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유 美국채 2013년 이후 지속 감소]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 규모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지난 2009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대신 중국이 글로벌 자산 다각화를 위해 금과 같은 자산의 매입을 늘린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이 이러한 정책을 펴는데는 미국의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중간의 갈등 상황을 적극적으로 대비하려는 것으로 추측된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간) “중국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 국채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7천590억달러로 1년 전보다 570억달러 감소했다”면서 “지난해 감소 폭은 2023년 감소 폭(510억달러)을 조금 웃도는데, 이러한 수치는 중국 투자자들이 중국 이외 지역에 있는 계정을 통해 보유한 미 국채는 제외된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FT는 이어 “중국의 미 국채 보유 감소는 2013년 11월(1천316억달러) 정점을 찍은 이후 꾸준히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최근 추이를 보면 2017년 말 1조1천840억달러, 2018년 말 1조1천240억달러, 2019년 말 1조690억달러, 2020년 말 1조720억달러, 2021년 말 1조400억달러, 2022년 말 8천670억달러, 2023년 말 8천160억달러 등이었는데,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미 국채 보유 규모는 2009년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 재무부 관리 출신인 미국외교협회(CFR) 선임 연구원 브래드 세서는 “중국은 2010년께 미 국채 보유가 위험하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중국의 많은 부를 지정학적 경쟁자의 손에 맡긴다는 것이 좋지 않아 보였다”고 말했다.
또 세서는 “중국이 보유한 일부 자산이 벨기에 소재 유로클리어나 룩셈부르크 소재 클리어스트림 같은 증권 예탁 기관으로 이전됐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로 인해 공식 데이터에서는 벨기에와 룩셈부르크의 국채 보유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세서는 이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국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중국의 자금 흐름이 글로벌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적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중국의 대외자산 관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중국이 보유한 모든 미 국채가 미 금융 기관을 통해 직접 보유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위험 분산 목적으로 유로클리어나 클리어스트림 같은 기관을 통해 보유 자산의 일부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중국이 준비 자산을 계속 다각화함에 따라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은 점진적으로 감소할 것이며, 그 추세는 명확하다”고 덧붙였다.
FT는 이에 대해 “2017년 말 1천190억달러 수준이던 벨기에의 미 국채 보유는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말 3천740억달러로 불어났다”면서 “같은 기간 룩셈부르크의 미 국채 보유액 규모 역시 2천170억달러에서 4천230억달러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FT는 이어 “일각에서는 중국의 미 국채 보유 감소가 중국이 달러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지 않을 수 있다고 관측하기도 한다”면서 “미 국채 대신 미 정부 기관 채권 매입을 늘리고 있으며, 이와 함께 미 국채 보유 감소에는 미 국채 가격 하락에 따른 보유평가액의 감소 역시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美국채 대신 금 보유 늘리는 중국]
FT는 특히 “중국의 미 국채 보유 감소 배경에 대해 금 등으로 대외 자산을 다각화하는 수요를 일부분 반영한다”고 짚었다. 실제로 미국 공식통화금융기관포럼의 마크 소벨 의장은 “중국 인민은행이 경제·시장 위기 시 피난처로 여겨지는 금 등 다른 자산에 대한 비중을 늘려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 가격은 올 들어 약 12% 상승했다. 이는 대형 투자자들의 수요 증가가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4분기 금 15.24톤을 추가 매입하며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금을 매입한 국가가 됐다.
중국이 이렇게 미 국채 대신 금을 사들이는 것은 이미 지난해부터 화제가 된 바 있다. 지난해 5월 13일,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내일이 없는 것처럼 금을 사들이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최근 중국의 수많은 이들이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으로 몰려들고 있다”며 “눈여겨볼 것은 개인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중국 당국도 미국의 국채를 팔면서까지 금 비축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NYT는 이어 “중국 소비자들이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은 전통적인 투자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금으로 몰려 든다”면서 “중국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미국 부채 보유를 줄이면서 금 보유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금융 당국이나 개인 투자자들까지도 이렇게 금을 대량 비축하기 시작하자 국제 시세마저 흔들고 있다. NYT는 이에 대해 “전통적으로 금을 덜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드는 요인인 고금리와 강달러에도 불구하고 2022년 말 이후 금 가격이 50% 상승했다”며 “금 시장이 더 이상 경제적 요인이 아니라 중국 투자자의 변덕에 의해 지배된다는 심리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NYT는 그러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공격적인 구매와 중앙은행의 매수가 맞물리면서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들어 한국에서의 금 시세 폭등도 바로 중국 요인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이 금을 대량 비축하는 숨은 이유?]
