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경제성과 품질 갖추고 정치적 위험부담 적어 매력”]
남중국해 분쟁에 따른 긴장 고조로 군비 지출을 늘리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그동안 중국산 무기를 구매하고 또 관심을 가져왔었지만 남중국해 분쟁이 격화된데다 중국에 대한 신뢰까지 무너지면서 한국산 무기를 도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5일, '동남아시아가 새 무기 공급자를 찾으면서 중국의 손실이 한국의 이익이 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중국이 동남아에서 주요 무기 공급국이지만 지정학적 마찰을 빚는 국가들이 주요 무기 공급국이었던 중국을 대체할 다른 무기 공급처를 찾고 있으며,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고 정치적 위험부담이 적은 한국산 무기가 저변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SCMP는 이어 “이러한 추세는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더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중국은 남중국해의 약 90%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베트남·필리핀·대만·말레이시아·브루나이 등 동남아시아 국가와 마찰을 빚고 있다”고 짚었다.
SCMP는 “이 가운데 중국과 자주 충돌해온 필리핀이 동남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 무기 수출시장으로 꼽히지만, 태국처럼 중국과 영유권 문제로 얽히지 않은 국가나 옛 소련 무기를 사용해온 베트남도 한국 무기의 새로운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필리핀은 앞서 2014년 도입해 운용 중인 한국산 전투기 FA-50을 12대 추가 구매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며, 2028년까지 원해경비함(OPV) 6척 등 12척 이상의 한국산 함정을 배치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베트남은 약 20문의 한국산 K9 자주포 도입 협상이 마무리 단계로 조만간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아산정책연구원의 양욱 선임 분석가는 SCMP에 “항공기 수요 증가는 이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 활동으로 인한 위협에 따른 것”이라면서 “군사력 증강 추세를 보면 중국에 우호적인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군사력 증강을 줄이고 있는 반면 중국과 관계가 좋지 않은 국가들은 군사비를 계속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SCMP는 싱가포르 싱크탱크 ISEAS-유소프 이삭 연구소의 이언 스토리 선임연구원의 말을 빌어 “태국의 경우 동남아에서 중국산 무기의 최대 고객이었으나 중국산 잠수함 도입면서 태국은 2017년 중국선박중공국제무역공사(CSOC)와 S26T 위안급 잠수함 3척 수입 계약을 체결했으나 유럽연합(EU)의 대(對)중국 무기수출 금지 조치로 독일산 엔진을 탑재하지 못하게 되자 2023년 도입을 사실상 취소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산 무기, ”가성비는 크고 정치적 부담은 적다!“]
SCMP는 이에 대해 ”중국이 '서방과 긴장 관계'라는 정치적 공통점과 경제적 유대감, 중국산 무기와 호환되는 옛 소련 무기 사용 경험 등을 토대로 동남아 국가에 무기를 수출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이런 동력이 약해졌다“고 진단했다.
SCMP는 또한 ”남중국해 분쟁으로 동남아 국가들 사이에서 중국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지고 서방 표준 무기 체계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이 지역에서 한국산 무기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면서 ”동남아 국가 입장에서 한국산 무기의 장점은 미국 등 서방 무기 대비 가격이 저렴하면서 확실한 품질을 갖췄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하와이 호놀룰루 소재 '대니얼 K 이노우에 아시아태평양안보연구센터'의 라미 김 교수는 ”한국 무기는 훌륭한 품질과 미국 및 서방산 대비 경제성, 전달 효율성 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며 ”지정학적 긴장으로 무기 수요가 증가하는 동남아에서 한국이 무기 공급국으로서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한국이 동남아의 지정학적 이슈와 거의 무관하다는 점도 큰 매력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중국, 러시아에서 무기를 구입하는 것은 지정학적 긴장을 높일 수 있지만 한국산 무기는 그러한 위험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싱가포르 난양공대 라자라트남 국제연구원(RSIS)의 콜린 코 선임연구원은 ”한국 무기가 동남아에서 지니는 매력이 ‘역사적, 정치적 짐’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오는 ‘정치적 신뢰’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콜린 코 연구원은 이어 ”동남아시아에서는 아무도 한국을 위협으로 여기지 않는다“며 ”또한 한국 문화에는 상당한 포용성이 있는데, 그러한 소프트파워는 한국이 동남아에서 정치적·경제적 합의는 물론 군사적 합의를 추진하는 데에 매우 유용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티마시 히스도 ”(동남아 국가들에) 한국과의 무기 거래 관계는 중국이나 미국과 협력하는 것에 비해 정치적 위험이 적다“며 ”(동남아에서) 한국은 중국과 미국 간의 긴장을 이용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말했다.
