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향해 목소리 키우는 북한, 우크라전 종전 협상엔 '입꾹닫’]
북한이 최근들어 미국과 한미동맹을 격하게 비난하고 나서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특히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관련해서는 완전히 침묵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으로 인해 자칫 푸틴으로부터 김정은이 손절당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목소리가 미국을 향해 쏟아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도 나온다.
노동신문은 14일, “대결에 앞장서는 노복(종살이 하는 남자), 뒤에서 ‘풍구질’하는 상전”이라는 제목의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게재했는데, 논평은 여기서 미국을 향해 “마주한 상대와 세계의 변화를 직시하고 제가 지른 불에 저도 타죽을지 모를 어리석은 풍구질을 걷어치워야 한다”면서 강력하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 논평은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불변의 주적들의 발악적인 대결 책동”이라며 “강력한 군사적 힘으로 철저히 제압 분쇄해야 한다는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 천만번 정당하다는 것을 현실로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논평은 우리 군의 기동함대사령부 창설, 해상작전헬기 '시호크' 도입 등을 거론하면서 “현직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전락되고 권력 쟁탈전과 잔명 부지를 위한 개싸움으로 정치적 난무장이 펼쳐진 와중에도 괴뢰 군부 것들이 우리를 정조준한 대결 책동에 한사코 매여 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미국의 입김이 작용하였다는 것은 불 보듯 명백하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북한의 논평은 우리 군이 최근들어 대북 방어 자세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여과없이 드러냄과 동시에 공격의 화살을 미국으로 직접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적으로 트럼프 정부 들어 북한의 김정은이 주도적 입장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판단된다.
[푸틴에 의해 손절당할 위기에 처한 김정은]
그런데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종전 움직임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전된다면 북한은 엄청난 수입원을 상실하게 될 것이고, 러시아로부터 상상을 초월할 지원을 받을 기회까지 잃어버리게 된다. 이런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은 김정은 입장에서 보면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라 아니할 수 없다.
또 하나, 살펴볼 대목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이 사실상 참전하고 있기 때문에 종전 협상이 이루어지면 북한도 이 문제에 대해 개입할 권한이 있다. 이를 통해 러시아로부터 반대급부를 챙기려 들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문제도 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에의 참전에 대해 한번도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 이는 러시아 또한 마찬가지다. 서방의 크렘린궁 출입기자들이 쿠르스크 지역에서의 북한군 관련 전투 상황을 질문해도 대충 얼버무리거나 노코멘트로 일관하면서 끝내 북한군 참전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표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종전을 한다해도 북한군이 공식적으로 이 회담에 끼어들 여지는 전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우크라이나 종전 자체가 러시아군의 승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러시아가 더 이상 전쟁을 치를 능력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종전을 하는 것이기에 전쟁이 끝난다고 해서 북한이 챙길 부스러기는 전혀 없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그저 푸틴의 시혜만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물론 최근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기술 일부를 이전해 미사일 등의 성능이 일부 개량되었다는 소식도 있다.
이와 관련해 NK뉴스는 13일(현지시간) “북한 항공 당국 관계자들이 러시아의 주요 드론 훈련 센터 여러 곳을 방문하면서 북한이 군사용 무인 항공기(UAV) 대량 생산 기술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 민용항공총국 대표단이 지난 3일~11일까지 모스크바국립민간항공기술대학교(MSTUCA)를 견학하고 대규모 항공 엑스포에 참가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동서대 러시아 전문가 크리스 먼데이는 북한 대표단의 센터 방문이 “군사용 드론을 생산, 수출하려는 조짐”이라면서 “ 러시아의 드론 기술 북한 이전 문제가 미러 정상 사이의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드론 기술 이전은 가장 도발적이지 않은 군사 지원 방법의 하나”라며 “러시아가 북한 지원을 카드로 활용하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 본토 방어를 담당하는 북부 사령부의 그레고리 기요 공군대장이 13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에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생산을 곧 개시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한 김정은 정권이 아마도 발사 전 경고를 제공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최소화하면서 북미 전역의 목표물에 핵탄두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기요 사령관은 이어 “이는 북한이 고체연료로 추진되는 ICBM을 개발해, 발사 준비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작년 10월 31일 신형 ICBM 화성-19형을 시험발사를 했다.