그렇다면 중국은 금융당국도 그렇고 일반 투자자들이 왜 이렇게 금을 사들이는 것일까? 그 이유는 중국 금융당국과 일반 개인 투자자들이 차이가 난다.
일단 개인 투자자들의 금 사재기에 대해 블룸버그는 “중국이 경제 회복에 대한 우려 때문에 값이 비싼데도 안전 자산으로 도피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 미·중 무역 갈등 등으로 국가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이 글로벌 안전 자산인 금에 기대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중국 금융당국이 미국의 국채까지 팔아 치우면서 금을 사들이는 이유는 국가적 차원에서 글로벌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중국이 금을 대량으로 비축하는 것은 대만을 둘러싼 국제분쟁시 서방의 제재에 대비해 자국 경제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시말해 중국이 금 사재기에 적극 나선 이유 중 하나는 불확실성에 대비해 외화보유고를 다변화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더더욱 트럼프 2기가 시작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데 중국 당국이 미국과의 디커플링까지 고려해 극단적인 재정정책을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자지인 ‘글로벌타임스’도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중국 중앙은행이 전통 안전자산인 금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준양 중국 상하이 재정경제대 교수도 “중국이 금 보유를 늘리는 주된 이유는 국제통화와 관련된 불확실성 때문”이라며 “특히 미국달러 환율 변동이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리신 세계금협회 중국 대표도 “중국 인민은행이 금 보유고를 늘리는 목적은 외화보유고를 다변화해 과도한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글로벌 자산의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금의 위험 회피 기능을 통해 보유 자산 변동성을 줄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특별히 눈여겨볼 것은 중국이 꾸준히 금을 매입하면서 미국 국채를 팔고 있다는 점이다. 인민은행이 특히 미 국채를 대량 매도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부터다.
물론 중국이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은 위안화의 국제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기축통화로 만들려는 의도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요원한 목표라서 이보다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 대한 서방세계의 경제 제재를 보면서 중국 역시 이러한 글로벌 제재를 염두에 두고 미국 국채를 감축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은 서방 국가들을 규합해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러시아 외화보유고를 동결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러한 서방 제재로 러시아는 외화 3500억 달러(약 477조4000억 원)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이러한 사태가 벌어진 이후 중국 당국은 각 분야 전문가들을 소집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서방의 러시아 제재 조치 등을 집중 분석하게 했고, 특히 중국이 만약 대만을 향한 통일전쟁(대만 침공)을 벌일 경우 대응책 등을 논의했다. 결론은 대만 통일 전쟁 발발시 미국이 러시아와 유사한 제재 조치를 가할 것이라며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결론에 따라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서방의 러시아 제재를 교훈 삼아 미국 국채를 미리 매각하고 금 보유량을 계속 늘리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금은 언제라도 현금화할 수 있지만 미국 국채는 자칫 휴지 조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조너선 에얄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부소장은 “중국의 금 사재기는 대만 침공 계획과 관련 있다”며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얻은 교훈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중국의 금 매입과 미국 국채 매각은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본격화했다.
에얄 부소장은 이와 관련해 “중국의 금 매입 시기와 지속성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얻은 교훈의 일부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베이징 지도부는 미국과 대결에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중국이 미 국채 보유량을 급격하게 줄이지는 못할 것이다. 중국은 여전히 미국과 교역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능한한 최소로 미 국채 보유량을 줄이면서 그 여윳돈으로 러시아 원유 확보와 해외 광산 매입 등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렇게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는 중국의 도발을 억지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중국의 대만 침공 등으로 자칫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다간 중국 경제 전체가 몰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고민도 크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