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올해 교류 협력 강화 희망” 메시지 던진 북한]
중국과 수교 75주년을 맞은 지난해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졌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이 가까워지면서 북한이 다시 중국측에 외무차관을 보내 우호 관계 강화 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김정은의 외교적 태도 전환인데, 문제는 중국이 그렇게 호락호락 받아들일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의 왕야쥔 대사가 19일 밝힌 바에 따르면, 전날 평양 대사관에서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차관)과 김영일 외무성 아주1국장 등을 만났다.
이에 대해 주북 중국대사관은 “박명호 부상은 조중(북중)의 전통적 우호 관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양당·양국 최고 지도자의 숭고한 의지를 따라 조중 우호 관계를 끊임없이 발전시키는 것은 조선(북한)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부상은 “올해는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이자 8차 당대회가 내놓은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이고, 중국 14차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라며 “조중 양국 사회주의 건설이 끊임없이 새롭고 더 큰 성취를 거두기를 기대하고, 양국이 교류·협력을 강화해 조중 관계가 더 높은 단계로 올라서도록 추동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왕 대사는 “중국의 당·정부와 인민은 언제나 양국 선배 지도자가 손수 맺은, 피로 이룬 우의를 소중히 여겨왔다”면서 “전통적 우호·협력 관계를 잘 지키고 공고히 하면서 발전시키는 것은 시종 중국의 굳은 방침”이라며 의례적 인사로 화답했다.
왕야쥔 대사는 사실 지난해 7월 북한 전승절 당시 열병식에도 의도적으로 불참하면서 북한과 러시아간 관계 밀착에 대해 간접적으로 불만을 피력한 바 있다. 또한 북중간 무역액도 급감하면서 양국간 외교 관계가 심하게 파행으로 흐르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 바 있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의구심을 품고 있는 중국]
우리 신문은 여러차례 김정은의 친 러시아 행동을 관찰하면서 북중간 외교관계가 이미 파국으로 흘러갔다는 점을 지적했으며, 그렇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게 되면 그로인한 혹독한 대가를 북한이 치를 수도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외교 전문지인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는 18일(현지시간) 존스홉킨스대학교 고등국제학대학원의 세르게이 라첸코 교수의 기고 글을 통해 “중국은 러시아와 북한에 대해 깊은 의구심을 품고 있다”면서 “비록 시진핑 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좋은 친구’라 부르면서 오랜 동맹을 부활시키려는 듯 보이지만 러시아와 여전히 의도적으로 어느 정도 거리를 두려는 외교를 펼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포린어페어스는 이어 “중국은 러시아가 급진적 반서방 정책으로 냉전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그럴 경우 중국도 휘말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거리 두기를 원한다”면서 “중국은 러시아를 친구로 두기는 하지만 결코 동맹의 관계로 발전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정리했다.
포린어페어스는 그러면서 “중국은 더더욱 러시아-북한-이란 등과 하나의 축으로 엮이는 것을 결코 원치 않는다”면서 “오히려 평양의 김정은이 중국에게는 심각한 골칫거리로 대두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올해 1월 칭화대학교가 주최한 한 외교 토론회에서는 베이징이 러시아 및 북한과의 3자 동맹을 구축하는 것을 꺼려한다는 의견이 나왔는데, 그 주된 이유는 그러한 협정이 중국의 전략적 리더십을 요구하게 될 것이나, 베이징은 그러한 3국간 외교적 결속을 전혀 원하고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럴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그러니 더더욱 그런 3국간 결속을 다질 계획 자체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포린어페어스는 이와 관련해 “중국이 서방과의 투쟁에서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들의 동맹을 맺지 않으려는 것은 중국 지도자들이 대립의 높은 비용을 인식하고 있으며 위험을 피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통적 외교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강대국 협력에 대한 약속과 함께 호전적인 수사법과 경제 전쟁 위협을 결합한 것으로, 미국이 향하는 방향에 대한 베이징의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 시점에서 특히 눈길이 쏠리는 것은 북중간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의 문제다. 포린어페어스는 이와 관련해 “북한의 김정은이 러시아의 푸틴과 새로운 군사동맹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중국과 어떠한 논의나 귀띔도 없었다”면서 “심지어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이 파견된다는 사실에 대해 시진핑 주석도 나중에서야 알 정도로 북중간에 전혀 협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포린어페어스는 이어 “김정은은 생존을 위해 중국에 절대적 무역 의존을 하고 있음에도 중국으로부터 독립할 의지와 또 그럴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푸틴에게 군대와 대량의 탄약을 제공함으로써, 김정은은 시진핑에게 자신이 중국의 속국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내부에서도 북한군을 러시아에 파병하면서 북-중-러 3국간 협의가 전혀 없었다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움직임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푸틴과 김정은간에 어떠한 결정을 했더라도 형식적으로 시진핑 주석과의 3자 회동 등을 통해 북한군의 파병이 이루어져야 했다는 의미다. 물론 그렇게 했을 경우 시진핑이 북한군의 파병을 반대했을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시진핑과 김정은은 지난 2019년 이후로 전혀 만남이 없었고, 3자간 실무급 회담도 지난 2018년 10월 이래 열린 적이 없었다. 문제는 그러한 3자 회담을 정작 북한이 반대하고 있으며, 중국보다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만 흥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중국도 북-중-러 3국간 회담 개최 자체를 꺼리고 있다. 그러한 3국 연대가 한국-미국-일본 등 3국 연대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깊은 우려]
