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조사선까지 보내 대만해협 통과한 미 해군]
미 해군이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해양조사선까지 보내 무려 3일간의 일정으로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작전을 벌이자 중국이 발칵 뒤집혔으며, 이에 최고 수준의 군사훈련으로 대응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미국의소리(VOA)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최근 미국 해군이 보기 드물게 해양 측량선까지 함대를 이루어 3일 동안이나 걸리는 여정으로 대만해협을 통과했다”면서 “이에 중국은 50여 대의 군용기와 함정을 보내 '합동 전투 준비 순찰'을 실시하는 등 신속하게 대응했고, 미국의 움직임을 ‘문제를 일으키기 위한 고의적인 괴롭힘’이라고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VOA가 언급한 미국 군함의 대만해협 통과 관련 사안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있었던 것으로, 이에 대해 중국중앙TV(CCTV)는 “중국군 동부전구 대변인인 리시 해군 대령이 12일 공식 소셜미디어(SNS) 위챗 계정을 통해 ‘10일부터 12일까지 미 해군 구축함 존슨호와 해양측량선 바우디치호가 대만해협을 통과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인민해방군에서 대만해협과 동중국해·태평양을 담당하는 동부전구는 “해·공군 병력을 조직해 미 군함 통행의 전 과정을 감시하고 경계 태세를 유지하며 대응했다”고 공개했다.
미 해군도 소속 함정의 대만해협 통과 사실을 이날 인정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에 대해 “미 군함의 이번 작전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정치적으로 민감한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미국의 첫 임무”라고 짚었다.
미군은 함정이나 항공기를 한 달에 한 번꼴로 대만해협을 통과시켜 중국의 반발을 사고 있으며, 중국 역시 대만 인근 해역에 함정을 파견하는 등 '회색지대 전술'을 통해 연일 대만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이번 미 해군의 해양측량선까지 포함한 대만해협 통과가 미중관계에 미치는 영향 또는 시사점이다. VOA는 이에 대해 “이번 미 해군의 대만해협 통과는 중국을 전략적으로 억제하려는 의도가 있다”면서 “미군은 중국이 성급하게 행동하지 않도록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중국에 경고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군함도 대만해협 올해 첫 통과]
또한 캐나다 해군 핼리팩스급 순양함 HMCS 오타와도 16일 대만 해협을 통과했는데, 이는 올해 캐나다 군함이 이 중요한 항로를 통과한 첫 번째 사례이며, 2022년 11월 인도 태평양 전략 발표 이후 캐나다 군함을 파견하여 대만 해협을 통과한 것은 여섯 번째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작전사 대변인 리시 해군 대령은 17일 “캐나다 군함이 대만해협을 공개적으로 항해했다”고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중국군이 해군과 공군을 보내 캐나다 선박의 전체 작전을 추적 및 감시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했다”고 말했다.
[미 해군 대만해협 통과에 대응, 중국 해군도 훈련 실시]
이와 관련해 대만 국방부는 “최근 미 해군의 대만해협 통과에 대응하여 중국 인민해방군(PLA)은 16일 오전 6시부터 17일 오전 6시까지 대만 인근에서 '합동 전투준비 경찰 순찰'을 실시했으며, 이 기간 동안 J-10 전투기, 공군 알럿-500 조기경보기, 무인항공기 등 다양한 종류의 PLA 공군 전투기 총 41대와 군함 9척, 관함 1척이 군사 활동을 수행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는 “대만 해협은 중국의 영해가 아니라 국제 수역에 속하기 때문에 미국과 캐나다 군함의 항행은 대만 해협 항행의 자유에 대한 국제 사회의 지지를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대만 정부는 또한 “중국은 트러블 메이커‘이며 인민해방군의 행동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 해군이 측량조사선까지 동원해 대만해협 통과한 이유]
그런데 미 해군 알레이 버크급 유도 미사일 구축함 '랄프 존슨'(USS Ralph Johnson)과 패스파인더급 해양 조사선 '패스파인더'(Pathfinder)를 대만해협에 보냈다는 것은 충분히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 해군 함정이 대만해협의 주요 수로를 통과한 것이 이번이 처음인데다, 이례적으로 미국 함정은 단숨에 통과하지 않고 사흘 내내 대만 해협에 머무르면서 뭔가의 은밀한 작전을 수행한 것으로 보이기 떄문이다.
