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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또 호주 콧털 건드린 중국, 군함 3척 시드니 해안서 실사격훈련 - 중국 해군, 호주 인근서 이틀 연속 실탄 훈련 - 중국은 왜 시드니 연안에서 군사훈련을 했을까? - 소탐대실의 중국, 양국관계 급속히 악화될 수도
  • 기사등록 2025-02-25 04: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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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군, 호주 인근서 이틀 연속 실탄 훈련]


중국이 또다시 호주의 콧털을 건드렸다. 중국 해군이 그 넓은 남중국해를 넘어 시드니 연안까지 건너와 실탄사격 훈련을 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호주와 뉴질랜드간 민항기가 비행 노선을 변경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당연히 호주에서는 중국을 향한 분노가 터져 나왔고 중국에서는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느냐?”면서 적반하장식의 대응을 보이고 있어 갈등은 더욱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호주의 유력일간지인 디오스트렐리안(The Australlian)은 지난 22일, “전날 호주 해안에서 실시된 중국 해군의 실탄사격 훈련에 대해 호주 당국은 당혹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특히 군사훈련을 하면서 국제관례와 달리 너무나 급박하게 훈련 계획을 통보했다는 점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면서 “이와 관련해 리처드 말스 국방장관은 중국의 군사훈련으로 인해 민항기 항로까지 변경하게 된 것에 대해 중국 당국에 강력하게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디오스트렐리안은 “실제로 시드니에서 오클랜드로 가는 콴타스 항공편은 경고를 받았을 당시 운항 중이었는데, 이러한 경고로 말미암아 항로를 일부 변경했으며, 다른 항공사가 운영하는 최소 2개의 항공편도 태즈먼해 상공에서 위치를 변경하라는 경고를 받았다”면서 “에어뉴질랜드도 마찬가지로 비행항로를 변경했다”고 밝혔다.


항공 서비스 데이터에 따르면 호주와 뉴질랜드 간 태즈먼 해협을 가로질러 하루에 최대 140편의 항공편이 운항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호주 및 국제 조종사 협회 부회장인 스티브 코넬은 “상업 항공편은 일반적으로 30,000~35,000피트에서 비행하며, 이로 인해 실탄 사격의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 당국의 설명과는 차이가 난다. 중국 당국은 민간항공기 운영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이날 중국 해군 군함들이 호주와 뉴질랜드 사이 태즈먼해 국제 해역에서 이틀째 실탄 사격 훈련을 벌였다”면서 “뉴질랜드 해군은 중국 해군의 유도미사일 순양함 쭌이함의 주포에서 실탄이 발사되는 것을 관측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어 “쭌이함과 호위함 헝양함, 종합보급함 웨이산후함 등 중국 군함 3척은 최근 호주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진입, 호주 동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전날에 이어 이날도 훈련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왜 시드니 연안에서 군사훈련을 했을까?]


사실 중국 해군이 항해를 하면서 군사훈련을 한 곳은 국제수역이라 엄격히 말하면 국제법 위반은 아니다. 문제는 중국 해군이 그 넓은 남중국해를 두고 왜 일부러 호주와 뉴질랜드 사이의 배타적경제수역(EEZ)까지 내려와 실탄사격 훈련까지 했는가에 대한 것이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들 군함은 호주와 파푸아뉴기니 사이의 토레스 해협을 통과한 뒤 호주 동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 군함의 정확한 임무는 공개되지 않았다”면서 “이들 군함이 호주 해안에서 약 150해리(약 278㎞)쯤 떨어진 곳에서 항해중인데, 이는 호주 EEZ인 동시에 국제 수역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리처드 말스 호주 국방부 장관은 “전례없는 일은 아니지만, 이례적인 사건”이라면서 “그들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으며 모든 움직임을 확실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말스 장관은 그러면서도 “이들의 임무가 끝나면 우리가 할 일은 중국이 이번 임무로 달성하고자 하는 바를 완전히 평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페니 웡 호주 외무장관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G20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발포 직전 통보한 이유를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호주 당국이 이번 사건을 의아하게 보는 것은 호주와 중국 양국이 무역분쟁과 코로나 19 기원설 등으로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어왔었지만, 지난 2022년 5월 중국이 사실상 지원하던 중도좌파 노동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화해무드로 전환됐고, 지금까지 특별한 문제없이 양국 관계를 지속해 오고 있었다는 점이다.


다만, 산발적으로 양국간 군사적 긴장이 조성되기는 했는데 지난 11일에는 중국군 J-16 전투기가 남중국해 국제 수역에서 정기 감시·순찰을 하던 호주 P-8A 포세이돈 해상초계기를 향해 30m 거리에서 조명탄을 발사하는 위협 행동을 하자 호주 정부가 중국 정부에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5월에도 중국 동해와 한국 서해 사이 국제 수역에서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를 집행하는 유엔의 '아르고스 작전'에 참여중이던 호주 해군 소속 시호크 헬기 쪽으로 중국 J-10 전투기가 접근해 조명탄을 발사하자 호주 총리가 직접 나서 중국을 비판한 바 있었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호주 군함기가 '유엔 안보리 결의 집행'을 명목으로 중국 영공에 접근해 말썽을 일으키고 도발하려는 음모를 꾸몄으며, 중국 해상·공중 안보에 위해를 가했다”고 오히려 호주 측을 비판해 갈등을 빚은 바 있다.


