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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처절하게 무너진 러시아 경제, 실체 들여다 본 미국도 경악 - 도저히 회생 불가능 판단 내린 러시아 경제 - 희토류 공동개발로 트럼프에 올리브 가지 흔든 푸틴 - 서방기업 탈출이 가져온 러시아 사회의 피폐화
  • 기사등록 2025-02-27 04: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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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회생 불가능 판단 내린 러시아 경제]


러시아 경제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3년 넘게 치르면서 경제가 완전히 피폐해진 상황에서 그동안 러시아 경제를 지탱해왔던 에너지 산업의 수출길이 막혀 있기 때문에 더더욱 어려운 처지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가 손을 마주 잡는다 해도 미국마저 러시아 경제를 살리기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모스크바와 주요 경제 협정을 맺고 싶다고 말했고, 이를 위해 고위급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는 서방의 수년간의 제재로 경제가 이미 약화되었고, 인구 감소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개입을 한다해도 무능한 러시아 정부가 또다시 개입을 할 것이기 떄문에 사실상 소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WSJ은 이어 “백악관 내 낙관론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협상이 이루어진다면 양국 간의 새로운 협력 시대가 열릴 것이며, 그렇게 되면 유럽이 합의에 완전히 동참하지 않더라도, 특히 기술 산업이나 석유 및 가스에 필수적인 광물 추출과 관련하여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러시아가 과연 과거와 같이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를 포용할만한 상황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도발 후 러시아 당국이 글로벌 기업들에 대해 워낙 최악의 대우를 하고 또 쫓아내다시피 대했던 기억을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자원에 의지하여 성장을 해 왔던 러시아 경제는 지금 급격한 인플레이션, 천정부지로 치솟는 금리, 서방의 제재로 인해 둔화를 넘어 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 지금 러시아에게 필요한 것은 글로벌 기업들이 다시 러시아로 돌어와 그들로 하여금 경제를 회복시키도록 하는 것이다.


일단은 달러자금이 러시아 경제에서 순환될 수 있어야 러시아 경제도 소생의 기미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글로벌 기업들은 아무리 미국 정부가 설득을 한다해도 또다시 러시아로 진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 도발 이후 러시아가 보여준 무법천지의 사회, 법이라고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악당국가의 진면모를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WSJ은 “러시아의 예측할 수 없는 사업 환경, 즉 국가에 의한 자산 압류가 일상화되고 있는 상황은 외국인 투자자들을 겁먹게 만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WSJ은 이어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경제는 이미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아졌다는 점도 고려 요인”이라면서 “이에 따라 서방기업들은 러시아로 돌아오더라도 당장 중국 기업들과 경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런 이유 떄문에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소의 경제 제재 담당 선임 연구원 마리아 샤기나(Maria Shagina)는 “앞으로 몇 년 동안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경제 정상화는 없을 것”이라면서 “설사 미국이 제재를 해제하더라도 러시아의 정치 및 경제 환경이 극적으로 변화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글로벌 기업들을 내쫓다시피 하면서 그들의 공장을 상상할 수도 없는 낮은 가격으로 뺏다시피 했던 러시아 정부가 다시 온화한 미소를 띄우면서 ‘앞으로 잘해 줄 것’이라 약속한다고 해서 글로벌 기업들이 선뜻 러시아로 다시 진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물론 푸틴은 트럼프와의 전화 통화 이후 “모스크바가 미국 기업에 협력 거래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설사 미국기업이 진출한다고 해서 그 기업의 성공을 미국 정부가 담보해 줄 수는 없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생각대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희토류 공동개발로 트럼프에 올리브 가지 흔든 푸틴]


이런 가운데 푸틴은 트럼프에게 희토류 공동개발이라는 올리브 가지를 흔들었다. 이미 우크라이나와의 종전협상 대가로 희토류 개발 문제가 오고가는 와중에 푸틴도 숟가락을 얹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지질조사국은 “러시아는 전기 자동차, 휴대폰, 미사일 시스템 등 모든 분야에서 사용되는 희토류의 매장량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다”면서 “러시아의 희토류 매장지 중 상당수는 시베리아와 북극 지역과 같이 접근하기 어려운 외딴 지역에 위치해 있다”고 보고했다.


그럼에도 러시아가 희토류 시장에서 갖는 비중은 크지 않다. 일단 희토류 생산량은 현재 전 세계 물량에서 1% 미만인데, 이는 인프라와 정제 능력 부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WSJ은 “푸틴이 제안한 희토류 개발 등에 대한 미국의 투자는 타당성 자체가 별 의미 없다”면서 “지금 푸틴에게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에서 영유권을 주장하는 영토를 확보하고 동시에 미국의 제재를 종식시키는 일, 그리고 러시아를 향한 서방 동맹을 와해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국제안보연구소의 러시아 경제 전문가인 야니스 클루게도 “푸틴이 트럼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큰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임을 알고 있으며, 그것이 실현될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푸틴이 트럼프와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만으로도 서방에 깊은 분열을 야기할 것이 확실하기 떄문에, 푸틴은 이 기회를 이용하여 대서양 횡단 동맹을 영구적으로 훼손하고자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손쓸 수준을 넘어선 최악의 러시아 경제]


