동료들은 젤렌스키가 권력을 유지하는 한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이 정도면 완전 파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어 “이번 양측의 정면 충돌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전면적 침공에 맞선 3년간의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자 무기 공급국이었던 나라와 공개적으로 금이 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면서 “몇 주 동안 트럼프가 푸틴의 조건에 따라 전쟁을 끝내기 위한 빠른 협상을 서두르지 않도록 설득하려고 애썼던 키이우의 유럽 동맹국들은 경악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에 작정하고 훈계…'노딜' 몰아간 미국 부통령]


그런데 이번 트럼프-젤렌스키 노딜과 관련해 JD밴스 미 부통령이 판을 깰 수밖에 없도록 분위기를 잡았다는 분석이 미국내에서 나왔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라크전 참전 용사인 밴스 부통령은 미국 밖의 전쟁에 회의적이며 네오콘들을 경멸하는 젊은 세대의 공화당원들을 대표하는 인물로 꼽힌다. '신(新)보수주의자'를 의미하는 네오콘은 무력을 통해서라도 국제사회에서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시각을 지니고 있다. 각종 국제 분쟁에 대해서도 미국의 적극적인 관여를 주장한다.


최근까지 공화당의 주류는 해외의 민주주의 우방국들을 보호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으로 이런 관점은 당내에서 지지를 잃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고립주의를 전공한 오하이오주립대 역사학과의 크리스토퍼 맥나이트 니컬스 교수는 “외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새로운 접근을 부각하는 임무가 밴스 부통령에게 맡겨졌다"고 분석했다.


니컬스 교수는 그러면서 “젤렌스키가 정상회담에 올 때 도움을 애원하는 탄원자로서 행동하기를 트럼프와 밴스가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 대통령들이 우호국 원수들을 접견해온 일반적 관례를 크게 벗어나는 것이다.


밴스 부통령은 앞서 지난달 14일 뮌헨 안보회의에 참석했을 때에도 유럽 국가들에서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가 위기를 맞았다며 장황한 훈계를 늘어놓은 전력이 있다. 그는 또한 부통령이 되기 전부터도 우크라이나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입장을 드러내 왔다.


상원의원 시절이던 작년 5월 밴스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계속하는 데에 반대한다”면서 “유럽이 아무 것도 하지 않도록 유럽에 보조금을 주는 셈”이라는 등을 반대 이유로 꼽았다.


[공개 면박당한 젤렌스키에 유럽정상들 “우크라, 혼자 아냐”]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공개 면박하는 듯한 모양새로 정상회담이 조기에 종료되자 유럽 각국 정상들은 우크라이나에 일제히 연대의 뜻을 밝혔다.


우선적으로 두 정상의 만남을 성사하기 위해 애를 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국빈방문한 포르투갈에서 취재진에게 “우리는 모두 이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며 “러시아라는 침략자와 우크라이나라는 침략당한 국민이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어 “나는 우리가 3년 전 우크라이나를 돕고 러시아를 제재한 것은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며 “내가 말하는 '우리'란 미국, 유럽, 캐나다, 일본을 비롯한 많은 국가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러면서 “그리고 처음부터 싸우고 있는 사람들을 존중해야 한다”며 “그들은 자신의 존엄과 독립, 자녀, 그리고 유럽의 안보를 위해 싸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카메라 앞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무례하다”, “고마워해라”라는 말로 모욕준 일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과 직접 통화했다고 엘리제궁이 밝혔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에 이어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도 통화했다”고 보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엑스에 올린 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당신의 품격은 우크라이나 국민의 용기를 더 빛나게 한다”며 “강하고, 용감하며, 두려움 없이 나아가라”“고 응원하면서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위해 당신과 함께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적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오늘, 자유세계에는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며 ”이 도전을 받아들이는 건 우리 유럽인들 몫“이라며 미국에 대한 실망감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독일 차기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 역시 엑스에 ”우리는 좋은 때나 어려운 때나 우크라이나 편에 서 있다“며 ”이 끔찍한 전쟁에서 침략자와 피해자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서방의 분열은 우리 모두를 약하게 만들고 우리 문명의 쇠퇴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이롭게 할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 동맹국이 참여하는 긴급정상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도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우크라이나 동지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연대 의사를 밝혔고,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역시 엑스에 ”우크라이나, 스페인이 여러분과 함께한다“는 글을 올렸다. 네덜란드와 체코 등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일자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기이한 행동이 전 세계에 전해진 데 대해 놀라움과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며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위대한 미국'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유엔에서 러시아군의 즉각 철수를 요구한 총회 결의안에 대해 미국이 러시아와 북한과 함께 반대표를 행사한 데 대해서도 ”미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고 유럽과 대립하는 구도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의도하는 것“이라면서 ”미국과 유럽의 균열도 심각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습나선 유럽, ”英총리 “우리는 트럼프를 믿는다”]


트럼프와 젤렌스키간의 회담이 설전으로 끝나면서 대서양 동맹 균열의 골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백악관을 찾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종전 협정의 조건으로 미국의 안보 보장을 거듭 요구하자 ”당신이 합의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서 손을 뗄 수 있다고 경고한 만큼 유럽은 미국 없이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나아가 유럽의 안보를 어떻게 보장할지 실질적 방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미국이 유럽에 등을 돌릴 수 있다는 현실을 진지하게 자각한 유럽 정상들은 2일 영국 런던에 모여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머리를 맞댔다. 이날 회의에는 젤렌스키 대통령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유럽 지도자들은 미국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달랠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와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구하기 위한 유럽연합의 전폭적인 지지를 선언했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지속적인 평화를 원할 것“이라면서 ”나는 트럼프를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타머 총리는 ”영국이 프랑스와 함께 우크라이나 평화 계획을 미국 대통령에게 제시하여 워싱턴과 키이우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재에 나설 뜻을 밝힌 것이다.


이날도 스타머 총리는 ”나는 미국의 안전장치(backstop) 없이는 안보 보장이 없기에 그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항상 분명히 밝혔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눈여겨볼 점은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2026년 3월 6일까지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미국의 조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이러한 사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결코 파국으로 몰고 가지는 않을 것임을 암시해 준다 할 것이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21762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북한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