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에서 더 이상 진격을 하지 못하는 이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추진 방침에 따라 마지막 스퍼트를 가하고 있던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가 갑자기 느려졌다. 사실 지금같이 중요한 시기에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가 나지 않고 정체되어 있다는 것은 러시아군에게 있어서 중대한 일이 발생했다는 것을 뜻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진전이 급속히 느려지고 있다”면서 “러시아군은 종전 협상이 본격화되기 전에 우크라이나 동부의 영토를 추가적으로 더욱 확보하려 했으나 이러한 움직임이 좌절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최전선을 감시하는 우크라이나 단체인 딥스테이트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첫 달에 러시아는 맨해튼 크기(약 87㎢, 서울의 강남구+서초구 면적)의 지역을 점령하는 데 평균 6일이 걸렸다. 이는 11월에 비해 두 배 이상 긴 시간이다. 그런데 이러한 속도는 2월들어 더욱 둔화되었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날이 갈수록 러시아군이 얻는 이득은 적은데 손실은 눈덩이처럼 늘어난다는 점이다. 사실 우크라이나군은 절대적인 병력 부족으로 러시아군의 대대적인 진격을 막는다는 것 자체가 무리인데도 러시아군은 생각한대로 진격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러시아군에게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러시아군의 진격이 이렇게 둔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1)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를 공격하는 방법
러시아군의 가장 큰 강점은 병력이 우크라이나군에 비해 월등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사실상 인해전술 방식으로 우크라이나 지역을 밀어붙이는 전략을 택해 왔다. 당연히 러시아군이 보유한 무기 또한 우크라이나군에 비해 절대적 우위를 보였기 때문에 그동안 강력한 공중 폭탄과 포격으로 길을 뚫은 후,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으로 심각한 인명 손실에도 불구하고 진격로를 개척할 수 있었다.
이에 대응하는 우크라이나군은 보병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전진하는 러시아군 병사들을 막기 위해 폭발성 드론을 주로 사용해 왔다. 이 때문에 러시아군의 사상자수는 지난해 하반기에 급증하기 시작했다. 그 말은 러시아군이 진격해 얻은 땅에 비례해 러시아군의 사상자수도 그만큼 급증했다고 보면 된다.
WSJ은 “지금도 러시아군은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전쟁 전 인구가 약 2만명이었던 작은 도시인 쿠라호베와 셀리도베를 점령하고, 동쪽의 주요 목표인 포크로프스크 시의 남쪽과 서쪽을 휩쓸었다”고 짚었다.
WSJ은 또한 “러시아군은 차시브 야르의 고지대와 같은 다른 도시를 압박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쿠르스크 지역에 지난해 여름부터 북한의 돌격 부대를 투입해 영토를 되찾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2) 러시아의 점령이 둔화되는 이유
WSJ은 “우크라이나 영토내에서의 러시아의 진격은 지난 가을에 가속화되었으며, 특히 점령된 지역 거점도시인 도네츠크 서쪽 지역에서 가속화되었다”면서 “그러나 겨울 동안 점령이 둔화되었는데, 이는 보병을 보호할 나뭇잎이 사라져 우크라이나군에게 쉽게 발각되어 드론의 표적이 되었다는 점도 있지만 러시아군의 피로도가 극에 달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WSJ은 이어 “지난 반년 동안 러시아 군은 로드아일랜드의 면적(3,150㎢, 충청북도 크기)에 해당하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하는 데 수만 명의 병력을 동원했다”면서 “그러나 병력 모집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러시아는 감옥에 있는 사람들을 포함하여 자원 봉사자를 유치하기 위해 급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2022년 2월 전쟁이 시작된 이래 러시아가 약 60만 명의 사상자를 냈으며, 전진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고, 우크라이나 최고 사령관인 알렉산드르 시르스키 장군은 “러시아가 지난해 전쟁 첫 2년 동안의 사상자 수와 비슷한 수의 사상자를 냈다”고 말했다.
(4) 우크라의 한 도시 공격에 집중한 러시아
그런데 눈여겨볼 점은 러시아의 가장 큰 진격이 우크라 동부 도시 포크로프스크 남쪽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이 도시는 고속도로와 철도를 통해 동부 우크라이나 군대의 주요 보급로로 오랫동안 이용되어 왔다. 그런데 러시아는 남쪽의 마을과 도시를 휩쓸고 도시의 동쪽과 서쪽 측면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군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가 수만 명의 병력을 아주 작은 지역에 집중시켜 우크라이나 군의 쉬운 먹잇감을 만들어 내면서 엄청난 피해를 입었으며, 지금도 그저 숫자만으로 우세하게 전진하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우크라이나의 작은 반격으로 한 마을을 되찾았다.
