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 대선 후보 승리 위해 대만 선거에 개입한 중국]
지난해 1월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에 중국이 개입한 흔적이 발견돼 대만의 전 국회의원이 기소됐다. 당시 선거에서 중국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가짜 동영상들이 선거판을 뒤흔들었으며, 여론조작 등 여러 증거들이 발견돼 물의를 일으킨 바 있었는데, 이번에 전 국회의원이 직접 중국의 지시를 받아 총통선거를 뒤흔들려고 했다는 사실이 재확인된 것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 중국어판은 14일(현지시간) “대만 국토위원회 위원이자 전 국회의원인 장시엔야오가 중국의 지시에 따라 대만의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대만 검찰에 의해 기소되었다”면서 “장시엔야오는 지난해 1월 9일 이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으며, 지난 12일 수사를 마무리하고 그를 반투명성법 및 기타 범죄 혐의로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RFA는 이어 “장시엔야오가 중국의 시진핑 집무실과 국무원 대만판공실 송타오 등의 고위급 간부들과 만나 대만 선거 개입 문제를 직접 사주받았다”면서 “기소장에 따르면 2024년 대선 당시 중국 측이 국민당 대선 후보인 허우위이의 출마를 호의적으로 보지 않았으며, 이에 대만의 측근들을 통해 허우유이를 후보에서 낙마시키기 위한 여론조사들을 실시해 발표하도록 했고, 결국 궈타이밍으로 교체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대만 검찰은 지난 총통선거에서 중국 당국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또 선거에 유리하도록 지원하고 심지어 여론조작까지 일삼은 행태에 대해 수사를 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장시엔야오가 중국의 선거개입 작전에 연루되었음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장시엔야오의 과거 경력 때문에 대만이 받는 충격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전 전인대 부주임이자 정치 평론가인 황펑샤오는 RFA에 “장시엔야오는 한때 대만 전 국가안전부장 인충원의 비밀비서였으며, 국가안전부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경험도 있을 뿐더러, 양안 문제를 담당하는 본토사무위원회 부주석을 역임했으며, 양안교류재단의 부이사장과 사무총장도 지냈다”면서 “이런 인물이 중국 당국의 지령을 받고 총통 선거에 개입됐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충격”이라고 밝혔다.
황펑샤오는 이어 “과거에는 중국 본토에서 스파이들을 양성해 대만에 보냈지만 지금은 대만 내부에서 직접 포섭한 후 중국의 뜻을 대리하는 사람으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레닌에 따르면 요새는 내부에서 뚫린다고 했는데, 그 이론 그대로 중국은 대만내의 정부요원, 군대, 심지어 국가안보부대에서 직접 퇴직자나 군인들을 매수해 대만을 흔드는 스파이 요원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황펑샤오는 그러면서 “대만의 반침투 및 국가보안법 개정안이 야당에 의해 보이콧되었다”면서 “그러다보니 반간첩 관련 법이 너무 느슨해 법적 제재 효과를 거두지 못하여 중국 공산당의 침투자 및 회색 영역 인력이 대만을 파괴하기 위해 오히려 대만 법을 악용하고 있는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RFA는 “대만의 일부 정당이 국가의 이익을 위하지 않고 충성도 하지 않으며 오히려 중국 공산당의 하수인이 되어 있다는 것이 정말 걱정스럽다”면서 “중국 공산당은 이제 대만의 의회 생태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대만의 민주주의마저 흔들려 하고 있다”고 짚었다.
[대만의 친중 정치인들, 베이징에 완전히 굴복]
RFA는 “요즘 대만의 일부 정치인들은 중국에 권력을 양보하고 양안관계에 평화를 유지하자는 제언들을 하고 있다”면서 “다행히 친중적 성향을 보인 정치 지도자가 지난 총통 선거에서 낙선하기는 했지만, 대만 정치권내에 아직도 친중적 흐름을 지지하며 대만의 민주주의를 기본적으로 훼손하려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위협요소”라고 밝혔다.
[캐나다 총선에도 깊숙이 개입했던 중국]
중국은 캐나다의 총선에도 깊숙이 개입했다는 사실이 확인돼 충격을 준 바 있다. 캐나다보안정보국(CSIS)이 일급기밀 문서 공개를 통해 밝힌 내용을 보면, 중국이 2019년과 2021년 캐나다 연방 선거에 ‘은밀하고 기만적으로’ 간섭하여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유리한 후보를 지지하려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해 4월 10일, 워싱턴포스트(WP)는 “캐나다보안정보국(CSIS)이 지난 2023년 2월 브리핑에서 중국의 캐나다 의회 선거개입 활동은 캐나다인, 특히 중국계 캐나다인이 반중 정책을 내세우는 것으로 간주되는 보수당에 투표하지 못하도록 막으려는 목적이었다고 보고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두 총선에서 트뤼도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이 승리했다.
캐나다에 대한 중국의 선거개입 논란은 지난 2023년 2월, 캐나다보안정보국(CSIS)의 일급비밀 문건이 캐나다 언론인 일간 더글로브앤드메일(Globe and Mail)에 보도되면서 현지 정가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후 캐나다와 중국 간 외교적 갈등으로도 번졌다.
