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군, 원격 조종 로봇 중대 투입해 러시아군 참호 점령]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로봇 대 인간'의 전투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로봇 대 인간'의 전투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실현돼 화제가 되고 있다. 이는 전쟁의 새로운 차원을 열었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판 ‘로봇 대 인간’ 전쟁이 과연 어떠한 결과를 낳게 될지 주목된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10일자(현지시간) 지면을 통해 “러시아 남성군인 대 우크라이나 로봇과의 전투가 전쟁의 새로운 미래를 열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의 로봇부대 '하르티야 중대'가 러시아군 보병을 상대로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타임스는 맥심 터커 전 키이우 특파원의 하르키우발 르포기사를 통해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에서 벌어진 '로봇 대 인간' 전투의 광경을 묘사했다.
더타임스는 “포탑에 중기관총이 달린 조그만 로봇이 마을 폐허 사이를 움직이고 있었다”면서 “그로부터 수백m 간격을 두고 다른 로봇이 함께 이동했고, 그 뒤도, 또 그 뒤도 마찬가지였는데, 여러 대의 로봇이 간격을 두고 러시아군 보병 위치에 다다른 후 교대로 사격을 개시했다”고 소개했다.
더타임스는 “로봇들은 인간 병사라면 피하지 못할 폭발도 재주 있게 피하는 기술을 보여줬다”면서 “그로부터 수 ㎞ 후방에서는 우크라이나 제13 '하르티야' 국가방위여단 소속 육지 로봇 중대 군인들이 조이스틱으로 로봇들을 조종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더타임스는 이어 “군인들이 조종할 때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공격 방아쇠는 원격조종을 맡는 우크라이나군 군인이 당긴다”면서 “부대 지휘관은 공중에 떠 있는 드론을 통해 이런 로봇 대 인간의 전투를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더타임스는 “이날 우크라이나가 중대 규모 로봇부대인 하르티야 여단을 동원해 러시아군을 공격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고 밝혔지만 다만 전투 날짜는 기사에 공개하지 않았다.
[전쟁의 미래를 보여주는 로봇전투군단]
이와 관련해 더타임스는 “전쟁의 미래를 보여주는 비전이며, 우크라이나는 이를 오늘날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지휘관들이 전투에 로봇을 투입해 군인의 생명을 지키고 러시아군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면서 고질적 병력 부족을 해결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타임스는 그러면서 “이 로봇 중대의 운용을 책임지는 사람은 '수학자'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소위”라면서 “그는 박사과정 학생이었으나 휴학 후 입대해 하르티야 여단의 육지 및 공중 무인 시스템을 담당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더타임스는 “하르티야 중대는 디지털 기술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한 한 발트해 연안 국가의 군과 협력해 더 나은 운영체제를 개발하기 위해 협력 중”이라면서 “영국의 BAE시스템스와 독일의 라인메탈 등 세계 주요 군수업체들도 이 개발 작업에 관심을 갖고 우크라이나에 현지 사무소를 개소해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더타임스는 “이런 전투로봇들을 만드는 업체는 키이우에 조그만 공장을 가진 로봇 기업 '레기트'”라면서 “레기트는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 산하 특수작전팀이 로봇을 조종해 전투를 벌이면서 얻은 경험을 차세대 전투로봇 개발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레기트의 수석 기술자인 볼로디미르 쿠슈니르는 더타임스에 “어떤 경우는 탱크나 대형 차량에 사격을 가하고, 어떤 경우는 도시 전투에서 건물을 파괴하는 데 쓴다”면서 “지난번에는 (전투로봇이) 폭발물을 설치해 러시아 군인이 30명 있던 건물을 파괴했다”고 전했다.
더타임스에 의하면 레기트가 개발해 양산하기를 원하는 모델은 다양한데, 대전차 유탄 발사기 2대를 포탑에 탑재한 모델도 있다. 또한 포탑 부분과 바퀴가 달린 받침 부분은 분리된 모듈로 설계됐다. 받침 부분이 망가져도 그 자리에서 전투를 계속할 수 있고, 포탑 부분이 망가지면 받침 부분이 후방으로 돌아와 수리를 받을 수 있다.
