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만지지 공식화, ‘대만 독립 반대’ 문구 삭제]
미국이 그동안 중국과 대만과 관련해 일국양제를 공식적으로 지지해 오면서 ‘대만 독립 반대’ 의사를 표명해 왔지만 그러한 미국의 외교적 스탠스가 ‘대만 독립 찬성’ 쪽으로 급회전을 하게 될 것으로 보여 중국의 반응이 주목을 끌고 있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17일(현지시간) “미 국무부가 대만과 관련해 일국양제 개념을 계속 유지할 것이지만 대만의 독립반대 문구는 삭제하기로 했다”면서 “이는 중국을 격노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미 국무부는 홈페이지의 '대만과의 관계에 관한 팩트시트' 자료를 업데이트하면서 “우리는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삭제하면서 “대만이 미 국방부의 반도체 개발 프로젝트 등에 협력하고 있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그러면서 “적절한 국제기구의 가입을 포함한 대만의 의미 있는 참여를 지지한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는 “우리는 (중국과 대만) 어느 쪽에서든 현 상태를 일방적으로 바꾸려는 것에 반대한다”며 “양안의 입장 차이는 강제성 없는 평화적인 방식으로 해결돼야 하며, 양안의 주민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대만 독립 찬성하며 부추기는 역할 할 가능성]
문제는 미국의 대만독립 반대 관련 문구를 과감히 삭제함으로 인해 자칫 대만의 독립 추구파들에게 미국이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역대 행정부는 그동안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하나의 중국 정책'을 견지해 왔다. 물론 이 정책은 미국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고, 중국이나 대만 어느 한쪽이 현 상황을 일방적으로 바꾸는 것에 반대하며,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기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결국 중국의 대만 통일도, 대만의 통일 추구 역시 반대함으로써 중립적 입장에서 대만 문제를 바라봐 왔다면 이젠 미국이 대만을 바라보는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할 수 있어서 눈길을 끄는 것이다.
이는 ‘대만의 독립을 반대한다’는 문구 자체가 그동안 미국과 중국 양국이 합의하에 묵인해 왔던 ‘일국양제’ 개념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어서 그러하다. 이렇게 국무부의 핵심 정책 가운데 대만 관련 부분을 수정한 것 자체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행정부가 대만 독립에 대한 지지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지난 15일에는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곧 한국의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이 독일 뮌헨안보회의를 계기로 만나 회담한 뒤 공동성명을 통해 “대만의 적절한 국제기구에의 의미 있는 참여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3국 성명에 이런 내용이 포함된 것은 처음으로, 대중 강경책을 펴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지난 10∼12일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미 해군 구축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바 있다.
미 국무부의 이러한 입장이 확인되자 대만 외교부의 린 치아룽 장관은 이에 대해 “미국과 대만 관계에 대한 긍정적 입장과 지지 표명을 환영한다”는 취지의 성명을 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격하게 반발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베이징 당국은 그동안 대만에 대한 독립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게 된다면 곧바로 대만 침공을 할 수도 있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 왔다. 따라서 그동안 세계 어느 정부도 대만의 독립을 공식적으로 찬성하는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었다.
[미국은 전략적 모호성 원칙 파기한 것인기?]
눈여겨 볼 것은 앞으로 미 국무부가 대만과 관련해 그동안 유지해 오던 ‘전략적 모호성’ 원칙을 파기할 것인지의 여부다. 미국은 그동안 미국법에 따라 대만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관련 무기 등을 제공할 의무는 피력해 왔고 또 실천해 왔지만,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게 될 경우 이에 대한 미국의 태도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불분명하게 대답을 해왔다.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 원칙을 펼쳐 온 것이다.
이에 대해 더타임스는 “이 ‘전략적 모호성’은 베이징의 마음에 의심을 심어 현상 유지를 유지하고 대만이 공개적으로 독립을 선언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더타임스는 이어 “그러나 지난 조 바이든 정부 들어서서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 원칙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면서 “바이든은 중국이 대만을 침략해 온다면 미국은 대만을 지키기 위해 군사적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 분명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미 국무부의 전략지침에는 분명히 “우리는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명기해왔다.
