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제80여단 관할 쿠르스크 전선서 북한군 자취 감춰]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쿠르스크 일부 전선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유는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지만 일단 우크라이나군과의 전투에서 지나치게 많은 희생자가 나면서 전면적 후퇴를 결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관점이 있고, 또 하나는 우크라이나 종전을 대비해 북한군의 흔적을 감추려는 러시아 당국의 계획일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9일, “우크라이나 제80공습여단, 일명 갈리시아 여단의 페트로 가이다슈추크 통신장교가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 ‘라디오 NV’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군이 여전히 일부 전장에서 목격되고 있지만, 북한군이 우리 여단이 담당하는 전선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가이다슈추크 장교는 이어 “1월까지만 해도 북한군이 전선 곳곳에 포진해 있었고, 특히 우리 여단 지역에서 활동이 두드러졌다”면서 “현재 우리 전선에서는 북한군의 움직임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다른 여단들은 며칠 전까지 북한군과 교전했다”고 설명했다.
가이다슈추크 장교는 북한군이 철수한 이유에 대해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며 “왜 철수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전선 배치 북한군의 현황에 대한 RFA의 질문에 “우리는 지난 한두 주 동안 이 주제에 대해 논의했는데 그 이후로 바뀐 것이 없다”며 “이 밖에도 특정 우크라이나 부대의 전장 평가에 대한 언급은 자제한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미 국방부의 한 관리는 RFA에 “러시아군은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한 쿠르스크 지역의 약 50%를 탈환했다”며, “현재 북한군의 추가 파병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군, 쿠르스크 전장에서 완전 철수한 듯]
그렇다면 북한군은 쿠르스크 전장에서 완전히 철수한 것일까? 이에 대해 RFA는 “최근 전황을 보면 지난 1월 말 이후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던 북한군의 활동이 비교적 조용해졌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특수부대 대변인도 “북한군이 강제 철수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 주 동안 그들의 존재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1월 30일, 뉴욕타임스(NYT)도 우크라이나 및 미국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군이 전선에서 철수했다”고 보도했으며, 우리 국가정보원도 며칠 전 “북한군이 전투에서 물러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또한 영국 국방부는 “전투 손실이 컸기 때문에 철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일시적으로 재정비 후 다시 배치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미 정보당국은 “지난해 말 약 1만1,000명의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배치됐으며, 이 중 약 4,000명이 전사하거나 부상당한 것으로 추산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군은 물론 싸우러 온 상당수 한국인(북한군)도 많은 수가 죽임을 당했다”며 “2차 세계대전 이후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사람들이 죽고 있는, 험악하고 끔찍한 이 전쟁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다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7일 “북한군이 쿠르스크 전선에서 '새로운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히며, “그들의 규모와 활동 정도는 불분명하다”고 전했습니다. 한마디로 북한군의 존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또한 우크라이나 키릴로 부다노우(Kyrylo Budanov) 군사정보국장도 1월 말 우크라이나 매체 ‘더 워존(The Warzone)’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군이 쿠르스크 전선에서 활동을 크게 줄였지만, 이들을 배제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몇 가지 변화가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몇 일간 활동을 줄였을 뿐인지 판단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북한군이 완전히 철수했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트로이 스탠가론 월슨센터 한국역사·정책국장은 18일 RFA에 “북한 사상자에 대한 정확한 수치는 없지만, 모든 징후에 따르면 북한 사상자는 상대적으로 높다”며 “북한군은 러시아군과 협력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새로운 북한군이 투입될 때까지 그들을 최전선에서 철수하거나 다른 임무에 재배치하는 것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전 종식 협상서 북한군 철수 논의할까?]