중국은 특히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러시아보다 훨씬 더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 이에 대해 포린어페어스는 “러시아인들은 북한이 핵을 보유한 현실을 수용했지만, 일본과 한국에 미칠 잠재적인 파급 효과를 고려한 중국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진전시키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비핵화 목표가 달성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고 하더라도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는 것을 적극 찬성하고 있다”고 짚었다.
포린어페어스는 “실제로 중국내에서는 김정은 정권이 한국에 대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 등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면서 “당연히 중국은 불안정하고 예측할 수 없으며 일반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고객 국가(북한이든 러시아든)에 의해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포린어페어스는 “중국은 서방 패권에 맞서기 위해 러시아 및 북한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단순한 지정학적 관점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라면서 “중국은 김정은을 지지하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에 대항하는 귀중한 무기로 남아 있기 때문에 북한을 완전히 버리지 않을 것”이라 진단했다.
[러시아와도 일정 부분 거리를 두는 중국]
포린어페어스는 또 “중국은 러시아와도 일정 부분 거리를 두고 있다”면서 “러시아와의 관계가 너무 가까워지면 유럽에서의 중국의 입지를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독일 외무장관 베어복은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및 무기 지원으로 유럽의 핵심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중국을 비판했고, 역시 지난해 5월 프랑스 대통령 엠마누엘 마크롱은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 모스크바에 대한 지원을 억제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중국과 유럽연합의 무역 관계 규모가 7,620억 달러에 달하고 중국의 경제 침체 속에서 더욱 중요해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베이징의 전략가들은 신흥 냉전으로 인한 경제적 양극화가 정말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인지 깊이 고심해야만 한다. 이와 관련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2월 뮌헨 안보회의에서 유럽 지도자들에게 중국이 기존의 세계 질서를 전복할 계획이 없다고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지난 수 세기 동안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경제적 유대관계가 강대국 간의 갈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푸틴의 우크라이나에서의 무모한 도박은 유럽과의 수익성 높은 경제적 유대관계를 희생시키면서까지 영광을 추구하려는 그의 의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인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중국 외교관이나 학자는 시진핑을 자신 있게 대변할 수 없다. 시진핑은 푸틴처럼 서방과의 대립을 선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25년 2월은 중-소 연방 조약 체결 75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결코 무너질 수 없었던 것같아 보였던 이 동맹은 사실 내부 갈등에 시달렸고, 상호 배신 혐의로 서로를 비난하는 일들도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중국이 서방과의 대립보다는 협력 관계를 통해 현대화와 발전을 추구하기로 결정한 덕분에 붕괴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오늘날 중국과 러시아는 다시 한 번 협력하고 있지만, 그들의 관계는 동맹이 아니며 ‘한계가 없다’고 말한 시진핑의 발언은 그저 수사에 불과한 것이다. 지금 세계는 그야말로 북확실성의 시대다. 미국과 중국간의 관계는 물론이고 미국과 러시아, 또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또한 사실 장기적 예측을 하기 힘든 시대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 중국관계는 이들 국제관계의 하위적 팩터로 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해야만 북한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절박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 김정은은 또다른 꿈을 꿀 것이다. 만약 중국이 북한을 제대로 지원해 주지 않는다면 트럼프에게 러브레터를 보내 미국의 지원을 받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김정은에게는 유일한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환경은 급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눈 크게 뜨고 국제정세를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