더타임스는 “지난 2022년 5월, 바이든 행정부때 ‘대만 독립 지지’ 관련 문구를 삭제한 적 있었지만 중국이 이를 ‘대만해협의 현상을 바꾸려는 정치적 행위’라면서 강력히 반발하자 3주가 지난 후 다시 복원된 바 있다”면서 “당시 중국은 미국의 그러한 문구의 삭제 조치가 역효과를 낼 것이며, 만약 미국이 대만의 독립을 끝까지 추구하고 나선다면 미국 역시 불타버릴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국의 태도가 심상치가 않다. 이미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대만의 이름으로 국제기구 참여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더타임스는 “공식적으로 독립국가가 아닐 경우 유엔에서의 의석이 없을 뿐더러 중국이 주장하듯 옵서버 자격이나 ‘차이니스 타이페이’ 이름으로 가입하는 것만 허용해 왔기 때문에 어차피 중국과 정면 대결은 불가피해 보인다”라고 전했다.
[트럼프 2기의 親대만 행보 “외교 관계 정상화 필요”]
이런 가운데 집권 공화당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폐기하고 대만과의 외교 관계 재수립을 촉구하는 의회 결의안이 발의돼 주목을 끌고 있다. 이를 계기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대만과의 적극적인 관계 개선 분위기를 조성하며 중국을 압박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톰 티파니(위스콘신)와 스콧 페리(펜실베이니아) 의원 등 공화당 연방 하원 의원 24명은 지난 6일 트럼프 행정부에 대만과의 정상적인 외교 관계 수립과 양자 무역협정 체결을 촉구하고 대만의 국제기구 가입을 지지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발의했다.
눈여겨볼 점은 이 결의안이 그동안 미 의회에서 나온 대만 관련 결의안 중 가장 반중(反中)적 성격이 강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결의안에는 “‘하나의 중국’ 원칙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대만이나 미국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대만이 70년 이상 주권적이고 독립적인 국가로 존재해 왔다는 명백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이는 1979년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고 있는 현 대중(對中) 외교 정책을 원점부터 바꿀 것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물론 이 결의안은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여론으로 통과 가능성을 예단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미국내에서 이러한 여론이 공공연하게 돌출되고 있다는 점 자체가 중국의 심기를 거스르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日, 호적서 대만인 국적 '중국'→'대만'으로 변경]
이런 상황에서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7일, 일본 정부가 호적 관련 성령(省令·시행규칙)을 개정해 5월부터 대만인이 호적에서 자신의 국적을 기존 '중국'에서 '대만'으로 표기할 수 있게 된다“고 보도해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일본 법무성은 1972년 중국과 국교를 수립하고 대만과 단교하기 전인 1964년 통달(通達·소관 기관 등에 전하는 문서)을 통해 ”중화민국(대만) 국적 표시를 '중국'으로 한다“고 정했고, 이를 지금까지 유지해 왔다.
일본 정부는 1960년대 당시 중국과 국교가 없었고 중국을 국가로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인과 대만인 국적을 모두 '중화인민공화국'이나 '중화민국'이 아닌 '중국'으로 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닛케이는 ”지역 출신자의 정체성을 배려하는 것“이라며 ”대만 당국 통계에 따르면 매년 약 800∼1천 명이 일본인과 결혼한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이어 ”대만 출신자들 사이에서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호적에 '대만' 표기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국제사회에서 대만이 '지역'으로 폭넓게 인지되고 있는 상황과 (현행 체계가) 부합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가 한미일 외교장관이 지난 15일(현지시간) 공동성명에서 ”대만의 적절한 국제기구에의 의미 있는 참여를 지지한다“고 표명한 직후인데다, 미국 정부가 홈페이지에서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삭제한 시점과 맞물린다는 점이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7일 양국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중국을 지목해 ”정상들이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무력과 강압을 통한 현상 변경 시도에 강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미국이 대만의 독립과 관련해 적극적인 의사표명을 하고 나옴으로써 트럼프 2기 초반부터 미중간 기세싸움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어찌보면 미중간 관세 전쟁 등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기선 제압을 위한 미국의 의도적인 외교 도발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나오지만, 지난 바이든 정부 때와 같이 국무부의 ‘대만 독립 지지’ 관련 문구를 없었던 일로 삭제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미국과 중국 양국의 행보가 주목된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