(5)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시작된 반격
WSJ은 이어 “지금 전쟁 상황에서 러시아의 주요 목표는 러시아 쿠르스크 주에 있는 우크라이나 군의 존재를 제거하는 것”이라면서 “러시아의 반격과 함께 최전선에 배치된 수천 명의 북한군으로 인해 우크라이나가 차지하고 있는 영토는 최대 규모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쿠르스크에서도 러시아군이 북한군과 함께 인해전술식 진격으로 상당한 영토를 수복했다는 것이다.
WSJ은 “그럼에도 우크라이나는 이 지역에 가장 잘 갖춰진 부대를 배치하여 버티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은 쿠르스크의 일부를 완충 지대와 향후 평화 협상에서 협상 카드로 사용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러한 전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그 병력으로 차라리 우크라이나 내 영토를 지키는 것이 더 유리하지 않느냐 하는 의견이 그것이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쿠르스크 지역이 잃어버린 동부의 우크라이나 영토를 수복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 강조하고 있다.
(6) 러시아의 탱크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그런데 사실 러시아의 반격이 이렇게 무뎌진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러시아군의 공격 무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WSJ은 러시아의 저장고 위성 이미지를 분석한 오픈 소스 정보 분석가 그룹의 분석을 인용해 “3년간의 전쟁으로 러시아는 소련 시대 탱크와 장갑차의 대부분을 소진했으며, 나머지 대부분은 상태가 좋지 않은 구형 모델”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전쟁에 쓸만한 탱크는 이미 전멸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WSJ은 이어 “러시아군의 이 엄청난 손실은 러시아의 진격에 따른 비용과 그 비용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면서 “장갑차의 재고가 줄어들자 러시아는 민간 차량과 오토바이를 공격에 사용했지만, 대부분은 무방비 상태의 보병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짚었다.
다시말해 예전에는 진격을 할 때 탱크가 앞장서서 길을 열고 그 뒤를 보병이 따라갔지만 지금은 탱크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다보니 그저 무방비의 보병들만 진격을 하게 되었고, 이러한 전략으로 인해 인명 피해가 급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워싱턴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의 애널리스트 조지 바로스는 “러시아는 현재 전장에 필요한 탱크의 양을 공급해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다만 러시아의 파트너국들, 특히 북한이 자체 비축물자에서 장갑차를 제공한다면 최악의 상황은 모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만큼 상황이 열악하다는 의미다.
[트럼프 2기 軍전략, “우크라 조기 종전 후 中 집중”]
한편, 트럼프 2기의 군 전략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기에 종식시키고 대 중국 전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피터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지난 12일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동맹국 회의에서 “우리는 미국 본토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이익을 위협할 의도와 능력을 갖춘 중국이라는 경쟁자에 직면해 있다”면서 “자원이 부족한 점을 감안해 태평양 지역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중국을 억제하는 걸 최우선 과제로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국이 대만 침공을 꿈꿀 수 없도록 압도적인 전력을 구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이러한 전략과 관련해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 2월 5일 “미 해병대·해군 병력 5000명과 최신 강습상륙함 아메리카호 등으로 구성된 상륙준비단이 중국과 가까운 제1도련선에 배치됐다”고 보도했다. 제1 도련선은 일본 열도와 대만, 필리핀, 보루네오섬 등을 잇는 중국의 방어선을 일컫는다. 이 상륙준비단에는 오키나와에 주둔 중이던 미 해병대 제31원정단(MEU)이 배치됐는데, 이에 대해 뉴스위크는 “위기 대응과 억지력 투사를 위한 부대”라고 설명했다.
미군 최신예 강습상륙함인 아메리카호는 항모급 상륙함으로 길이 257m, 폭 32m에 만재 배수량이 4만5000t에 이른다. 또한 F-35B 스텔스 전투기, AV-8B 해리어 전투기, MV-22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 등 40여대를 탑재한다. F-35B는 최대 20대 이상을 실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미 해군은 “아메리카호와 제31원정단이 7함대가 관할하는 필리핀 해역을 정기적으로 순찰하면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이 오는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준비를 끝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최신 항모급 상륙함과 해병대 정예부대로 구성된 기동전단을 중국 근해에 상시 배치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상 중국의 도발에 대비해 실전 준비 태세를 갖추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