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양국이 올해와 내년 각각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것을 계기로 중국이 문화사절단을 한국에 보내기로 한 것이 알려지면서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이 풀리는 계기가 될지 기대감이 돌고 있다.
20일 외교소식통 등에 따르면 중국의 APEC 정상회의 준비기구인 중국아태협력중심이 이르면 다음달 한국에 문화사절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아태협력중심은 올해와 내년에 각각 한국과 중국에서 연이어 열리는 APEC 회의를 앞두고 양국 간 교류 증진을 준비하고 있다.
문화사절단의 규모와 일정 등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올해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사전에 양국 교류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작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문화사절단 방한을 계기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지속돼온 한한령이 해제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한한령이 풀리면 2017년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한국 콘텐츠 수입을 중단한 이후 8년 만에 중국 시장이 개방되는 것이다.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을 계기로 이달 초 중국을 방문한 우원식 국회의장도 시 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한류 문화 개방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지난 7일 하얼빈에서 시 주석을 만난 우 의장은 "한국에서는 중국의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문화 콘텐츠를 자유롭게 누리고 있는데 중국에서는 한국 관련 문화 콘텐츠를 찾기 어렵다"면서 "문화 개방을 통해서 청년들이 서로 소통하고 우호감정을 갖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에 시 주석은 "문화 교류는 양국 교류의 굉장히 매력적인 부분"이라며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화답해 문화 교류에 긍정적인 의사를 피력했다.
다만 한한령 해제가 전격적으로 이뤄지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한한령의 존재 자체에 대해 인정하지 않아온 만큼 한한령 해제를 선언적으로 공식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신에 각 분야에 걸쳐 물밑에서 점진적인 방식으로 개방이 이뤄지는 것은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아태협력중심의 성격이 APEC 회의의 준비기구이며 중국 정부에서 공연이나 영화, 드라마, 게임 등의 허가 주체가 각각 달리 존재하는 만큼 실질적으로 한한령 해제가 이뤄지려면 해당 기관들이 움직여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소식통은 "올해와 내년 APEC을 계기로 아태협력중심이 문화사절단을 보낼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한한령의 경우 중국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만약 이를 푼다면 풀 수 있는 주체인 문화여유부나 당 선전부 등도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