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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트럼프-푸틴 브로맨스에 비상걸린 시진핑 - 푸틴에게 ‘진정한 친구’ 거듭 강조한 시진핑 - 전세 역전된 국제사회 흐름에 마음 바쁜 시진핑 - 중국내에 널리 퍼진 ‘푸틴-트럼프 연합설
  • 기사등록 2025-02-26 04:4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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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에게 ‘진정한 친구’ 거듭 강조한 시진핑]


우크라이나 전쟁 4년차를 맞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취임한 지 한달을 맞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끈끈한 브로맨스를 과시하자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이에 질세라 푸틴 대통령에게 ‘우리는 진정한 친구’라며 그 사이에 끼어들면서 그야말로 미·중·러 삼각 구도가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한마디로 트럼프-푸틴간 급속 밀착에 대해 시진핑 주석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 틈을 끼어드는 형국이다.



미국의소리(VOA)는 2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주년을 맞은 24일, 시진핑 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해 ‘좋을 때나 힘들 때 언제든 제3자의 영향을 받지 않는 파트너십이 중러관계의 기본’이라 말하면서 중국과 러시아간의 협력관계를 재확인했다”면서 “이는 트럼프와 푸틴간의 대면 회동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을 보며 시진핑 주석이 불안해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 관련해 시진핑-푸틴간 전화통화를 보도한 신화통신은 “시진핑 주석은 푸틴에게 중국과 러시아는 결코 떨어질 수 없는 사이이며, 서로를 지지하며 발전하는 진정한 친구라고 말하면서 양국관계는 독특한 전략적 가치를 지닌 특수한 관계이며 결코 흔들릴 수 없는 관계임을 거듭 강조했다”고 밝혔다.


시진핑-푸틴간 전화 통화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간의 대면회담이 준비되고 있다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의 발표 이후 진행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전세 역전된 국제사회 흐름에 마음 바쁜 시진핑]


흥미로운 점은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전쟁을 치르기도 힘들 정도로 경제상황도 악화되고, 또 중국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절박한 처지에 놓였던 러시아의 푸틴에게 돌연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간 경제협력은 물론이고 대면 회담 가능성까지 꺼내들자 덩달아 중국과 러시아간의 관계도 역전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중국의 도움 없이도 미국과의 협력으로 러시아의 어려운 국면을 회복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이는 반대로 러시아에 대해 일정 부분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중국의 지원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으로 몰고갔던 시진핑 주석에겐 새롭게 펼쳐지는 트럼프-푸틴간의 관계가 오히려 중국의 주도권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상황으로 펼쳐지자 시진핑 주석이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현재 시진핑의 중국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트럼프와 푸틴간의 브로맨스가 중국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시진핑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은밀하게 러시아를 지원해 주면서 미국의 절대적 힘에 중국-러시아 연대로 대응하려는 카드를 쥐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졸지에 그 카드가 힘을 잃게 되어버린 묘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G7 복귀까지 언급하면서 푸틴과 손을 잡고 중국을 위협하는 ‘연러제중(聯俄制中)’의 현실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푸틴간 브로맨스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다만 중국 입장에서는 설마 ‘연러제중’이 실현될 수 있겠는가‘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지난 3년간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진영과 러시아간의 심리적 간격이 워낙 멀기 때문에 아무리 트럼프가 ’연러제중‘을 외친다해도 그게 결코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이 연러제중 정책을 펼치려면 당연히 유럽사회와 등을 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역으로 중국은 유럽과 경제적으로 밀착하는 관계로 역공을 펼칠 수도 있다는 희망도 가지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중국에게는 새로운 외교의 전환이라는 점에서 지금 미중러 3각 구도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미국과 과연 손을 잡고 중국을 제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러시아에 유리할 것인지 아직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특히 구소련 붕괴 당시 미국과 서방이 240억 달러의 대출 패키지와 60억 달러의 루블 안정화 기금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경제가 거의 붕괴했던 교훈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그 독재자 블라디미르 푸틴을 갑작스럽고 열정적으로 포용하는 것은 부분적으로 모스크바와 베이징, 이 두 강대국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려는 전략적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외교 정책 전문가들은 1970년대 초, 미국 정책을 뒤집고 공산주의 중국과 친하게 지내면서 마오쩌둥과 소련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려 했던 닉슨 대통령의 움직임에 빗대어 트럼프의 이 전략을 ‘역 닉슨(reverse Nixon)’이라 부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지타운 대학교의 미중 글로벌 이슈 대화 프로그램의 연구원 데니스 와일더는 “이런 차원에서 시진핑 주석이 푸틴과의 전화 통화에서 중-러 관계는 움직일 수 없는 관계임을 열정적으로 강조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라면서 “시진핑은 트럼프-푸틴간의 밀착에 대해 긴장하고 있는 듯 보이며, 이러한 관계 증진이 중-러간 관계를 훼손시키지 못하도록 외교적 대못을 박고 있는 듯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중국 정치 전문가인 닐 토마스도 “중국이 미-러 관계를 분명히 ‘경계’하고 있기는 하지만 시 주석과 푸틴은 여전히 ‘매우 가까운 관계’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연러제중 정책이 성공할 가능성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린 것이다.