VOA는 “더욱 이례적인 것은 이 소식이 미군이나 대만이 아닌 중국 동부작전사령부가 자체적으로 발표했다는 점에서 중국이 이번 조치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만 탐캉 대학교 국제문제 전 연구소의 마준웨이 조교수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미군이 해양 조사선 '보우디치'를 보낸 것은 단순한 항행의 자유 작전이 아니라 장기적 측면에서 전장 관리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VOA는 이에 대해 “이 배에는 해저의 상세한 지도를 그릴 수 있는 첨단 소나 및 해양 탐지 장비가 장착되어 향후 군사 작전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USS 보우디치 호는 미국 함정의 항해에 초점을 맞추고, USS 랄프 존슨 호는 중국의 개입에 대비해 호위만 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VOA는 이어 “이번 미 해군의 해양조사선이 투입된 것은 분명히 중국 공산당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만약의 미중충돌 발생시 미 해군의 작전 수행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짚었다.
VOA는 “미 해군의 이러한 태도에 놀란 중국 당국은 지난 12일 정월 대보름에 유도 미사일 구축함 화이베이함을 대만 주변으로 급파해 실사격 훈련을 하고, 평소보다 일찍 통지한 것”이라면서 “이는 중국이 미군의 행동이 전통적인 항행의 자유의 범위를 넘어 전략적 억압에 해당한다고 믿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마준웨이 교수는 “USS 보우디치함은 미 해군 해상보급사령부 소속의 해양지리조사선으로, 미국의 유명한 항해사이자 수학자, 천문학자인 보우디치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면서 “승무원은 사실 해군이 아니라 해양탐사와 관련된 전문가와 과학 연구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첨단 소나 탐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해저의 깊이와 해저의 모습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고, 해양의 다양한 물리적 데이터를 수집하여 미 해군이 사용할 전 세계 해양지도를 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 국방안보연구소의 지에 중 부연구원도 VOA에 “미군의 이번 조사가 최근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제안한 '어벤저스 계획'과 '지옥 시나리오'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면서 “미군은 대만 해협에 중국 인민해방군이 무인 선박과 잠수함을 대규모로 배치할 가능성에 대처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으며, 정확한 해양 데이터는 향후 전시에서 기뢰, 무인 잠수함 및 기타 무기를 배치하여 인민해방군의 행동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지에 중은 특히 “이 탐사선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데 3일이 걸렸다는 것은 단순히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이 기간 동안 실제로 항로 측정이나 수중 지형 측정과 같은 관련 임무를 수행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실제로 전장 작전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에 중은 “이번 조치가 대만 해협에 대한 중국의 오랜 '법적 전장' 주장을 직접적으로 깨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중화인민공화국 배타적 경제수역 및 대륙붕에 관한 법률 제9조는 “중화인민공화국 배타적 경제수역과 대륙붕에서 해양 과학 연구를 수행하는 국제기구, 외국 기관 또는 개인은 중화인민공화국 관할 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제11조는 “모든 국가는 국제법과 중화인민공화국의 법률 및 규정을 준수하는 조건으로 중화인민공화국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를 누려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지에 중은 이어 “미 해군의 이번 조치는 기본적으로 이곳이 중국 본토의 배타적 경제수역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며, 대만해협을 둘러싼 법적 분쟁에서 중국 공산당의 이러한 공세에 어느 정도 대응하는 실질적인 행동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대만 해협에 대한 강경한 신호 보낸 트럼프 정부]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한 바 있다. 당시 시 주석은 대만 문제가 중국의 국가 주권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하며 미국 측이 신중한 조치를 취하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미국 함정이 평소처럼 대만 해협을 통과하면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 태평양을 건설하고, 대만 통일을 시도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이에 대해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 대변인 매튜 코머는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이 항로는 어느 연안 국가의 영해에 속하지 않는 항로”라면서 “이 해협에서 모든 국가는 공해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와 이러한 자유와 관련된 국제법에 따라 허용되는 기타 해양 활동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이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의 리시 대변인은 “미국 선박의 행동이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안보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말했고, 중국 국방부 대변인 장샤오강은 “미국의 '군사적 도발'은 양안 긴장을 악화시키고 중국 국민의 통일 의지를 고취시킬 뿐”이라고 밝혔다.
전반적으로 볼 때 이번 미 해군이 측량탐사선까지 대만해협에 보내 철저한 조사까지 시행했다는 것은 양안 충돌시 미 해군의 작전 수행을 위한 준비 뿐만 아니라 대만 해군에게까지 관련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대만의 해양작전에 도움을 주려는 의도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그렇게 정밀한 해양탐사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 해군의 이러한 작전에 정밀하게 대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