더타임스는 이어 “전투로봇의 원격조종에는 간섭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전파 주파수를 이용하지 않고 위성 인터넷을 이용한다”면서 “원격조종이 끊기더라도 계속 전투가 가능하도록 AI를 탑재할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올렉산드르 카미신 전 우크라이나 전략산업부 장관은 더타임스에 “우크라이나가 올해 말 이전에 로봇군(軍)을 배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중과 해양 무인 시스템뿐만 아니라 육상 시스템도 개발해왔으며, 작년에 철저한 테스트를 했다”고 밝혔다.
더타임스에 의하면 현재로서는 하르티야 중대가 전투로봇으로 공격한 후에는 반드시 보병 부대의 진격이 뒤따라야 한다.
더타임스는 이들을 통한 전투 장면을 소개하면서 “기관총 로봇 한 대가 사격을 계속해 러시아군이 고개를 계속 숙이고 있도록 하는 와중에 다른 로봇 한 대가 참호에 접근해 대전차 지뢰 2개를 참호 내에 떨어뜨린 후 폭발이 일어나기 전 후퇴했다”면서 “그 후 여단 소속 보병들이 진격했으며, 러시아 측 참호에 접근하면서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더타임스는 이어 “우크라이나군 보병들은 이날 투입된 전투로봇 중 이동 불능이 된 2대는 수작업으로 회수해야 했다”면서 “ 전투로봇의 양산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 가격이 높은 데다가 이 무기가 혹시라도 러시아군의 손에 넘어가면 매우 곤란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전투 끝에 하르티야 여단은 러시아군 참호를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러시아군 전사자가 약 30명 나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하르티야 중대'의 '수학자' 소위는 “금속과 기계가 수백 개의 총알을 쏘고 AI 덕택에 정밀도도 높다”며 “내가 만약 거기 있었다면 내가 어떻게 반응할지 상상이 안 간다”고 말했다. 그만큼 전투 효율성이 높다는 의미다.
[우크라, 자율주행 드론 대량 투입 임박]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는 내장된 컴퓨터 시스템에 따라 설정된 목표물로 날아가 타격하는 자율비행 드론의 대량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1월 15일, “러시아에 비해 포병과 탄약이 부족한 우크라이나는 최전선에서 소형 자폭 드론을 투입해 항전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는 미국 드론 기업인 오터린(Auterion)이 설계한 소형 내장형 컴퓨터 수만 대를 공급받아 2025년 초 이를 전장에 투입할 계획이며, 이를 활용해 드론의 최종 공격 단계를 제어하는 형식으로 자율비행 드론 무기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우크라이나의 다른 기업들도 이와 비슷한 자동 조종 시스템을 전장에서 성공적으로 시험했다”면서 “우크라이나 드론 기업 비리이도 이달부터 수천 대의 자율비행 드론 생산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WSJ은 이와 함께 “조종사 한 명이 자율비행 드론 여러 대를 한꺼번에 제어하는 기술의 개발도 임박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드론의 대량 생산은 비싼 장비에서만 볼 수 있던 기능을 복제하는 정교한 시스템과 저렴한 컴퓨터를 성공적으로 통합할 수 있게 되면서 가능해졌다.
이와 관련해 WSJ은 “자율비행 드론의 대규모 생산은 러시아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강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WSJ은 또한 “인구가 러시아의 4분의 1에 불과한 우크라이나는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는 것으로 러시아의 탱크와 보병 공격을 버텨내고 있다”며 “컴퓨터로 제어되는 드론을 사용하면 표적 식별부터 타격까지 작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인력을 크게 줄여주기 때문에 특히 유망하다”고 전망했다.
물론 이들 무기들을 본격적으로 전쟁에 투입하고 활용할 경우 살상 여부를 인간이 아닌 AI가 판단하고 결정한다는 점에서 윤리적 논쟁이 불거질 수도 있지만 이는 실제 전장에서 스러지는 전투요원들을 생각한다면 너무 한가한 발상이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러시아에 비해 병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최대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전투 전개가 주목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