특히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서방기업들이 러시아로 되돌아온다 할지라도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경제상황을 목도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전쟁으로 인한 군사비 지출 과다로 인해 겉으로 보기에는 경제성장률이 증가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미 경제의 불균형으로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되었으며, 이미 통제할 수 없는 인플레이션에 허덕이고 있다. 실제로 중앙은행이 금리를 21%로 인상할 정도다. 이는 러시아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와 함께 전쟁을 치르느라 수많은 노동인력이 경제 현장을 떠나 전선으로 투입되었으며, 또한 강제 징집을 피해 최소 100만명 이상의 청년들이 러시아를 떠났다. 이는 당장 경제를 이끌어 갈 노동력 부족 현상으로 나타났다.


이런 대내외적 압박이 가중되면서 최근 몇 달 동안 경제는 더욱 추락하기 시작했고, 중앙은행은 이로인해 성장률이 지난해 4%에서 올해는 1~2%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러한 성장률 자체가 국민들의 경제활동에 의한 것이 아닌 무기 생산 등 전쟁 경제로 인한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게 모든 경제 체제를 전쟁을 중심으로 쏟아 부었음에도 성장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러시아의 경제가 골병이 들만큼 들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대해 WSJ은 “장기적으로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의 국제 시장 접근을 제한하고 첨단 기술을 차단함으로써 러시아의 전망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러시아 기업들도 서방 금융 시스템에 다시 접근하여 전 세계로 자금을 쉽게 이동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방기업 탈출이 가져온 러시아 사회의 피폐화]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전쟁 도발후 서방기업들이 러시아에서 빠져 나온 후 러시아 사회가 피폐해졌다는 점이다. 사실 소비에트 연방 붕괴 이후, 서구 기업들은 러시아로 빠르게 진출하여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로의 전환을 도왔다. 이로인해 러시아인들은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서구사회 문명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특히 미국식 패스트푸드, 자동차, 패션 등의 혁명을 가져왔다.


이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와 같은 도시의 중산층 러시아인들에게는 스타벅스와 애플 아이폰과 같은 브랜드를 친숙하게 느낄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줄줄이 철수하면서 러시아는 소비에트 연방 시절로 급격히 후퇴했다. 서방세계의 젊은이들이 누리는 문화를 전혀 만끽하지 못하는 문화단절을 지금 러시아 청년들이 겪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러시아의 젊은 세대들에게 주는 충격은 크다. 어쩌면 단순한 충격을 넘어 금단 현상까지 불러오면서 푸틴체제에 대한 반감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미국 경제가 러시아 경제를 살리기는 어려울 것”]


이와 함께 미국은 러시아와 깊은 경제적 유대 관계를 갖지는 않았다는 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에도 미국은 러시아에 60억 달러가 조금 넘는 상품을 수출했는데, 이는 미국이 이집트에 수출하는 것과 거의 같은 금액이었다. 사실 미국이 이렇게 러시아의 경제에 깊숙이 개입하지 않은 것은 에너지 시장에서 경쟁자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WSJ은 “이러한 상황은 미국과 러시아가 극적으로 손을 잡는다 해도 미국이 러시아 경제에서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WSJ은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많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러시아를 떠났는데, 대부분 엄청난 타격을 받은 채 쫓겨나듯 겨우 탈출했다”면서 “전쟁 와중에 러시아 정부는 경제에 대한 통제력을 더욱 강화했고, 서방기업들의 자산을 정권의 충성파들에게 재분배했다”고 짚었다.


WSJ은 “이렇게 갈기갈기 찢겨진 서방기업들의 자산을 글로벌 브랜드들이 돌아온다고 해서 다시 되돌려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때 재산 분배를 받은 러시아의 지도층들은 이미 경제 엘리트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선뜻 러시아에 다시 투자를 하겠느냐는 것이다.


또 하나,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더라도 유럽이나 캐나다, 일본 등이 제재를 해제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유럽은 트럼프의 러시아 접근에도 불구하고 제재를 더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미국 기업들이 섣불리 러시아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전 국무부 제재 담당관인 에드워드 피시먼은 “EU와 영국의 제재가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은행과 다국적 기업에 대한 위험은 여전히 매우 높을 것”이라면서 “만약 미국이 일방적으로 제재를 해제한다면, 유럽은 제재 강화를 위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은 “트럼프 자신이 예측 불가능성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이 될 수도 있다”면서 “오늘 러시아로 돌아가는 기업은 트럼프가 내일 마음을 바꾸어 러시아를 다시 제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런 점에서 아무리 트럼프가 푸틴과 손을 잡고 제재 완화를 하면서 러시아 경제를 되살리려 해도 그 길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그럴 자금이 있다면 차라리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백배 낫다는 것이 WSJ의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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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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