그렇다고 양국간 외교적 문제가 갈등관계로 이어질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시드니 연안까지 내려와 해상 군사훈련을 한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의문들이 제기된다.


현재까지 추론하는 것 중의 하나는 호주 해군이 남중국해에서의 해양 감시 등 군사활동을 하는 것과 미군과 함께 남중국해 및 대만해협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에 대해 의도적으로 경고하고 더 이상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 것을 경고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고 보는 견해다. 그래서 중국 해군의 실력을 시드니 연안까지 내려와 근육질을 과시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호주 전략정책연구소의 유안 그레이엄 국방전략·국가안보 담당 이사 대행은 “중국이 전 세계에 군사력을 행사함에 따라 호주에 중국 해군 함정의 출몰이 장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면서 “(중국이) ‘우리 뒤뜰에 들어오면, 너희 뒤뜰에 들어갈 거야’라는 신호를 보낸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박하는 중국, “너무 민감하게 반응말라!”]


이에 중국 측은 정상적인 작전을 호주 측이 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중국 국방부는 23일 대변인 성명에서 “호주 측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중국 함대의 훈련 지역은 호주 해안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해당 수역은 공해”라고 밝혔다.


중국 국방부는 또 “중국 측은 사전에 안전 공지를 반복적으로 통보한 이후 해상에서 실탄 훈련을 실시했다”면서 “중국의 조치는 국제법과 관행에 완전히 부합하며, 항공 비행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군사 전문가 장쥔서도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남태평양 해역에서 인민해방군 군함이 존재하는 것은 어떤 해상법도 위반하지 않는다”면서 “일부 국가는 미국 해군의 잦은 항해에 익숙하지만 인민해방군 해군의 정상적인 항해를 보는 데 아직 적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소탐대실의 중국, 양국관계 급속히 악화될 수도]


중국 국방부의 반박은 오히려 호주 당국을 더욱 불쾌하게 만들고 있다. 호주 당국이 비판하는 것은 중국 군함이 국제수역을 지나간 것에 대한 것이 아니라 왜 하필 시드니 연안의 공해상에서 실탄사격 훈련까지 감행했느냐의 문제이고, 또 이러한 훈련을 하면서 호주나 뉴질랜드 당국이 대응할 시간도 주지 않고 급박하게 통보했느냐에 대한 것이다.


리처드 밀스 국방장관이 밝히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밀스 장관은 “중국 측으로부터 훈련 관련 아직 만족스러운 답변을 받지 못했다”면서 “중국 해군의 군사훈련으로 상업용 항공기 운영까지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전직 내무부 장관인 마이크 페줄로도 “중국의 최근 행동이 불필요하게 도발적”이라면서 “실사격 훈련이 국제법에 부합한다고 말하는 것은 요점을 놓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인민해방군의 무력 시위 목적은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물으면서 “호주 해군이 중국 해안의 붐비는 항공 교통로 근처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한다면 중국은 어떻게 반응할까?”라고 되물었다.


전직 국방부 관리인 마이클 슈브리지도 “중국 군함의 행동은 호주의 지리적 위치가 더 이상 국민이나 주요 인프라를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완벽하게 보호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면서 “우리는 명백하고 시급한 국토방위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지와 주요 민간 인프라를 보호하고 위협이 진화함에 따라 주요 인구 중심지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계층화된 방공 및 미사일 방어 프로그램에 긴급히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눈여겨볼 점은 이번 중국 해군의 시드니 연안에서의 군사훈련으로 말미암아 양국간 관계에 깊은 손상이 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호주에 중도좌파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국에 대한 무역규제 상당 부분을 완화했고, 양국간 관계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이번 중국 해군의 무모한 일련의 군사행동으로 간신히 안정세를 보였던 두 나라의 관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건은 이번 사태가 앞으로의 호주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의 여부다. 나름대로 중국 친화적 정책을 펼치면서 반중국 이미지를 희석시켜 왔던 노동당 정부는 사실 이번 일로 당혹스럽게 됐다.


특히 오는 5월경 실시될 차기 총선에서 집권 노동당은 이번 사태가 선거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초조해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유고브가 지난 1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중도보수성향의 연합정당이 현재 앤서니 알바니즈 총리가 이끄는 집권 노동당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국면에서 이번 사태로 인해 혐중 정서가 더 강해지면서 노동당 지지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태도도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친중적 정당이 집권하고 있는 호주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앞뒤 분간도 못하는 나라가 중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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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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