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BYD, 한국을 너무 만만하게 봤나? 큰소리치더니 굴욕]
한국 전기차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면서 대대적 상륙작전을 펼친 중국 제1의 전기차 BYD의 한국 공습 계획이 좌초됐다. 우선적으로 한국 정부의 BYD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책정이 지연된데다 대량 구매처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택시와 렌터카업체에서도 구매에 난색을 보이고 있어서다.
BYD코리아는 애초 지난 1월 16일 한국 시장에서의 브랜드 출범 행사를 벌이면서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토3'의 사전 계약을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보조금 미확정으로 출시가 지연되면서 아직까지 소비자들의 손에 차량 인도가 되지 않고 있다.
BYD코리아는 아토3가 1월 12일 국내 전기차 출시를 위한 인증 절차(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효율 인증, 국토교통부 제원 통보, 환경부 배출가스·소음 인증)를 모두 마무리하자 나흘 뒤 열린 브랜드 출범 행사에서 아토3의 첫 출시를 공식화했다.
또 다음 달인 2월 중순 인도를 내세우며 사전 계약을 시작했고, 사전 계약 1주일 만에 계약 대수가 1천대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한국시장에서 화려한 출발을 한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BYD의 출시 구상은 첫 단추부터 어그러졌다. 인증 절차 마무리만으로는 출시 요건이 모두 충족되지 않는다는 것은 기본 상식임에도 BYD코리아는 전기차 출시를 위한 산업부의 환경친화적 자동차 신고, 한국환경공단의 보급평가(전기차 구매보조금 확정 절차)를 완료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러한 인증 작업이 쉽게 마무리될 것이라고 착각을 했던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BYD코리아가 보조금 확정 절차를 위해 필요한 기초정보를 2월 28일에서야 환경부에 제출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BYD코리아 관계자는 “환경부 '무공해누리집' 사이트”(아토3 정보) 입력 완료 후 보조금 산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보조금 평가 및 환경친화적 자동차 고시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당 부처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BYD코리아의 이러한 해명은 한국 정부의 행정절차를 지나치게 낙관했거나 무시한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원래 자동차업계에서 기초 정보를 제출하면 그 이후 보통 1개월 정도가 지나야 보조금이 책정된다. 그렇다면 BYD의 아토-3 보조금이 확정되는 것은 3월말~4월초나 돼야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도 BYD코리아는 지난 1월 16일 출시 당시 “2월 중순이면 차량이 인도될 수 있을 것”이라고 공지했다. 이는 분명한 소비자 기만이다. 현재 상황으로 보면 빨라야 4월 초순이다.
눈여겨볼 것은 한국 정부가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 기준을 올해부터 강화했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우선 제조물 책임보험에 가입하고, 또 배터리 충전량 정보(SoC·State of Charge) 기능을 탑재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전기차 화재 등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런데 아토-3는 보험요건은 충족했지만 배터리 충전량 정보를 충전기에 전달하는 기능은 이미 평택항에 도착해 있는 신차들에게는 아직 반영하지 못했다. BYD코리아는 이와 관련해 “환경부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1년 이내에 해당 기능을 탑재한다는 확약서를 제출했다”고 밝혔지만 환경부 관계자는 “(BYD가) 약속을 안 지킨다면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되는 것은 물론이고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환경부가 꼼꼼하게 BYD의 약속 이행여부를 챙기겠다고 한 것이어서 BYD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더더욱 BYD코리아가 환경부에 1년 이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해당 기능을 탑재한다는 확약서를 제출했지만, 이러한 문서를 환경부가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라 아예 보조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럴 경우 BYD코리아가 내세운 아토3의 2천만원 후반대 가격은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BYD가 넘어야 할 산은 이것말고도 또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보급촉진법’에 따라 취득세·개별소비세 감면 대상이 되는 전기차 차종을 1개월 간격으로 고시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면 아토-3는 빨라야 3월말이나 감면대상 범주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그 이전에는 소비자들이 아토-3에 대해 지갑을 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눈여겨볼 것은 우리 정부의 이러한 원칙적 대응이 BYD의 한국 시장 진출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정부로서는 당연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고, 아주 원칙적 대응을 하고 있지만 BYD가 한국 시장 진출을 너무 만만하게 보면서 한국 시장 장악이라는 헛물을 너무 일찍 켠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난관에 부딪친 BYD의 B2B거래]
BYD코리아가 현재 직면한 또다른 문제점은 BYD의 주특기라 할 수 있는 B2B(기업간 거래)가 꽉 막혀 있다는 점이다. 사실 BYD가 독일 등 유럽 국가들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였던 중요한 판매경로가 바로 B2B였다. 그러니까 렌터카나 택시, 그리고 차량공유업체에 차량을 대량 공급하면서 개별 판매 부족분을 매꿔왔고 동시에 시장 점유율도 상승시켜 왔다.