그렇다면 우크라이나전 종식을 위한 협상에서 북한군의 존재도 논의의 장에 오를 수 있을까? RFA는 18일(현지시간) 또다른 기사에서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회담을 가졌다”면서 “향후 협상에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문제가 논의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분명한 답변을 하지는 않았지만 시드니 사일러 전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 국가정보분석관은 RFA에 “향후 미국과 러시아 간 협상에서 북한 문제는 두 가지 차원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일러 분석관은 “첫째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관련해 북한군 파병, 탄약, 무기 체계 지원 중단에 대한 것이 될 것이며, 둘째는 전략적인 차원에서 미국은 북한과의 무기판매 및 기술이전 등의 거래를 제한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준수하는 차원에서 러시아가 북한과 거리를 두는 것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일러 분석관은 이어 “여기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후 재건 사업에 ‘평화적 재건 활동’이라는 명목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북한 노동자 문제도 포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군 포로 “대한민국 갈 생각”…정부, 우크라와 협의할 듯]
한편,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북한군 포로가 한국으로의 귀순 의사를 밝히면서 그의 바람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북한군 포로인 리모씨는 19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80%는 결심했다”며 “우선 난민 신청을 해 대한민국에 갈 생각이다. 내가 난민 신청을 하면 받아줄까?”라고 궁금해했다. 그는 지난달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됐다. 북한군 포로가 한국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정찰총국의 정찰·저격병이며 2015년에 입대했다”면서 유학생으로 훈련한다고 전투에 참가할 줄은 몰랐으며, 쿠르스크 지역에 우리가 와 가지고, 대기 구역이라는 데 있었는데 거기서 알려줘, 그때서야 전투에 참가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전했다.
그는 ”2500명가량이 함께 왔으며 기차, 비행기, 버스를 번갈아 타고 왔다“면서 ”북한이 전투 사실을 대외적으로 숨기는 이유는 대외적 조건(대외 관계의 입장)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리씨는 ”파병된 부대 '폭풍군단'이 전투력 높은 부대“라면서 ”삼지연 건설 아나요? 삼지연시(김정은이 전략적으로 재개발한 관광도시)를 건설하는 공사다. (우리 부대가) 12월에 출발해 공사를 하는데, 눈과 추위가 심했다, 2019년도에“라고 말했다.
이어 ”가니까 인가 한 채 없는 산중에 들어가서 눈이 가슴까지 빠지는데 들어갔다. 거기서 병영을 건설해야 하는데, 곡괭이로 종일 요만한 돌망구(돌멩이) 하나, 땅덩어리에서 돌멩이 하나 캐놓으면 손이(얼어 붙는다는 듯한 동작). 엄혹한 날씨다. 날씨가 너무 차서 오줌을 싸면 그 즉시 얼어가지고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리씨는 ”러시아에서 방어용 포 사격을 제대로 안 해 줘서 북한국이 무모한 희생을 많이 당했고, 자신 또한 턱과 팔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배후 타격 조로 해 가지고 세 명이… 방풍림 시작과 끝머리에서 나머지 중대가 공격을 시작했다. 우리는 그 가운데 뛰어들어 가지고 그 가운데서 배후 교란을 하면서 타격을 시작해야 했다. 그런데 거기 들어갔다가 매복에 걸려가지고… 매복에 안 걸릴 수도 있었는데, 무인기 때문에 걸렸다“고 말했다.
또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속칭 '마귀 무인기'라고 불리는 열 영상 감지기를 단 정찰 드론으로 폭탄을 떨구며 공격해 함께 싸우던 다섯 명의 동료들이 전사하고 자신만 살아남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인민군에게 포로가 되는 것은 변절과 같은 만큼 자폭하라고 지시를 받았지만, 포로가 됐고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난다“면서 ”부모하고 전화상으로는 이야기를 많이 해봤는데 부모님은 한 번도 못 만났다. (중략) 나도 부모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내 꿈을 이뤄보고 싶다. 내 꿈을 꽃피워 보고 싶단 말이다. (한숨) 나는 아직 나이가 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군 포로가 직접 귀순 의사를 표하면서 정부가 우크라이나와 그의 귀순을 위한 협의에 나설지 주목된다. 이에 대해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생포된) 북한군은 헌법상 우리 국민인 만큼 귀순 요청 시 우크라이나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가정보원 또한 지난달 13일 정보위 국회 보고에서 ”북한군도 헌법 가치에 의해 우리 국민이기 때문에 포로가 된 북한군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관점“이라고 밝혔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