당시 CSIS의 정보 보고서에는 벤쿠버 총영사인 통 샤오링(Tong Xiaoling)이 캐나다의 총선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입을 했는지, 또 어떻게 일부 정치인들을 동원하고 정치적으로 활용했는지 등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캐나다에서 보수당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것보다 자유당이 계속 집권하는 쪽이 자국에 유리하다고 판단해서, 자유당 후보들을 지원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어 파문이 커졌다.
보도된 문건 내용에 따르면, “중국은 친중 인사들이 자유당 후보들에게 선거 후원금을 기부하도록 유도한 뒤 나중에 이를 보전해 줬으며, 반중 성향 후보들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가짜 정보를 유포했다”는 내용과 함께 “중국이 자국 출신 유학생들을 선거운동에 투입하고 여론을 선동·조작하기 위해 기업과 학계의 친중국 대리인들을 동원하기도 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호주 선거에도 깊숙이 개입한 중국]
중국이 외국의 선거에 개입했다는 증거는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그 중 한 나라가 바로 호주다. 지난 2022년 2월 16일, 호주의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언’은 “집권 연립여당의 스콧 모리슨 총리가 야당인 노동당과 중국공산당을 겨냥해 대단한 싸움을 시작했다”면서 “야당인 노동당은 중국 친화적 정당으로 강력한 중국과 맞서 싸우기는 역부족이라고 혹평하면서 전면전을 선포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모리슨 당시 총리가 이렇게 격하게 반응을 한 것은 5월의 총선을 앞두고 그동안 중국이 다양한 수단으로 호주 총선에 개입하면서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펼쳐왔던 집권연립여당 후보 대신 중국 친화적인 노동당 후보들을 당선시키기 위한 공작들을 펼쳐왔다는 것이 연이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호주안보정보원(ASIO)은 “최근 호주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외세 개입과 스파이 활동을 테러리즘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중국의 적극적인 지원 때문에 꼭 그런 것만은 아니겠지만, 중국의 뜻대로 호주에는 노동당 정권이 들어섰다. 지금 노동당 정권도 지난 정권의 대 중국정책을 상당히 많이 수용하고 있지만, 지난 정권보다는 훨씬 유연한 대중국정책을 펼치고 있다.
호주에까지 마수를 뻗힌 중국이 미국의 선거를 그냥 지나칠리 없다. 미국의 대선은 물론이고, 의회선거에까지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바 있다. 중국은 이렇게 전 세계의 선거들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정권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중국의 선거개입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가?]
그렇다면 한국은 과연 중국의 선거개입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가? 지난 13일, 소위 보수언론이라고 말하는 한 매체가 사설을 통해 “근거 없이 중국발 부정선거 의혹 제기하는 것은 국익을 저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이 매체는 “윤석열 대통령 대리인단이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서 중국이 우리나라 선거에 얼마든지 관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야당이 ‘친중(親中)’인 걸 고려하면 비상계엄이 불가피했다고 했다”면서 “중국이 (사이버 공격 등 다양한 작전 수단을 동시에 활용하는) 하이브리드전을 전개할 수 있다” “중국이 위장 사이트를 통해 거짓 정보를 퍼뜨린다”고도 했는데, 이는 우리 선거에 중국이 부정하게 개입했다는 주장이지만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는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중국과 관련한 외교문제에는 지극히 낮은 자세를 취해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의 선거개입에 대한 경고들이 나와도 이를 아예 무시하거나 아예 거들떠 볼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다. 그렇게 조사나 수사를 해 보지 않았으니 이에 대한 증거가 없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 4월, ‘같은 표적, 새로운 전술: 동아시아의 위협적 조직이 독특한 방법을 사용하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올해 치러지는 한국·미국·인도의 선거에 인공지능으로 만든 허위 조작 정보를 퍼뜨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MS 위협분석센터(MTAC)는 “지난 2023년 중국 및 북한으로부터 발생한 사이버 활동을 분석한 결과,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보다 정교한 테크닉을 사용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했다.
MTAC는 ‘스톰 1376(Storm-1376)’이라고 이름 붙인 중국의 조직이 AI로 생성한 허위 조작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퍼뜨렸다고 했다. 175개 웹사이트에서 58개 언어로 활동하면서 올해 초 대만 총통(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반중(反中) 성향 라이칭더에 관한 허위 정보를 게시했다고 했다.
MTAC는 또 스톰 1376이 “한국에선 일본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 반대 관련 의견 등을 퍼뜨렸다. 특히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를) 오염수 테러, 태평양 전쟁 등에 빗댔던 2022년 대선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시) 후보의 메시지를 증폭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우리 당국은 이러한 MTAC의 경고에 대해 제대로 수사해 보지도 않았다. 그러니 중국발 선거개입 문제가 공식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조사도 하지도 않았으면서 근거도 없는 주장을 하면 어떡하냐고 종주먹을 댄다는 것은 좀 이상하지 않는가?
다시 강조하지만 지금 국민들의 40% 가량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그런 의혹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앞장서서 모든 선거 자료도 공개하고, 또 자발적으로 수사당국에 수사를 의뢰할 부분이 있으면 하면서 모든 의혹을 털고 나가는 것이 정상 아니겠는가? 선거에 대해 불신이 깊으면 깊을수록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망가질 수밖에 없다. 부정선거나 중국으로부터의 선거개입 의혹을 말끔하게 씻어버릴 수 있도록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냉정한 대처를 다시한번 촉구한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