청야원(程亞文) 상하이 외국어대 교수도 “현 정세가 50년 전 닉슨의 방중이 소련에 충격을 줬던 것과 비슷해 보이지만 ‘닉슨 1.0’이 중·미·소 관계에 끼친 영향과 오늘날 ‘역 닉슨(Reverse Nixon) 전략’ 곧 ‘닉슨 2.0’ 전략이 중·미·러 관계에 끼치는 영향은 완전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러시아의 안보상의 이익을 개선할 수는 있겠지만, 경제 측면에서 제조업의 부활을 노리는 트럼프가 러시아가 필요로 하는 산업 투자를 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청 교수는 이어 “러·미 관계가 개선되더라도 러·중 관계가 급전직하할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존스홉킨스 대학의 정치경제학 교수인 호펑훙도 “트럼프가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배제하고 푸틴을 끌어 안는 시나리오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오히려 이 회담이 진전될수록 미-중-러 3자간 관계가 미국을 상대에 두고 중-러가 더욱 더 결속하는 2 대 1 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많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VOA는 “푸틴이 2022년 2월 수만 명의 병력을 우크라이나에 파견하기 며칠 전, 러시아와 중국은 '제한 없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했다”면서 “시 주석은 지난 10년 동안 푸틴과 40회 이상 만났는데, 전쟁 발발 이후에도 중국은 은밀하게 러시아에 컴퓨터 칩과 군수산업용 공작기계 등 상당한 경제적 지원을 제공했다”고 짚었다.


VOA는 그러면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월 중순 뮌헨안보회의에서 러시아산 천연가스 구매는 중국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트럼프의 시도가 성공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엘리나 리바코바 객원 선임연구원은 VOA에 “러시아-중국 관계는 공생 관계이지만 매우 비대칭적”이라면서 “중국은 러시아에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가 되어 러시아의 수출에 시장과 주요 투입재를 제공하는 반면 러시아는 중국에 호의적이지만 필수 불가결한 관계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리바코바 연구원은 이어 “이러한 현실은 사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면서 “2000년대에는 기계류와 기타 고부가가치 상품을 중국에 수출했지만 지금은 러시아 대중국 수출의 85% 이상이 에너지나 천연자원”이라고 말했다.


리바코바 연구원은 “러시아는 이미 사실상 중국 경제에 예속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할 정도로 중국산 제품이 시장에 넘쳐나고 있다”면서 “중국이 러시아와의 무역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대한 투자를 줄였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리바코바 연구원은 “중국의 대러시아 대외 직접 투자는 1% 미만으로, 중국 기업들은 러시아의 법치주의 부재를 주요 장애물 중 하나로 보고 있다”면서 “러시아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이후 수천 개의 중국 기업이 러시아에 새로 등록했지만, 이들 중 90%가 소매 및 도매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말이 경제적 종속관계이지 그렇게 유대가 강한 사이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SJ은 “군사 및 정보 협력 심화의 측면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양국의 오랜 파트너십에서 전례가 없는 수준의 군사 협력에 참여하고 있으며, 미국과 동맹국의 방어 능력을 시험하고 미국이 군사 분쟁에 휘말릴 경우 미군이 중국과 러시아 모두에 맞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허드슨 연구소 중동평화안보센터의 지넵 리부아 연구원도 “중국과 러시아는 분열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실제로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푸틴과 시진핑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반서방 야망을 고려할 때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병행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중국내에 널리 퍼진 ‘푸틴-트럼프 연합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내에서는 트럼프와 푸틴간의 브로맨스가 중국을 압박할 수도 있다는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다. 대만연합보는 최근 왕밍위안(王明遠) 베이징 개혁 및 발전연구회 연구원의 견해를 인용해 “중국 학계는 트럼프와 푸틴의 밀착이 ①국제질서의 다극화, ②무역 자유화의 퇴조, ③유럽 우익 보수세력의 굴기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라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의 시진핑이 러시아의 푸틴을 제끼고 글로벌사우스의 수장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푸틴이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도 주목거리다. 이런 점에서 푸틴 입장에서는 트럼프의 힘을 빌어 러시아가 중국을 제끼고 미국과 마주하는 글로벌 맹주로 복귀할 수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들해졌던 푸틴의 유라시아주의를 되살릴 기회를 트럼프를 통해 회복시킬 수도 있다는 구상을 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푸틴의 방향 전환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판단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유라시아주의와 일대일로의 경합 구도는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응하는 중국의 머릿속도 복잡하다. 트럼프-푸틴간의 결속이 미국-유럽간 분리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이 유럽을 견인할 기회로 보고 적극적으로 유럽에 손을 내미는 외교를 펼칠 가능성도 있다. 유럽도 미국이 관세 등으로 압박해 온다면 중국과 손을 잡음으로써 트럼프의 대 중국 전략 구상을 완전히 흩트려 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듯 보인다.


이렇게 트럼프-푸틴간의 브로맨스는 미-중-러 3각 강대국 관계를 꿈틀거리게 만들면서 역학구도의 재편 가능성까지 부상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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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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