[남중국해 분쟁이 중국과 손절하는 대표적 이유]
SCMP는 ”중국으로 인한 남중국해 분쟁이 동남아시아 해양국가들간의 신뢰 부족을 불러오면서 중국산 무기 구매 수요가 급감했다“면서 ”최근에는 중국산 무기나 장비에 대해 애초부터 신뢰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SCMP는 ”특히 필리핀의 경우 중국으로부터의 군사적 위협이 더욱 세지면서 중국을 적대적 국가로 상대해야 할 정도로 국방력 강화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실제로 지난해에는 중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충돌도 있었고, 중국 해안 경비대의 물대포 사용, 군사 순찰과 훈련 등 여러 차례 대립을 벌인 바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주에 중국의 인민해방군은 중국에서 황옌다오라 부르는 스카보로 암초 인근에서 항공순찰을 실시했으며, 미국과 필리핀군은 분쟁중인 환초근처에서 합동 항공 순찰을 실시하기도 했다.
[FT "전세계 군비확장 붐... 'K-BANGSAN' 한국에 기회"]
한국의 방위산업에 대한 관심은 이젠 동남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과 맞물려 각국의 군비확장 움직임이 빨라지는 가운데 그 수혜자가 될 한국 등 아시아 방산업체들이 주식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면서 “특히 이른바 'K-방산'으로 불리는 한국 방산업체의 상승세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FT는 이어 “아시아의 무기·군함 제조업체들이 올해 전 세계적인 방산주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한국과 일본 주식시장에 상장된 대형 방산업체들의 주가 상승률이 세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전 세계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 주가지수(ACWI 지수)에서 상승률 기준으로 상위 20에 포진했다”고 전했다.
FT는 특히 “한국 방위산업을 'K-Bangsan'(K-방산)이라고 부른다”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자주포 수출 계약을 체결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올해 3배 상승해 시가총액이 약 18조원에 달했으며, MSCI ACWI 지수 기준으로는 엔비디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짚었다.
FT는 “다른 방산업체인 현대로템의 주가는 2024년 코스피 지수가 하락했는데도 140%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FT는 또한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를 인용해 “한국이 세계 10대 무기 수출국에 진입했으며 2027년까지 4위로 올라간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서 “이 목표가 'K-방산'이라고 불리는 한국의 방위 산업에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미국의 안보 우산이 불확실해지자 저렴하고 신속하게 재무장해야 하는 각국 정부들 사이에서 방산 수요가 커지면서 한국 등 아시아 방산업체들이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JP모건 분석가들은 “지정학적 계산법이 바뀌고 분쟁 위험이 높아진 상황에서의 미국의 고립주의 정책은 각국이 자체 방위비 등 다른 대안을 모색하도록 몰고 갈 수 있다”라며 “이는 납품 속도가 빠르고 비용 경쟁력이 있는 아시아 방산업체들에 기회”라고 진단했다.
[한국의 조선업, 트럼프 시대의 필살기]
K-방산 가운데서도 트럼프 시대에 더욱 각광받는 분야가 조선산업이다. 실제로 2차 세계대전 당시만 해도 세계 최대 조선 강국이었던 미국 조선업이 급속히 쇠퇴했고, 1980년대 18만명 수준이었던 민간 조선소 인력 역시 40% 이상 줄어든 10만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군 해군이 중국 해군과의 격차가 커지면서 비상등이 켜졌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작년 미국의 함정 수는 297척으로 중국 370척에 크게 못 미친다. 2030년엔 미국 304척, 중국 435척으로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그런데 이렇게 허약해진 미국의 해군을 다시 강화할 수 있는 대안이 바로 한국의 조선산업이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중국이 빠른 속도로 해군을 증강하는 가운데 미국의 해군력은 약해지고 있다”면서 “미국이 자국보다 더 많은 함정을 보유한 중국 해군과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한국과 일본 등 조선업이 강한 동맹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 의회도 적극적으로 입법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공화·민주당 상·하원 의원 네 명이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 시설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현재 80척인 미국 상선 규모를 향후 10년간 250척으로 늘리고, 미국 선박을 중국 조선소에서 수리할 경우 세금을 두 배로 물리는 등 미국 조선업을 육성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한국이 최대 수혜국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