눈여겨볼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전된 이후에도 러시아가 과연 북한을 향해 기술지원도 해 주고 물자까지 북한을 향해 선심정책을 쓸 것인가의 여부다.
우리 신문(Why Times)은 이미 이와 관련해 지난해 11월 5일, “루비콘강 건넌 김정은, 정권의 생존을 걸었다!”는 제목의 정세분석(유튜브 3001회)을 통해 “김정은이 러시아에 올인하는 대도박을 감행했다”면서 “1950년 한국전쟁 이래 처음으로 군사력을 러시아에 투사함으로써 은둔왕국을 벗어나 세계 속에 존재감을 부각시키기는 했지만, 이를 통해 김정은 정권의 생존을 걸었다는 점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 길’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김정은은 러시아에 올인함으로써 정권 안보를 확보하고, 핵 프로그램을 진전시키며, 경제적 구제를 얻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면서 “김정은이 결국 러시아에 올인함으로써 한국과의 화해나 미국과의 핵협상, 그리고 유럽의 광범위한 외교적 지원이라는 전통적인 지렛대가 크게 약화된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WSJ은 이어 “김정은에게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의 전폭적인 지원 약속도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특히 미국과의 중요한 교량 역할을 해 왔던 유럽과의 관계 손상은 앞으로 북한의 입지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Why Times도 “결국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의 전쟁이 끝나면 그땐 푸틴의 김정은을 향한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데, 김정은은 그러한 신기루에 정권의 모든 것을 거는 무모한 짓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렇게 분석했던 현실이 지금 김정은에게 다가오고 있다. 현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러시아의 푸틴이 전쟁이 끝났음에도 북한을 향해 경제적·군사적 지원을 계속해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러시아도 지금 먹고사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의 김정은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이라는 뉴스를 보면서 아마도 복잡한 심정으로 크렘린만 쳐다보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 대내외 매체들이 우크라이나 관련 소식을 전혀 전하지 않는 것도 이런 배경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선 지난 8일 김정은이 인민군 창건 77주년 계기 국방성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를 거론하며 “세계 도처에서 미국이 빚어낸 지정학적 위기들은 새로운 세계대전 발발의 위험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 게 마지막이다.
이 말에서 보듯 김정은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과의 충돌로 확대되고 급기야 세계 대전으로 번지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김정은의 그러한 꿈은 결코 이루어질 수도 없는 것이었고, 북한을 도약대로 올려줄 우크라이나 전쟁마저 종결될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전쟁이 끝나면 김정은은 ‘닭쫓던 개’ 신세가 되고 만다는 것이다. 푸틴 입장에서도 미국이나 중국과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북한과 군사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결코 현명하지 못하다는 것 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푸틴은 김정은을 당연히 손절할 것이다. 김정은은 이렇게 토사구팽 당할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김정은의 한국을 향한 대담한 위협, 두려움의 반증]
이런 가운데 북한이 한국을 향한 위협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두려움도 크기 때문일 것이다. 김정은은 그동안 남쪽을 향한 강력한 위협을 보여주는 신호로 휴전선 일대에 방벽을 세우고 남북한 연결 도로 등을 폭파하는 등, 일련의 파괴적 행동들을 저질러 왔다. 그런데 이번에도 북한은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철거하는 쇼를 벌이고 있다. 이는 남쪽을 향한 압박이지만 기실 북한과 김정은의 체제 위기를 덮기 위한 기만적 술책일 수 있다.
14일의 조선중앙통신의 논평을 통해 불안감을 조장하는 것은 그만큼 김정은 체제가 내부적으로 불안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런데 이미 중국과 사실상 단절하고 러시아에 올인했던 김정은이 내재적 위기에 처하게 된다면 그럴수록 남쪽을 향한 위협도 강해질 것이다.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넌 김정은, 김정은의 실존적 위기는 지금부터 본격화될 것이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서라도 남쪽을 향한 도발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정치는 혼란하지만 군대라도 정신 차리고 북한을 잘 감시해 주길 기대한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