그러나 그러한 B2B 루트가 한국에서는 작동되지 않고 있다. 렌터카 등 국내 대형브랜드들인 롯데렌터카나 쏘카 등은 물론이고, 택시업계에서도 BYD의 전기차에 선뜻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 이들 업체들이 BYD 전기차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초기 인도시 싼 가격으로 받더라도 4~5년후 감가상각 폭이 너무 커서 되레 손해가 날 수도 있기 떄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중국차 중고시장이 전혀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의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여전히 남아]
또 하나, BYD전기차에 대한 정보유출 우려도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지리자동차 계열의 전기차 브랜드 지커는 다음 달 열리는 상하이 오토쇼에서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공개한다. 레벨 3는 인공지능(AI)이 자동차 기능 대부분을 조작하는 단계로, 돌발 상황을 제외하고는 운전자는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외장 센서(라이다) 기반 중국 자율주행 기술은 저렴한 가격에 테슬라의 완전주행기술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지만, 교통사고나 개인정보 유출 의혹으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그런데 눈여겨볼 점은 지커의 레벨 3 자율주행차 발표가 BYD(비야디)가 공개한 자율주행 보조 기술 ‘천신의 눈’(God‘s eye)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고급형 차종에 들어가는 천신의 눈 A·B 등급에는 엔비디아가 설계한 고성능 반도체 오린X와 라이다 센서가 탑재된다. 저가형에 들어가는 C등급에는 중국 반도체 기업 호라이즌로보틱스의 보급형 반도체가 적용된다.
그런데 BYD는 천신의 눈을 7만위안(1380만원)가량의 보급형 차량에도 탑재할 계획인데, 이에 대해 왕촨푸 BYD 회장은 “자율주행 시스템은 더는 사치품이 아니라 안전벨트와 에어백처럼 필수 도구가 될 것”이라며 성공을 자신했다.
문제는 이러한 중국 기술에 대한 신뢰부족이 아직 남아 있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4월 화웨이의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을 탑재한 아이토(Aito) 전기차 M7에서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수사를 촉구하는 기사·게시물은 삭제 처리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사고를 중국 당국까지 나서서 은폐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돼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BYD나 지리 등 중국 자동차업체가 딥시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SW)를 자율주행차에 탑재하겠다고 발표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주행 기록이나 통화 내역 등 개인 정보가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커지는 소비자 불만, 미확인 정보들까지 쏟아져 나와]
이렇게 BYD의 출고 지연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기차 카페 등에는 소비자들의 불만 섞인 항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불만이 커지자 아토3의 저온 주행가능거리를 문제 삼는 미확인 주장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아토3는 60kWh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완충 시 국내 기준 상온 복합 321km, 저온 복합 309km를 주행하는 것으로 인증받았다. 그런데 이에 대해 최근 한파에 배터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저온 주행가능거리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왔고, 결국 이것이 환경부 보조금 책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설들이 퍼지고 있다.
이에 대해 BYD코리아는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을 것 같아 선제적으로 대응할지 좀 더 기다려 볼지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중국 현지 등에서 아토3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됐는데도 한국에서는 구형 모델이 나온다는 볼멘소리도 있다.
[미·유럽 수출 어려워지자 韓 포함 亞공략 방향전환한 듯]
BYD코리아가 한국 시장 진출을 이렇게 서두른데는 BYD가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의 수출이 막히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으로 무리하게 진출을 밀어붙인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들이 나온다. BYD는 한국보다 먼저 진출했던 일본에서 인증 문제로 출시 시기가 1년 가까이 지연된 사례가 있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중국산 전기차가 불공정한 보조금을 이유로 최고 35.3%의 추가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도 대중국 관세(10%+ 추가10% 부과 예정)에 더해 자동차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불신이 아직 남아있는 상태에서 이러한 성급한 출시는 오히려 신뢰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BYD가 한국 시장을 만만하게 봤다가 큰 혼란을 겪고 있는 셈인데 이러한 난관을 어떻게 타개해 갈지 두고 볼 일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